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제 22화 블러드토너먼트의 혼란 (23/127)



〈 23화 〉제 22화 블러드토너먼트의 혼란

"하아...하아..."

세레나의 몸이 불덩이 같이 뜨거웠다.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고,
그녀의 시야는 한없이 흔들려. 세상이 흔들려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하아....!”

단내가 가득한 숨을 통해. 몸의 열기를 식혀보려고 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몸을 감싸는 열기가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가 무언가 이상한지.
벨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 힘들면 먼저 들어갈까?”

“...괜찮아요.”


벨라스트라즈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곧 자리로 다시 돌아갔고 세레나는 자신의 볼이 따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그녀가 정신을 가다듬으며 생각하자.
네메시스가 피를 흘린 시점인 것 같았다. 그녀가 힘들게 시선을 돌려 링을 향하자.
네메시스의 피 냄새가 짙게 베여 나오고 있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러한 냄새가 그녀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마치 유혹과도 같았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것 같은... 늪과 같은 달콤한 유혹.

"윽....!!"

세레나가  냄새를 처음 맡아본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경기장에서 흘려 나오는 네메시스의 피 냄새는 그녀에게 무엇보다 자극적이었고 자신의 몸속에 있는 '조화'를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죽이고 싶어.... 제길...! 이건 대체....’


살의에 저항하려고 했으나. 그녀의 의식이 눈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상황에 세레나는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비틀!


“아아아아....!!”


“이봐. 괜찮아?”


'제우스라고 했던가....?'

분명 네메시스가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라고 한다. 바람기가 많이 있는 듯한 이상한 인간으로 보이지만...
다행히도 그에겐 살의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세레나는 정신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점점 멀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 세레나의 모습에 급히 다가온 제우스는 쓰러지려는 세레나를 붙잡았다.

“정신 차려. 아가씨.
아가씨가 여기서 쓰러지면. 내가 네메시스에게 혼나!”

“.....”

세레나가 힘들게 고개를 돌리자. 주위에 벨라와 말리고스조차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보기에도. 현재의 세레나의 모습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현재의 세레나는 마치 열병에 걸린 환자와도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잠깐 전만 해도 멀쩡하던 그녀가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콰아아아앙!!!!


[.........]

링 위에서 네메시스와 월검향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세레나에게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멈추었다.
눈앞에 그들이 무언가 말을 했지만. 세레나에겐 들리진 않았다. 다만...
머리가 매우 아팠다. 네메시스가 다시 베였던 것일까?
다시 퍼지는 그의 혈향과 함께 어떤 기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네메시스?'


깨지듯이 아픈 그녀의 시야로 흐릿하게 ‘누군가’가 보이더니 곧 선명해졌다.
네메시스가 보였다.
아니... 그것은 네메시스를 닮은 누군가였다.
차갑고 냉정한... 현재의 그와는 달리. 감정이라고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 모습.
이 존재는 누구일까? 현재 확실한 것은...
자신은 과거부터 저 남자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아아악!!!!'

온몸을 쥐어짜는 통증과 함께 세레나의 '조화'가 꿈틀거리더니 몸 전체로 뻗어 나갔다.
더 이상... 세레나는 버틸 수가 없었다.

--------------------------------------------------------------


"정신 차려. 아가씨!"

쓰러지는 세레나를 제우스가 부축하자. 그의 곁으로 말리고스가 날아왔다.


“네 짓이야? 빨리 그녀에게서 손 떼. 제우스.”


“잠깐! 잠깐...오해가 있나 본데.. 말리고스...”

“네가 보나 마나 이상한 약을 먹였겠지!”

“아니라니까....! 내가 미쳤다고 4세계 괴물들의 왕의 주변 인물을 건들겠어?!
특히 이 아가씨는....”

주물럭~! 주물럭~!

제우스가 정말 억울한 표정으로 말리고스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손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몸을 희롱하고 있었고,
 모습에 말리고스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세레나의 상태가 이상한 이유를 제우스의 탓으로 단정 지었기 때문이겠지.


“닥치고. 당장 세레나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손이나 떼지?
이곳에서 수십 갈래로 찢어지고 싶어?”

말리고스나 제우스나, 서로 창조주의 아이들이자. ‘세계’를 관리하는 주신이란 존재들이었다. 양측이 주신인 만큼. 제우스도 쉽게 당해주지 않겠지만. 그만큼 말리고스는 화가 나 있었다. 주신들 중 가장 악명 높은 제우스를 이곳에서 만나게  것도 짜증이 난 데.
그런 그가 네메시스의 연인이자.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를 눈앞에서 손을 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상황을 보면 아마도 제우스가 세레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 같았다.

“아! 이거? 열을 재는 거야.”


“..그냥 지금 죽일까? 뇨롱?”


어차피 불멸자인 이상. 죽여도 금세 재생함으로.
현재의 제우스를 말리려면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었다.
이에 말리고스는 분홍빛 날개를 휘두르며 힘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제우스는 말리고스의 흉흉한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가슴에서 손을 떼더니, 세레나의 육체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곧 이상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음? 열 빼고는 정상인데?”

“.....”


말리고스가 말없이 위협하는 듯이.
그의 주위로 ‘공간’ 속성으로 이루어진 붉은색 선들을 만들어내며 노려보자.
제우스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이야! 내가 진단하기로는 아무런 문제 없어!
난 이성과 합법적으로 접촉하려고! 의대도 다닌 주신이란 말이야!
다만...
몸속의 속성이 급격히 빠져나오기 시작해서 이런 것 같은데.
흐음... 어째서지..?”

그것은 과거에 느낀 적이 있던 속성이었다. 그것은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독특한 기운.
플로라의 상징인 '조화'였다.
그 감각에 제우스는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일 거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속성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분명히....  누구도 아니라. ‘네메시스의 손에 죽었다.’
물론 환생은 되었다지만...
그녀의 속성인 ‘조화’를 영혼만 같은 필멸자가 사용할 리가..

푹찍!

“....어?"


갑작스러운 가슴의 통증에 시선을 내리자.
세레나의 여린 팔이 그의 배를 뚫고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비정상적인 현실에 제우스는 멍하니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손을 통해 녹색의 기운이 제우스의 상처로 침투하는 것이 느껴졌다.

푹!


"이게....무..커억!!!"

빠져나간 세레나의 손이 야수와 같이 변해가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볼에 붉은 문신이 새겨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주위로 녹색의 기운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조화? 정말 그 속성이라고!?!!!!"

눈에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화 속성에 반응하여.
그녀의 발밑으로 빠르게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동공이 붉게 물들여갔다.


크르르르릉...!!


야수와 같은 울음소리였다.
제우스는 뒤로 물러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은 채로,
놀란 눈으로 서서히 일어나는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켈렌트 녀석 정말로 해내다니..!! 그저 시간 벌이를 위한 변명인 줄 알았것만....”

하지만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붉게 물들여진 홍안. 짐승의 손톱같이 되어버린 그녀의 손.
 어떤 속성보다 안정적인 '조화'가 폭주하는 듯이,
그녀의 주위에서 불완전하게 꿈틀거리는 모습은 천  전 전쟁에서 제우스가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돼버린 거야? 넌....”


꺄르르르륵?!


“세상을 구한.... 영웅이잖아....”

제우스의 경악 어린 말과 함께 4세계 서열 2위 괴물이... 불안정하게 깨어나고 말았다.


--------------------------------------------

꿈틀!

엄마를 따라 블러드 토너먼트 결승을 보러 온 여자아이가 결승을 보던 중.
자신의 다리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응?"

소녀가 고개를 내려 내려다보자.
그곳에 녹색의 식물이 눈앞에서 빠른 속도도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툭. 꿈틀! 툭. 꿈틀!


호기심으로 손으로 만져보자. 마치 간지럼을 타는 듯이 움직이는 식물의 모습이 보였고,
이에 흥미를 느낀 소녀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우와..."


그렇게 눈앞에서 빠르게 자란 식물은 곧 꽃봉오리가 자라났고,
아이는 그것이 어떤 꽃인지 궁금하여 다가갔다.


"무슨 꽃이니. 넌?"


아이의 얼굴이 다가가자 꽃봉오리가 활짝 펼쳐졌다.
 꽃은 붉은색을 띠는 꽃으로 상당히 화려했는데,
이상한 점은 꽃잎에 이빨이 수십 개씩 달려 있었고,
꽃 중앙에는 입으로 보이는 기관이 있었다.


“에?”

이질적인 모습에 아이는 당황하였고, 그 순간!


촤아아아악!

식물에서 나온 줄기가 순식간에 아이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 직후. 아이의 얼굴을 꽃으로 끌어당겼다.

"우애애애앵!"


싹둑!

어디선가 날아온 붉은빛을 띠는 선들이 꽃과 줄기를 잘라냈다.
말리고스는 아이의 엄마로 생각되는 이가 아이의 손을 잡고,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후.
다른 곳을 향해 '공간의 칼날'을 휘둘렀다. 이런 상황이 경기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젠장! 네메시스의 피 때문에, 플로라로 폭주해버린 건가?
아무래도 기억의 결손 때문에 이러는  같은데...
상황이 골치 아파졌어..."

크르릉!, 끼이이익!!

지금 경기장에 보이는 ‘그것’들은 생태계의 동물보단 몬스터에 가까웠다.
새, 들개, 곤충에 이르기까지. 경기장 근처에 있는 동물들이 눈앞에서 1m 가까이 성장하여,
주위에서 몰려오는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개미 떼를 연상시켰다.

“으! 끝도 없이 몰려오잖아!
제우스. 빨리 세레나를 기절시켜! 안 그러면 피해자가 속출할 거야!”

---------------------------------------------

짐승의 손톱이 휘둘러졌다. 제우스는 그걸 피하는 동시에,
손에 휘감아지는 번개 줄기를 세레나를 향해 내뿜었지만.
그녀의 주위에 감도는 조화에 부딪히자. 그대로 소멸하였다.

“이봐! 그게 쉬운  알아? 지금 내가 당하기 직전이라고! 윽!”


피이이익!

녹색의 섬광들이 R,를 향해 쏟아졌다.
그걸 본 제우스는 급하게 돌로 이루어진 관중석을 화살들에 던지며 물러섰다.

푹! 푹!


대리석이 종이라도 된 듯이 손쉽게 찢어 발겨져.
화살들이 지면을 관통하는 모습들이 제우스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거지 같은.”

제우스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표정을 구겼다. 처음 기습을 허용한 것이 컸다.
현재의 플로라는 어째서인지. 제우스가 기억하는 과거에 비해 움직임이 둔하고 약했지만.
방금의 기습으로 제우스의 몸속에 '조화'속성이 들어와. '파괴'속성과 부딪히고 있었고
그 덕에 제우스가 제대로된 기술을   없게 만들고 있었다.
또한 전날 네메시스에게 ‘아이기스’로 오른팔을 얻어맞는 덕분에.
제우스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싸울 수밖에 없었고,
이 상황에 당연히 그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피이이이익!!!


"치잇!"

몸을 굴려 화살을 피해냈다. '조화의 화살'은 막는다는 개념이 불가능한 극악의 기술이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파괴'속성이 순수한 힘으로 대상의 방어를 부순다는 개념이라면.
저건 방어 자체를 그냥 무시했다. 저것이 몸에 닿는 즉시. 몸을 관통하고 빠져나오겠지..
다행이라면 현 플로라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크게 약화하여 있었다.
세레나는 제우스가 곡예에 같은 몸놀림으로 화살들을 피해내자.
화살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네 발로 제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마치 짐승 같군!!!!”

--------------------------------------


"꺄아아아아!"


콰아아앙!!

여성을 덮치던 하이에나 같이 커져 버린 들개가 갑작스러운 불길에 재가 되었다.
불길에서 흘러나온 재가 머리에 달라붙자. 벨라는 아름다운 표정을 찡그렸다.


"정말이지. 제우스나. 말리고스나.
주신들이 하나같이 무능해가지고!!!! <파이어윌>!"

그녀의 말에 불꽃의 벽들이 경기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듯이 몬스터가 된 동물들과 사람들을 갈라두었다.
 순간. 벨라의 주위로 작은 식물들이 순식간에 자라나 붙잡으려 했지만.
그 전에 그녀가 짓밟자. 식물들은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죄 없는 존재들이 말려드는 것을 내가 막아야 하잖아?”

하늘로 고개를 돌리자. 근처 숲에서  듯한 사람 머리통만큼 커져 버린 벌들과,
2m 이상으로 커져 버린 맹금류까지 보였다.
벨라는 그 장면에 눈썹을 찌푸리더니 하늘로 손을 올린  내렸다.
그러자 그 순간 그것들을 불꽃의 회오리가 감싸 안았다.
그녀는 그것들을 처리한 후. 지금 인간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교황이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군. 저 인간 교황이란 놈과 성녀란 년은...”

-----------------------------------------------------

'꺄아아! 이것들은 뭐야? 떨어져!‘
'피해!'
'아기야. 어디 있니!‘
'아..  돼!!!!'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본 상황은 아수라장이었다.
관중석에 있던 엘프가 갑자기 제우스란 참가자와 싸우기 시작한 후.
밖에선 기괴하게 변해버린 동물들이 몰려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람히르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신성제국의 교황인 켈렌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아버지.. 저에게 허락을...]

그녀의 말을 들었을까? 켈렌트는 흥미 있는 표정으로 밑의 상황을 보던 중.
고개를 들어 람히르를 바라보았다.


[안 돼. 지금은 지켜봐야 한다.]


[왜... 어째서죠? 필멸자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고 평소에 말하신 것은 아버지에요!
근데  지금 같은 상황을 바라만 봐야 한다는 거죠?]


[1세계 전체를 위해서야.]

[....네?]


[사랑하는 나의 딸아... 가끔은 말이야...]

켈렌트의 입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다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하는 법이 있어.
그리고 지금이 그 때이고. 우리는 그저..
여기서 구경만 하면 되는 거야.]


[....여기서 죽은 사람은요?]


[명예로운 희생이지.]

달랐다.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던 자상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도 필멸자를 사랑하고 그들을 보살피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켈렌트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람히르는 표정을 굳히더니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아빠...."

"왜 그러니?"

"저는... 처음 창조될 때부터 아빠에게 배워왔어요.
죄가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천족의 사명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뭐죠? 죄 없는 인간들이 죽어가고,
그들을 지켜야 하는 우리가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니요!
그것이 1세계를 위한 길이라고요? 저는 이해가 안 가요!"

"람히르!"


꾸짖는 켈렌트의 목소리에 람히르는 잠시 주춤했지만, 곧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현재 저는 천족일 뿐만 아니라. 이곳의 성녀이기도 해요.
저는 성녀로서의 일을 하러 갑니다.
문책은.. 그 이후에 듣겠습니다. 아빠.”

람히르는 그 말을 끝으로 날개를 펼치더니,
곧 사건의 진원지를 향해 날아갔고.
켈렌트는 그녀가 내려간 방향으로 눈을 부라리더니 곧 고개를 흔들었다.

“어리석은 녀석. 딸은 키워 봐도 헛것이라더니...."


콰아아앙!

“그나저나...  인간. 2세계 무림인이잖아? 이거 재미있게 되는걸?
좀  네메시스의 발을 묶어주면 좋겠네...”

켈렌트의 시선이  위를 향해 돌려졌고 그는 곧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후. 예지와 조금 다른 것 빼고는 계산대로 흘러가는군.”

--------------------------------------------------------------

콰아아앙!

"큭!"

자기도 모르게 신음성이 나올 정도의 힘이었다.
네메시스로 인해 마나가 풍부해진 대기에서 공급되는 마나가 아니었으면,
받아내는 즉시 팔이 그대로 잘릴 일격이었다.

콰아아앙!


네메시스의 검은 단지 휘둘러지는 것만으로 공기를 부수는 소닉붐을 일으켰고,
그것은 해일을 연상시킬 정도의 거대한 마나였다.


"아아아아아아아!"

월검향은 기합과 함께 네메시스의 검을 받아냈다.
그의 검은 최대한 마나를 응집시켜 고밀도의 마나로 해일과 같은 일격을 방향을 바꾸어 막아냈다.
절대적인 마나량으로는 막을  없었지만...
고밀도로 집중된 마나와 흘려보내는 검술로 겨우 막아낼 수가 있었다.


"하아... 하아..."

단 세 번의 공격일 뿐이었다. 막은 것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려보냈는데도.
온몸에 찜찜한 땀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어떤 육체노동도 이것보다 힘들지는 않겠지. 이런 괴물 같은 일격을 날린 네메시스는 즐거운지 미소 짓은 채로 월검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월검향과 처음에 만났을  생각한 것보다.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눈앞의 인간은...
 흥미로운 자신의 ‘패’가 될지도 몰랐다.

“여어~ 힘들 텐데. 그만하지 그래?
지금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에게 일이 생겨서 말이야. 이제 살살 해 줄 수 없다고.”


월검향은 일반적으로 농락당하고 있었다.
앞의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려,
전투가 일어나는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싸움은 안중에도 없다는 걸까?

“날...!!! 무시하지 마라!!!!!!!! 네메시스!!!!!”


월검향은 입술을 깨물더니, 순간적으로 다리의 마나를 증폭시켜.
섬광과 같이 네메시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

"윽!!!"


제우스는 뚫렸던 자리로 세레나의 공격이 박히자 신음성을 흘렸다.
눈앞의 그녀는 방어를 포기한 저돌적인 공격을 해왔고,
그때마다 제우스는 스스로의 공격을 걷을 수밖에 없었다.


'플로라를  잘못 건들어서 상처라도 입히면.
망할 공처가 네메시스가 올림푸스에서 날뛸 텐데.
아.. 진짜...'


여기서 샌드백처럼 맞았으면 맞았지.
불같이 화가 난 네메시스가 4세계 괴물들을 이끌고 올림푸스산을 불태우는 꼴만은 결코 보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천 년 전에도 그녀 때문에 일어난 전쟁인 걸 고려하면.
네메시스는 그러고도 남을 괴물이었다.

“아! 돌겠네...”


거리를 벌려. 왼손에 ‘파괴’를 집중했다. 그리고 세레나가 다가오자.
그는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향했다.

"이거나 먹고. 기절이나 해줘!!! 제발!!!"


밝게 빛나는 충전된 번개의 빛이. 앞을 막는 관중석을 날려버리며, 세레나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르콰르르르릉!!!!


그것에 세레나도 놀랐는지 주춤하였고.
그 결과. 거대한 번개의 빛이 그녀를 삼키는 모습이 제우스의 눈에 들어왔다.


"성공인가?"


빠직!

빛 속에서 야수의 손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빛의 시작점인 제우스의 손목을 잡더니, 그대로 비틀었다.

우드드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제우스는 급히 거리를 벌렸고
그러자 그가 있던 자리로 세레나의 손톱이 박히자. 크레이터마냥 돌로 만든 곳이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그걸 본 제우스는 손목을 다시 맞추려 했지만.
세레나는 그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네 발로 쫓아와 손톱을 휘둘렸다.
애초에 4족 보행 생물에게서 2족 보행 생물이 달려서 도망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칫.  안에서 조화 속성으로 몸을 보호하면서 달려든 건가?'

찔러오는 세레나의 손톱이 보였다. 자세가 불완전한 그로서는 막을 수 없는 일격으로 보였고
그걸 본 제우스는 몸이 찢어질 것을 각오했다.
비록 죽지는 않겠지만... 고통이 느껴질 것이 분명했기에.. 하지만...

채앵!

갑작스러운 이변. 기마용 도검인 세이버로 보이는 순백의 검이 손톱을 쳐내었다!
세레나는 갑자기 등장한 적에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름다운 금발과 순백의 한 쌍의 날개는 신성제국 안에서라면 누구라도 아는 미녀.
성녀 람히르가 등장했다.
그녀는 세레나를 경계하면서도 제우스를 힐끗 보았다.

"이 자는 전투천사이자. 성녀인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당신은 뒤로 물러나.... 어?"


"오오. 귀여운 천족 아가씨군. 나와 데이트 할 생각 없어? 컥!"


어느 사이에 다가온 제우스가 람히르의 손을 잡더니. 상당히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모습에 람히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 검의 손잡이로 턱을 걷어찼다.

“도대체 뭐에요!!!! 지금 상황 모르겠어요?”

“어이쿠.. 아파라..맞으며 느끼는 것은 내 취미는 아닌데.
뭐. 지금 상황 모르는 건 너야. 아가씨는 플로라는 상대  하니 뒤로 빠져“


"뭐라고요!? 으!"

람히르가 제우스를 향해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그대로 끌어당겨. 그녀를 안았다.
 결과.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당신!!!!"

촤아아아악!

살을 찢는 소리. 람히르는 그제야 앞의 엘프와 지금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우스는 그 자리에서 뛰어오르더니, 몇십 미터 앞에 그녀를 내려두고는 등을 돌렸다.

“으으! 아프구만.. 천족 아가씨는 빨리 가봐.”

“...그게 아니잖아요! 지금. 등 뒤의 상처가!!!”


제우스의 등 뒤에 크나큰 상처가 있었다. 손톱이 스쳤을 뿐인데.
뼈가 들어날 정도의 상처가 생겨나더니, 그곳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상에서 오는 통증에 제우스는 참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더니, 뒤의 람히르를 힐끔 보았다.


"...전투천사라고 했냐?"

"네..."

“나를  도와줄  있겠어? 지금의 나로는 눈앞의 플로라를 제압하기 힘들어 보이거든.”


그녀는 남자의 상처가 심각해 보였지만.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로서 더 이상 인간들이 죽는 것을 막아야 했다.

----------------------------------------------
전투천사 : 날뛰는 마계의 마족이나 사악한 악들을 상대하는 것이 목적인 천사들의 무력집단으로 천계에 속해 있다.
괴물들과의 전쟁에서  99.3%가 희생을 당했으며, 그 때문에 그 이후로 태어난 천족 대부분은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투천사로서의 지위를 받았다.

플로라 : 그녀는 4세계 서열 2위. 현재 알려진 666위 괴물  유일한 엘프로, 8위 내를 제외한 모든 괴물들이 그녀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될 정도로 강력하며 성격이 매우(강조하는 듯이 궁서체로 쓰여 있다.) 좋지 않다.
또한 그녀는 최초로 ‘조화’ 속성을 다루는 존재로....(뒷부분은 희미해 읽히지 않는다.)
-용의 여왕의 일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