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제 18화 블러드 토너먼트
"우와. 인간들이 많네요."
신성제국의 벨르덴 성당 앞.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숫자는 천 명 정도 되려나? 세레나는 그 많은 숫자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네메시스는 그런 그녀가 귀여운지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부 참여하는 것은 아닐 거야. 참가자를 배웅하거나. 교황이나 성녀를 보고자 하는 이들도 많을 테니까 말이지."
"우! 그래도요. 이렇게 많은 인간들을 보는 건 처음인걸요."
거대한 성당의 문이 열리고, 성기사들이 줄을 서서 나오기 시작하였다. 곧 그들의 통솔하는 이가 그 앞에 섰다.
"교황님과 성녀님의 행차입니다!!!!"
그의 말에 따라 문에서 두 명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황금빛 곱슬머리와 호박을 박아 넣은 듯한 황금의 눈.
작지만 그 몸에서 은은하게 나오는 신성력은 신성제국을 대표하는 지배자인 교황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에스코트하고 있는 성녀는 아름다운 금발을 허리까지 기른 채로,
끝을 리본으로 묶어 정리하고 있었고 머리에 꽂혀 있는 3개의 장식용 깃털은 그 어떤 장신구보다 그녀에게 어울렸다.
그녀의 등 뒤로 뻗어 나온 한 쌍의 큰 날개는, 그녀가 성스러운 신의 사자인 천족임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었다.
복장은 고급의 원단만을 사용하여. 일반적인 귀족에 비해 수수해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깃든 기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할 정도였다.
오오오오오!!!
그 경이로움에 가까운 모습에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무릎을 굽히고 예를 갖춰갔고 네메시스는 그 순간. 교황의 두 눈이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흐음. 와줬네? 상품이 마음에 들었나봐?]
[요리가 취미인 나에 맞추어서 상품을 준비한 것은 순수하게 칭찬할게.
하지만. 그전에 지금 상황이나 어떻게 해라. 빛의 주신.
현재 너에게 허리를 숙일 생각은 쥐꼬리도 없으니까 말이지.]
파도같이 서서히 무릎을 꿇기 시작한 인파가, 네메시스의 앞까지 갔을 때.
교황을 손을 들어. 예를 그만 갖춰도 된다는 손짓을 취했다.
“아아아! 역시 교황님!”
"인품마저 저렇게 훌륭하실까.“
"실버게이트의 언데드들을 홀로 남아. 상대하셨다고 하잖아!"
'겉모습에 속지 마. 필멸자들아...'
네메시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표정을 구기며 중얼거렸고 교황 '켈렌트'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현재 네메시스와 켈렌트가, 괴물과 불멸자로서 만난 것이 아닌 이상.
그는 교황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했고, 네메시스도 평범한 여행객들처럼 켈렌트를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신성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러분! 제가 비록 어리지만.
훌륭한 용사 분들이 이곳에 모인 것이 제 눈에 보입니다.
먼저 블러드 토너먼트의 개막을 알리기 전에, 우리 신성제국 성녀의 연주가 여러분을 축복할 것 입니다. 빛의 주신의 이름으로!"
교황은 옆에 서있는 람히르에게 눈짓하였고 그러자 그녀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아공간>!"
그 동안. 성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적어서일까? 그녀의 목소리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탄하였다. 그녀의 앞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서서히 거대한 피아노가 빠져나오자.
그녀는 피아노와 함께 나온 의자에 앉으면서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인파 속에 있는 네미시스에게 이르자. 그대로 멈추었고,
그 시선에 네메시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줬을 뿐이었다.
그러한 둘의 모습에, 세레나는 네메시스의 귀를 잡아당기고는 물었다.
“아는 사이에요?”
“응. 조금은.”
"에에에!? 도대체 언제!?"
“아... 그건.”
“조용히 좀 합시다! 연주가 시작되잖소!”
""죄송합니다.""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이가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고, 그런 모습이 람히르에게도 보였는지.
그녀는 입을 가리며 살며시 웃었다.
잠시 후. 그녀는 준비를 끝내고는 건반에 손을 올렸다.
“....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것은 악보가 발전하지 않는 드림랜드에선 듣기 힘든 체계적인 노래로, 너무나 아름다웠고 또한 다시는 듣기 어려울 정도의 고운 울림이었다.
그러한 음악에 세레나는 눈을 크게 뜨며 감탄사를 흘렸고, 벨라도 듣기 좋은 듯이 눈을 감고는 네메시스의 어깨에 기댔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아쉬운 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었어."
람히르는 피아노를 다시 아공간에 넣고는, 그대로 성당 안으로 되돌아가서 모습을 감추었고 이에 교황은 박수로 아쉬워하는 군중을 깨웠다.
“자아! 이것으로! 교황의 이름으로 블러드 토너먼트가 개최됐음을 선언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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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A조 부분은 저를 따라오세요!”
“B조는 이곳으로!!”...
성기사들이 각자 다른 깃발을 든 채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본 경기는 내일이기 때문에 아마 예선전을 위해서겠지.
“네메시스는 어느 조에요?”
“A조야. 마침 저기에 있네.
그럼 다녀올게. 세레나.”
“무사히 다녀와요.”
“우와~ 너무해. 나는?”
“그래. 벨라. 다녀올게.”
벨라가 섭섭한 듯이 볼을 불리며 끼어들었고 네메시스는 그녀의 볼을 누름으로서 바람을 빼고는 예선전이 열리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크군."
그가 처음 경기장을 볼 때. 첫 소감은 그거였다.
그곳은 전부 대리석으로 만든 듯한 콜로세움 모양의 대형 건축물이었다. 이 도시 주민의 절반 정도는 수용이 가능한듯한 엄청난 크기였고, 내부의 중앙에 거대한 대리석으로 만든 링은 가로세로 1m의 정육면체들이 연결되어. 족히 수 십 미터에 이를 정도의 크기였다.
찌릿!
“응? 뭐지.”
그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따가운 무언가를 느꼈고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것을 느꼈는지. 주위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살폈다.
그렇게 잠시 후. 100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은 중앙에 모였고 그러자 관람석에서 성기사가 올라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A조의 예선전의 심판으로 오게 된 성기사. 진입니다!”
“.....”
“이곳엔 교황님이 설치한 결계가 있어.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탈락자는 안전하게 밖으로 나가집니다.”
그제야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느낀 것이 무언인지 깨닫고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곳의 룰과 관련된 빛의 마법인 것 같았다.
‘어떤 일이라도...?’
그 말에 참가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블러드 토너먼트에서 워낙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그들도 이 점에 대해서 걱정했기 때문이겠지. 성기사의 말이 이어진다.
“이 결계 안에서는 다들 일정한 에너지를 받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몸에 타격을 받으면, 에너지가 깎이게 되고, 전부 깎이면 밖으로 나가집니다. 참고로 갑옷을 입든. 마법을 사용하든. 이 에너지는 타격에 의한 것으로 깎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기가 몸에 닿으면 반드시 깎입니다.”
'켈렌트 녀석. 내가 불리한 룰로 했군.'
이 룰에 의하면 순수한 몸의 방어능력은 의미 없어지고. 순수한 회피에 의지해야하는 싸움이 되어버린다. 네메시스 본인의 전투 방식과는 상반되기 짝이 없는 방식에 네메시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럼 경기 시작하세요.”
"...?"
“서바이벌입니다. 이곳에서 한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시면 됩니다.
참 쉽죠? 여러분 안전은 교황님이 보장합니다.“
"뭐!?"
네메시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룰에 황당해했지만. 그 순간. 살기를 느껴 뒤로 물러섰고 그러자 그곳에 거대한 도끼가 내려쳐졌다.
그가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주위는 난장판이었다. 마법이 난사되고, 검이 휘둘러진다. 추가적으로 도끼를 휘두르려는 인간의 모습에, 네메시스는 도끼의 주인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퍽퍽!
가슴을 찌르는 일격 이후. 정확히 턱을 치는 두 번째 일격에, 도끼를 든 남자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가 보기에는 네메시스가 갑자기 사라진 이후. 자신이 아웃당하는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거군. 켈렌트. 날 제대로 물 먹여 보겠다는 거지?”
네메시스가 겉보기에 연약해보이기 때문일까? 그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귀찮은 꼬마 녀석. 정말 짜증나는 수단만 쓴다니까.”
많은 숫자의 공격에 당한다면, 본인의 의사없이 탈락한다. 아무래도 그 룰을 이용해서, 골탕 좀 먹이려고 한 것 같은데..
“날 너무 물로 보는군. 빛의 주신 켈렌트.”
네메시스는 가볍게 목을 풀더니,
곧 몸을 숙여.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는 중앙을 향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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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역시 이정도로는 무리 일려나?"
빛의 주신 켈렌트의 앞에 8개의 영상이 있었다. 각각의 영상은 서로 다른 콜로세움을 비추고 있었고,
그의 황금빛 눈은 네메시스를 비추는 영상에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네메시스는 경기의 룰에 처음에는 고전하더니, 곧 다른 참가자 한명을 기절시키고는 그것을 방패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차근차근 다른 참가자들을 아웃시키고 있었다.
“휘유~ 역시 666의 괴물이야. 일부로 불리한 룰로 만들었는데 저 정도라니.
이래서야. 재미가 없잖아?
하긴야. 본래 진흙탕 싸움이 녀석들의 특기였으니..”
켈렌트는 불쾌한 기억을 생각했다는 듯이 표정을 구겼다. 비록 천 년 전에 끝난 일이라지만. 당시의 기억은 괴물이나, 불멸자나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기억있기에...
서로의 앙금은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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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마지막 참가자 한 명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네메시스는 주위를 둘려보고는, 한숨을 쉬더니 자신이 방패로 쓰고 있던 참가자까지 기절시켜 완전히 아웃시켰다.
“지루하군.”
4세계에선 수많은 괴물들이 한 번에 도전해온 것을 생각하면, 필멸자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정도는 간단하게 처리가능 했다.
다만...
‘이들 중 일부는 단순히 돈 때문에 참가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네메시스는 사명감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던, 몇 몇 도전자들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자신이 알기로는 이 대회에 우승상품은 바로 ‘향신료’.
드림랜드에서 향신료가 비싸게 소비된다고 해도, 사명감까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처럼 요리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들인가?’
“축하합니다! 네메시스님.”
자신을 성기사 ‘진’이라고 소개했던 성기사가, 관중석에서 그에게 다가와 예를 갖춰 인사하였다.
“....?”
“교황님께서 당신의 예선전이 끝나면, 자신의 방으로 모셔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반드시 당신이 이 예선전에서 통과한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또 그 보기 싫은 빛의 주신의 날짝을 봐야하는군...
뭐. 차라니 잘됐어.
그에게 묻고 싶은 것도 있었으니...’
“알겠다. 곧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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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쿵!
“괴물들의 왕. 왔어? 그럼 그곳에 앉아.”
방문이 닫히고 네메시스의 앞에 인간들의 교황 '켈렌트'가 있었다.
방 안의 곳곳에 금으로 만들어진 촛대나 기념물들이 있었고, 그곳에 있는 8개의 영상은 경기장을 실시간으로, 아직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빛의 주신 켈렌트는 천진만한 표정으로, 네메시스가 앉을 자리까지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네메시스는 방 안에 들어오자 영상에 시선을 던졌다.
“조만간 너를 만나려는 생각은 했다만... 상당히 악취미군.
남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훔쳐보다니. 관음증도 적당히 하는 것이 어때?
빛의 주신.”
“난 개최자로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인해야하니까. 괜찮아.”
“보나마나. 나에게서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없나하고 지켜봤겠지.
아니면... 굴욕이라도 당하길 기대했거나.”
네메시스는 켈렌트의 말을 비꼬며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더니, 턱을 괸 채로 빛의 주신 켈렌트를 보았다.
“용의 여왕과는 얼마 전에 만났다. 그녀의 말은 사실인가?”
“그녀가 곧 죽을 거란 사실 말이지?”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이 그녀가 죽을 거라고 말하는 켈렌트의 말에,
네메시스는 눈썹을 찌푸렸지만 켈렌트는 그 반응을 예상한 듯이 말을 이었다.
“네가 들은 대로 그녀는 곧 죽어.
아무리 나라도 정확한 때는 알 수 없지만...”
“예지냐?”
1세계의 빛의 주신 켈렌트. 그의 능력은 대부분 빛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장 큰 능력은 운명을 미리 보는 예지였다. 그가 예지로 본 것은 어떤 방식으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예지로 본 것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는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켈렌트에게 물었다.
“응. 내가 본 예지로는 멀지 않는 미래에 그녀가 살해당하는 것이 보여.”
“....제길.”
“괴물의 존재로 인해 다소 예지가 흐려졌지만, 그녀는 2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마나의 주신이야. 그 거대한 존재의 죽음은 나의 흐릿해진 예지라도 확실히 볼 수가 있어.”
“....”
“운명이 강과 같다면. 너는 그걸 막는 바위와도 같아. 크든 작든 강물의 방향을 뒤틀려버리지. 그걸로 인해 나의 예지가 힘들어지고 흐릿해졌지만. 이번 일은 확실해.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녀의 죽음은 피할 수 없어.”
켈렌트의 말이 끝나자. 그 둘 사이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네메시스는 턱을 괸 것을 풀더니, 켈렌트의 황금빛 눈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마치 짐승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 같았다고 켈렌트는 생각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누가 그랬는지는 아직 몰라.
내가 예지로 알 수 있는 사실은.. 그녀의 ‘친한 존재’에 의해서라는 것 뿐...
그렇다면 바로 네메시스가 아닐까?”
콰앙!
“커억!”
어느 사이에 다가온 네메시스가 작은 소년의 멱살을 잡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웃기지마라..! 내가 그녀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할 것 같아?”
“...너의 연인이었던 '플로라'한테도 그랬으면서?
또 못할 것도 없지. 안 그래? 괴물들의 왕.”
빛의 주신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네메시스의 말에 받아쳤고,
그 말을 끝으로 둘의 몸에 자기만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방안에는 끈적끈적한 살기가 가득 찼다.
그러나 잠시 후. 먼저 살기를 거둔 것은 네메시스 쪽이었다. 그는 켈렌트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흥!”
“의외네. 다른 주신들 말대로 성질 많이 죽었어.
여기서 내 목 정도는 잘려버릴 줄 알았는데. 상당히 동글동글 해졌네? 괴물들의 왕.”
아까 전에 친절한 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조롱이 담긴 목소리였다.
“어린애랑 싸워 봤자. 피곤 할 뿐이니까. 죽어도 금방 부활하는 놈을 뭐하러 화풀이를 해?”
불멸자는 목이 잘리는 정도로는 죽지 않았고, 정말로 불멸자를 죽이려면 여러 조건이 성사되어야만 했다.
물론... 네메시스는 천 년 전에 눈앞의 주신을 죽이기 직전까지 끌고 갔지만 말이다.
이 사실 때문에, 둘의 사이가 물과 기름 같을지도 몰랐다.
“쿠큭!”
“뭐. 공적인 대화는 그만두고. 이제 사적인 일로 시작해볼까?
난 네가 관리하는 1세계에 와서. 플로라를 무사히 데리고,
본래 4세계로 돌아가면 충분하니 말이지.”
소년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네메시스는 상관없는 듯이,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 그곳에서 황금빛 액체가 차있는 병을 꺼내, 켈렌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서열 13위 괴물. '퀸'의 꿀이야. 당도나 질로는 그 무엇도 따라 올 수 없는, 4세계 특별 상품이야.
너는 단거라면 환장하는 주신이잖아?
이건 내가 1세계에 있는 것을 눈감아주는 대가라고 생각해.”
“이건 고맙다고 해둘게!”
방금 전만 해도 살기 넘치는 두 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꿀을 받은 켈렌트의 모습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은 아이와 같았고, 그 모습을 보며 네메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과거에 앙금이 있었다지만. 네메시스는 그것들을 털어버리고, 주신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우승 상품의 값이라고 해두지.”
그가 그 말을 남기고 방 안을 나서자. 켈렌트는 벌꿀이 든 병을 소중한 보물을 받은 듯이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켈렌트의 황금의 눈동자가 8개의 영상들 중 하나에 향하였다.
그것은 로브를 뒤집어 쓴. 한 참가자의 뒷모습이었다.
“의외의 손님이 왔네? 왜 이 놈이 이곳에 온 거지...?”
경기장에 다른 참가자들은 한 번에 아웃 당했는지. 동시에 빛이 되어 가고 있었고,
비교적 깨끗한 링에는, 보란 듯이 대리석을 깎아 쓴 글씨가 영상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냐? 빛의 주신 켈렌트? 1세계에 놀러왔다. zeus.]
“저 자식은 주신으로서 업무는 안하고. 왜 이곳에 온 건지...
그래도 이 대회가 의외로 재미있어질지도? 쿠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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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꿀 : 4세계 13위 괴물. '퀸'과 그녀의 레지나 연합들이 만들어 내는 꿀로, 1년에 매우 적은 양만 생산된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천문한적이고 네메시스도 그녀에게서 가끔 몇 병 얻어 받는 정도로 희귀하다. 맛은 극단적으로 높은 당도로 희석해서 먹어야하며. 그 맛은 다른 세계에선 찾을 수 없을 정도이기에,
13위 괴물. 퀸이 이끄는 레지나 연합의 주요 수출품으로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