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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2) (170/182)



〈 170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2)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오고간다.
계속해서 아연씨에게서 느꼈던 묘한 분위기.
찾아야 할 겨울님이 악마 진영에 있는데 굳이 천사 진영을 추천한 성좌까지.

왜 우리는 꼭 패닉 수치가 높은 대상이 겨울님이라고만 생각한 거지?
정화나 타락이 진행되고 나서도 패닉 수치가 높은 채로 조종당할  있다면.
그건 꼭 겨울님이 아니라 아연씨여도 가능한 거잖아?

- 뭐가 어떻게 되는거임?
???????
거기서 겨울이가 왜 나옴
- 겨울이로 막으러  건가?
- 이해가 안되는데
- 머선일이고
네?
- 아니 먼데
- 누가 설명좀

['아ㅅㅂ'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방금 스트리머 하나 타락했는데 패닉 수치 안오름 정화가 이상한거였네

심지어 방금 들어온 연락은 전제 조건부터 박살을 내고 있었다.
정화랑 다르게 타락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날개만 바뀌었다.
그럼 애초부터 현재 악마인 겨울님은 패닉 수치가 높을 수가 없잖아.

나는 판단을 마치자마자 겨울님과 함께 내부를 살폈다.
아연씨는 일을 마쳤다는 듯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고.
기계에서는 카운트다운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늦었네. 얀별님 마력 좀 넉넉하시죠? 저 데리고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실 수 있겠어요?"
"지금요?"
"최대한 빨리요."

도시 밖이라는 건 신화의 그릇의 영향력 밖으로 나가자는 거겠지?
분명 아연씨는 도시 안에는 내쫓는 기능만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거짓말이라고 친다면 겨울님의 의견대로 도망치는  맞겠지.

"오케이, 꽉 잡으세요."
"네!"

방금 기계에 적혀있던 숫자가 남은 시간이라고 친다면.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날아가야만 가능성이 있었다.
길게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아, 스택까지 써야겠네."

하지만 그게 아깝다고 따질만한 상황은 절대로 아니었다.
겨울님이 다급하게 말한 것을 생각하면, 피하지 못하면 생각보다 심각한 사태까지 진행되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파앗!
우리가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기계가 있던 중앙에서 시작된 새하얀 빛이 도시를 전부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밤길을 걸어가던 악마들의 날개가 새하얗게 변했다.
애초에 밖으로 내쫓는 게 아니라 도시전체를 정화하는 거였구나.

"휴, 괜찮으세요?"
"네...."
"그나저나 여기는 어떻게 아신 거예요?"
"계속 여름 언니를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타락의 탑에서 여름 언니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걸 조사하다가 얀별님이랑 같이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고...."
"잠시만요. 그건 알겠는데. 그럼 그전에는 어떻게  거예요?"

대충 예상은 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본인의 입으로 상황설명을 듣는 것이 제일 좋겠지.
이런 상황이라면 아연씨가 했던 말은 전부 믿을만한 것이 아니게 된다.

"여기 처음 들어오고, 저랑 여름 언니는 악마 쪽 진영이었어요."
"정신 나갈 것 같애...."

- ㅅㅂㅋㅋㅋㅋㅋㅋ
-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고~
- ㅋㅋㅋㅋㅋㅋㅋㅋ
- 난 너를 믿었는데~
- 아니ㅅㅂㅋㅋㅋ
- ㄴㅇㄱ
돌겠네 진짜
- 이게 반대였어?

그러니까 애초에 둘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 진영에서 시작했다는 거다.
그럼 겨울님이 악마한테 당해서 타락 당했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반대로 아연씨가 천사한테 당해서 정화 당한 것이 된다.
진실을 알고 나니까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습격을 당했고, 제가 먼저 당해서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어? 그래도 그건 구라가 아니었네요."
"구라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하세요...."
"그리고 여름 언니는 그걸 막으려다가 결국 본인이 당했고.... 언니가 저를숨겨준 덕에 저는 살아남았어요."

하지만 그 뒤로 아연씨는 천사들에게 잡혀가서 정화를 당했다.
그렇게 해서 아연씨의 패닉 수치가 최대치까지 올라갔고, 그 상태로 강제로 조종당했다는 거지?
와, 그 와중에 기억은 전부 있어서 그럴듯하게 연기한 거야?
소름 돋네....

"그 뒤에 일어나서 여름 언니랑 연락하려고 했는데, 전혀 통하질 않았어요."
"처음부터 반대로 이야기를 했구나. 너무 그럴듯한 이야기라 홀라당 넘어갔는데, 사람만 바뀌었을 줄은 몰랐지...."
"언니가 어떤 상태인진 모르겠지만,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거예요. 여름 언니를 구해주세요. 얀별님."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 대사
- PTSD ON
- 왠지  배신당할 것 같은 기분ㅋㅋㅋ
- 마법의 대사네ㅋㅋ
- ㄹㅇ 말하는 거 똑같네ㅋㅋㅋㅋㅋㅋ
- 이게 여름과 겨울?
아ㅋㅋ
- 그럼 패닉 버틴 건 여름이었네

"점심 나가서 먹는다앗.... 결국 패닉 수치가 높아진  여름님이었다는 거네."

시청자들은 겨울님이 패닉 수치를 최대한 높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통스러워한다는 건 알지만, 그게 큐브에 문제가 있어서강제로 행해진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애초에 그게 알려지면 겨울님이 잡혀가니까....
아무튼 패닉 수치가 올라가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버티는 사람은 겨울님이 아니라 아연씨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결국은 내가 구해야 했던 사람이 항상  옆에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겨울님을 구해야 한다는 상황에 빠져서, 근본적인 부분을의심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긴 한데, 머리가 어지럽네요."
"그런 상태에 죄송한데, 지금 이대로면 바로 천사 쪽이 승리할 거예요."
"여기 밀린  그렇게 커요?"

아연씨는 그냥 주요 거점이라고만 이야기했는데?
애초에 여기 하나 점령한다고 그렇게까지 큰 데미지가 있는  맞나?

"뭐,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거의 수뇌부만 아는 사실이니까요. 저도 최근에야 모든 퍼즐을 맞췄고...."
"전쟁을 끝내는 조건이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한쪽을 모두 정화하거나 타락시키는 방법이죠."

처음에는  말이 뜻하는 의미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조금전에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았다.

"설마 신화의 그릇이라는 지역이 중요한 이유가 그거에요?"
"네, 저기서 붉은색 렐릭과 푸른색 렐릭을 모두 사용하면 전체에 정화나 타락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그리고  렐릭은 천사가 푸른색, 악마가 붉은색을 하나씩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각각 정화의 탑과 타락의 탑에서.

"이런 시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흑우였네
아ㅋㅋㅋㅋㅋ
- 겨울이가 아니라 렐릭 찾으러 갔었네
- ㅅㅂㅋㅋㅋㅋ
- 진짜 뒤통수 얼얼하다
오우 좀 치네
- 그냥 천사  캐리하고 다녔네ㅋㅋㅋ
- MVP는 하얀별입니다

애초에 타락의 탑을 찾아가서  지랄을  이유가 붉은색 렐릭을 훔치기 위해서였다.
하긴 해킹해서 겨울님의 위치를 찾는다는 것도 좀 이상하긴 했어.
판타지니까 그런가 보다 했던 거지.

하지만 그게 전쟁의 승패와 크게 관련된 렐릭이라는 물건이라면?
당연히 전쟁용 해킹에서 필요한 기능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귀한 물건이니까 병력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지키려고 했던 거고.

'그나마 다행인 건 푸른색 렐릭은 여기 가져오지 않았다는 건가?'

그거까지 바로 가져왔으면 곧바로 게임이 끝날 뻔했다.
물론 아직 천사가 이겨야 하는지 악마가 이겨야 하는지는 확신하기는 어렵긴 한데.
이제까지 상황만 정리하면 확실히 악마가 나아 보인다.

천사들은 정화를 통해서 패닉 수치가 오를 만큼 고통을 주며 억지로 행동을 강제한다.
하지만 악마들은 타락해도 패닉 수치는 전혀 오르지 않고, 따라서 딱히 행동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이것만 봐도 천사가  나쁜 놈들이잖아.
일단 지금은 이 판단을 믿고 악마들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을 해야지.

'애초에 타락이라는 건 정화의 영향력을 지워줄 뿐인 착한 행위였네.'

말만 보면 정반대일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다는 거였다.
따라서 아연씨를 되돌리려면 아연씨한테 타락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되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타이밍을 잡으려면 천사가 우위인 상황을 뒤집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부터는그럼 그 푸른색 렐릭을  안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거지?"
"아마 지금쯤 정화의 탑에서 이쪽으로 가져올 방법을 생각 중일 거예요."
"그냥 들고 오면  되는 건가 봐요?"
"천사는 악마들이랑 다르게 믿을만한 실력자가 별로 없거든요. 반대로 악마들은 해킹 실력이 없어서 제자리에 있는 건 못 가져가고...."

꺼내는 순간부터 악마들에게 빼앗길  있어서 조심한다는 거다.
사실상 내가 있었기 때문에 천사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거네.
원래라면 내가  속아서 그걸 가지러 갔겠지?

"진짜 소름이 다 돋네...."
"당장 수도에 있던 꽤 많은 전력을 빼앗은 셈이라, 최대한 빨리 렐릭을 가져오려고 할 거예요."

생각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망할.


☆ ☆ ☆ ☆  ☆ 



"역시 인원수로 미니까 쉽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왜캐 신남? 왜캐 신남? 왜캐 신남?
- 방장 또 신났노
- 이건 너무 쉬운데
- 아ㅋㅋㅋㅋㅋ
근데 여기는 남은 병력 없으니까 당연한거지
- ㄹㅇㅋㅋ

정화의 탑을 정면으로 부수고 들어가고, 거기에 2차로 들어온 유저 병력을 쏟아낸다.
이것까지만 해도 천사들은 아주 당황스러울 거다.
하지만 제일 당황스러운 건 내가 최상층까지 바로 직진해서 싸움을 걸고 있는 지금 상황이겠지.

"여름과 닮은 외모. 네가 그 하얀별이라는 사람인가 보네."
"그렇다면?"

- 헉 눈나ㅏㅏㅏㅏㅏ
- 시발 존나 꼴리네ㅋㅋㅋㅋ
- 옷 차림 미쳤나?
- 저게 어떻게 천사야? 저게 어떻게 천사야? 저게 어떻게 천사야?
- 천사가 아니라 치녀노ㅋㅋㅋㅋ
- 와 근데 진짜 존나 이쁘네
- ㅋㅋ맨날 애새끼 몸매인 방장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자꾸 열받는 채팅을 올리는 이유가 뭐야?
순간 울컥해서 한마디 했다가,  내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정했다.

"진짜 뒤진다. 아, 이미 뒤졌구나. 미안하다."

- 이걸 두번 죽이려고 하네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방장 너무해 방장 너무하 방장 너무해
- 얘들아 좀 닥쳐봐 천사 눈나 구경하게
- 근데 진짜 옷 존나 천박하네ㅋㅋㅋ
- 하얗기만 하지 서큐버스 그 자체ㄷㄷㄷ
- ㄹㅇㅋㅋ

저게 뭐가 예쁘다는 거야.
옷은 확실히 야시시하긴 한데, 얼굴이나 몸매는  취향이 아니다.
하긴 내 취향이 너무 외길이긴 하지.

"그래서 나를 뭐 유혹해서 막겠다는 거야?"
"흥, 이건 그냥 내 취향이야. 설마 외모로 사람 실력을 차별하는 성격인가?"
"아니. 그냥 객관적으로 좆밥인 것 같아서 그렇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착하게 해!!!!
- ㅠㅠㅠㅠㅠㅠㅠㅠ
- 착하던 그녀는 죽었어 이젠 없어
- 아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솔직히 너무 좆밥이긴 하다
- 그건 맞지ㅋㅋㅋㅋㅋㅋ
- 펙트 멈춰!!!

5초 정도 버티면 많이 버틸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각성 능력을 쓸모없는 걸 받았어도.
짬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뒤져."
"힉!?"

- 이거지ㅋㅋㅋ
- 손가락만 튕겨도 못이길걸 꼭 깝치더라
- ㄹㅇ내 앞에 방장 있었으면 바로 튀었지
- 그녀는 신이야 그년은 신이야 그녀는 신이야
질질 싼다
- 눈나 나가죽어~
- 그년은ㅇㅈㄹㅋㅋㅋㅋ
- 진짜 죽네ㅋㅋㅋㅋㅋㅋ

"여, 역시.... 들었던 대로 강하네. 하지만 렐릭은 여기 없어. 지금쯤이면 벌써 신화의 그릇에 도착했겠지. 전쟁은 우리의 승리야."
"여기 없는 거? 당연히 알지."
"예? 그, 그렇다면 최고 무력일 하얀별이 왜 여기에?"

이 새끼는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자꾸 지껄이는 거야.
물론 내가 좀 비슷하게 꾸며 입긴 했는데.

"내가 별이 언니라고 말한 적이 있냐?"
"엣...?"

- 엣?
-했잖아 나쁜년아ㅋㅋㅋㅋㅋ
- 음란 천사 당황하다
- ???: 이게 아닌데 시펄
- 아 방장 입꼬리 올라가네
- 진짜 중증이다 에휴
- 하연별 이야기만 나오면 좋아죽지ㅋㅋㅋ
- 적당히 하고 죽여~
- 인성 돌았네 진짜ㅋㅋㅋ

어쩌라고.
내가 좋다는데 너희들이 어쩔 거야.
너희도 이런 내가 좋아서  방에 있었던 거잖아.

"나는 시리엘이야. 별이 언니는 지금쯤 신화의 그릇에 잠입해 있을걸?"

우리가 생각한 그대로 움직여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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