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33장 - 그것이 천마의 방식이니까(3)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 좋은 아침입니다."
- 뱅온!
- 후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하얀별 방송을 ㅋㅣㄴㄷㅏ
- 별하
- 얀하 얀하
- 요즘 너무 지루함
- 안녕하세요오오
- ㄹㅇ 계속 버티기만 하니까 좀 루즈하긴 하지
- 어쩔 수 없음
솔직히 방송이 좀 루즈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다 되어가는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는 거잖아.
"오늘은 뭔가특이한 움직임 있었어요?"
"아뇨. 근데 이제 슬슬 진입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음, 그래도 더 확실한 게 좋지 않겠어요? 아직 이유씨가 더 성장해야 안정적일 것 같은데...."
"죄, 죄송해요. 제가 더 빨리 강해져야 하는데...."
일단 이유씨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시간을 끌고는 있는데....
그래도 슬슬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근데 이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나?
"저거, 전부 감염자들이지? 하, 더 버티려고 했는데.... 일단 지금 가죠."
"네? 네!"
오독문을 향해서 징그러울 정도로 꾸덕꾸덕하게 모여드는 감염자들의 무리.
어지간한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징그러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저것들 하나하나가 무공을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공포지.
그나저나 더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걸 포기하고 난리를 치네.
혈교에서 저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바로 움직일 수밖에 없겠네.
"저것들 좀 상대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안에서 버티고 있을게요."
"그럴게요!"
오독문의 내부로 진입하자,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맹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구나.
이러면 좀 이야기가 쉬워지겠네.
"안녕하세요!"
"인사가 꽤나 거치시네요!"
끼기기긱!
검강과 검강이 부딪히며 강렬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검에 담은 반갑다는 감정을 서로에게 전한다.
나도 이제 검에 의미를 담는 것에 익숙해졌네.
"조금 봐주시죠. 저는 그렇게 강렬하게 생각을 담을 실력이 없어서요."
"뭐,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하나 있기는 했다.
서로 소통이 될 때까지 검을 맞대고 싸우면 언젠간 이해가 되겠지.
그러니 순순히 검을 부딪쳐라!
"상냥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제가요? 악질이라는 소리는 자주 듣는데요."
"착한 악질이라는 거군요. 잘 알겠습니다."
- ㄹㅇㅋㅋ
- 악질이긴 해
- ???: 하얀별 악질이다
- 솔직히 요즘 악질력 심상치 않긴 하지
- 아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네
- 그 와중에 잘 받아치네
- ㄹㅇ환독보다 잘싸우는데?
그건 그렇네.
환독은 날 독에 감염시키기 전까지는 전투력이 훨씬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맹독은 그냥 검을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강자를 상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스택을 소모하거나 마력 심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승리를 확신하기 어렵겠지.
스택을 조금만 꺼내 볼까?
솔직히 이제까지 엄청나게 아꼈기 때문에, 슬슬 공략 막바지인 지금은 여유 있게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큭...!"
"확실히 내공 자체에 독기가 서린다는 건 무섭긴 하네요. 하지만 그것도 맞아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내가 이제까지 고난이도 탄막겜 수준의 전투를 하루 이틀 해온 것이 아니거든.
일부러 숨겼다가 찔러오는 원거리 공격들도 대부분은 예상 가능한 범주라서, 굉장히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래도 환독이랑 싸우는 것보다는 확실히 싸우는 맛이 있어서 즐거웠다.
"내력을 다 쓰셨다 싶으면, 갑자기 어디선가 내력이 보충되시는군요."
"아마 무한하다고 보셔도 될걸요?"
- ㄹㅇ혼자 사기템들고 싸우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솔직히 말도 안되긴 함
- 아ㅋㅋ 보검이라고
- ㅅㅂㅋㅋㅋㅋㅋ
- 어떤 보검이 지팡이 모양인데
- 암튼 검임ㅋㅋㅋㅋㅋ
지팡이가 어때서.
거기 마법, 아니 술법으로 검 형태 만들고.
그 위에 기를 씌워서 검강 만들면 검이 되는 거지.
"만독해검(慢毒解劍) 제3식, 만각(晩覺)!"
나 말고 제대로 기술 이름을 말하는 적은 오랜만에 본다.
당연히 무공을 펼칠 때, 저런 식으로 이름을 외칠 필요는 없다.
다만, 당연하게도 기술명을 외친다면 그 기술을 구체화하기 쉬워지겠지.
'만약 같은 기술이라면....'
굳이 기술명을 떠벌리는 건.
그렇게 해서라도 기술의 효과를 늘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뭐가 바뀐 건데요?"
"그걸 알려주면 재미가 없잖아요?"
맹독은 웃으면서 계속 나와 검을 부딪쳤다.
처음에는 무슨 버프기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의 검에 담긴 힘은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강의 단단함도 비슷한 수...!
깡!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 뭐임?
- 와
- 깜짝이야
- ???
- 뭐가 어떻게 된 건데
- 오우ㅋㅋㅋ
- 아니 깜빡이 켜고 들어오라고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위화감 쪽으로 검을 휘둘렀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강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 맹독은 그곳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깡!
그리고 그 검도 당연히 진짜였다.
"오, 이번 건 조금 놀랐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전부 받아내고 계시잖아요!"
마치 두 명의 맹독과 싸우는 느낌.
물론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뿐이고, 이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자마자 금방 벗어날 수 있었다.
그냥 기습용 기술이네.
"아까 싸웠던 궤적 그대로네요. 자신이 휘두른 검의 궤적을 나중에 추가로 발동시키는 거죠?"
"대충 맞습니다. 엄청 빠르게 알아차리시네요."
"이 정도도 바로 반응 못 하면 천마 못하지."
['시련발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ㄹㅇㅋㅋ
- 미치겠네ㅋㅋㅋ
- 이제 누구보다 천마에 익숙해지셨다
- 도망치지 못하면 즐겨야지ㅋㅋ
- 교주님 최고다!!
- ㄹㅇㅋㅋ
- 하얀별! 하얀별! 하얀별!
-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피지컬로 막아버리네
"역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네요."
"저랑 맨날 붙으시던 분이 말하지 않으셨나 보네요."
"걔는 바빠서요. 최소한의 이야기만 해주고 들어가 버리네요."
하긴, 그런 것 같기는 했다.
맨날 연구소에 박혀서 독만 연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그러면서 그 정도의 무인으로 강해졌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래도 꽤 많이 부딪혔더니 알겠네요. 이 정도면 꽤 다행인데...."
"천마님!"
그때 나를 뒤따라서 들어온 이유씨가 보였고, 내가 그녀에게 정신이 팔린 순간 다른 공격이 찔러 들어왔다.
미리 숨어있던 비독이 찌른 단검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그걸 피할 수가 없다는 점.
눈앞에서는 맹독의 검이, 좌우에서는 아까 맹독이 미리 깔아둔 궤적이 있었으니까.
'이걸 예상하고 이상하게 검을 휘둘렀구나?'
하여튼 이런 상황이면 어느 쪽이든 독에 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맞아야 하는 공격이네.
솔직히 머리 잘 썼다.
"큽...!"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독의 단검에만스치면서 자리를 벗어났다.
내공을 써서 독기를 최대한 밀어냈지만, 그래도 아예 사라지지 않는 독기가 몸을 움직이기 어렵게 마비시켰다.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찮아요. 일단 비독이라도 좀 상대해주실래요?"
"네!"
마비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둔하긴 해도, 싸우지 못할 정도까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까처럼 공격적인 형태보다는 맹독이 우리 쪽을 찔러오는 걸 막아내는 걸 기본으로 했다.
"마비독이 들어간 게 이 정도라니. 완전 괴물을 상대하고 있었네요."
"자주 들어요."
- 자주 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 점점 뻔뻔해지는 교주님ㅋㅋ
- 그건 맞지ㅋㅋㅋㅋㅋㅋ
- 이제야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시네
- 아ㅋㅋ
- 자주 듣긴해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라, 이제 그냥 당당해지기로 했어.
솔직히 리트라이에서 사실상 랭킹 1위 수준을 달리고 있으면서, 아직도 내가 약하다고 하면 욕을 오지게 먹을 테니까.
다른 게임은 몰라도 리트라이는 내가 강하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만독해검(慢毒解劍) 제2식, 상독(上毒)!"
"미친!?"
이번엔 맹독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내 몸에 남아있던 독기가 폭주했다.
이미 심겨 있는 독기를 흔들어서 강화하는 무공인 모양이었다.
돌겠네.
"와, 시발...."
다리가 후들거려서 넘어질 것만 같다.
검을 부딪칠 때는 당연히 하체가 버텨주면서 잡아줘야 하는데, 이대로면 그냥 종잇장처럼 밀려나겠는데?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못했네요."
"그래요?"
"그래도 말씀하고 싶으신 말은 이해했어요."
확실히 저렇게 의미를 확실하게 담아서 전해오는데 알아먹지 못하면 멍청한 거지.
나는 잠시 이유씨와 비독이 싸우는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가져왔던 마력 심장을 몇 개 꺼내 들었다.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제3식...."
거대한 바다를 가르고 나아가는 배.
그 배를 움직일 정도로 강렬한 내력(內力)을 담는다.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넘어서는 올곧은 힘이 내 등을 밀어주고.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강렬하게 튀어 나가는 나의 몸은....
이미 하나의 전함(戰艦)이니!
"치투키(値投????)!"
마력 심장의 마력이 내 등을 엄청난 힘으로 밀어주고, 그 힘을 그대로 받아들인 내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거기에 스택을 추가로 소모해서 검강을 극한까지 강화하고.
나는 그대로 정직한 검로를 그려내서 부딪혔다.
쾅!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라기엔 너무나 강렬한 굉음이 귓가를 울리고.
뒤이어 찾아오는 이명이 심각성을 알린다.
- ????
- 치ㅌ,키 이지ㅏㄹㄹ
- ??
- 마ㅓㅁ??
-ㅁㅊ
- 네?
- 와 시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치겠네
- 내가 뭘 본거지
마비로 인해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면.
마력 심장의 기를 폭발시켜서 날아가면 되는 거잖아?
아주 간단한 이치를 담은 일격이었다.
"죽지는 않은 것 같고.... 이유씨!"
"네, 여기도 제압했어요."
"필요하면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죽이지는 마시고요."
"알고 있어요."
이제 우리가 전부 이겼으니, 독물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서 치료제를 찾으면 되겠네.
나와 이유씨가 신호를 줬더니 숨어있던 독물이 밖으로 나와서 합류했다.
"오늘은 그래도 무사히 성공했네요. 어차피 환독이 나와도 제가 혼자 처리할 수 있으니까, 이제 그냥 치료제를 찾으면 될 것 같아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쪽이에요. 따라오세요."
"넵."
우리는 독물의 안내를 따라서 오독문의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길을 걸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시독의 방으로 보이는 곳을 지난 다음부터는 굉장히 복잡하게 움직였다.
아마도 이 길을 모르면 접근할 수 없도록 진법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걸 아마 시독과 독물만 공유하고 있었을 거고, 나머지 세 명은 여기에 접근할 방법을 몰라서 내버려 두고 있었을 것이다.
독물이 여기 오지도 못하게 막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겠지.
"여깁니다."
"확실히 제대로 된 연구실 느낌이 나네요."
환독의 방과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아마 여기에 독물이 말한 치료제와 그 제작 방법이 적힌 문서가 있을 거다.
"어, 이것 같네요."
제목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자 하나.
그리고 저번에 독물이 가지고 있었던 치료제와 같은 약병들이 빼곡히 들어있는 가방.
"그거 맞는 것 같아요. 잠시 저한테 보여주시겠어요?"
"아뇨. 싫은데요?"
"네?"
나는 당황하는 독물의 표정을 보면서 씩 웃고는 가방에 있던 약병을 전부 쏟아버려 깨트렸다.
그리고 내력으로 불꽃을 일으켜서 책자를 빠른 속도로 불태웠다.
"이거 해독제 아니잖아."
해독제가 아니라 치료제, 아니 치료제라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이름이 존재한다.
혈독(血毒).
그렇게 부르는 것이 가장 어울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