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제 11화 용이 잠든 얼음성3
“음? 용혈족이라고? 그럴 리가?....”
말리고스는 세레나에게서 통로에서 있었던 일들을 듣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응. 네메시스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용혈족이 무엇인지 알아요?”
“음.. 진짜 용혈족이라면 귀찮을 텐데..
세레나. 천 년 전에 벌여졌던 전쟁을 알아?”
“대충은요...? 신과 악마의 대전쟁이라는 것 정도?
마지막에 7명의 영웅들이 악마들의 왕을 쓰러트린 이야기 아닌가요?”
"그거면 됐어.
그래.. 용혈족은 그때 생겨난 종이라고 해야 하나?
정확히는 ‘만들어진 종족’이야."
"만들어졌다고요?"
"응. 그때 전쟁에서의 괴물들은 매우 강력해서 매일같이 수많은 용족들이 죽어갔지...
그 때문에 그들의 수장이었던 ‘용의 여왕’이 용족들을 보호하고자 만들어낸 것이 용혈족이야.
리자드맨이라는 종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반용족이자,
개체 하나하나가 검을 둘러쌀 정도로 마나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어이없는 정도로 강한 양산형 종족이지.
그에 따라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이 수많은 용혈족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어."
'그래도... 시간 끌기밖에 되지 못했지만.'
말리고스는 좋지 않는 것을 기억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용혈족들이 드래곤 캐슬에 침공해온 666의 괴물들에게 어떻게 살육당했는지. 당시에 방관자로서 구경을 하고 있던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속으로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세레나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전쟁이 끝난 이후. 그들은 드래곤 캐슬의 가디언으로 살게 되었고,
현재에도 그곳에만 존재할걸? 그런데 이곳에 용혈족이라니..?
흐음.. 이상한데?"
"으음.. 그러니까. 말리고스.
용혈족은 전설상에 존재하는 드래곤 캐슬을 지키는 수호자들인데.
어쩌다 보니, 이곳에 용혈족이 산다는 건가요?"
"전설이 아니라 존재하는 곳이야.
용혈족이 여기에 왜 존재하는지는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말이야."
'네메시스가 아직까지 안 돌아오는 이유가 있겠지.'
파아아아아아!!!
"음?"
중앙 얼음덩어리에 나온 빛들이 갑작스럽게 사방을 퍼져나갔고,
그러자 용병들과 세레나는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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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얼음덩어리의 앞에서 룬 글자가 적혀진 비석을 마법사가 읽다가 눈을 크게 떴다.
"오오. 정말 대단한 발견이군요. 이것은 수백 년 전 글귀 같습니다."
"음.. 무슨 내용인지 알겠는가? 이곳을 탈출하는 방법이라든지.."
현재 문밖으로는 리자드맨들이 있을 것이므로,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남작은 마법사에게 간곡히 물었고,
그 물음에 마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 얼음 속에 대한 인물 이야기 같습니다. 남작님."
"얼음 속이라고?"
남작은 얼음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얼음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흐음.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얼음 안에 뭐가 있다고.."
“음.. 그렇다면 읽어 보겠습니다.”
[안녕. 4세계 괴물들의 왕.
켈렌트의 그 땅꼬마의 예언이 맞다면,
너는 아마 이 글귀를 읽고 있겠지.]
"어?.... 주신 켈렌트님이라고?...
일단 좀 더 읽어 보겠습니다."
[우웅. 일단 이 글귀를 못 읽어도,
그곳에 용혈족 로드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용혈족이 뭐인지 아는가?”
“아뇨. 아무래도 밖에 있던 리자드맨을 이야기하는 것 같군요.”
[이 얼음 속에 내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나의 딸이 있어.
앗!? 모르는 일이라고 지금쯤 생각하겠지?
네가 돌아간 이후에 낳은 딸이라.
넌 아마도 모를 거야.]
"...얼음 속에 자신의 딸이 있다고 써 났군요?"
[음음. 네메쨩. 내가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하나!
이 얼음 속에 갇혀있는 나의 딸을 구해주겠어? 친구로서 널 믿으니 부탁해!
추신-눈이 좀 부실 거야. 그러니 주의해줘. 마나의 주신. 이세리아가 네메시스에게-]
"음? 눈이 부실 거라고? 하네요?"
"뭐?"
파아아아아아아!!!!!!
남작과 마법사가 어리둥절하는 순간. 얼음에서 수많은 빛이 사방을 향해, 뿜어져 갔다.
"으아아아악! 내 눈!!!"
"아아아악!"
눈이 아플 정도의 빛이 사방을 감싸더니,
곧 줄어들었고 그제야 그들은 빛이 뿜어져 나왔던 곳을 향해 시선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헉..."
시선을 돌리자마자.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장인이 공들여 만들어낸 듯한 백옥의 피부와 루비 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고급스러운 옷감으로 이루어진 옷은 그 시대에선 결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 부위를 제외한 피부를 드러내는 수영복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 안은 물이 차 있었던 듯이 그녀의 등을 감싸고 있는 망토가 부유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주변 모든 것들의 미를 빼앗으며 존재하는 듯한 '이질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단지 물속에 떠 있을 뿐인데. 그걸 보는 이들은 더없이 매혹적이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스르르르륵!!!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냉기를 공급하고 있던 조각상이 진흙처럼 녹으며 무너졌고,
세레나는 얼음 속에 있는 '그녀'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이잖아..
여자로서 저거 반칙 아니야?..
만약에... 여기 없는 네메시스가 보면 어떻게 될까...'
꿀꺽!
“마. 맙소사..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남작님... 이 존재는 무엇일까요?
여신? 천족?.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군요."
용병들도 자기도 모르게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였고,
마치 사랑에 빠지는 듯한 두근거림이 자신들을 사로잡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치이이이익..!!
비석 앞의 거대한 얼음이 빠르게 녹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마치 길을 만드는 듯이 V자형으로 녹여 들어갔다.
안에 들어있는 여인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얼음이 녹아갈수록 왠지 모를 기대감이 용병들 사이로 서서히 생겨났다.
쩌억! 수아아아아아
짧지만 그들이 느끼기에는 긴 시간이 지났을 때쯤.
어느 정도 얼음이 녹자.
그곳이 갈라지면서 그 안의 물이 서서히 빠져나왔다.
빠직! 차아아아아!!
청명한 얼음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얼음이 무너져 내렸고,
얼음 조각들 사이로 붉은 미녀가 발을 내딛더니 용병들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
"..아.안녕하십니까?..."
침묵한 그들 사이로 남작은 그녀의 앞에 나섰고,
그러면서도 계속 눈은 그녀의 몸매를 뱀처럼 훑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느끼지 못한 듯이 묵묵히 앞의 남작을 바라보았다.
"...나를 꺼낸 주신 용사 분이 누구죠?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저..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이 남작 오르덴."
맑은 목소리였다. 아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녀가 여신이라고 하면 믿을 거라고.
세레나는 생각하였고 남작은 손을 비비며 다가갔다.
이에 이름 모를 미녀는 그를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그렇군요.. 그럼 감사의 의미로."
슥!
"?"
쿵!! 남작이 둘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몸이 세로로 쪼개져 바닥에 떨어졌고,
용병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눈을 크게 떴다.
"어!?"
"편안한 죽음을! 키키킼킼기키키기킥키!!"
방금이 맑은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너무나도 탁한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그 모습에 그제야 용병들은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그녀는 그런 위협이 하찮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아~~~ 드디어 자유다! 망할 용의 여왕이여!!! 카앜아카아!!"
우드드드득!!
그녀의 몸이 무너졌다. 여린 손이 피처럼 붉은 거대한 앞발로 변해갔고,
등 뒤에는 몸에 맞지 않는 거대한 날개가 뻗어 나갔다.
그곳에 있는 용병들은 서서히 커지는 그녀를 보며, 무기를 든 상태로 몸을 떨 뿐이었다.
"케케케케케!!!!!"
광장의 1/6을 차지하는 거대한 크기의 괴물.
붉은색의 단단한 비늘과 거대한 날개는 파충류를 연상시켰고,
그것이 등장하자마자. 공기가 요동쳤다.
그리고 그 괴물 주위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은 이 상황을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드. 드래곤이라고!?"
"마. 말도 안 돼!!!"
"자아! 게임시간이라고. 용의 여왕의 이름으로!
다신 빛을 보지 못할 지어라!!! 키야아카야아!!!!"
악몽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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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족(드래곤족) : 3세계의 용의여왕을 주신으로 모여 있는 종족으로서 드래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용족에는 용혈족, 비룡들. 드래곤들. 그 외 아종들도 용족으로 치며 세라나가 있는 1세계의 드래곤들은 천 년 전 대전쟁 이후에 남은 자들이다.
대부분 전쟁 이후 세대이기 때문에 매우 흉폭하며,
4세계의 괴물들을 적대하나.
용의 여왕과 네메시스의 조약으로 인해 서로 상해를 끼치면 안 되는 불가침상태이며,
현재 네메시스와 용의 여왕의 우정은 매우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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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바닥을 적시고, 비명이 광장 안에 메아리쳤다.
"젠장!"
세레나는 얼음 조각에 몸을 숨기며 투덜거렸다.
다행스럽게도 용이 거대한 얼음 속에서 나오면서,
수많은 얼음조각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숨을 곳은 존재하였고,
숨지 못한 자들은 용의 앞발이 내리쳐질 때마다. 두부마냥 잘려나가거나,
꼬리에 스치어 달걀이 깨져가는 것처럼 죽어갔다.
그녀가 숨어서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몇 명의 용병들은 입구를 향해 달려갔지만.
굳게 잠긴 문은 그들을 구원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용의 표적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산산이 으깨져 갔다.
[하하하하! 살아남은 벌레들아! 어디 있을까? 하하하하]
몇 명이나 당했을까? 짧은 시간 동안 적어도 20명 이상이 당하였고,
나머지는 시체 사이로 숨어들거나, 세레나처럼 얼음 뒤에 숨어있는 이들을 포함하면.
아무리 많아도 50명 내외겠지. 그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흐음~ 이놈은 시체 놀이라도 하려는 것이랄까?]
"자. 잠깐!! 으아아아아악!!!"
푹찍!...
'..숨어 있어도 천천히 죽어 갈 뿐이야..'
크르르르르릉!!
'하지만...'
실버게이트 때랑 다르다. 그때는 죽은 후에 부활한 본드래곤이다.
뼈와 마력으로 움직이는 본드래곤과,
피와 살로 움직이는 드래곤은 움직임과 속도 자체가 다르고,
심지어 눈앞의 드래곤은 약점조차 없는 두꺼운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
그런 상황에... 그녀는 자신의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것은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단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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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본드래곤을 쓰러뜨렸던 힘을 다시 꺼내고 싶다고?"
"네"
네메시스가 세레나의 말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말리고스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렇게 이상한가?'
"음.. 그건 설명하기 힘든데.
외부에 존재하는 마나랑 달리 '조화'는 매우 희귀하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거든.
예를 들어... 숨 쉬는 것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다들 스스로 하잖아? 그런 거야."
"으..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요?"
"일단 한번 사용해본 이상.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사용 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래도 강제적으로 쓰는 방법이 있어. 자아."
"?"
불길한 검은 빛을 띄는 단검이었다.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닌, 닿으면 죽이겠다듯이 스스로가 살의를 내뿜고 있었으며, 그런 기운을 억누르고 있는 녹색의 칼집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 스스로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는 힘과 상극의 힘이야.
이것으로 자해하면 몸속의 힘 자체가, 너를 지켜주기 위해 강제적으로 발동하게 될 거야.
...다만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해서 사용해줘."
"부. 부작용요?"
"응. 매우 무시무시한 부작용이야.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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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감퇴라지..풋!"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그 말을 한 그 남자가 생각나자.
세레나는 상황을 잊고는 피식 웃다가 곧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푹!
"으으으으"
챙그랑!
고통 때문이었을까.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녀의 팔에 꽂힌 단검이 스스로 빠져나와 굴러떨어지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세레나의 신음에 용의 고개가 그곳으로 돌려졌다.
[호오!? 그곳에 있느냐? 키케키케케케케]
두근! 두근! 두근!
그녀의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하자. 세레나의 볼에 붉은색을 가진 특유의 문신이 새겨지기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는 녹색의 오오라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휘유. 플로라가 맞긴 맞네. 천 년 전과 판박이라고. 쿠큭.'
[거기냐!!]
말리고스는 현 세레나의 모습에 그렇게 생각하며 숨죽여 웃는다.
그와 동시에 용의 앞발이 그들이 숨어있는 얼음에 진격했다.
쾅!!
거대한 질량과 속도탓에, 얼음이 흉악하게 깨지는 것을 넘어서.
그대로 지면이 함몰당할 정도의 괴력이었다.
그러자 용의 눈에 얼음이 부서지는 순간. 녹색의 무언가가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겨우 엘프잖아? 무서워서 나왔느냐? 하하하하!!!]
"....."
[죽어라!!!!]
거대한 용의 앞발이 다시 한번 내리쳤다.
하지만 볼에 붉은 문신이 있는 엘프는 그걸 피하더니, 자신을 향해 달려왔다.
[이놈이!?]
수십 미터를 쓸어버리는 거대한 붉은 꼬리가 휘둘러졌다.
스치기만 해도 몸이 부수어지는 일격을,
엘프는 몸을 최대한 숙이는 것으로 피해내더니, 용의 얼굴을 향해 활을 당겼다.
피시이이잉!!!
앞발로 화살을 쳐내려 했지만.
청량한 녹색의 빛을 지닌 독특한 화살은 용의 앞발을 그대로 뚫어버리더니,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이에 용의 눈빛이 변했다.
'관통했다고? 드래곤 피부를!?'
"어머나. 머리를 뚫어버리려고 했는데. 실수♡. 그러니 곱게 뒤져."
[이놈이!!!!!! <쉴드>!!]
용과 엘프 사이로 반투명한 막이 수십 개나 생겼지만,
녹색의 화살은 그것들을 관통하여 용에게 상처를 입혀나갔다.
그러자 드래곤은 화살을 피하기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고,
작은 화살을 피하기위해, 드래곤이 엘프로부터 물러나는 모습은 매우 희극적인 모습이었다.
"흥!"
[네 이놈!!!]
활을 매기는 시간을 틈타. 용의 앞발이 내리쳐졌지만.
세레나는 오히려 그 발을 타고 넘으며, 검으로 상처를 남겨나갔다.
잘잘한 상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용의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드래곤이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세레나와 빠르게 거리를 벌리더니, 꼬리를 들어 올렸다.
쿵!!!!!
꼬리를 바닥에 내려친다. 광장이 울리는 그 충격에 세레나도 넘어질 뻔하였으나.
그녀는 곧 균형을 유지하더니, 도발하듯이 드래곤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겨우 이게 끝이야?"
[글쎄? 끝일까나?]
쿵!!!! 쿵!!!
챙!!
세레나는 균형을 잡고 앞에 걸어가려는 순간. 그녀의 앞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거대한 고드름이었다. 그것도 길이 5m는 된 듯한 엄청난 크기의 고드름.
그제야 세레나는 천장을 바라보았고,
그러자 그곳에는 수많은 고드름들이 지금이라도 떨어질 듯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쿵!!!!
"이런. 미..."
문자 그대로. 수많은 얼음의 칼날이 바닥을 향해 그대로 떨어져 내려갔다.
수많은 얼음 조각이 땅에 떨어져 울리는 소리는 마치 악기와 같았지만...
남은 생존자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겠지.
그리고 잠시 후. 죽음의 악기 소리가 끝났다...
"억.. 하아.하아 제길.."
얼음 폭풍이 지나간 후. 세레나의 팔과 다리는 크고 작은 얼음 조각에 뚫려 있었고,
운이 좋은 건지. 장기 쪽에 박힌 것은 없었다.
쿵!!!
하지만 거대한 용의 앞발이 그녀를 짓눌렀다.
용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닌지. 용의 피부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것은 누르고 있는 세레나의 얼굴을 적셨다.
[하하하. 건방진. 엘프년. 드디어 잡았다!]
우드드득! 우직!
"커억.."
[왜 그래? 쿡쿡! 아까처럼 건방진 짓을 해보지? 안 그럼...]
조이고 있던 앞발이 위로 올라갔다.
[죽는다고?]
'끝인가...?"
쾅!!!
"으아아아악!! 내 발!!! 어느 망할 놈이!!!"
용의 발이 갑자기 기형적으로 구부려 졌다. 세레나가 힘들게 고개를 돌리자.
용의 발을 그 꼴로 만든 물체는 다름 아닌, 이곳의 입구를 막고 있던 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레나. 괜찮아?”
“..늦었다고요.. 네메시스..”
네메시스가 통로에서 걸어 나오고, 그의 등 뒤로 무장한 용혈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혈족은 용병을 도와 대항해라. 용의 여왕의 이름으로! 너희들의 임무를 다하라!
그리고... 감히 세레나에게 상처를 입혀!? 곧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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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잡다한 벌레들이. 감히 어디서!]
쾅콰르르르!
입구를 향한 꼬리 휘두르기. 거대한 꼬리가 시체와 얼음을 으깨면서 오는 모습은,
마치 해일이 몰려오는 착각이 들 만큼 끔찍한 것이었다.
이에 날개 달린 특이한 용혈족과 네메시스가 앞으로 나아갔다.
"흠!" "쉬이이이익!"
쿵!!!
단 두 명의 주먹이 거대한 드래곤의 꼬리에 부딪히자.
묵직한 소리와 함께 둘은 밀려 나갔으나, 그들은 여유롭게 기습을 막아냈다.
[이걸 막아낸다고?]
'...한 놈은 등 뒤에 날개를 보니.
이곳에 날 가둔 용혈족의 '로드'지만.
다른 놈은 누구지?'
겉보기에는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고.
용의 눈으로도 아무런 마법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인간이었다.
용혈족들은 그들이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로드'를 중심으로 용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고, 그러자 몇 명의 검에는 푸른빛이 맺어졌다.
[큭.! 망할 놈의 용의 여왕! 곱게 내보낼 생각은 없나 보군!! 모두 다 죽여주겠다!!!]
용과 용혈족이 접전을 이르는 도중. 네메시스는 조용히 세레나에게 다가갔다.
"...살아..있었군요. 쿨럭!"
"말하지 마."
'...출혈도 많고 뼈까지 제대로 조져났군.
이렇게 까지 조져놓고도 살아 있다는 것이 대단하달까...
저놈이 ‘그녀’의 종족인 용족이 아니었으면. 바로 목을 베어 버릴 텐데...'
“세레나. 치료할 테니까. 잠시만 눈감아.”
세레나는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고통 때문인지 단지 눈을 한번 깜박이는 것이 전부였고,
그 모습에 슬픈 표정을 지은 네메시스는 세레나에게 다가갔다.
"...읍?!"
네메시스가 입을 맞추자. 세레나는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렇게 잠시 후. 그가 입을 떼자. 그녀의 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뭐. 뭐에요!!!"
"몸 상태 어때?"
"어라? 그리고 보니?"
그녀의 외부 상처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었고,
내부도 치유가 되었는지. 그녀가 스트레칭을 해보자.
몸이 살짝 굳은 것 제외하고는 사실상 최고 상태였다.
"내 ‘생명’속성 자체를 넣어준 거야.
그래도 출혈 때문에 빈혈기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
"네에? 하,하지만.!!"
생명을 주다니 미친 짓이다.
세레나는 말을 하려고 몇 번 입을 열고 닫았지만,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웃으며 말하는 네메시스의 얼굴에,
그녀의 목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고 곧 그녀는 침묵했다.
“걱정하지 안 해도 된다니까.”
'이 남자는 바보인가?.. 아니면..'
"우~ 표정 풀어. 세레나. 왜 그래?"
"아니에요..."
"크아아아아악!!!"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용의 비명이 들려오는 곳을 보자.
용혈족들은 날개가 달린 로드를 중심으로, 검기가 담긴 검들로 드래곤을 몰아붙이고 있었고, 사방에서 용혈족의 얼음 마법이 드래곤의 움직임을 서서히 둔화시켜나가고 있었다.
[이 자식들이!!! 어..? 머리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거대한 용의 비명이 사방을 메웠고,
그 거대한 울음소리에 생존한 용병들의 귀에서 피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용혈족조차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드래곤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으로,
벽을 향해 휘청거리며 다가가더니. 그곳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저리 꺼져라!!! 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 벨라스트라즈여! 포기해라.]
[그럴 순 없어요. 앙그라마이뉴.]
[웃기지 마라! 용의 여왕의 딸이여! 내가 이 육체를 포기할 것 같으냐!!!]
"무. 무슨?"
두 개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그 모습에 용혈족도 당황해서 공격을 멈추었고,
이에 용의 몸의 주변으로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이 빠져나와 충돌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검은 빛이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그것도 네메시스와 세레나를 향한 방향으로....
"세레나!!"
네메시스는 세레나를 향해 몸을 던졌고,
그가 그녀의 몸을 감싸는 순간...
거대한 어둠이 그들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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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긴?...언덕 위의 하얀 집인가?.."
더러움을 허용하지 않는 백색의 공간이었다. 그 때문에 네메시스의 의견대로 마치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연상시켰지만,
완벽한 백색이 아닌 것이.
뒤쪽에서 검은색 무언가가 서서히 백색의 공간을 침식시켜나가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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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라... 근데 여긴 어디지?"
세레나가 자신이 도착한 곳의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은 네메시스가 있는 비슷한 공간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은 백색에 검은색을 칠한 듯이 회색빛에 가까운 세상이었다.
“우와. 칙칙해..”
[크르르르르. 넌 아까의 엘프잖아?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지?]
그녀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무언가... ‘괴물’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존재가 그곳에 존재했다.
'그것'의 발밑에 있는 지면은 검은 먹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물 들어갔고,
그의 등 뒤에 달린 8개의 날개는 반쯤 녹아버렸는지.
살이 부분적으로 녹아있어 뼈가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또한 얼굴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곳에 있는 두 개의 붉은 눈동자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세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키득! 키득! 벨라스트라즈만 괴롭히는 건 질렀는데. 잘됐어! 키키키키킼킥]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적이라는 것은 알 수 있네요...”
세레나는 볼에 붉은 문신이 새겨지더니, 단검을 고쳐 쥐었다.
그들은 곧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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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철컹!
붉은 미녀가 있었다. 세레나와 용병들이 광장에서 만났던 바로 그 모습으로,
그녀의 몸은 십자형 형틀에 묶여 나체였으나.
온몸을 휘감는 수많은 엄지손가락 굵기의 쇠사슬은 그녀의 몸을 완벽히 가리고 있었다.
마치 가학증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다.당신은 누구시죠?...”
“네메시스. 너의 엄마 친구랄까..”
무뚝뚝한 목소리였으나, 그녀는 그리움과 따뜻함이 그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놀랐던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풀어졌다.
"...4세계 괴물들의 왕! 바로 당신이로군요!
어머니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는 벨라스트라즈.. 어머니의 딸입니다..."
“그래? 근데 지금 상태는 뭐지? 가정불화인가? 아니면 개인적인 취미인가?..”
“.....”
“농담이야.”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에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쇠사슬을 한번 당겨보면서 벨라스트라즈를 바라보자.
그녀는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말을 이었다.
“...드래곤캐슬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는 급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그곳을 향했고,
그곳에는 폭주하고 있는 ‘괴물’이 있었습니다. 괴물들의 왕이여.”
“괴물이라고? 4세계 괴물들은 밖의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없어.”
“..하지만. 제 지식으로는 가장 가까운 존재가 4세계의 괴물입니다.
녹아버린 검은 날개와 존재만으로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 괴물에게,
저의 어머니조차 그것을 상대로 밀리는 상태였습니다.
정확히는.. ‘죽일 수 없었다.’란 말이 맞겠지만 말이죠.”
"음.. "
주신을 상대로 밀어붙일 정도의 존재라면 4세계의 괴물밖에 존재 하지않다.
하지만 그것도 극소수일 뿐.
괜히 창조주가 주신들을 창조해, 그들로 하여금 세계를 맡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드래곤캐슬의 용들에게 밀리기 시작하자.
가까운 용에게 들어가 기생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대상의 몸을 빼앗고 그 몸이 죽으면 다른 육체로 넘어가는 그런 방법을 말이죠..
그 결과. 두 자리 수의 용들이 죽고 말았고.
그 괴물은 그 어떤 방법으로 죽일 수 없었기 때문에...”
“이곳을 만들고, 너의 육체에 기생시키게 한 후.
봉인 한 거군. 육체가 죽어야 이동하는 점을 이용해서...”
“그래요..”
“이해가 안 되군. 굳이 자신의 딸이 아닌, 다른 용을 써도 될 텐데..”
"제 스스로 희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스스로 희생하려고 했지만,
그랬다간 과거에 있었던 주신 시온의 폭주 때처럼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제가 나섰습니다."
네메시스는 그 말에 표정을 굳히더니, 곧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최고급 루비를 밝게 닦아. 광을 낸듯한 아름답고 맑은 눈.
네메시스가 주신에게 최초로 마음을 열게 했던 그 눈과 닮았었다.
그녀와 직계 자손이기 때문일까?
'어려서 그런가... 어리석군...'
“...뭐 그건 좋아. 그럼 이곳에 들어온 엘프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바로 당신의 발밑에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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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 왜!!!!! 어째서 맞지 않는 거냐!!!]
거대한 괴물 발톱에 세레나를 향해 내려쳤지만.
그것은 빗나갔고, 그녀는 오히려 그 틈을 타. 괴물에게 파고들었다.
“확실히 힘도 빠르고 속도도 빠르긴 한데.”
그녀는 손을 갈퀴 모양으로 한 채로 괴물의 가슴에 휘둘렸고,
이에 괴물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으나. 그의 가슴에는 기다란 5개의 선이 그어졌다.
“공격 경로도 뻔하고. 기술도 없고.
너는 그냥 패기 좋은 샌드백일 뿐인걸?”
[웃기지 마! 웃기지 마!!! 내가 질 것 같으냐!!!!!]
괴물의 분노에 공간이 흔들릴 정도로 힘이 몰아쳤지만,
그녀 주위의 녹색의 오오라에 닿자마자. 그것들은 모두 소멸해버렸다.
괴물은 그걸 보고는 눈에 띄게 분노하더니,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아아. 미인은 피곤하나 봐요. 별 잡것이 전부 달려들다니..”
[닥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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