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이든과 록이 밀약을 나누는 사이,
“육천오백.”
록을 찍어누르던 사내가 입찰금을 부르는데, 그 표정이 영 좋질 못하다.
백 금이면 변방 영지에 그럴듯한 집을 한 채 산다.
육천오백 금이면 수도에서도 궁궐 같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부담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든은 한 번 더 그를 찍어누르는 금액을 불렀다.
“칠천오백.”
다시 천금을 높여 부른 것.
그가 록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든 역시 포기하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칠….”
사내의 입이 열렸다가 머뭇거리는데, 결국 아니다 싶은지 고갤 저었다.
“됐소. 내가 졌소.”
더는 무리 할 수 없던 것일까. 패배를 시인하는 사내.
“칠천오백에 낙찰됩니다!!!”
길드장은 더는 입찰자가 없는지 묻지도 않고, 혹여 철회할까 아예 칠천오백에 못 박아두며 경매를 서둘러 마쳤다.
짝짝짝짝.
사람들이 이든을 향해 저마다 갈채를 보냈다.
그중엔 록도 섞여 있었다.
예상외로 큰 수익에 테이머 길드장의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하다.
릴리 또한 이든의 씀씀이의 많이 놀란 듯 보였다.
“저, 저기 도련님. 그럼 전 잠시 금액 반을 정산하고 오겠….”
그때, 테이머가 급히 달려와 릴리를 만류했다.
“아냐 아냐. 됐네. 그분은 내 따로 정산받도록 하지.”
사람을 섣불리 믿지 않는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
테이머가 음흉한 눈빛을 하며 재차 입을 뗐다.
“흐흐…. 어떻게 괜찮으신지요?”
“그러지요. 아, 릴리에게 들었습니다. 진행자분께서 길드장님이시라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진행자 겸 길드장인 테이머라고 합니다.”
“이따 록님과 함께 조촐한 자릴 마련할 생각인데. 길드장님께선 어떠십니까? 셋이서 즐길 만큼 놀 거리는 충분할 것 같소만.”
“어휴! 여부가 있겠습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자리는 제가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이따 자리할 때 대화 나누면서 정산도 그때…. 흐흐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그럼 이따 뵈겠습니다. 나리! 흐흐….”
멀어져가는 테이머를 바라보던 릴리가 놀란 얼굴로 이든에게 말했다.
“길드장님이 저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데!”
“그래?”
“저기…. 도련님! 이따 마련한다는 자리가 뭐에요? 저도 거기 데려가 줘요…!”
“너가?”
“안 될까요…?”
이든의 계획을 알 리가 만무했던 릴리가 자신도 한몫 단단히 챙기고자 따라나서기를 바랐다.
그녀의 의중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같이 있던 정 때문인지 이든은 썩 내키지 않았다.
“너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릴리가 금세 시무룩해진 얼굴로 입을 뗐다.
“도련님께서 불편하시다면 어쩔 수 없구요…”
이든이 풀 죽은 릴리의 목소릴 지나쳐 다시 단을 향해 고갤 돌릴 때였다.
경매를 마친 네 번째 상품이 다시 들것에 실려 뒤편으로 옮겨지는 사이. 길드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테이머에게 허겁지겁 다가왔다.
“저, 저기 길드장님.”
“무슨 일이야?”
속닥속닥.
듣는 귀가 많다 보니, 길드원이 테이머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는데, 그걸 듣던 테이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뭐, 뭐라고…!? 알겠네.”
테이머가 길드원을 물리고는 이든과 록에게 황급히 달려와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밑에서 문제가 생겨 일 좀 처리하고 금방 오겠습니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셔!!! 하하….”
이든과 록이 고갤 끄덕였고, 테이머가 옆에 있던 릴리를 불렀다.
“릴리!”
“예?”
“무대 준비시켜.”
“예? 옙…! 도련님. 저 잠시 다녀올게요.”
“그래.”
이든이 고갤 끄덕였다.
길드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릴리가 이든에게 양해를 구하곤 여자들을 불러 모은다.
그가 말한 무대.
상품에 문제가 생겨 경매를 진행할 수 없을 때, 일하는 여자들을 단으로 불러모아 화제를 돌리기 위한 수법이었다.
릴리를 포함한 여자들이 단으로 올라서자 이목이 일제히 무대로 쏠렸다.
잠시 뒤, 무대 뒤에서 야릇한 음악이 흐르고, 여자들이 저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로즈 씨가 움직였나 보군.’
무대 뒤편에서 느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든이 잔에 술을 마저 들이켜곤 탁자에 놓았다.
슬슬 그가 움직일 차례가 왔기 때문이다.
***
지하 감옥에 도착한 테이머 길드장은 당혹을 금치 못했다.
참혹했던 현장을 보여주듯 곳곳에 길드원들의 시체와 혈흔이 낭자했다.
“대체 보안을 어떻게 하길래. 상품을 모두 도둑맞는단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엘프를 싣고 이미 돌아왔을 땐 이미 이렇게 된 후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변명이 되진 못한다.
길드원이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는 그때, 현장을 살피던 수문장의 무거웠던 입이 열린다.
“한 명입니다.”
“뭐?”
길드장이 되묻자 수문장이 시체에 난 상처들을 가르쳤다.
“보십시오. 시신에 난 상처들이 일정한 것이 한 사람에게 당한 겁니다. 전문가의 짓이 틀림없습니다.”
“대체 어느 놈들이…!”
전문가를 보냈다는 것.
이는 필시 누군가 작정하고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때, 현장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드장님 뭔가 곤란한 일이 있는가 보군요.”
소리가 들린 곳으로 테이머가 고갤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엔다름 아닌 록이 서 있었다.
록을 본 테이머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다른 게 아니라 누군가 작정하고 노예들을 싹 다 훔쳐 갔습니다.”
“음….”
테이머의 말을 듣는 내내 록의 시선이 현장을 훑는다.
“한 사람의 짓이군요. 게다가 검엔 독까지 발라뒀어요. 완벽히 준비하고 왔다는 거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젠장!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상품을 도둑맞다니…!”
테이머의 한탄을 듣던 록이 곰곰이 생각하다 그의 등을 두들겼다.
“일단 기다리는 손님들부터 보냅시다. 노예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내 상품들을 찾아드릴 테니.”
“정말입니까?”
“훗. 이래 봐도 직함은 국경수비대장이오. 어차피 금방 도둑맞은 것이니 국경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요. 단속을 강화하고, 의심 가는 곳을 내 강제로라도 뒤져보겠소.”
“그래만 주신다면야 정말 감사합죠. 흐흐….”
테이머 길드장이 록에게 뇌물까지 주면서 곁에 두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 일에 관한 묵과도 묵과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록이 일사천리로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에 몇 번 비슷한 일이 있던 터, 테이머는 이번에도 록이 해결해 줄 것이라 전적으로 신임하고 있었다.
“그보다. 안 좋은 일도 안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소중한 동료가 될 친구가 기다리지 않소?”
이든을 두고 한 말이었다.
록의 말에 비로소 테이머도 생각난 듯 입맛을 다셨다.
“아휴! 물론입죠. 어찌 그런 약속을 잊겠습니까. 흐흐….”
도둑맞은 상품으로 심경이 불편하던 테이머의 얼굴이 다시금 웃음이 만개했다.
록이 다시 상품도 찾아주겠다.
배포 큰 사내가 구매한 카르엘과 엘프로 재미도 보겠다.
테이머는 지하에서 일어난 사단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어째선지 조금 뒤에 있을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던 그였다.
록이 수문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보게. 내 서신을 써 줄 테니 국경 수비 본부로 가져가게. 그럼 내 부하들이 알아서 해결해 줄걸세.”
“알겠습니다.”
일전에 한 번 해봤던 일이라 어려울 것이 없었다.
수문장이 고갤 끄덕이곤 록이 건네준 서신을 가지고 국경 수비 본부로 향했다.
그 사이, 록이 테이머에게 어깨동무를 하곤 끌고 가다시피 했다.
“자자. 이럴 게 아니라 어서 가세. 우리 친구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겠어.”
“하하하. 그러시죠. 이봐!”
테이머의 시선이 길드원 몇몇을 향했다.
“여기 밑에 대충 치우고, 내가 아까 말해던 것 준비해둬.”
“예.”
“알겠습니다….”
길드원들이 죽었는데, 파티 준비라니 누가 들으면 기겁할 노릇이지만 이미 이런 광경엔 너무도 익숙해진 그들이었다.
***
그들이 현장을 치우는 사이, 단에서 춤을 추던 여자들과 남은 길드원들이 저마다 바삐 움직이며 손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곤 양해를 구했다.
한창 분위기가 물오르던 때에 경매가 급하게 중단되자 사람들이 저마다 아쉬운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 엘프를 두고 양상을 벌이던 사내가 이든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조금 전은 참으로 대단했소.”
“과찬이십니다.”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물어도 되겠소.”
정중하지만, 왠지 강압적인 듯한 물음.
이든은 대답을 피했다.
“미안하지만 답해줄 용의가 없습니다.”
“흠. 그 정도 재력이라면 내 모르지 않을 터인데, 아무튼 좋은 구경 했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봅시다.”
이든은 말없이 고갤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남은 그 사내마저 걸음을 옮기고 이든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던 그때, 릴리가 다가왔다.
“오래 기다렸죠? 죄송해요. 급하게 문제가 생겨서….”
“고생 많았다.”
릴리가 땀을 훔쳤다. 꽤 긴 시간 동안 춤을 춰댄 탓에 힘들지 않을 리 없었다.
그때, 이든이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릴리.”
“네?”
“너는 지금 하는 일이 좋더냐.”
“…”
이든의 물음에 릴리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이든이 재차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내키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 릴리의 입이 옴짝달싹했다.
“하고 싶어서 하나요…. 어렸을 적부터 배운 재주라곤 이것밖에 없는걸요.”
“…”
릴리가 이든의 잔에 다시 술을 채울 무렵.
“다행히 계셨군요.
록과 테이머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왜일까. 내내 변함없던 이든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두 분을 두고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목적은 다르지만, 서로가 기다렸다. 록이 다가와 이든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우리 길드장님께서 자넬 위해 특별한 장소를 준비해두셨네.”
“그렇습니까?”
이든이 테이머를 향해 고갤 돌렸다.
테이머가 기분 나쁜 웃음 소릴 내며 귀에 대고 말했다.
“제가 아주 좋은 장소를 알고 있습죠. 어떤 소리가 나도 절대로 새어나가질 않을 밀폐된 장소를 말이죠. 흐흐흐….”
“오. 마침 잘 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그런 장소가 아주 필요했는데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흐흐흐….”
“후후후.”
테이머의 웃음소리에 이든 역시 마주 웃었다.
“이럴 게 아니라 바로 움직이시죠. 애들을 시켜 미리 준비하라 일러뒀습니다.”
“그러시죠.”
그때, 테이머의 시선이 이든의 옆에 우물쭈물 서 있던 릴리로 향했다. 릴리와 이든을 번갈아 보던 그가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뗐다.
“그 아이가 마음에 드신다면 같이 가셔도 좋습니다.”
이든이 고갤 저었다.
“이 아이와는 차후에 따로 얘길 나눌 생각입니다. 우선 그보다…. 함께 자리할 여러분들과 구매한 상품들을 확인하고 싶군요.”
록과 테이머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카르엘과 엘프가 떠올랐다.
지금 그들의 눈에 비치는 이든은 돈이 남아도는 대인배로 보일 것이다.
“흐흐…. 그러시군요. 자자 어서 가시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테이머의 안내에 이든과 록이 자릴 옮겼다.
테이머가 자랑하는 비밀 장소는 무대 뒤편, 지하 감옥으로 가는 입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여깁니다.”
끼익.
두껍고 투박한 철문 안엔 휘황찬란한 내부로 꾸며져 있었다.
탁자 위에는 고급술이 준비되었고, 눕다시피 할 수 있는 크고 넓은 의자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테이머가 자릴 권하고 이든과 록이 자리에 앉는 동안 이든이 낙찰받았던 상품들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년들은 여기에 두고 어서 나가봐라. 아,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귀빈들을 모시고 담소를 나눌 예정이니, 아무도 들어오지 말거라. 내 말 알았느냐?”
“예. 알겠습니다.”
테이머가 서둘러 손을 휘휘 저으며 길드원을 내쫓았다.
상품들을 보니 끓어오는 욕구를 참을 수가 없던 탓이다.
하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
테이머가 여인들을 이든의 양옆에 앉히고는 아부를 떨어댔다.
“자자! 그래도 낙찰받으신 상품이신데, 구매자분께서 상품을 먼저 받아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테이머의 말에 록도 수긍했다.
“맞는 말이오. 우리가 아무리 대접받는 손님이라도 경우는 또 아는 사람들일세. 상품 개봉은 역시 자네가 직접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욕망의 찬 시선들이 일제히 이든을 향했다.
그때, 이든이 화제를 돌리듯 말을 꺼냈다.
“그전에 잊으신 것이 있지 않으십니까?”
“잊은 것 말입니까?”
“상품 확인도 확인이지만 그보다 정산을 먼저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듣던 록이 옆에서 혀를 찼다.
“이 사람이 정신을 얻다 두고. 그걸 잊으면 어쩌나. 정산을 먼저 했어야 우리 친구분께서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상품을 즐겨보실 것 아닌가.”
“아차차! 그렇겠군요. 그럼 어서 빨리 서류를 가져오겠습니다!”
핀잔을 듣던 테이머가 앉은 자리 바로 뒤편으로 향했다.
그가 벽에 걸려있던 커다란 그림을 한쪽으로 치우자 안쪽에 마련된 금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머가 실실 웃으며 입을 뗐다.
“금액이 금액인 만큼 정산은 역시… 백지수표가 편하시겠지요?”
“그렇죠.”
“아! 그리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흐흐….”
애초에 남은 정산만 수표나 현금으로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든의 앞에 웬 서류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
이든이 그것을 집어 들며 물었다.
“이건 뭡니까?”
“아! 그건 다름이 아니라 저희 길드의 회원증입니다.”
“회원증?”
“여기 계신 록 님께서도 저희 길드의 회원이시죠.”
록이 잔에 채운 술을 한잔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경매에 낙찰되었다고 아무에게나 이 회원증을 돌리지 않네. 나 같은 경우엔 테이머 길드장의 뒤를 봐주니 회원이 될 수 있었지만, 보통은 오늘 자네와 같이 통 큰 손님들에게만 이 회원증을 권유하지.”
“이곳에 회원이 되면 특별한 혜택이라도 있나 보죠?”
이든의 물음에 테이머가 굽신거리듯 손을 비비며 입을 뗐다.
“후후. 별 건 아닙니다. 단지 회원분들께서 괜한 걸음을 하시지 않도록 오늘과 같이 최상급 상품이 입고되는 날에만 초대장을 발송해드리고 있죠. 게다가 초대에 응해주신 분들은 매번 귀빈석으로 모셔 저희 애들이 심심치 않게 접대해드리고 있습니다. 후후….”
듣던 록이 거들 듯 재차 입을 뗐다.
“테이머 길드장의 그런 근면 성실함이 지금의 길드를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내 장담하건대, 회원이 된다면 필시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때, 테이머 길드장이 웃으며 다시 이든 앞에 서류를 내밀었다.
“어떻게…. 손님께서도 저희 길드의 회원이 되어보시겠습니까?”
서류를 작성하면 단지 주 고객을 확보하는 것만이 아닌, 고객의 신상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지 이든이라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이든의 신상을 알고 싶어 하는 테이머의 얄팍한 수작이었다.
‘훗.’
찰나, 이든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든이 가득 채운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전에 이렇게 모인 오늘을 기념하고자 건배를 제안하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이든의 말에 테이머와 록이 환하게 웃었다.
“오호! 좋습니다.”
“젊은 친구가 뭘 좀 아는군. 후후후….”
록과 테이머도 각자의 잔을 채우곤 팔을 뻗었다.
“건배사는 뭘로 하는 것이 좋겠나?”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는 어떨까요?”
저마다 깊은 착각을 하고 있을 무렵 이든이 웃으며 입을 뗐다.
“테이머 길드의 마지막을 기념하며가 좋겠군.”
“그 무슨…?”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모두 의아한 표정을 할 때.
이든이 쥐고 있던 술잔을 놓았다.
쨍그랑.
떨어진 술잔이 탁자에 부딪히기 무섭게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에 파편이 튀었다.
“오늘부로 테이머 길드 폐점이라고 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