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6)
"어, 음.... 8월 18일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 ㅎㅇ
- 와! 생일!
- 별하
- 생일 축하드려요
- ㅊㅊㅊㅊㅊ
- 오셨다!
- 와 얼마만의 캠이야ㅋㅋㅋㅋ
- 후원 딱대ㅋㅋ
되게 기분이 새로웠다.
생일에 방송하는 것이 처음은 아닌데, 그 방송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것은 처음이니까.
심지어 생일 방송의 컨텐츠도 이렇게 제대로 된 것들이 준비될 줄 몰랐는데....
"다들 고마워요. 아니, 나는 생일 넘어가려고 했는데 저번에 겨울님이 다 말해가지고...."
솔직히 이번 연도 생일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벌써 겨울님이 다 말해버렸다.
방송 시작하자마자 하는 것이 왜 내 생일 챙겨주는 거야.
돌겠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디서 도망치려고
- 팬박스는 다 도착하셨나
- 아ㅋㅋ 빨리 후원 열라고
- 문열어!!!
- 어디서 그냥 넘어가려고
- 언박싱! 언박싱!
"잠시만요. 후원을 열어는 둘 건데, 진행 때문에 하나하나 반응 못 해 드릴 가능성이 커요. 미리 죄송합니다."
팬박스, 아무래도 스트리머들이 주소를 노출할 수는 없으니까 대행해서 택배를 전달해주는 업체다.
생일이라고 했더니 여기로 생일선물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이 꽤나 계셨고, 그 택배들이 눈앞에 가득 쌓여있는 상태였다.
"오늘 일정은 팬박스 온 것 구경하고, 편집자님이 준비해주신 영상 볼 겁니다. 그다음에 케이크 먹으면서 소통하다 가겠습니다. 어디로? 리트라이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쉬러 가는 줄
- 아니ㅋㅋㅋㅋㅋㅋ
- 오랜만에 현실 방송이다 싶었더니ㅋㅋ
- 그걸 못참고 들어가버리네
- 아ㅋㅋ
- 리트라이 못참긴해
- 생일 방송을 못견디고 게임을 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 리트라이도 세상이라고ㅋㅋㅋㅋ
"아, 아니. 벌써 리트라이 내부에도 소문 다 나가지고.... 거기서도 생일 축하해준다고 강제로 일정 잡혔어요. 누가 들으면 제가 게임에 미친 줄 알겠네."
솔직히 좀 억울하다.
심플월드 게이트를 공략한 이후에는 그래도 자주 밖으로 나와서 몸을 풀어주는데....
한 달 연속 접속 가능한 기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면 자주 나오는 거 아니냐?
- ????
- 미친 거아니었음?
- 애초에 게임에서까지 생일 축하를 받아야 한다니
- 아ㅋㅋㅋㅋㅋㅋ
- 1부는 현실 축하 2부는 게임 축하ㅋㅋㅋ
- 이게 생일파티지
- 근데 솔직히 영웅 생일은 챙겨야지
- 하얀별식 생일이네ㄴㅇㄱ
- ㄹㅇㅋㅋ
시작부터 생일 축하 후원들이 날아드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내 생일 방송이 맞나?
생일 숨기려고 한 괘씸죄라면서 후원을 더 넣는 건 대체...?
"으악, 살려주세요. 그만! 돈으로 때리기 멈춰!"
물론 그런다고 멈춰질 리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팬박스를 통해 도착한 생일선물부터 까보기로 했다.
나는 받을 때부터 가장 궁금했던 아주 무거운 박스부터 꺼냈다.
"저는 이 박스가 제일 궁금했어요. 아니 뭘 보냈길래 이렇게 무거워?"
기대하는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했다.
아마 이 정도 무게면 안에 액체라도 들어있는 것 같은데.
열어보면 막 음료수가 들어있을 수도 있겠는데?
"...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ㅋㅋ 누가봐도 하얀별 전용 선물이네
- 실용성ㅇㅈ
- 저거 누가보냈냐고ㅋㅋㅋㅋ
- 돌겠네 진짜ㅋㅋ
- 저건 진짜 상상도 못했네
- 해봐야 뭐 음료수나 그런 건 줄 알았더니
- ㄴㅇㄱ
- 액체긴 하네ㅋㅋㅋㅋㅋ
안에 들어있는 것은 큐브용 수액이었다.
당연히 장기접속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고급형 수액.
아니 이거 여유분이 넉넉하긴 해도, 결국 그거도 다 쓰면 필요할 테니까 좋긴 한데.
"아니, 진짜 누가 보면 내가 겜창인 줄 알아!"
- 펙트) 맞다
- 님이 겜창이 아니면 대체 누가?
- 솔직히 웃겨서 자기도 웃고 있음ㅋㅋㅋ
- 이걸 어떻게 참냐고ㅋㅋㅋㅋㅋㅋㅋ
- ㅅㅂㅋㅋㅋ
- 본심을 말해!!!
- 펙트) 한 접시
- 저걸 진짜로 보내버렸네
"크흠, 첫 번째 선물. 큐브용 수액. 잘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이런 선물들만 가득하진 않겠지?
하긴 얘가 박스만 봐도 특별하게 느껴질 만한 거였으니까.
다른 것들은 좀평범하겠지.
"아, 이거 작은 것들 모아둔 박스네. 이거 보고 갑시다."
아무래도 이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진 덕에, 작은 물건들은 한 박스에 모아서 보내주신다고 했었다.
그나저나 여기 스트리머분들 선물도 섞여있네?
아마 깜짝 선물로 보내주려고 팬박스로 보낸 모양이었다.
"설화님이 보내주신 거네요? 되게 작은데? 어, 사진이다."
인화된 사진들을 봉투에 담아둔 거였네.
근데 갑자기 무슨 사진을 이렇게 보낸 거야?
- ㅗㅜㅑ
- 정겨울! 정겨울!
- 아니ㅋㅋㅋㅋㅋ
- 생일선물이 왜 저런건데ㅋㅋㅋㅋ
- 아ㅋㅋ 큐브온각이라고
- 왜 선물들이 다 상태가 이런거임ㅋㅋ
- 이거 맞아?
왜 설화님이 나한테 주는 생일선물이 겨울님 사진이냐고.
그것도 누가 봐도 몰카 각도로 찍은 게 있는데....
이거 괜찮아!?
"바로 옆에 비슷한 봉투가 겨울님이 보낸 생일선물인데요? 아니, 설마 둘이서 서로 이렇게보낸 거야?"
그리고 그 설마는 정말이었다.
겨울님은 설화님 사진들을 찍어서 보냈다.
이거 아마 한쪽이 하다가 걸려서 그냥 서로 막고라 뜬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둘 다 조금씩 루냐님 사진 섞은 게 레전드네. 와, 여장! 가을님!"
['루냐'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아니 저걸 왜ㅋㅋㅋㅋㅋ
"어, 보고 계셨네. 언니 이거 너무 예뻐요!"
이걸 또 관람하고 계셨네.
안 그래도 설화님이 저번 사태 때 연락 안 되었다고 벼르고 계시던데, 그걸 이렇게 복수하셨네.
아니 근데 자매 문제를 내 생일 방송으로 끌고 오지 말라고.
"돌겠네 진짜.... 죄송해요 루냐님, 이거 썸네일 어그로로 쓸게요."
['루냐'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ㅁㅇㄴㄹㄷ휻ㄱㄹㅂㄴㅈ
죄송합니다.
하지만 큐브온 영상 썸네일 어그로는 못 참지.
제가 이번 영상은 가을이로 버스 좀 타겠습니다.
- 죄송하다며ㅋㅋㅋㅋㅋ
- 제일 악질이네 진짜ㅋㅋㅋㅋ
- 죄송하면 쓰지맠ㅋㅋㅋ
- 이게 악질?
- 얀별님 ㄹㅇ 악질이네
- 아ㅋㅋ 생일선물로 조회수 빨아야한다고
- 어그로 개쩔긴 하겠다ㅋㅋ
그리고 박스 안에서도 좀 커다란 박스를 열었더니, 내 팬아트나 사진으로 만든 액세서리들이 들어있었다.
팬분들이 만들어준 소량 굿즈들을 모아둔 것 같았다.
이거 꼭 집에 진열장 만들어서 진열해놔야지.
'솔직히 예쁘긴 해....'
나라도 아연씨 굿즈는 못 참을 것 같다.
여름님 빨리 굿즈 출시해주세요.
나도 덕질 좀 제대로 해보자.
"진짜 다들 실력 미쳤네.... 이거 만들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나중에 굿즈 만들 때 봅시다."
그런데 뭔가 박스 안에 이런 굿즈들로 가려져 있던 작은 상자가 하나 더 있었다.
아니 마트료시카냐고.
상자를 몇 번이나 까야 하는 거야.
"이것도 열어보겠습니다. 뭐지? 뭔가 혼자 엄청 고급스러운데?"
안에서 나온 것은 뒷면에 새하얀 별이 그려져 있는 카드들이었다.
그리고 별 근처에 꾸며진 선들이 3가지 색으로 되어 총 3가지로 나누어져 있는 카드.
설마 하면서 카드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이거 타로카드에요? 제 방송에서 쓰는?"
일부 일러스트는 새로 그리긴 했지만, 일러스트 덱 카드들만 보고도 대충 예상이 갔다.
바뀐 것들은 기존 일러스트의 사용 허락을 받지 못해서겠지.
키워드 카드의 디자인도 더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어져 있었다.
"다들 미쳤어.... 이걸 언제 준비한 거야? 전혀 몰랐는데?"
아무리 봐도 혼자서 준비한 퀄리티가 아니었다.
그리고 생일 유출된 건 나름 최근이었는데, 이건 그렇게 단기간에 준비할 퀄리티가 아닌데?
심지어 나는 전부 있던 걸 구매해서 사용하던 일반 타로카드도 나랑 주변 스트리머들이 그려진 타로카드로 바뀌어 있었다.
"이거 78장 전부 다 그린 거야? 아니, 미쳤냐고...."
- ㅇ0ㅇ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 내가 그린거다
- 진짜 몰랐구나?
- 뭐야 저거?ㄷㄷㄷㄷ
- 찐텐으로 당황했네ㅋㅋㅋ
-아아 이게 스수들의 힘이다
- 천마신교의 역작....
- 하얀별 타로는 못참지ㅋㅋㅋ
이러면 일러스트만 거의 100장은 선물 받았다는 소린데....
심지어 누가 검수를 했는지 타로카드에 담긴 그림의 의미가 꽤 잘 녹아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생일선물에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고마워요. 와, 진짜 감동이다.... 이 두꺼운 카드는 또 뭐야? 안에 메모리카드가 있네?"
['시리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거기 고화질로 이미지 파일 들어있음! 프로그램 쓰실 때 적용하세요!
"리엘아?"
리엘이는 왜 저걸 알고 있지?
설마 이거 만들 때 쟤도 참가한 거야?
['시리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아 ㅁㅊ 닉 안바꿨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딱걸렸네
- 시리엘도 천마신교였냐고ㅋㅋㅋㅋ
- 마신조차 천마 덕질은 참지 못한다....
- 닉변실패ㅋㅋㅋㅋㅋ
- 바보
- 그렇게 숨기더니 저렇게 걸리네
- 아ㅋㅋㅋㅋㅋ
그 뒤로 받은 선물들은 그래도 평범한 편이었다.
물론 좀 이상하다 싶은 것들도 있었지만, 앞쪽 선물들이 너무 임펙트가 컸다고 해야 하나?
"이제 슬슬 영상 보겠습니다."
주현씨가 나는 필요 없다는데 무조건 있어야 한다면서 만들어서 보내주신 생일 영상이다.
솔직히 오늘 타로 선물 때문에 엄청 기분이 좋아서 어지간한 영상으로는 나를 울릴 수 없을 거야.
주현씨도 예상했는지 시작부터 엄청나게 신나는 브금으로 시작했다.
「할만한데?」
"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저거 언제임?
- 와 ㅁㅊㅋㅋㅋㅋㅋㅋ
- 첫 방송이네ㅋㅋㅋㅋㅋ
- 생일 영상(흑역사)
- 킹만한데ㅋㅋㅋ
- 레전드네 진짜
아니 왜 시작부터 흑역사를 보여주고 그러세요.
이런 날은 뭔가 멋있는 것들로 들고 와 주시면 안 될까요?
안 그래도 오늘 시청자 많은데....
「천마신공 제1식! 광년!」
「어, 어라? 하얀별님? 우는 거 아니죠?」
「너는 몰라. 내가 여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 소연이가 죽는 것을 몇 번이나 봤는지! 소연이가 죽는 걸 보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선생님? 진짜 돌아버리신 건가요?"
주현씨, 저한테 혹시 뭔가 불만이 많으신가요?
왜 나오는 영상이 죄다 흑역사 클립에나 나올법한 것들이죠?
심지어 대부분 주현씨가 편집을 하기 전의 영상들이라서 장면 따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이게 사람의 악의?
- 시즌1호 생일빵 입장ㅋㅋㅋ
- 편집자 돌겠네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 얀별님 추해요
- ㄹㅇ 그땐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개추함ㅋㅋㅋ
- 이게 천마지ㅋㅋㅋ
- 방장님이 너무 부끄러워요
- 진짜 방송 레전드였네
일단 초반 파트로 내 머리를 때릴 생각이었다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아니 진짜 선정한 파트가 레전드네.
그 와중에 좀 멋있다 싶은 건 중2병 걸린 것 같은 장면이라서 지금 분위기에는 오히려 웃음벨이었다.
사실 나한테 불만이 많은 게 아닐까?
"편집자님. 불만이 있으시면 말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증기나라수증공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ㅋㅋ
- ㅋㅋ
- ㅋㅋ
- 개악질이네
- 얀별아 너 진짜 존나 추하다 나가뒤져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매니저 소신발언
- ㅋㅋ
- 이게 별동부?
구리 너까지 그러기야?
오늘 내가 생일이라서 봐준다.
「별이 언니, 생일 축하해요. 와아...!」
"리엘아...."
내 흑역사의 재생이 끝나자, 이번에는 주현씨가 스트리머들에게 부탁한 메시지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방송을 시작한 지 4달이 좀 넘어가는 것 같은데....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이랑 아는 사이가 되었네.
심지어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아무런 사건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영상은 지켜봤다.
내가 이런 생일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파지직!
그런데 잘 보고 있던 영상에서 묘한 연출이 시작되었다.
화면에 나와서 나에게 음성 편지를 남기던 리엘이가 사라지더니.
이제는 메시지 하나만 덜렁 남았다.
[시간 다 끌었다! 슬슬 리트라이나 접속하세요!]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