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1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3) (171/182)



〈 171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3)

"역시 날개가 검은색인 편이 편안하긴 하네."

- 크 이쁘다
- ㄹㅇ왜캐 검은 날개가  어울리지?
- 이게 천마?
- 오오
이뻐용
언니  죽어
- 날개 하나로 분위기 확 바뀌네

심플월드 공략 당시에 계속 검은색 날개여서 그런 건가?
만약 아연씨에게서 렐릭을 빼앗으면, 그걸 이용해서 단체로 타락을 걸어야 했다.
그걸 위해서는 나 자신이 악마일 필요가 있었기에 직접 타락을 받아놓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속지만 않았어도 여기가 이렇게 작살나진 않았을 텐데."
"아뇨.  모르셨다면 어쩔 수 없죠. 그만큼 천사 놈들이 천랄한 겁니다."

악랄이 아니라 천랄이구나.
정신 나갈 것 같아.
무슨 선악 역전 세계도 아니고.

"헉, 헉.... 겨울아!"
"언니?"
"너 진짜, 진짜...."
"설화님, 괜찮아요. 아니었다잖아요."
"...네"

겨울님을 놓치기 싫다는 듯이 꽉 껴안은 설화님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2차로 만들어진 병력이 들어오면서, 설화님도 그사이에 껴서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저쪽은 리엘이가 도착했겠네.

"설화님이랑 유저분들은 겨울님 지켜주세요.  혼자 들어갈게요."
"괜찮으시겠어요?"
"보급으로 들어온 A급 마력 심장이면 충분해요."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 하는 것이 공략의 최종전인 만큼 보충해둬야 했다.
특히 이제까지 스택을 꽤나 소모했기 때문에 마력 심장으로 땜빵 쳐야 하는 게  있지.
그래도 그 이외에 스펙적인 도움이 필요할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질로 잡아서 내 움직임을 제한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번처럼 최대 화력으로 전투할 때는 혼자가 나았다.
 안되면 포카도 엄호하기로 했고.

"지금 경보 해제할게요. 위치에 도착하시는 순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여름 언니랑 만나는 순간 주사 놓으세요."
"다 알고 있어요."

악마측에는 해킹 실력을 갖춘 이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건 겨울님이 합류하기 이전의 이야기로, 지금은 벌써 천사 측과 비슷한 수준을 따라잡아 있었다.
신화의 그릇 지역을 들어갈 때 사용하는 경보 해제 장치는 물론이고.
한동안 렐릭을 사용한 정화 대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천사 혈청까지.
뭔가 엄청난 것들을 만들어서 지원해주셨다.

"여름 언니를 꼭 구해주세요."
"네, 당연하죠."

나야말로 아연씨를 구하고 싶었다.
이제까지 아연씨는 내 옆에서 계속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점이 죄송할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구해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실수 없이 확실히 구해드릴 수는 있도록 오늘을 준비했으니까.
제발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위치 도달했습니다. 걸린 것 같지는 않아요."
"오케이. 확인했습니다. 현재 정화의 탑 습격 시작했습니다. 놓쳤던 푸른색 렐릭 운송팀 접근 시작합니다. 준비해주세요."
"네, 운송 들어오는 거 확인했습니다. 준비합니다."

- 가즈아ㅏㅏ
리엘이 방송을 안키니까 답답하네
- 자 드가자 드가자
- 시리엘 방송켜!!!
- ㄹㅇ  큐리에이터 활동만 하냐고
- 근데  저쪽 생방을 키라는 거임?
- ㄹㅇ저쪽 너무 궁금하네
- 그야 재미있으니까
- 시작하냐? 시작하냐? 시작하냐?

조금씩 신화의 그릇 내부로 들어오는 천사로 이루어진 병력.
 병력이 지키고 있는 게 높은 확률로 푸른색 렐릭이겠지.
그게  앞에 있는 기계의 동작을 위해 반입되는 순간 내가 습격한다.

그럼 푸른색 렐릭과 붉은색 렐릭이 모두 모인 상태가 준비되어 있을 테고.
두 개의 렐릭을 모두 빼앗으면 대충 상황이 해결된다.
그게 이번 작전의 기본 골자였다.

'그 뒤에는 포카의 엄호를 받으면서 중앙에 있는 기계에 붙고, 신화의 그릇 기능을 이용해서 모두 타락시키면 성공.'

말이 작전이지 그냥 힘으로 빼앗겠다는 소리였다.
물론 두 렐릭이 모두 모이는 것부터 위험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반대로 한쪽 렐릭을 훔쳤더니, 다른 렐릭을 들고 사라지면 이번에 결착을 낼 수가 없다.

이제 누가 승리해야 하는 쪽인지는 확정이 나버린 상태고.
그렇다면 굳이 그런 식으로 결말을 미루는 건 좋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전투에서 밀려서 질 자신이 없었으니까.

['시리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별이 언니 이쪽은 끝났어

아마 여기도 좀 있으면 들어갈 타이밍일  같다.
천사 병력 대부분이 내부로 진입한 순간, 나는 들고 있던 주사를 내 다리에 꽂아 넣었다.
주사 내부의 약물이 모두 들어가자, 주사기를 대충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발끝에 마력을 모아서 박차고 뛰어나갔다.

"흡!"

평소처럼 들고 있던 지팡이에 마법을 씌워 검으로 바꾸어낸다.
마법의 화력이 부족할  있으니까, 일단 계략 스택 몇 개를 소모해놓고 시작할까?
콰앙!
문을 부수며 들어가자마자 내부를 살폈다.
거의 일시 정지한 듯한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는 천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얀별님."
"여름님, 거짓말이 장난이 아니시던데요?"
"별로 그렇게 대단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대부분 진짜였잖아요."
"대상이 거꾸로라는 것만 빼면 그렇긴 하네요."
"님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이에요."

뭘 그렇게 생각해.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이 가짜야.

"고통스럽나 봐요? 자기한테 소중한 사람을 그런 식으로 이용당해서."
"당연하죠. 이런 상황에서까지 시간을 끌려고 한다는  참 화날 정도로요."

천사들은 아연씨에게 다가가는 나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냥 내가 휘두른 검의 여파만으로도 다들 나가떨어졌다.
뭐가 이렇게 쩌리 밖에 없어?

"마지막 인사를 해두시는 게 어떨까요? 아마도 이번에도 제가 이길 것 같고, 그럼 이분이랑도 평생 만나지 못할 것 같은데."
"지랄하네. 절대로 그럴  없어."

시작부터 마력 심장을 하나 불태운다.
질질 끌면서 간을 볼 필요는 없어, 상대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사이에 최대한의 화력으로 밀어붙여야 해.
파지직!
검 모양으로 모여든 마력 심장의 마력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진하게 휘몰아쳤다.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오러보다 강하겠지만....

'담금질 하는 거야.'

내가 떠올리는 날카로움을.
뭐든지 단번에 베어낼 수 있는 강렬한 반짝임을.
이곳에 담아 오러로 깎아낸다.

"여름님 몸에서 썩 꺼져! 이 더러운 천사야!"
"워, 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
- 머야 이걸 막아?
- 와 시발
- 라는 내용의 애니 추천좀
- 이게 막혀?
- 뭔데ㅅㅂ
- 저렇게 쌘거였어????
- 아니ㅋㅋㅋㅋㅋ
- 엥?

파스스스!
그녀의 손에 막힌 오러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무기처럼 들고 있는 두 개의 렐릭을 확인했다.
설마 저 두 개가....

"요점은 렐릭과 신화의 그릇이 단독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세 개가 모이면 뭔가 다른 것이 된다는 거죠. 이를테면...."

성유물.
리트라이 시스템에서 자신의 실력 일부로 쳐주기까지 하는 장비 시스템.
그러니까 두 렐릭과 신화의 그릇을 모두 모으면, 기계의 동작으로 승리하는 것 이외에도 성유물로써 전투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가능하다는 거다.

'처음부터이걸 고려해서 쿨하게 이동시켰구나.'

처음부터 우리가 시간을 질질 끌지 않을 거라는 것을 눈치챈 거다.
그리고 렐릭을 모두 자신의 손에 쥔다면 장비로써 사용할 수 있으니, 동작시키는 시간 동안 나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 판단했겠지.
하지만 그건 결국 막아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어차피 그녀는 최대한 오래 버틸 생각으로 지금 상황을 막고 있을 뿐이다.
반대로 나를 제압할 정도의 화력이 있지는 않을 테고.
그렇다면 아직도 내가 더 유리하다.

"제가 생각보다 이번 공략전까지 스택을 많이 쌓아놨거든요."

마력을 물처럼 써서 공격을 쏟아붓는 것이 당연해지고.
그것조차 막아내면 스택을 사용해서 다시 마력을 회복한다.
더 강해진 스펙으로 다시 돌진하고, 그것조차 막으면 다시 마력을 회복한다.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고.
결국 그 끝에는 내가 이길 거라고 믿는다.
내 오러는 그런 믿음 속에 더 견고해진다.

[59:59]
[59:58]

기계의 중앙에 떠오른 시간이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대충 남은 시간은 1시간인가?
1시간 이내에 그녀를 제압하고 렐릭을 모두 탈취해야 한다.
여유롭네.

"당연히 이대로 시간을 끌면서 싸워도 이기겠지만...."

마력을 왕창 꺼내면서, 남아있는 스택의 7할 정도를 빠르게 소모했다.
미친 듯이 늘어난 마법의 효율을 느끼면서 검을 휘둘렀다.
콰앙!
그저 검과 보석이 부딪히는 것뿐인데도 강렬한 폭음과 빛이 발생하며 반탄력에 튕겨 나왔다.
이거로도 부족하다는 거야?

"죄송하지만, 제가 하얀별님의 수준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로 싸움을 걸었을 리가 없잖아요? 방송으로 싸우는 걸 자주 봤는데, 그걸 모를까."
"...네가 여름님인 것처럼 말하지 마!"
"송구합니다만, 저한테도 같은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프라이버시 정도는 지키고 있잖아요?"
"닥쳐!"

생각보다 강했다.
그녀가 만들어낸 오러는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나를 완벽하게 저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올곧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여름님이 큐브를 시작한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방심했는데....'

그렇게 생각할만한 수준을 넘어선 실력이야.
나는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술에 화력만 더해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정말 압도적인 수준이라면 모를까.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내가 특성으로 가지고 있는 시간의 법칙을 사용하면 이길 수 있다.
최근 시간을 많이 후원받아서 상승 폭이 높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곳을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이 워낙 많아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너무 어렵다.
애초에 그건 최후의 방법이기도 하고.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천마신공 제2식, 베기!"
"미친!?"

- ???????????
- 이걸 따라하네
- ㄴㅇㄱ
- 진짜 도플갱어전도 아니고ㅋㅋㅋ
- 이게 뭐꼬
- 천마가 둘ㄷㄷㄷㄷ
- 천마가 복사가 된다고!!!!
- 아니ㅅㅂㅋㅋㅋㅋㅋㅋ
- 외모만 닮은게 아니었어??

확연하게 강해진 오러가 나를 덮쳐온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래봐야 지금 내가 사용했던 오러보다는 약하다.
그렇게 믿으며 검을 휘둘렀다.

쿵!
마치 아주 거대한 무언가에 부딪힌 것 같은 감각이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정도로 쓰러질 정돈 아니기에, 덜덜 떨리는 손에 마력을 불어넣어서 버텼다.
조금씩 틈을 비집고 베어내려는 톱날 같은 감각.
그 감각을 무르게 하고 무르게 한 뒤에서야 튕겨낼 수 있었다.

"헉, 헉...."
"요로코롬. 똑같이 할만한 실력은 되거든요."
"그건 좀 좆같네."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내가 많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진짜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한 번도 쓰지 않고 남겨둔 카드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지?

'오히려 좋아.'

[게이머의 혼(S)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의 능력을 3개 표시합니다. 이  하나의 능력을 선택하여 특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능력의 세부적인 특성이나 스펙은원본과 다르며, 능력을 다시 선택하려면 대가로 시간을 지불해야 합니다.]

내가 저번에 새로운 특성인 게이머의 혼을 받은 후에 능력을 고르지 않았기에, 이 특성에 대해서는아연씨가 모르고 있을 터다.
 덕분에 저 녀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 전투 수준에 맞춰서 작전을 이끌어왔고.
그거로 선취점을 따냈다는 느낌이지.

하지만 반대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그 이상은 준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작전 수립하기 어려운데, 그런 예상외 사태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은 적다.
아니, 고려했다고 하더라도 그거조차 뛰어넘으면 된다.

[천마신공 (영원한 전쟁)
상대에게 느끼는 살의가 적을수록, 전투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사랑하는마음 (심플월드)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이 많을수록, 마법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운명의 검은실 (로스트 메모리즈)
마력을  형태로 정제하기 쉬워지며, 실 형태를 유지하는 마법의 완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다시 읽어봐도 다 좋은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중에서도 최대한 강한 화력을 뽑아낼 수 있는 걸 골라야 했다.
시간을 좀 낭비하더라도 확실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니까.

'이건 절대로 고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면서 능력 하나를 골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