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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제 8화 신들의 회의. 그리고 기다리는 괴물들 (9/127)



〈 9화 〉제 8화 신들의 회의. 그리고 기다리는 괴물들

신계. 전설에 따르면 1세계에서 주신 켈렌트와 벨라작스가 만든 영혼 시스템(윤회의 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신족과 천족이 업무를 담당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을 중심으로 1세계의 모든 행성과 시스템이 굴러가며 빛의 주신이 거주하는 1세계의 심장부였다.
그렇기에 이곳에 사는 신족과 천족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다.
그런 그들이 웬일인지 모두 모여 있었다.


"주신님을 뵙습니다."


"주신님을 뵙습니다."


성스러운 합창이 신계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1세계의 주인인 빛의 주신 켈렌트가 신계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 때문에 드림랜드와 연결된 게이트로 모여 예를 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배의 대상인 빛의 주신 켈렌트는 무언가 불만이 있는지.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가라는 손짓을 하였고.
그러자 구름같이 모여 있던 천족들과 신족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하기 위해 물러났다.
방해꾼들이 사라지자마자 켈렌트는 몸을 숙이더니 신계의 가장 거대한 신전을 향해 빛으로 변하여 날아갔다.


“모두 도착했겠군.”


켈렌트는 자신의 신전에 도착하자.
육체를 재구성하고는 황금으로 장식된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그 안에는 원형의 탁자와  주위로 3명 정도 앉아있었는데.
그중 한 명인 흙의 거인은 의자가 안 맞는지 바닥에 앉아있었고,
또 한 명은  은발을 기르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빛에 따라 여러 빛깔로 빛을 반사하고 있는 독특한 머리카락을 빗으로 손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검은 머리를 지닌 키 작은 소녀였는데.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화분을 말없이 손질하고 있었다.
켈렌트가 이곳으로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러자 켈렌트는 주위 탁자를 한번 훑어보더니 실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8명 중.. 4명뿐이군...
일단은 환영해.
시간의 주신 크로노스. 그리고 마나의 주신 용의 여왕. 그리고 내 동생 벨라작스."


"오냐. 켈렌트."


"제우스는 어디 갔어?"

2세계는 필멸자들의 문명이 발전하여 달아오르면.
파괴 속성으로 지우고, 시간 속성으로 되돌려 다시 시작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세계였다.
그렇기에 2세계의 주신은 시간의 주신 크로노스뿐만이 아니라. 파괴의 주신 제우스도 있었다.
그런 그가 자리에 있지 않자.
빛의 주신 켈렌트는 2세계 주신인 크로노스에게 물었고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언제나 같지. 헤라에게 올림푸스에서 쫓겨나 도주 중이다."


크로노스의 말에 은발의 용의 여왕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쿡쿡. 여전하네요. 어쩌면 2세계의 주신은 그의 아내 헤라일지도."


“무서운 소리.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군.”

파괴의 주신 제우스는 주신으로서의 업무 따위는 안하기에..
그의 평가는 주신 중 최악이었다.
어쩌면 주신으로서의 업무를 대행하는 그의 아내가 주신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이 사실에 주신들은 키득거렸고 켈렌트는 그러한 상황을 한심하게 보더니 용의 여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온은?”

3세계는 용들과 요괴들이 서로가 견제하는 세계로,
각각 마나의 주신 용의 여왕과 혼돈의 주신 시온을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3세계의 주신인 용의 여왕에게 시온의 부재에 관해 물어보는 켈렌트였다.


"부부 여행한다고 불참이라고 하더군요.
알잖아요? 최근에 결혼해서 금술이 뜨거운 거.
아마 지금쯤 몸이 달아올라 있지 않을까요? 쿡쿡!"


한심함을 떠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변한 켈렌트의 얼굴이 굳었다.


"네메시스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지금 무슨 짓이야!!!“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는 괴물들의 편이고,
생명의 주신은 실종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두 명의 주신이 참석하지 않는 문제는 컸다.
그렇기에 켈렌트는 화가 나서 소리쳤지만...


“켈렌트. 네가 네메시스에게 원한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그는 지난 천  동안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어요.
그의 친구 주신 말리고스도 마찬가지예요.
말이 휴전이지.
괴물과 우리들의 전쟁은 이미 끝났어요.”

"따라서 주신 대부분이 그를 무해 하다고 여겨요.
그들과 화친을 하는 것이 좋다는 거죠. 오빠."

크로노스와 용의 여왕.
심지어 같은 1세계 주신인 벨라작스의 말이 끝나자.
빛의 주신 켈렌트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들을 보더니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쿵!


"너희! 천 년 전에 우리들이 어떻게 졌는지 몰라?
그를 이기려면 주신 모두가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를? 응!?“

네메시스를 막는데 6명의 주신이 달라붙어도 시간 끌기가 한계였다.
그런 위협이 돌아다니는데도 태평하기 짝이 없는 동료 주신의 모습에 켈렌트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사실은 알고 있죠.
하지만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가 그를 돕고,
나머지  명의 주신의 행방을 찾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네메시스를 이길 수가 없어요."


"..."

"만약에 그를 죽인다고 쳐요.
그럼 야누스와 4세계에 있는 666의 괴물들은?
상위 괴물들의 전투력은 우리 주신들에게 절대 꿀리지 않아요.
최상위 괴물이라면.
혼자서 행성을 박살을 내고도 남을걸요?
그리고..."


용의 여왕은 말을 잠시 멈추더니, 크로노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크로노스는 끄덕이더니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그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플로라를 잃고 나서 성격이 둥글둥글해지는 것은 너도 알 텐데?
부스럼을 만든 것은 바로 너다. 켈렌트.
그것만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천족과 신족, 마족, 드래곤족,
나의 티탄족이 덧없는 피를 흘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천 년  전쟁에서 주신의 손발이 되어주는 최상위 종족 상당수가 몰살당했고,
특히 1세계 출신들의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그 누구도 아닌 너의 판단 때문이었지.
천족들은 멸종 직전까지 몰렸다지?”

".....“

켈렌트가 화가 났다는 듯이 주먹을 쥐며 표정을 굳히자.
흙의 거인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의 말대로 네메시스의 존재는 우리에게 위협이다.
성격이 아무리 둥글둥글해져도.
겉으로는 빛에 가까워도.
그는 괴물들의 왕. 내부에는 흉포함이 잠재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래서?
그는 흉포할지 몰라도 어리석지는 않다.
현명한 것으로 따지자면.
너보다 현명하지.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질지 몰라도.
괴물들도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지.
현재 4세계의 경제는 다른 세계와의 무역으로 연결된 상태이다.
전쟁을 하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은 상태이지.
차라니 우리를 협박해서 뜯어내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일 거다. 빛의 주신."

"지난   동안 그는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가사부터 육아는 물론이고,
저를 찾아와서 요리까지 배워나갈 정도였죠!
플로라를 다시 만나면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열정으로 말이죠!
그러한 그가 갑자기 흉포하게 변한다? 웃기지도 않는 말이죠.
우리가 그녀에게 무슨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그는 오히려 4세계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에요.
현재의 그가 있기에 4세계는 2세계와 3세계에 무역을 하고 있지요.
당신의 1세계만 빼면 말이죠!
그러니..."

"만약 네가 그에게 전쟁을 선포하거나,
원인이 된 사고를 일으킨다면..."


"저와 크로노스는 네메시스의 편에 서겠어요. 알겠어요?"

“제우스와 시온도 우리와 같은 의견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지 않는 거다.
네가 네메시스에게 시답지 않는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혼자  수 있으면 어디 해 보거라. 켈렌트.”


“자신의 목숨과 벨라작스의 목숨을 담보로 말이죠.”

그들이 말을 끝내고 켈렌트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몸을 떨고 있었고,
그러자 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음에 보지. 켈렌트.”
“만나서 즐거웠어요. 켈렌트.”

주신들이 방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자.
벨라작스는 식물을 손질하던 가위를 두고는 켈렌트에게 다가갔다.

“바보들...
모두 어리석어..!
그를 모두가 믿고 있는 거야...?
그들은...
모든 것들을 멸망시킬 악마들이라고....”


"오빠..."

벨라작스는 그런 켈렌트를 말없이 뒤에서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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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4세계.
이곳은 항상 새로운 피가 흐른다는 극악의 장소였다.
그러한 4세계에서 거대한 빛이 하늘을 향해 언제나 치솟아 오르고 있는 장소가 있다.
괴물들이 만들어낸 도시이자. 4세계의 수도인 세피로트이다.
그 중심으로 들어가면.
동화에서 나올  같은 아름다운 성인 '마물의 둥지'가 있다.
그곳은 본래 네메시스가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현재 왕좌에는 보랏빛의 미청년이 흥미로운 듯이 턱을 괸 채로 앉아있었다.
그의 이름은 서열 3위. 분노의 야누스.
서열 1위 네메시스와 서열 2위 괴물이 4세계에서 부재인 이상 최고 서열인 괴물이었다.


“흐음? 모두 모였네?”

광장의 모서리에서 자신의 창을 손질하고 있는 666위의 고블린킹.
야누스의 옆에서 이불을 두른 채로 졸고 있는 서열 4위 나태의 벨제부브.
불길한 검은 로브를 둘러쓴 상태로 얼굴에는 수많은 아기의 영혼이 나타나는 101위 둠로드.
자신이 네메시스의 미래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이 성을 청소하는 금발의 미녀 14위 레퀴엠.
자신의 붉은 깃털을 손질하고 있는 502위 쾌속의 하피퀸. 등등.
과거 천 년 전 전쟁에서 대학살을 주도했던 모든 괴물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하나하나가 혼자서 군대를 학살하고 나라를 멸한다는 괴물들이었다.


끼이이이익!


광장 앞의 거대한 성문이 열리자 모두가 그곳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서 한 명의 여성이 야누스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흑발 위로 더듬이가 주위를 파악하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고,
등 뒤에는 곤충의 키틴질로 이루어진 날개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 외에는 절세의 미녀라는 호칭이 어울릴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었다.
서열 13위 퀸이었다.
그녀가 걸어오면서 고블린킹을 잠시 훑어보자.
고블린킹은 그 시선을 알아챈 듯이 중지를 들어 올려주었고,
퀸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주었다.
야누스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질린 듯이 물었다.


"으음. 너희는 여전히 사이가 더럽네.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를 모두 부른 것이지. 퀸?
너에겐 원수 같은 고블린킹도 부른 것 보면 작은 문제는 아닐 것이고.
설마 우리들의 왕에게 무슨 일이라도?"


"그럴 리가요.”
"왕이 어디서 가서 죽으면 그게 이상하다고 봅니다. 우우"

666의 괴물들의 농담이 오고 간다.
네메시스가 그의 친우인 퍼런 도마뱀(공간의 주신 말리고스)만 데리고 1세계로 향했다곤 하나.
그가 괜히 서열 1위의 괴물이 아니었기에, 신뢰가 담긴 농담이었다.
그런 동료들의 농담에 퀸은 싱긋 웃더니, 자신이 가져온 정보를 풀었다.

"1세계에서 조화 속성이 감지되었어요."


퀸의 말이 끝나자.
괴물들의 잡담이 고요한 침묵으로 바뀌었고  상황을 이해한 하피퀸이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여왕."

“플로라가....”

“살아났구나!!!!!”

“플로라 언니가 돌아왔네! 돌아왔어!”


"응. 드디어 때가 된 거지.“

“다들 환영식 준비를 하자고!”


“흐음... 우리들의 왕의 예상대로 흘러가는군.
‘준비’를 시작한다!”


서열 3위 야누스의 말이 끝나자.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이 들으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 같은 괴물들의 함성이 그곳을 가득 채웠다.
파멸을 알리는 뿔피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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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제국의 수도에서 가장 거대하다고 알려진 벨르덴 성당.
현재는 고요한 새벽으로, 도시 전체가 침묵에 잠겨 있을 이른 시간이지만,
현재 성당에서는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 음~"

그곳에서 걷고 있는 존재는 인간이라긴보단. 오히려 여신에 가까운 자태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얼음과도 같은 은빛 눈과 황금빛 머리칼을 길게 길러 허리까지 기른 후. 리본으로 묶어 정리되어 있었고, 그녀의 옷은 푸른색 개통으로 옷보다는 갑옷에 가까운 전투용 복장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등 뒤의 백색의 날개 한 쌍과 머리에 꽂혀 있는 (자신의 깃털로 보이는) 장식용 깃털 3개였다. 그녀는 바로 불과 1년 전에, 신성제국으로 소환된 천족. 람히르였다.
그녀는 현 신성제국에서 성녀라고 불릴 만큼. 신성제국의 상징이 된 존재로, 드림랜드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천족이었다.
람히르가 조용히 촛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수많은 의자들과 그 맨 앞에 빛의 주신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곳이 예배하는 곳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문양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공간"

속삭임에 가까운 그녀의 목소리에 문양이 빛을 내더니, 서서히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그곳에서 거대한 피아노가 빠져나왔다. 그녀는 피아노가 그곳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하자. 촛불을  위에 둔 채로, 서서히 연주를 시작했다.


"음~~ 음~"

천상에만 존재하는 악보를 콧소리로 박자를 맞추면서 연주를 이어갔다. 연주가 진행됨에 따라 그녀의 날개가 박자를 맞추는 듯이 흔들렸고 그러자 밝은 빛이  주변을 감돌았다. 그녀는 문뜩. ‘지금 이 모습을 신도들이 바라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너무 격식을 차리며 대해주는데... 이 모습까지 보이면 더욱 힘들겠지.."


"음. 봐서는  되는 것이었나...?"

"누구냐!"

람히르는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하얀 날개에서 깃털을 빠르게 뽑아 투척하였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을 그것을 공중에서 잡아냈다.
검은 색의 머리카락과 검은 눈. 드림랜드에서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의 옷과 확연히 다른 도복을 입고 있는 이질적인 사내였다.
람히르가 그를 보자. 그녀의 날카로운 은빛 눈동자가 부드럽게 되돌아갔다.


“월검향? 기척 좀 내고 다니시죠.”

“미안. 내가 연주를 방해했나 보군? 람히르.”

"흥."


람히르는 삐진 듯이 고개를 획 돌리더니, 그대로 연주를 이어나갔고 그녀의 차가운 행동과는 다르게 연주는 따뜻한 소리로 울려 퍼져나갔다. 그러자 월검향은 빈 의자에 앉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월검향은 이상한 남자였다. 4달 전쯤이었나..?
그는 중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은 채로 이 성당으로 흘러 들어왔고 그녀가 그를 치료하면서 알게  사실인데. 그의 몸속에 있는 마나 정제 방법이 이세계의 상식을 뛰어 넘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배꼽 밑에 드래곤 하트처럼 마나를 집중하여 보유하는, 그녀로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그는 처음에 대륙어를 못했지만. 말을 배운 후. 자신을 '중원인'이라고 소개하였다.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그녀가 호기심에 의한 잡념을 거기까지 이어나가자.
그녀의 연주는 이미 끝자락을 향해 있었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끝은 존재하는 법. 람히르는 아쉬움을 남기며, 연주를 끝내갔다.

"....."

그녀가 연주를 끝낸 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편안하게ㅔ 잠이 든 월검향이 보였다.
연주  때마다. 이 남자는 잠이 든다.
내 연주가 그렇게도 졸린 건가?.. 언제보아도 이상한 인간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투덜거리고는 그의 옆으로 가서 흔들었다.


"연주가 끝났어요."

"음. 좋은 노래였다."

"자버렸으면서. 무슨."

"아니. 오히려 편안했다. 언제나 듣지만 듣기 좋은 노래였다."

"근데 무슨 일이죠?"

"아.. 음. 최근에 일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기 남쪽의 루에네 마을이라는 곳에 볼일 있어서..."

"흐음.?"

사삭!


"가는 길에 들렀다."

람히르가 의문을 가진 채로 빤히 바라보면서 다가서자. 그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더니, 뒤로 물러섰다.

"수상해. 왜 나만 보면 뒤로 물러날까?"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그래... 익숙하지 않아. 이런 감정...'


월검향은 그대로 고개를 흔들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라자 람히르는 좀 더 그를 바라보다가.
피아노를 아공간에 넣고는, 날개를 접은 모습으로 그의 옆에 앉았다.

"위험한 일은 아니겠죠?  다쳐서 이곳에 오면 치료가 끝날 때까지 다리를 부숴 버리겠어요. ...알겠어요?"

"응."


람히르의 말에 걱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느끼자. 그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돌리더니,
품속에 무언가를 꺼내려다가 마는 행위를 계속하였고 이에 람히르는 궁금해서 물었다.


"그건 뭐죠?"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에 보자."

"?. 정말 이상한 남자라니까."

람히르가 강제로 보려고 다가오자. 월검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어딘가로 달려 나갔다. 그녀는  행동에 어이없어하더니,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의 방을 향해 되돌아갔다. 월검향이 저렇게 이상한 행동을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날이 밝아오는 이상.
람히르는 성녀로서의 업무를 시작해야만 했다.
월검향은 급하게 뛰쳐나간 후. 미련이 남았는지. 성당 앞에 서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고급스러운 작은 상자 안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두개의 반지였다.
약지에 끼는 드림랜드의 청혼용 반지. 그걸 본 월검향은 얼굴을 붉혔다.


"후... 다음에 주자..."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품속에 반지를 다시 넣었고,  루에네 마을로 경공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이때의 행동이 그 이후에 얼마나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그리고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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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걱우걱!

"정말이지 짜증나. 어떻게 날 버리고 갈 수 있어. 네메시스!!!!"

"미안. 미안. 말리고스."

루에네 마을의 입구 근처 한 식당. 그곳에서 세레나와 네메시스가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었고,  탁자 위에는 애완동물로 보이는 녹색 도마뱀이 자기 몸통만한 새끼 돼지 구이를 빠른 속도로 흡입해 가고 있었다.
 행동이 얼마나 신기한지. 주위 사람들이 옆에 있던 엘프의 미모에 눈이 갔던 것이 말리고스에게 향해져 있을 정도였다.
새끼 돼지가 절반정도 사라졌을 때 쯤.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직 소녀라는 말이 어울리는 어린 여성점원이 다가왔다.

"좀 더 주문필요하세요?"

"네. 빵 한 더미 정도. 세레나. 뭐 시킬 것 있어?"

"아뇨. 없어요. 네메시스."

"그럼 부탁합니다."

네메시스가 미소 지으며 부탁하자. 여성점원이 얼굴을 붉히며, 빠르게 부엌으로 되돌아간다. 그 모습에 세레나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돌아가더니, 그의 볼을 잡아 당겼다.

"네.메.시.스!!"

“자.잠깐.. 신성한 식사시간은...으갸갸갸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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