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32장 - 어떻게 사람 이름이 응우옌(3)
"생각보다는 수월하네요. 이유씨가 오면서 다 정리하셔서 그런가?"
"최대한 빨리 준비한 게 좋은 판단이었네."
- ㄹㅇㅋㅋ
- 이게 날먹?
- 진짜 사고 방식 자체가 다르네
- 근데 맨날 여기서 징그럽게 몰려왔잖아ㅋㅋ 이 정도면 선녀지
- 솔직히 아직까지 소모품 안썼으면 날먹 맞지
- 천마식 날먹이었네....
- 먼가 먼가임....
일단 나와 이유씨가 앞에 서서 거슬리는 몬스터들을 쓸어버린다.
그럼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반대쪽으로 도망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길이 생기고, 그래도 도망치지 않는 것들은 포카가 마무리.
아까부터 이 형태를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만 보면 꽤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주기가 굉장히 길다는 것을 생각해야 했다.
몬스터를 조지는 데 사용했던 마력이 다시 회복될 때가 되어서야 주기가 돌아왔으니까.
결국 코스트 소모가 없는 상태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라, 굉장한 응애 난이도였다.
"그래도 중국 쪽에서 지랄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이런 길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죠."
걸어서 베트남까지 가려면 무조건 중국 영토를 지나야만 했다.
괜히 우리가 지나간다고 습격하면골치가 아프지, 이길 자신은 있어도 분명히 자원 낭비를 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중국도 모든 국토를 수복하지는 못했고, 그래서 이런 버려진 루트를확보할 수 있었다.
"어차피 게이트만 설치하면, 중국은 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뒤로는 중국이 우리한테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걔들이 돌아버렸어도 S급이 부족한 상태로 깝치겠어?
베트남이랑 한국이 손잡으면 이쪽은 S급만 4명인데.
"여기가 저희가 거점으로 두고 있는 하이퐁 공원이에요. 예전 모습에 비하면 많이 처참하죠."
"확실히, 걱정을 많이 하실 만 하네요."
베트남의 상태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그나마 황저삼선단의 본거지만큼은 깨끗한 편이긴 한데....
이건 내가 리트라이에 도착한 직후의 한국보다도 심한데?
공원의 내부는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심각했다.
제대로 씻지 못해서인지 악취가 강하게 쌓인 사람들이 길바닥에서 자고 있었고.
병에 걸렸는지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진 이들이 엄청 많았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했어도, S급을 보유하고 있는 집단의 상태가 이래도 되나?
"왜 이렇게까지.... 그래도 저희는 최소한의 식량은 생산에 문제가 없었어요. 마력석이나 각성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불가능해요. 대부분은 각성하지 못한 무능력자고, 최근에 각성한 사람들도 대부분 병을 달고 있어서 자기 몸 회복하기에도 바쁘거든요."
"왜죠? 그 정도로 각성자 비율이 부족했다고요?"
"...초기에 나라에서 각성자는 전부 잡아갔거든요."
아마 베트남이 망하기 이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이유씨의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은 한국같이 게이트의 1차 습격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대비할 시간이있었는데, 그때 나라에서 각성자를 전부 잡아갔다고.
"갈수록 각성하는 사람의 비율은 줄었고, 나라는 각성자들을 노예처럼 부렸습니다. 그러다가 S급 게이트를 향해서 되지도 않는 도전을 하는 바람에 각성자들 대부분이 죽었죠."
"그 뒤에는 나라가 망했겠네요."
"네, 심지어 각성자들 탓까지 하더군요. 살아남은 각성자들은 국가에 반기를 들었고, 주석은 그날 죽었습니다. 그 뒤로 각성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죠."
그나마 사람들을 모으고, 생존자들을 지키겠다고 모인 단체가 황저삼선단이었다고 한다.
당시 각성자가 아니었던 응우옌 이유는 황저삼선단에게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가, 추후 각성한 뒤로도 이곳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에 성유물을 구하면서 S급에 턱걸이로 들어갔던 거죠."
"그래서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셨군요."
"네. 처음에는 S급 게이트를 무시하고 지역을 옮길까 했는데, 그러기엔 환경이 너무 나빠요. 아마 대부분이 죽게 되겠죠."
그렇다면 침식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이트를 해결할 방법은 딱 하나만 남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클리어하는 것.
"물자를 좀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할 수도 있겠네."
"아니에요. 저는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음, 일단 물자도 물자인데, 포탈부터 설치해야겠지.
우리가 적당한 장소를 물어봤더니 공원에 있는 분수가 좋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왜 굳이 여기를....
"아, 여기 대한민국에서 만들어 준 거거든요. 인천이었나?"
"...그랬어?"
- 아 ㄹㅇ?
- ㅇㅇ그렇게 알고 있음
- 여기서 신서울이 나와버리네
- 헉 그 분수가 신서울과 이어지는 포탈이 된다?
- ㄷㄷㄷㄷㄷㄷㄷㄷ
- 김사랑씨 머리 잘굴리네
- 와 이건 진짜 머리 잘 썼네ㅋㅋㅋㅋㅋ
- 의미를 때려박아버리는구만
앗,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것까지는 잘 몰라서....
하여튼 애초에 우리나라랑 관련이 있는 건축물이라는 소리였다.
거기에 신서울로 통하는 포탈을 지으면 확실히 상징성이 있겠네.
"죄송해요. 저희는 지금 이런 걸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거든요."
"상황이 나쁘니까요. 이해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우리 쪽 사람들도 그런 의미 부여되는 걸 더 좋아해요."
- ㄹㅇㅋㅋ
- 절대 못참지
- 랜드마크 못참지~
- 자매도시 인천이 만들어준 분수라고 관광 가이드 찾아보면 나옴
- 오...
- 자매도시ㄷㄷ
- 자매ViewBeam
- ?
- ??
- 설화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방에서 자매ViewBeam 같은 소리를 하는 설화님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저 인간은 왜 또 저러고 있는데?
저러다가 또 겨울님한테 걸려서 혼나지.
['정겨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언니 진짜 침대에서 딱 기다리고 있어.
- 오
- ㄷㄷㄷㄷㄷㄷㄷㄷ
- 헉! 뭘 해주려고
- ㅗㅜㅑㅗㅜ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걸 보고 있었네
- 정겨울, 화나다!
- 뭘 해주려고ㅇㅈㄹㅋㅋㅋ
조금 무섭네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하면 안 되려나?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거지.
"어때, 일단 설치는 저기다 한다고 치고.... 이쯤에서 임시 통로를 열건데."
"괜찮지 않을까?"
사실 물어봐도 나는 잘 모르는데.
다만 저 분수 위에 포탈을 제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나저나 그러면 여기가 원래부터 신서울이랑 자매도시였다는 거지?
"혹시 저희가 지금 신서울로 자리 잡고 있는 위치가 구 인천 자리인 거 알고 계셨어요?"
"네? 거기가 인천이었어요? 서울이라고 들어서 당연히 서울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면 그렇겠지.
애초에 나도 베트남은 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하여튼 처음부터 자매도시였다면 이야기가 쉬워지지.
"여기, 그러니까 하이퐁을 새 수도로 선포하고 국가 선포를 해버리시죠. 어차피 베트남에서는 이유씨 말이 법인데요."
"제, 제가요?"
그다음에 한국과 베트남의 새 수도들이 기존에 자매도시였다는 점을 기반으로 새로 자매도시 선포를 해버리는 거다.
그렇게 해서 두 곳의 연계를 확실하게 구축해버리는 편이 좋겠네.
"글자는 통하지 않더라도, 게이트 사태 이후로 말은 통하잖아요? 포탈을 이용하게 쉽게 해서 서로 그냥 교류를 만들면 되겠죠."
"저희가 너무 많이 받는 거 아닌가요? 지금 대한민국은 저희랑 비교하면 완전히 안정화된 상태인데...."
오히려 그래서 좋은 거 아니려나.
솔직히 말이 좋아서 교류하면서 도와주는 거지, 이후에 한국 유저들이 넘어와서 온갖 고인물의 패악질을 벌일 걸 생각하면 미안해질 정도인데.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하는 편이 베트남에도 좋겠지.
당장 여기는 그런 지원이 없으면 우르르 죽어 나갈 판이었다.
"애초에 저희 시장님이 원하는 미래가 그런 거라서요. 당장은 베트남에 유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저희도 이득 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감사합니다"
애초에 물자 지원은 한다고 말했는데.
설마 그게 일회성이라고만 생각했던 건가?
아마 내가 알기로는 이번 S급 게이트 공략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물자를 넣어줄 거다.
그리고 S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물자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면 그 다양성을 채우기 위해서도 계속 교류를 하게 될 거고.
베트남을 지원하는 편이 무작정 한반도를 수습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구하면 그 사람들은 인류의 전력이 되어서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다.
우리가 판단한 결론은 그런 흐름에서 도출된 것이었다.
"생각보다 금방 되네요."
"그냥 완제품을 최종 조립만 하면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이유씨, 슬슬 출발할까요?"
"...네"
일단 여기는 무사히 포탈이 열렸고.
계획했던 것처럼 물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가장 중요한 걸 하러 가야겠지.
[권장 등급: S
제한 인원: S등급 2인 이상
클리어 조건: 혈독의 감염을 종식시켜라]
이유씨와 나.
딱 둘이서 게이트를 통과하자, 이리저리 박살 나 있던 건물들이 시야에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수풀이 가득한 숲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세계관 '새외무림'이 적용됩니다.
오러의 영향력이 다른 것들보다 강해집니다.]
"무림? 여기서 무림이 나오네."
"이건 뭐죠? 클리어 조건은 아까 설명을 들었지만, 세계관이라는 것도 있었나요?"
"대충 이 게이트 안에서만 적용되는 규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연율'님이 200시간을 후원합니다.]
- 무협 무협 가즈아 천마신공!
여기 세계관은 일단 무협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여기서 내가 천마 행세를 하면서 다니면 되는 건가?
후원해 주신 분도 그렇고, 시청자들도 그걸 바랄 것 같기는한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헉! 새외무림!
- 아 하필 새외무림이네...
- 천마신공 ㄱㄱㄱ
- ㄹㅇ천마네
- 블러드엠페러 후속작 안나오더니 이걸 여기서ㅋㅋㅋ
- 천마! 천마! 천마!
진짜 돌겠네.
새외무림이면 아마도 일반적으로 무협지의 배경이 되는 중원의 밖을 말한다.
그나마 알량하게 가지고 있던 무협지식이 모두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일단 혈독이 뭔지를 알아내야겠네요."
"그러게요. 이름만 들어보면 혈교랑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혈교요?"
"아, 그런 단체가있습니다. 아마도 그 녀석들이 혈독이라는 걸 이용해서 나쁜 짓을 하는 거겠죠."
혈교가 왜 새외무림쪽에서 활개를 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게 클리어 조건인 이상 혈교를 조져야 하는 게 분명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천마라는 별명이 생긴 블엠에서도 혈교의 뒤통수를 치는 엔딩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튼, 천마의 이름을 걸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네요."
"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네?
- 아ㅋㅋㅋㅋㅋ
- 이러니까 개그프로그램들이 다 망하지
- 개쪽팔릴듯
- 클립ON
- 구아악
- 아ㅋㅋ
이걸 안 받아주시네.
하긴 이유씨가 스트리머도 아니고 그걸 받아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하지.
우리는 천천히 이동하며 주변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허름해 보이는 집을 하나 발견해서 안을 살피려고 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사람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이유씨가 깜짝 놀라서 검을 휘두르며 위협한 덕에 거리를 벌리며 멀어졌다.
"린!?"
"아는 사람이에요?"
"침식 때 실종되었던 사람이에요."
"무슨 좀비 바이러스라도 걸린 느낌인데...."
잠시만.
혈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피를 통해서 효과가 들어가는 독이라는 느낌이잖아?
좀비 바이러스의 특징인 물릴 때 감염되는 특징이랑 유사한데?
그럼 독인데도 굳이 감염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이해가 간다.
"저게 혈독에 감염된 상태인 것 같아요. 아마 혈교는 혈독이라는 이름의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모양이네요."
일단 혈교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건 확실하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저 혈독에 중독된 자들을 죽일지 말지에 대한 문제다.
왠지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일단은 치료약이 있다고 가정하고 죽이지 말죠."
"네? 정말요?"
[특성: '게이머의 혼(S)'의 능력이 '천마신공 (영원한 전쟁)'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재선택 비용으로 1,000시간이 차감됩니다.]
[천마신공 (영원한 전쟁)
상대에게 느끼는 살의가 적을수록, 전투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나는 린이라는 사람 뒤에서 우글거리는 다른 감염자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여신의 계락을 고쳐잡았다.
재선택 비용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니까.
나는 저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게 천마의방식이거든요."
나는 오러를.
아니, 검강(劍罡)을 뽑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