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제 10화 용이 잠든 얼음성2
"대단합니다! 이렇게나 놀라운 건축물이라니..!!!"
"이것은 폐하께서도 좋아할 것입니다!"
"...이보시오. 궁정마법사. 이 문을 열 수 있겠소?"
마법사들이 얼음으로 된 거대한 성문 앞에 감탄사만을 연발하자.
남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불신이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3명의 마법사 중 20대 중반 정도밖에 보이는 마법사와,
그와 비슷한 마법사는 동시에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끄응...."
쓰윽 쓰윽
그 둘은 그러한 대답 이후에도. 5분 정도 감탄사를 더한 후.
그제야 문에 다가서더니, 그곳에 분필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였고,
용병들은 마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한 마법진에 남작은 그제야 납득한 듯이 뒤로 물러섰다.
“호오. 다행히 대가리는 있군. 바로 폭파마법을 박아 버릴 줄 알았는데.”
“?. 저게 무엇이길래 그래요?”
네메시스가 마법진을 보고 중얼거리자. 세레나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지금 저 두 명이 그리는 마법진은 금속성과 화속성이야.
음. 세레나는 마법을 몰라서 마법진을 읽기 힘들려나?
저것은 마나 자체에 속성을 부여 넣어 원하는 방식으로 가공하는 방식인데, 금속성 마법진을 먼저 그려 넣어 구멍을 여러 곳을 뚫은 후.
그곳에 폭발성 화속성 마나를 넣어 폭발시키는 거지. 저 방식대로면 적은 마나로도 쉽게, 그리고 건축물 자체에 피해를 적게 하여 문을 딸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지."
“으음...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한걸? 저 문에 있는 술식들은...”
“네메시스?”
네메시스는 홀린 듯이 문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고,
이에 세레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하였다.
“자. 됐습니다. <익스플로젼>!”
뙁! 뙁! 뙁! 뙁!
마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터졌고 그렇게 얼음 조각들이 가라앉자 거대한 성문에 작은 구멍들이 뚫리긴 했지만, 성문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에 마법사들이 아쉬운 듯이 한숨 쉬었다.
“으윽. 실패인 건가? 이러면 다시..”
“....용의 여왕?”
네메시스는 그 말을 중얼거리며 남작의 곁에서 문을 올려다보았다.
"응? 자네는 누구?"
마법사들이 용병들 사이에 누군가 걸어오자. 시선을 돌렸고 네메시스는 그들을 지나쳐 문 앞에 섰다.
문에는 인식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마법진들이 빼곡히 적혀져 있었고,
그곳에 항마와 자동복구 등의 마법진도 있는 것을 보니, 저러한 것들을 뿌리치면서까지 문을 부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네메시스가 신경 쓰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 술식은.... 3세계?
이곳은 1세계라.
3세계의 술식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용과 요괴들이 균형을 이루는 3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술식 양식이었다.
그걸 확인한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것을 본 네메시스는 눈을 좁혔고...
곧 그곳의 마법진들이 일제히 빛을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샤아아아앗!! 콰앙!!!!! 쿵!!!!
문이 스스로 폭발하여, 사방에 얼음 조각을 흩날린다.
하나같이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았지만.
네메시스는 상처하나 없는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더니, 부수어진 문 조각을 집어 들었다.
“이곳에 무언가 있군...
마나의 주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마치 들어오라는 듯이 문이 열리자. 네메시스는 눈썹을 실룩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오면, 자동으로 문이 파괴되도록 설계를 해둔 것 같았다.
"자. 자네.. 어떻게?"
"...우연입니다."
그 말에 모두의 얼이 빠졌다.
그들이 보기에는 네메시스가 무엇을 했기 때문에,
문이 갑자기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로선 아직 짐작 갈만한 것이 없었기에,
그는 시치미를 뗐고.
남작은 이 상황에 곧 정신을 차리더니 용병들에게 소리쳤다.
"어... 음. 어쨌든 입구가 뚫렸다!
모두 함정이 있는지 주의하며 들어가라!“
"넵!!!!"
남작에겐 문이 부서진 원인보단.
열렸다는 사실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얼음성의 내부로 들어가자.
그곳의 천장은 상당히 높았고 거대한 얼음으로 된 고드름과 상들리에는 은은한 빛으로 신비감을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푸른 룬문자가, 얼음과 뒤섞이면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곳의 통로는 3갈래로 중앙은 마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정도의 통로였고,
왼쪽과 오른쪽은 그것의 절반 정도 넓이였다.
내부의 아름다움에 모든 용병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춘 채로 정신없이 주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남작은 뒤돌아 용병들을 보았다.
"흠흠.! 주목!
1조는 나와 궁전 마법사를 따라 중앙 길로.
2조는 왼쪽. 3조는 오른쪽을 향해 간다.
각 조는 궁정 마법사를 최우선적으로 호위하며,
위험이 생길시 마법사를 통해 다른 조에 연락하라!
아참! 그리고 방금 문이 부수어질 때 있었던 용병은 1조로 오도록. 이상!"
그제야 용병들은 깨어난 듯이 끄덕이더니,
각자 궁전 마법사의 주위로 모여갔고.
이에 네메시스는 어쩔 수가 없는 듯이 남작 앞에 섰다.
남작의 키가 작았기 때문에 내려다보는 위치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남작은 상관없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흐음. 자네가 문을 부순 건 잘 봤네."
“저는 그저 다가간 것뿐입니다.
우연으로 마침 그때 부수어졌을 뿐.
마법사분이 고생했죠.”
정확히는 그곳에 있었던 술식이 네메시스를 인식하고는 스스로 폭발해버렸다.
네메시스로서는 다가간 것이 전부였지만.
아무래도 눈앞의 귀족이라는 인간은 그가 파괴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뭐. 내가 귀족이라 그다지 좋아하지 않나 보군.
그건 상관없지만 말이지...
그저 ‘님‘자라고 뒤에 붙여주면 좋겠네.
이건 딱히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남작..님.”
"그래. 근데 뒤에 엘프는 뭐지?"
"실버게이트 붕괴 이후에 같이 다니게 된 여인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죠."
네메시스의 얼굴은 애써 웃고 있긴 하지만.
세레나에게 손을 댄다면 웃고 넘어갈 생각이 없는 마음이 가득이었다.
인간의 탐욕은 괴물로서 셀 수 없는 시간을 살아온 그였기에,
인간들 권력자들 사이에서 보기 힘든 엘프가 어떠한 취급을 받아 왔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만약에 남작이 손을 댄다면....
‘먹어 치워주마.’
네메시스는 생긋 웃었고, 그의 속마음을 모르는 남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음. 좋을 때야."
남작은 전부 안다는 미소로 네메시스의 등을 치고 가더니, 곧 세레나를 향해 검지를 들었다. 이에 다른 용병들은 킥킥거렸고, 세레나의 볼에는 눈에 띄도록 홍조가 생겼다.
다행히도 남작은 눈앞의 엘프보단 전설 속에서 나올 법한 이 얼음성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였다.
"으으. 저 남작 기분 나빠요. 그리고 저거 검지를 든 행동은 도대체 뭐에요! 우!!!"
"뭐 나쁘지 않잖아."
"네메.시.스!"
"잠깐! 단검으로 찌르지 마. 세레나! 아무리 나라도 아프다고!“
그 행위에 다른 용병들의 웃음이 더욱 커졌고,
이들을 보러 1조에 더욱 많은 용병들이 몰린 것은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흐음 대충 60명이나 몰린 건가. 1조에."
"그러게요. 이게 다 네메시스 때문이잖아요!"
“사랑싸움은 둘 다 그만하게. 이제 수색을 해야 하니!”
“이익!”
"저 앞에 무언가 보인다. 다들 주의해라!"
남작의 말에 용병들과 네메시스는 장난을 멈추더니, 앞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러자 몇 미터 앞에 통로의 끝이 보였다.
그렇게 얼마 후. 통로를 지나게 되자.
눈앞에 불투명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보였다.
그곳에 발을 내딛자. 무언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모두가 느꼈다.
"뭐지? 저건?"
"글쎄. 뭘까. 얼음?"
"바보야! 그건 보면 알 수 있잖아!"
용병들이 농담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은 거대한 광장이었다.
마치 야구장 정도 크기이랄까? 그곳에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모습으로,
거대한 얼음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고,
옆에는 돌을 깎아 정교하게 만든 용의 머리 조각의 입에서 끝임없이 나오는 차가운 냉기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부딪혀 흩날리고 있었다.
그 수는 3개로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용의 머리를 잘라내 땅에 고정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으윽! 통로보다 추운 것 같군. 마법사!"
“네네. <히트>!.”
따뜻한 열기가 남작의 몸을 감싸자. 몇 몇 용병들은 부럽다는 표정으로 보았고,
남작은 그제야 살겠다는 듯이 마법사에게 입을 열었다.
"흐흠. 따뜻하군. 근데. 이상해..
이곳이 던전이라면.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 마법사! 다른 조에 연락해보도록!"
치이이익...
[으아아아아아악!]
[여긴 2조! 현재 습격 받고 있다.
몬스터는 리자드맨. 벌써 5명이 한 놈에게 당했다.]
[3조도 습격당하는 중! 2조처럼 리자드맨에게 습격당하고 있다!
모두 입구를 향해 후퇴 중. 몬스터가 너무 강하다. 1조 지원바람!!]
“윽!! 역시나 던전을 지키는 가디언인가? 모두 들었지? 당장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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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 그것들은 던전이나 용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놓여 있는 몬스터로, 보통 골렘이 일방적이지만. 먹이로 쓰기 위해 일반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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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도대체 뭐야...?"
드림랜드의 상식으로는 리자드맨은 키 1m 60cm 정도로 고블린보다 아슬아슬하게 크며,
강한 재생력을 지니지만 그다지 강하지 않는 몬스터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무엇인가?
"쉬이이이이익!!"
"으아아아악!"
단순키만으로 2m 75cm라는 오우거에 육박하는 키에,
덩치는 마차가 다닐 정도의 통로에 한 놈이 서면 대부분이 찬다는 상상하지 못할 크기였다.
게다가 몸통에는 드워프가 제작한 듯한 정교한 갑옷이 보호하고 있어서.
일반 용병들이 가진 무기로는 상처하나 입힐 수가 없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휘두르는 무기는 중앙의 손잡이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1m가량의 칼날이 부착된 극악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휘둘러 질 때마다. 경갑옷이나 가죽갑옷을 입은 용병들이 깨끗하게 토막이 나거나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러한 장면에 2조, 3조 용병들은 맞설 생각을 못 하고 도망만 치고 있었으며,
그러한 행위가 피해를 더욱 증가시켰다.
"미. 미친! 적은 겨우 둘이다! 용병들 모두 앞으로 2조 3조를 지원해라."
와.와아아아아!!
은빛 용병패를 허리에 착용한 대머리 용병과 눈을 잃은 용병을 필두로,
그들은 각자 무기를 손에 쥔 상태로 달려나갔다.
“와아아아. 와아. 와.”
“저기... 네메시스...
소리만 하지 말고,
우리도 리자드맨을 상대하는 데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말만 외치고 뒤에서 구경하는 네메시스의 모습에, 세레나는 눈을 좁혀 물었다.
그 말에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하러?”
“...네?”
“승산 없는 전투에는 끼어드는 것이 아니야.
저들은 얼마 못 가 전멸할걸?”
".....??"
"으아아아아악!"
상대는 둘. 이쪽은 수 십 명에 이르는 숫자이다.
그런데 전멸이라고?
세레나는 이해할 수 없는 네메시스의 말에 눈썹을 찌푸리며, 뭐라 더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곧 들려오는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어?!"
격돌하는 순간. 수 명의 목이 잘려나가자.
용병들은 당황해서 멈추었고 치기 어린 소년의 목이 날아간 다음에나.
리자드맨의 검인지 창인지.
구별이 안 되는 무기의 섬광에 목이 잘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용병들이 놀라서 긴급히 뒤로 물러나자.
리자드맨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과시하는 듯이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위이이이잉!
칼날에 푸른빛이 희미하게 피어오름과 동시에 용병들은 감탄인지 경악인지.
알 수 없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말도 안 돼!! 리자드맨이 마나를 사용한다고? 저것은!!”
“승산이 없잖아!”
검에 마나의 형상을 희미하게 나타낼 수 있으면, 왕국에서 정예기사단 혹은 용병으로서는 A급 용병패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리고 곧 다른 리자드맨의 검에도 희미한 검기가 나타나자 용병들은 경악에 빠졌다.
"쉬이이이이익!! 쉬쉬!"
공포에 질린 용병들은 서서히 물러났고 남작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용병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남에도 리자드맨들은 그저 입꼬리를 올린 상태로 천천히 다가갔다.
“흐음.. ‘친구’의 아이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는데..”
"쉬익?"
용병들이 물러남에도, 물러서지 않는 몇 명이 리자드맨들의 눈에 보였다.
검은 머리를 등 뒤까지 기른 남자 한명.
그 옆에 눈썹을 찌푸린 채로 그를 보는 엘프 한명.
그리고 마지막에 용병들 중 대머리 한명이 다가와.
검은 머리의 남자를 팔을 잡아당기는 모습이었다.
“혀. 형님 뭐 하세요! 저 무기가 안 보이나요!? 빨리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요!!!”
"왜?"
“그걸 말이라고 물어요? 으익! 옵니다!”
“가라. 난 이 녀석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 있어.”
용병은 말을 멈추었다. 그는 어느 사이에 코앞에 온 리자드맨을 보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그래도 최소한 의리는 있는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네메시스. 대체 왜 그래요?!”
“아아. 내 예상이 맞다면. 저것들은 용혈족이거든.”
"?"
우뚝!
그 말에 리자드맨이 파충류의 특유의 눈을 크게 뜬 채로 멈추어 섰고,
네메시스는 그 반응이 마음에 드는지 서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세레나. 대머리. 너희는 먼저 아까 그 방으로 가줘. 난 이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 있어.
금방 돌아갈 테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아줘.”
“으. 알겠습니다. 형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요. 네메시스.”
네메시스의 분위기를 읽은 탓일까?
리자드맨들은 옅은 검기가 생긴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들이 모습을 감추자.
네메시스는 서서히 몸을 돌려 용혈족이라 이름 붙여진 이들을 보았다.
“자아.. 무슨 사정인지. 어디 이야기나 들어 볼까나..?”
하지만 두 마리의 리자드맨은 네메시스를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고,
그 모습에 네메시스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나의 주신의 아이들!
난 너희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야!”
네메시스는 다리를 노리는 공격을 공중으로 피해낸 후.
무기에 사뿐히 내려앉는 신기를 보이더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도마뱀들은 뱀과 같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무기를 휘두를 뿐이었고,
이에 네메시스의 두 눈이 좁혀졌다.
“아무리 양산품이라지만.
상대의 말을 이해할 지능조차 없는 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이 성에 발을 내딛는 모든 이들을 죽이도록 만들어진 거겠지.
거기에 침입자와의 대화는 필요 없다.
오직 경비병으로 만들어진 그들을 바라보며 네메시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별수 없겠군.”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
그것을 거부한다면...
네메시스가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그의 머리 칼날이 꽂혔다!
“...!?”
그러나 베인다는 기색은 없었다.
이 사실에 용혈족이 놀란 듯이 멈추자.
네메시스는 그제야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아아. 내가 조금 생각한 것이 있어서 말이야.
내가 알기로는 마나의 주신은 생각 없이 행동하는 친구가 아니거든.
마음 같아선. 폭력 없이 해결하는 것이 최고인데...”
콰직!
네메시스의 오른손이 용혈족의 가슴을 꿰뚫고 등 뒤로 나온다.
“해야만 한다면...
해야 하는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는 네메시스가 손을 빼내자.
그의 손아귀에는 주인의 죽음을 모르는 듯이 꿈틀거리는 심장이 있었고,
네메시스는 흥미를 잃은 듯이 그것을 지면에 던졌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죽음에 용혈족이 주춤하자.
네메시스는 남은 용혈족에게 다가가면서 혀로 입술을 핥았다.
“오늘도 먹이가 되어주는 모든 필멸자들을 위해...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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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보였던 아까의 그 방에 도착한 수십의 용병들은.
문으로 보이는 곳에 나름 진을 이루어 방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 옆에는 제어장치로 보이는 룬에 남작과 마법사가 아직 들어오고 있는 용병들을 보고 있었다.
“마법사! 어서 문을 닫아! 그 미친 도마뱀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면!
이런 조무래기 용병들로는 모조리 죽을 거야!”
"하. 하지만 아직 용병들이 전부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이곳의 문은 닫기는 쉽지만, 여는 것이 힘든 구조입니다.
완전 감옥 형식 마나제어 시스템이라고요!"
“죽기 싫으면 어서 해!”
“으윽....”
“저기 달려오는 엘프와 용병만 받고 문을 닫아버리게.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면 다 죽었다는 소리일 테니!”
남작은 그렇게 선언하고는 등 돌려 용병들 쪽으로 걸어갔고,
이에 마법사는 한숨 쉬더니 제어장치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현재 오는 그들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마나를 부어 넣었다.
두드드드드드득! 쿵!!!!!!!!
그러자 성문에 가까운 거대한 얼음 문이 내려와 입구를 닫았고,
그 행동에 세레나와 대머리의 눈이 커지더니,
곧 그녀가 어느 사이에 마법사에게 다가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커.커억!"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문 열어!"
엘프 레인저로서 본래 성격이었을까? 마법사의 여린 몸이 그녀가 멱살을 흔들자.
인형마냥 흔들렸고 용병들이 몰려와. 그녀를 마법사에게서 겨우 떼어냈다.
그 결과. 마법사가 숨이 막힌 듯이 켁켁거렸고, 이에 남작이 그녀의 앞에 걸어왔다.
“미안하네. 자네가 그 남자랑 어떤 사이인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네.
하지만. 그를 구하자고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희생이라고 생각하게.”
“...웃기지 마! 희생이라고? 누구 멋대로?”
"그 남자도 용병으로 참가했고,
다수를 위해서 어.쩔.수.없.이 소수를 희생한 것뿐이라네."
그 말에 대머리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세레나는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귀까지 빨개져 달려들려고 했지만.
붙잡고 있는 용병들을 보고는 무리인 것을 깨닫고는 겨우 진정하여 몸을 돌렸다.
"세상에는 남자가 많으니 다른 남자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
혹시 아나. 이곳에 그런 남자가 있을지? 하하하."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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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광장이 춥기 때문에 모든 용병이 자신이 가져온 배낭에서 모포를 꺼내었고,
세레나도 똥 씹은 표정으로 자신의 배낭을 뒤져보았다.
접어진 모포 안에 푸른 종이 같은 것이 보였다.
“어? 이건 뭐지?”
만지작거리자. 푸른 ‘그것’은 꿈틀거리더니,
접어진 모포 안에서 서서히 기어 나왔고 곧 풍선에 바람들어간 것처럼 통통해져 갔다.
푸른색 몸체에 분홍색 날개와 둥글게 말려진 꼬리가 특유의 귀여움을 나타내고 있는 그것은, 그녀가 아는 도마뱀이었다.
“말리고스....?
방금.... 어. 어떻게?”
“우웅. 잠을 자기 위해, 몸을 접었지! 내 몸은 이래 봐도 조립형식이라고. 뇨롱!”
'도대체 정체가 뭘까? 이 정체불명의 생물체는?..'
세레나가 그러한 물음을 가까스로 속으로 삼키자.
말리고스는 특유의 똘망똘망한 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메시스는?"
"저 문 너머에서....
못 들어왔어."
"음? 그래? 뭐. 때가 되면 알아서 올걸?
이따 네메시스 오면 깨워줘."
마치 고양이가 낮에 동네에서 놀다가, 밤에 밥 먹으러 집에 온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 말과 함께 말리고스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았다.
툭. 툭.
"우. 그만 찔러.. 왜 그래?"
"방금 일어나서 상황 모르나 본데. 그는 전투 중에 못 들어왔어요."
"그게 뭐?"
"....?"
"그는 자면서 드래곤 브레스를 맞거나, 행성이 멸망해도 죽을 일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뭐 심심하면 내가 옆에서 놀아줄게."
말리고스가 앞발을 쭈욱! 늘리는 동시에 날개를 쭉 펴면서 기지개를 하자.
세레나는 이 무사태평에 귀여운 생물체를 한대 패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대체 왜 그렇게 안심하는 거야?
네메시스가 강한 것은 알지만...
그는 인간이라고요!”
“네메시스가 인간?
아아! 지금 육체 말이지?!
확실히. 네메시스의 현재 몸 대부분이 인간이긴 하겠지만..
0.1% 정도는 아닐걸. 세레나.”
말리고스는 세레나의 질문에 애매한 대답을 해주었고,
이에 세레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말이죠?”
“그의 몸 0.1%는 인간이 아닌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야. 뇨롱.”
하찮을 정도로 낮은 비율이 아닌가? 세레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리고스는 그런 세레나가 귀여운 듯이 분홍빛 날개를 파닥였다.
“지금은 궁금하겠지만.
네메시스와 함께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거야.
그는 종족이란 개념이 의미 없는 존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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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라?
아! 우리 왕 말인가. 글쎄?
음... 처음에 빌어먹을 '퀸‘이랑 같이 왔을 때. 빼고는 나쁘지않는 놈이지.
다른 건 몰라도, 등을 맞대도 결코 배신 하지 않을 녀석. 그게 우리 괴물들의 왕이라고.”
-서열 666위 고블린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