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제 14화 괴물들의 왕과 이계의 검사.
일행들의 앞에 앞장서서 가던 세레나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응? 왜 그래? 세레나?"
".....“
하지만 세레나의 대답은 없었다. 이에 네메시스는 어리둥절했지만.
바람이 바뀌어 눈앞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에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썩어가는 냄새군....그것도 다수의 생물체가...”
그들의 앞에 시체들이 있었다. 풀숲 속에 가려져 그들이 올 때까지 보이지 않았지만...
이들을 확인하니 네메시스들이 알고 있던 자들이었다.
시체들을 자세히 보던 벨라스트라즈가 기억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나랑 싸웠던 용병들이잖아? 근데.. 왜 이곳에 전부?..."
"....누군가 이곳에 있군."
시체들 사이로 가부좌를 튼 한 검은 머리의 남자가 보였다.
그는 검은색 도복을 입은 채로 눈을 감고 있었고,
그의 허리에 있는 검과 겉에 보이는 잘잘한 검상은 그 존재가 수많은 전장을 넘나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설마?"
"흐음.."
가부좌를 한 남자는 소음에 눈썹을 찌푸리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질적인 모습의 인간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 같달까?
그의 주위로 묘한 마나가 흘러나왔는데, 적은 양이라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매우 인위적인 냄새가 났다.
"흠... 너희들은 ‘드래곤 하트’란 것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 괜히 물었군. 그 녀석이 그 ‘책’에서 미래를 읽은 한 너희들이 가지고 있겠군."
“....네 놈은 누구냐?”
“내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지.
너희는 그저... 그 물건을 나에게 주면 된다. 아니면....”
상당히 독특한 억양이었다. 마치 익숙하지 않는 언어를 쓰는 듯이 서툴렀으나.
그의 몸에서 나오는 은은하게 나오는 강한 기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대답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경고하는 듯이 자신의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고 벨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감히...!!!"
드래곤 하트. 용족 중 오로지 드래곤의 몸 안에만 존재하며 마나의 집결체로 드래곤이 살아오며 마나가 쌓여가기 때문에 모든 '세계'를 통 들어 최고의 마나석이었다.
다만 이는 드래곤의 최고 약점이기도 했는데.
심장이 날아가도 마법을 통해 회복하거나 생명 연장이 가능하나 이 부분이 잘려나가면 몇 분 안 가서 드래곤은 죽는다.
따라서 드래곤에게 드래곤 하트를 달라는 소리는 드래곤에게 브레스를 맞아도 할 말 없는 일이기 때문에..
벨라스트라즈가 앞에 나서려 했지만.
네메시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앞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였다.
"왜?"
싸악!
그녀가 묻는 순간. 네메시스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뒤로 당겼고,
곧 푸른 섬광이 그곳을 지나갔다. 도대체 언제 휘둘렀던 것일까?
그 남자의 검은 아직 허리에 있었고 거리가 10m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었다.
"..음? 자네 감각이 좋군?"
"...무슨 짓이지?"
"이거? 내가 아는 놈이 말이지.
이 시간쯤에 붉은 머리의 누군가의 몸속에 있다고 들어서 말이오.
아무래도 거기 있는 붉은 머리 여자가 아닐까 싶어서. 하하하하"
“......”
"그 표정을 보니. 정말이나 보오? 다행이야~
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한 가지만 묻지. 여기 있는 용병들은 왜?"
"처음에는 말로 해결하려 했소.
하지만 어쩌다 보니 시비가 붙고 이렇게 되어 버린거오. 슬픈 일이지..."
".....세레나. 벨라스트라즈. 먼저 가. 난 이놈을 처리하고 곧 따라갈게."
네메시스는 주인을 잃은 낡은 검들을 주워들었다.
그녀들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그곳에서 벗어나자.
눈앞의 남자는 주인 잃은 검을 주워든 그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주인 잃은 검이나 주워들다니. 상당히 궁핍하나 보군?"
“하하. 난 내가 딱히 궁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네메시스의 눈이 실눈을 좁혀졌다. 그것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상태로 말이다.
“네놈을 테스트를 하는 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해. 후후.
안 그래? 중원이란 곳에서 온 인간이여?”
그 말에 남자의 눈이 크게 떴다.
“반응을 보니 확실하군. 2세계의 최고 검사들이 있는 세상.
자존심만 하늘을 찌르고 항상 서로 뜯기 바쁜 쓰레기들...
그런 쓰레기가 이 1세계에 무슨 수로 온 건지 모르겠지만.....”
‘넌 나에게 상당한 쓸모를 가진 패가 될 거야.’
네메시스는 뒷말을 삼키며 섬광처럼 휘둘려진 그의 검을 받아냈다.
싸악! 챙그랑!
용병들이 들고 있는 싸구려 검은 너무나 쉽게 잘려나갔고,
두 번째로 주운 검에서나 그의 검격을 받아 낼 수가 있었다.
“내가 말할 땐 좀 들어주면 좋겠군...
몸속의 마나의 흐름을 보니. 마교라는 곳이었나?
그쪽 계통의 흐름이야... 안 그래?”
"...월검향이다."
자신의 신분을 알아본 네메시스를 인정한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검들이 부수어져 갔다.
그에 네메시스는 계속 물러나면서 누군가의 검을 집어 들었고 월검향은 계속 치고 들어갔다. 결국에 마지막의 누군가의 검까지 박살났다.
이에 네메시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누가 널 이 1세계로 소환한 거지?
아니면.. 스스로의 힘으로 이곳으로 넘어온 것이냐? 응? 대답해봐.”
"..언제까지 놀 생각이지? 네 이놈?!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능글맞은 그의 태도에 월검향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기(마나)를 담아 육성으로 외쳤고,
이에 거대한 울림이 네메시스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네가 인간치고는 꽤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너보다 위험한 것들과 같이 지내는 지라...”
네메시스는 두 손을 내리고는 월검향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순식간에 너를 실수로 죽여 버릴 수도 있거든...
그러면 정보를 못 얻으니. 곤란하지 않겠어?”
네메시스로는 순수한 진답이었다. 눈앞의 인간이 강하다는 것은 네메시스도 인정하지만...
그의 기준으로는 어중간히 강함일 뿐이었다.
대충 손대중으로 처리하기에는 쉽게 쓰러지지 않고,
그렇다고 힘을 써버리면 순식간에 죽어버린다.
그렇기에 시간만 질질끄면서 그의 실력을 측정하고 있던 네메시스였다.
‘눈앞의 인간은 내가 이용하기 나쁘지 않는 패가 되겠어. 후후...’
“네 놈이 그렇게 날 조롱하겠다면 좋다. 그대로 죽어라!!!!”
채애애앵!!!!
"어?..."
월검향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분노를 검에 담아 네메시스의 몸을 베어 넘겼지만. 그 일격은 그의 손에 나타난 새파란 푸른 도신의 검에 막혔다.
그 검은 벽에 걸어두는 장식용 검같이 상당히 아름다웠고 검 표면에 적힌 수많은 글씨는 기하학적인 무늬를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손잡이에 달린 붉은 루비는 푸른 검과 대비를 이루어 매우 돋보였다.
이에 월검향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여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월검향이라고 했나?
네메시스의 검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이에 월검향은 직감적으로 위험할 거라 예상하며 그의 검에서도 대항하는 듯이 검기가 치솟았다.
"이 검을 보는 걸 영광으로 여겨도 좋아.
역사상 단 2번밖에 나오지 않는 검이라고.
뭐.. 검보단 방패에 가깝지만 말이지..."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검을 아래로 내리더니,
자신을 경계하는 월검향에게 말을 이었다.
“이 검의 성능은 단단한 것만 빼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만.....”
네메시스는 서서히 월검향에게 다가가는가 싶더니,
곧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이에 월검향은 급히 받아쳤지만.
뒤로 3m가량을 주르륵 밀려 나갔다.
“!!!!!!”
“나의 검의 경로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널 죽여 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아.
....이건 진심 어린 경고야. 친구.”
그 말과 함께 네메시스의 모습이 사라졌고,
곧 수십 개의 검의 궤적이 자신에게 휘둘려지는 것을 보며 월검향은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이에 그 둘의 사이로 검과 검이 충돌하는 소리가 주위 숲속에 울려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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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지.. 4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채애앵!!!!
'솔직히 이세계로 온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있던 세계에선 항상 두 편으로 나뉘어 싸웠고,
사소한 작은 싸움이 크게 번져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도 있었다.
그곳에 비해선... 이곳은 평화롭다.'
끼이이이익!
'난 그곳에서 수많은 이들을 자르고 토막 냈으며,
자기 가족을 목숨을 구걸하는 이들까지 남김없이 베었다.
이로 인해 검신이라는 명성도 얻었었고 악귀라는 명성도 얻었다.'
우지끈!
'하지만 그렇기에 항상 나의 적들은 나타났고,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복수를 나에게 하겠다고 했다.'
째앵!
‘결국.... 그러한 현실에 나는 실증이 느끼고 말았고,
어느 날. 나는 알지 못하는 복장을 한 그 녀석을 만났다...
이러한 현실에서.. 탈출시켜 주겠다는... 그래... 아스카나의 마법사란 놈을 말이지...'
검들이 계속 부딪히자. 월검향의 검이 비명을 질렀고 이에 그는 뒤로 물러섰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실력이 부족한데?”
“네 이놈...!!!”
네메시스의 검에 감도는 은은한 기운은 검기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증기에 가까운 거였고 그 반면에 월검향에 담긴 검기는 완벽한 현상을 갖추어 최고의 검객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메시스의 검은 묵묵히 월검향의 검기를 받아내면서 흠집조차 없었고,
네메시스는 월검향과 검을 섞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으윽!'
힘과 속도에서 밀린다. 기술적인 측면은 확실히 자신이 우위에 있었으나.
네메시스의 검은 집요하게 그의 검을 쳐내 손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마치... 월검향의 신체를 시험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흐음.. 월검향이라고 했나? 넌 인간으로서는 대단해."
"......"
"나름 이 몸을 정성스럽게 '조정'하여 만들었는데.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니.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져도 될 거야.
하지만.... 상대가 나쁘다고 친구?"
처음에는 도발을 위한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말 직후. 부딪힌 검은 네메시스의 말이 진심임을 나타내는 검이었다.
쳐내기만 하던 네메시스의 방어적인 검로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했다.
희미한 매화향이 흘러나오면서 빠르게 베어오는 8개의 검의 잔상을 피해 월검향은 급하게 쳐냈다.
"너.... 어떻게. 그 기술을?..."
“이렇게 하는 것이 맞으려나?
적당히 눈대중으로 배운 거라서 말이지. 하하하하.
정확히는.. 조금 다르지만...”
네메시스의 입술이 비틀려진다. 온화한 미소와 함께 섞여 있는 그 비틀림은...
괴물 고유의 광기였다.
그는 농담하는 어조와 함께,
다음 검은 기괴하게 뱀의 모습으로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졌고.
그 직후. 냉기를 담은 검술이 아래를 향해 다시 내려찍어졌다.
'커억!'
"놀라운가? 너희들의 검술을 내가 사용한다는 것이?"
"........"
“흐음. 이 사실을 너에게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너희가 스스로를 중원인이라 하는 놈들은 말이야.
모두 죽은 후에 ‘윤회의 궤’ 시스템에 의해 지옥보다 더 끔찍한 곳으로 자동으로 가게 돼.”
"...?"
“주신들이 상당히 속 좁은 이유도 있지만...
너희들은 인간치고는 너무 강해.
너희는 수많은 시간 동안 너희들끼리 검으로 겨루며,
2세계에 얼마 없는 마나를 체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법과 스스로의 길을 단련해왔다.
그중 꼭대기에 이르는 존재는 4세계 괴물과도 겨룰만한 신체로 발전하게 되지.
그 덕에 나도 너희들의 검술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2세계 주신들에겐 너희는 블랙리스트야. 너흰.
너희는 죽으면 윤회의 궤에 올라가는 것이 아닌.
대부분 4세계에 던져져서 저항하다가 결국 괴물들의 밥으로 사라지지.
영원한 소멸이랄까? 이와 중에 몇몇은 끝까지 살아남아 결계 안까지 갈 수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기록으로는 3명이 전부야.”
"너... 지금까지 돌아가신 나의 스승과 가족들이 모두 지옥보다 끔찍한 곳으로 떨어져. 영원히 사라졌다는 거냐!!!!!!"
“음...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난 거짓말을 못 하는 괴물에 속해서... 아마 너의 예상이 맞겠지?”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그를 동정하였고 이에 월검향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의 존재가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는 몰랐지만.
고인 모독을 하니, 아무리 월검향이라도 이성을 유지하긴 힘들었다.
“...어디서 거짓말을!”
“괴물들은 거짓말을 안 해, 정확히는 못 한다는 것이 맞지만 말이지.... ”
검이 다시 부딪힌다. 하지만 현재 월검향의 검에는 이제 날카로움보다는 한없이 거칠었고 흉폭한 기운이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분노가 같이 담겨서 휘둘려지기 때문이겠지.
이에 네메시스는 방긋방긋 웃으며 그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이것이 전부야?
좀 더... 너의 실력을 내보는 것이 어때? 응?”
“닥쳐라!!!!!! <월섬>!!!”
시린 달빛과 같은 섬광이 수십 개 정도 반짝인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마나를 집어넣었기 때문일까?
채앵!!!!! 쩌어어억!
월검향이 들고 있던 검이 검기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띌 정도의 금이 갔고,
이에 그가 놀라 자신의 검을 바라본 사이에 네메시스의 검이 날카롭게 베어 들어왔다.
쨍끄랑!!!!
"커억!"
그의 손에 있던 검이 흡사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손잡이를 남기고는 부수어져 내렸다.
이에 검 조각의 일부가 자신의 몸속에 박히는 것을 느끼며 월검향은 뒤로 물러섰다.
"하아... 하아..."
“아쉽게도 넌 내가 쓸 만큼 강하지 못해...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지.
너는 아까 놈이 여기에서 그녀를 대기하라고 했는데....
너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누구지”
“....말할 것 같소?”
“...흐음 어쩌면 비트레이인지 하는 놈의 수작일지도 모를까 해서 말이지.”
“..응? 그게 누구오?”
떠보는 듯이 네메시스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월검향은 정말 모르겠다는 눈빛이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트레이랑 상관없는 건가? 벨라스트라즈가 목표이기에 그쪽이 보낸 줄 알았는데?
제3세력인가? 흐음...’
네메시스는 거기까지 고민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면.. 자신이 쓸때 없이 눈앞의 인간을 떠본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드래곤 하트만 해도 인간들에겐 큰돈이 되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질문을 바꾸지. 어떻게 우리의 움직임을 안 거지. 예지능력인가?"
“..난 다만 그가 대기하라고 해서 이곳에 온 것뿐이오. 어서 끝내시오.”
월검향은 그 말과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언젠가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한 탓에 자신의 검이 부서진 순간이라니...
상상조차 못 했다. 설사 이 자리에서 도망간다고 하들...
‘..도망가다가 등 뒤를 베여, 추하게 죽겠지.
그럴 바에는... 이것이 낫다...’
“좋은 태도야... 그건 마음에 드는군. 친구.”
차아아앗!
“커억!”
월검향의 배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네메시스가 얼마나 검을 강하게 휘둘렀는지,
월검향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강 쪽으로 육체가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생명에 치명적인 장기는...
하나도 베지 않았다?’
“잘 가라고. 몇 달 정도 요양하면 나을 거야.
나중에 죽으면 4세계에서 봐!”
네메시스의 외침에 월검향은 강 쪽으로 떨어지면서도.
그가 일부로 자신을 놓아준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풍덩!
월검향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네메시스에게 손을 뻗는 동작을 했지만,
곧 물속에 빠져 모습을 감추었다.
“인육을 애호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다만 다시 만날 땐 더 강해져서 오면 좋겠군...”
네메시스란 괴물에겐 인간은 상당히 맛이 비리고, 근육과 뼈가 많은 만큼.
씹어 먹기에도, 요리하기에도 곤란한 애매한 존재였고,
그렇기에 먹지도 않을 거.
괜히 죽이기 싫은 것이 네메시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좀 더 실력을 쌓으면, 내가 쓸 만한 존재로 성장할지도 모르지...
내가 1세계로 온 것은...
’플로라 문제‘만이 아니니까 말이지...’
"음? 이게 뭐지?"
네메시스는 그렇게 생각한 후. 몸을 돌려 일행에게 돌아가던 중.
땅에 고급스러운 작은 상자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그가 호기심으로 그 안을 열자 두 개의 반지가 보였다.
“이 반지들은... 청혼용이잖아....
이거... 그 친구에게 미안하게 됐는걸...?”
네메시스 본인도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서 1세계로 온 존재였다.
그런데... 얼떨결에 남의 연예에 해방을 놓게 되다니..
그 사실에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네메시스는 급히 강을 바라보았지만. 강물에 떠내려간 월검향의 흔적이 있을 리가 없었다.
“미안. 이건 나중에 돌려줄게. 월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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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계 : 주신들조차 버린 최악의 장소.
과거 어떤 이유로 '세계'자체가 멸망해버린 곳으로 이곳에 있던 주신들이 소멸해버렸다.
이로 인해 버림받은 장소가 되어 관리를 하지 않자.
주신들의 눈을 피한 범죄자, 괴물 등 각종 최악의 존재들이 그곳으로 몰려들게 됐는데.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4세계'는 주신으로 받을 수 없는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대상자의 육체를 거름으로서 뺏고,
그에 대한 대가로 영혼으로 만든 강력한 육체와 '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이들을 ‘괴물’이라고 하며,
그들의 능력은 대상자의 가치관이나 이상향에 따라 부여받는 것이 각자 다르다.
이 때문에 이곳에 존재하는 이들은 끔찍할 정도로 강하며 천 년 전 전쟁에서 그 위력을 과시하였다.
과거 4세계의 왕은 야누스였으나.
네메시스와의 두 번째 전투에서 패배하여 현재는 네메시스가 4세계 괴물들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