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제 24화 종결
"<강해져라>!!"
"무슨 마법이 그래요!!!"
"난 엄마에게 이렇게 배웠다고!"
"당신 어머니를 한번 보고 싶네요."
"보면 놀랄 텐데?"
쾅!!!
두 명은 잡담하는 듯이 말했지만.
현재 그녀들은 세레나의 공격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몰아부치고 있었다. 람히르는 겉으로는 마법명에 딴죽을 걸었지만,
벨라의 마법에 속으로 놀라는 중이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힘이, 자신의 몸속에 감도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역시 썩어도 드래곤의 마법이란 건가요.”
“어라? 알고 있었어?”
“마법을 그딴 식으로 남발하고도 얼굴색 안변하는 종족이 드래곤 말고도 더 있나요? 도마뱀.”
“아하하하. 그런가? 닭날개.”
“닭날개 아니거든요!”
세레나는 동물의 앞발로 변한 손이 잡담하는 람히르를 베었지만.
베인 그녀는 곧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하앗! 여기라고요!"
빛 속성을 이용한 신성 마법.
그것은 대부분 치료와 관련 되었고 공격 마법은 거의 없지만.
빛을 이용한 현혹과 환상에 특화된 거의 보조에 가까운 속성이었다.
그중 제일 보편적인 것은 환영으로,
일반적인 마나를 이용한 환영은 들키기 쉽지만.
빛을 이용한 환영은 웬만한 베테랑도 겉으로 보기에는 구별해낼 수 없을 정도였다.
콰앙!
"어이. 세레나. 여기에도 있다고!"
마나 속성을 이용한 마법. 마나를 체내로 돌려 몸을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하게 만드는 강화와 자연의 원소를 가공하는 원소 마법이 대표적이며 생물체들이 가장 많이 다루는 힘이다.
특히 드래곤은 마나를 쓰기 위해서 태어난다는 말처럼 몸의 마나량이 많으며 3세계의 주신 '용의 여왕'의 딸인 벨라스트라즈는 일반적인 드래곤과 비할 바가 아닐 정도의 거대한 마나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치잇. 역시 원소 마법으로는 무리인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수십의 불의 구와 파도같이 움직이는 거대한 흙의 벽이 세레나가 눈짓하자마자.
빛의 무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벨라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이길 수 있었다.
둘의 각자의 능력은 제우스나 폭주해버린 세레나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아아앗!!!""
오랜 시간 서로가 함께 해온 듯한 환상의 호흡은 세레나가 반격을 하는 것이 허가하지 않았다.
세레나가 한쪽을 우선 쓰러뜨리러하면,
반대쪽의 사람이 그것을 방해하고는 오히려 반격을 가했다.
크르르르르릉!
이 상황이 세레나는 마음에 안 들었을까?
마치 짐승이 구석에 몰린 듯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이때야! 닭날개!!!!"
"닭날개 아니라니까요!!! <빛의 심판>!!!!!"
그녀의 검으로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빛을 만들어냈다.
빛이 응축되어 고온의 열기를 띠는 천사의 일격.
천 년 전 불려온 어느 영웅이 4세계 괴물들에게 사용했던 기술을 본떠 만들어낸 천사들의 최고의 기술. '빛의 심판'이었다.
그것이 람히르의 검에 재현되어 세레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
관중석의 의자들을 날리며. 천사의 '빛의 심판'이라는 빛의 일격이 세레나를 향해 방출되었다. 하지만...
파지지직!
세레나가 그것에 왼손을 갔다대자.
벽에 막힌 듯이 빛이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눈에 보였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
마나의 파동. 세레나가 빛을 한 손으로 막아내는 동안.
반대쪽에 마나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곳으로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벨라스트라즈가 있었다.
벨라의 주변에서 수십의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대기의 마나가 꿈틀거렸다.
곧 그녀의 의지에 따라 수많은 화살모습으로 변해갔다.
"원소계열 마법이 안 된다면. 순수한 마나로 상대 해주겠어!"
마나의 화살이 세레나를 노리는 듯이 발사되었다.
타다다다닥!!
오른손을 뻗어 막아낸다. 잠시의 대치.
벨라와 람히르는 서로 눈짓을 하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공격을 멈추고 세레나를 향해 동시에 달려나갔다.
"간다아!!!!!"
그들의 돌진을 막듯이 세레나의 주변으로 흙의 벽이 치솟았다.
"소용없어! 원소 계열이라면 마나도 간섭할 수 있다고! <디스펠>!!"
흙의 벽이 그녀들의 질주를 막듯이 치솟았지만. 벨라의 손짓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
"하아아앗!!!!!!"
람히르의 외침과 함께 휘둘려오는 돌려차기.
세레나는 아슬아슬하게 그걸 피해내는 동시에 벨라의 일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벨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추어 서 있었다.
"?"
벨라를 바라보는 동안. 등 뒤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세레나가 시선을 돌려 람히르에게 향하였고.
그러자 스스로의 날개를 퍼덕여.
빗나갔던 일격의 힘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세레나를 향한 람히르의 공격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하자. 세레나는 람히르의 머리를 베어버리려 듯이 반격했다.
차르르르릉!
“아아. 나를 잊지 말라고. 세레나.”
벨라의 팔에 연결된 푸른색 마나의 쇠사슬이 람히르를 반격하려는 세레나의 팔을 묶었다.
그녀가 얼음성에서 용혈족에게 당했던 마나의 쇠사슬이었다.
그 마법은 곧 '조화'에 집어 삼켜져 사라지고 말았지만..
세레나의 일격을 람히르에게 빗나가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
빗나간 세레나의 손은 람히르의 머리를 묶고 있는 리본을 자르고 지나갔고,
람히르의 발차기는 세레나의 손을 스쳐 지나가.
그녀의 목덜미를 짓누름과 동시에 그대로 땅으로 내려찍었다.
콰앙!!!!
모든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람히르의 다리로 인해 세레나의 머리가 지상에 정확히 처박혔다.
잠시 후. 세레나의 볼의 붉은 문신이 희미해지더니 사라졌고,
그녀의 손도 본래 엘프의 것으로 돌아갔다.
그녀들은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 쉬며 주위를 둘러보자.
몬스터화 된 동물들이 다시 몸이 줄어드는 모습과,
녹화된 대지가 빠르게 본래의 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해냈어요! 드래곤.”
“잘했어! 닭날개!”
“맞을래요?”
“아하하하. 뭐. 이겼으면 됐잖아. 안 그래?”
--------------------------------------------------------------
“.....그랬던 거였군.”
몇 번 월검향과 부딪힌 네메시스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어리석은 놈! '생명'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가 잘 알 텐데?
찰나의 승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생각이냐?”
“...."
안다. 진원지기(생명)를 사용한 대가가 무엇인지.
그 힘을 사용한다면 일시적으로 자신의 경지를 올릴 수가 있지만.
그 대가는 수명.
아마 이곳에서 앞의 남자를 이기더라도. 자신은 곧 죽고 말겠지.
“지금이라도 그만둬. 넌 날 이길 수 없어.”
대답은 하지 않는다. 그저 휘두를 뿐.
서로의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경기장 위에 울려 퍼졌다.
현재 월검향의 몸은 푸른 마나와 붉은 생명이 뒤섞여 독특한 오오라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는 '마나의 날개'를 사용한 네메시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검을 맞부딪히고 있었다.
“......”
“도대체 무엇이 널 그렇게 싸우게 하는 거지? 월검향?”
진심으로 상대를 걱정한 듯한 말투. 애초에 이기지 못할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자신과 싸우면서 검만 사용하지 않고,
등 뒤에 뿜어져 나오는 무한한 마나를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공격했으면,
이렇게 버티지도 못할 거란 사실도...
그런데 왜 나는 검을 휘두르는가?
우우우우웅웅!!
벌써 36합. 자신의 검이 한계인 듯이 우는 것이 그의 손에 느껴졌다.
람히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단순히 스쳐가는 인연일 뿐인데....
스윽!
"윽!"
[검에 큰 재능을 가진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쉽게 수많은 검술들을 극을 이루었고 후에 자신이 다니던 마교의 교주가 되었습니다.
그를 이끌어 다른 무림인들은 ‘검황’이라고 부르며 칭송하는 동시에 그의 능력을 질투했습니다.]
으득!
네메시스의 일격에 왼팔이 부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월검향의 검은 기세가 줄지 않은 상태로 휘둘려졌다.
"오오오오오오오!!!!!"
[정작 그는 심심했습니다.
부와 권력. 힘. 모든 것을 노력 없이 쉽게 얻었고.
도전하는 모든 이들을 베어버렸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그의 무를 칭찬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그는 지루함이 자신을 좀 먹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콰아앙!!!
"큭!!!"
마나가 집중된 두 검이 부딪히자. 대리석 바닥이 금이 갔다.
이미 경기장의 30%가량은 두 명이 검에서 나온 파동에 무너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그 남자는 '달의 책'이란 걸 들고 있었고 자신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기한 주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자신을 따라오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말하였고 월검향은 그걸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월검향은 막대한 고통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해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콰아아앙!!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눈을 뜨자. 월검향은 그녀를 보았습니다.
성스러운 날개를 지닌, 이곳으로 온 부작용으로 상처 입은 자신을 돌봐주었던. 성녀.
,,람히르.
그는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동안의 지루함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묘한 이끌림을 느꼈습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감정.
그렇기에 누구보다 지켜주고 싶은...]
"...큭!!!"
손의 살이 찢겨나가 붉은 근육이 상처 사이로 보였다.
왼팔은 베여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몸의 붕대는 얼마나 베였는지 너덜너덜하여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고,
피로 인해 붉게 변해 있었다.
그의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떨고 있었고,
오른팔의 일부 살이 잘려. 그대로 뼈가 드러나 있는 것이 보였다.
“하아..하아...하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단내가 진했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만 해도 치솟았던 내공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한계다. 아니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출혈로 죽을 상처들이었다.
그런데도 월검향은 검을 네메시스를 향해 내둘렸다.
쨍그랑!!!
그 순간. 검이 버티지 못하고 부수어지는 것이 월검향의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네메시스는 월검향의 배를 걷어차. 그가 뒤로 밀려나게 했다.
"커억!"
입에 한줄기의 선혈이 흘러나왔다. 방금의 일격으로 내장까지 다친 것일까?
그가 포기하지 않고, 네메시스를 향해 걸어가려는 순간.
그의 앞에 누군가 막아서는 것이 보였다.
“그만!!!!! 월검향! 그만하세요!!!!!”
피로 인해 흐릿한 시야 사이로 익숙한 금발이 보였다.
“람히르....?”
“지금 이게 무슨 꼴이에요? 누가 그렇게 되도록 싸우래요? 그만해요! 이미 승부는..”
피투성이로 죽기 직전까지 가는 월검향의 모습에, 람히르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월검향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하지만. 아직..더. .싸울 수...”
람히르의 두 손이 자신의 거친 손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두 번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감각에,
월검향은 자기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저 때문인가요?”
“......”
월검향이 그 말 한마디에 멈춰 서더니,
람히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달콤한 향기가 피 냄새와 섞여 들어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말이었군요..”
“..응”
람히르는 잠시 고민하는 듯이 입술을 깨물더니,
월검향의 손에 무언가를 두고는 뒤로 물러섰다.
“이건....?”
고급스러운 상자. 자신이 잃어버렸던 반지가 든 케이스였다.
월검향이 놀란 눈으로 상자를 바라본 후. 시선을 람히르에게 향하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그 마음 받아들일 수 없어요.. 미안해요.. 월검향”
'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월검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감각과 함께,
자신의 몸이 통제를 잃고 스스로 쓰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애초에 한계였다. 지금까지 억지로 버티던 정신적 지지대가 무너지는 순간.
그의 몸이 힘을 잃고, 쓰러져 가는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그래도.... 그래도.... 마지막으로.... 나쁘지 않았을지도...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 그녀가 쓰러지는 자신을 보고 놀라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환상인가?.....
그는 그 순간. 눈을 돌려 네메시스를 향했다. 검은 흑발의 사내..
어쩌면 람히르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그일지도 모른다.
털썩!
그렇게 블러드 토너먼트의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
람히르는 쓰러지는 월검향을 보며 놀란 표정으로 그를 붙잡았다.
그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몸은 차가웠고 숨은 희미했다.
그와 동시에 혈색이 점점 창백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힐>!!!”
생물체를 치유하는 천상의 빛. 그러나 그것은 월검향을 거부하는 듯이 그에게 다가서자.
대기 중으로 흩어졌고 그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힐이 듣지 않아?... 어째서...”
“‘생명’을 전부 써버렸기 때문이지.
애초에 회복계열 마법은 생물체의 ‘생명’. 그 자체를 빌려오는 거야.
그게 고갈됐으니. 회복될 리가 있나.”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네메시스가 보였다.
그의 두 눈은 람히르의 품에 안긴 월검향을 살펴보는 듯이 빠르게 훑더니 딱 잘라 말했다.
“그 녀석을 그대로 두면 5분 정도면 죽을 거다.”
“....”
믿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만 해도.
놀라울 정도의 경지로 검을 휘두른 그가 이렇게 죽는다고?
네메시스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뭐. 이번만은 나도 그 녀석이 마음에 드니.
한 번만 서비스를 하도록 할까? <생명의 날개>”
대기가 흔들렸다. 네메시스의 외침에 '마나의 날개'의 반대편이 일그러졌다.
“....세상에”
잠시 후. 일그러진 공간에서 나온 것은 핏빛의 붉은 날개.
그것은 마치 붉은 꽃을 연상시키는 듯이 아름다웠고,
보기만 해도 몸속에서 따뜻함이 올라오는 듯한 붉은 입자를 주위에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네메시스의 주위는 '생명'과 '마나'는 작은 입자로 날아다니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생명의 날개'가 나타난 후.
그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압박하던 마나의 기운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이 마나를 중화하고 있어.'
그제야 벨라스트라즈와 람히르는 네메시스를 처음 보는 순간.
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두 개의 속성이 서로 부딪혀 그들 앞에서 서서히 소멸해 가는 것이 눈에 보인 것이다.
네메시스는 '생명의 날개'가 완전히 펼쳐지자. 각 날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찰랑!
네메시스의 손짓에 물방울이 부딪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각 날개가 꿈틀거리더니,
그의 손으로 잘잘한 빛의 덩어리가 모이기 시작했다.
“와....!”
빛의 덩어리가 서로 엉기어 구슬 모양으로 변해갔다.
각 색상의 구슬 모양의 빛 덩어리가 만들어지자.
두 날개는 제 할 일을 끝낸 듯이 투명해지더니 모습을 감추었고,
네메시스의 양손에는 청색의 구슬과 적색의 구슬만이 남겨있었다.
새끼손가락의 마디정도의 작은 구슬.
하지만 그 구슬은 묘하게 눈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완성, 람히르. 잠시 그를 줘보겠어?”
람히르는 네메시스가 무슨 일을 할지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품속에 쓰러진 월검향을 조심히 그에게 건네주었고 네메시스는 그를 바닥에 눕혔다.
“어디 보자... 아! 여기군.”
네메시스는 잠시 월검향을 몸을 더듬거리더니, 구슬들을 배꼽 밑 부분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구슬들은 살아 있는 듯이 꿈틀거리며 떨더니 스스로 월검향의 몸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람히르의 눈에 보였다.
"...무슨 일을 한 거죠?"
“이 녀석이 멋대로 소모해버린 생명과 마나를 외부에서 공급 한 거야.
뭐. 어느 정도의 수명을 잃게 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본래의 수명의 80%정도는 되찾았을걸?“
간단한 듯이 내뱉었지만. 그녀는 그것이 절대 쉽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각자가 지닌 생명과 마나는 성향은 다른 법이다.
근데 그것을 특정 대상에 맞게 가공하여 그 대상에게 부여한다는 것은 이론에만 가능한...
성공률이 0에 수렴할 기술.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현재 겉에 보이는 변화만 해도 희미하게 들리던 숨소리가 어느 정도 뚜렷해진 것이 느껴졌고 또한 겉의 상처가 빠르게 재생되는 것이 보였다.
“이미 흘린 출혈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회복될 거야.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천족 아가씨.”
“고마워요....”
네메시스는 그녀의 말에 그저 살짝 미소 지더니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동시에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람히르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지금 상황을 설명해라. 빛의 주신. 켈렌트.”
차갑게 얼어버린 버린 두 눈이 관중석에 있는 켈렌트를 향했다.
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소년은 빛과 함께 모습이 사라지더니 네메시스의 앞에 나타났다.
“으음~, 괴물들의 왕. 우리가 맺었던 조약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모르지는 않겠지?”
“..상호불가침”
천 년 전의 조약이었다.
플로라의 환생을 대가로 불멸자와 괴물 사이에 휴전이 성립되었고,
그것은 곧 괴물과 불멸자 사이의 여러 조약들을 만들었다.
“응.응. 맞아~ 근데 오늘 4세계의 괴물. 서열 2위 플로라가 폭주를 해버렸네?
흐음~ 벨라스트라즈와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의 활약으로 사망자는 없었지만.
중상자 몇십 명과 경상자 수백 명이 생겨버렸어.
따라서 난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묻도록 하겠어.”
소년은 즐거운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네메시스에게 다가왔다.
“이것은 명백히 4세계의 잘못! 그러므로~~~
네메시스가 이곳. 1세계에 있는 동안 약간의 불이익을 줄려는데 괜.찮.지? 후후후후“
'이 놈이?'
자신의 흘린 피로 인해 불완전한 플로라가 깨어나 버린 것은 확실히 자신의 불찰이다.
하지만...
1세계의 주신인 켈렌트가 직접 나섰다면.
10초 이내로 불완전한 플로라 정도는 제압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
“아아. 표정 굳힐 필요 없어. 그렇게 큰 불이익을 줄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빨리 말하기나 해라. 목을 비틀어버리기 전에.”
네메시스의 날이 잔뜩 서있는 말이 켈렌트를 향했지만. 소년의 미소는 진해질 뿐이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 감시인을 붙이겠어.”
켈렌트의 두 눈이 네메시스를 지나. 그의 등 뒤에 있는 람히르를 향했다.
그녀는 켈렌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눈을 크게 떴다.
“저..인가요?”
[그때 내가 너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지금이 그 순간이다.]
“.....”
그 말에 람히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가 있었다.
이 일의 모두가 계획된 일이었다는 걸.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이자. 주신인 켈렌트가 일부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응.응. 간단하지? 나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딸을 감시인으로 데려가면 되는 거야.”
잠시의 침묵. 네메시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개소리가 많이 늘었군. 켈렌트.
언제나 소모품으로 사용하던 천족을 사랑스러운 딸이라고?
지나가던 말리고스가 비웃을 일이군.“
“잠깐. 당신! 말이 너무 심하지..”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람히르!”
주신을 모욕하자. 람히르가 나섰지만,
켈렌트는 오히려 그녀를 질책했다.
람히르는 켈렌트의 꾸짖음에 입술을 깨물더니 뒤로 물러섰고,
켈렌트의 두 시선은 그녀를 떠나 네메시스를 향했다.
"자... 어떻게 하겠어?"
“...승낙하지.”
“응.응. 좋게 해결됐으니 됐네. 자아~ 약속했던 보수.”
켈렌트가 손을 튕기자.
경기장에 향신료가 든 것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만한 큰 배낭이 링 위에 나타났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시선을 켈렌트에게 떼지 않더니 오히려 그에게 다가갔다.
“...음? 왜 그래?”
"세레나의 폭주, 이런 작은 경기에 비해 너무나도 강한 참가자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빛의 주신?"
커헉!
네메시스가 켈렌트의 멱살을 잡은 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작은 소년의 몸인 켈렌트는 네메시스와의 키 차이로 인해 공중에 매달려 있는 꼴이 되었다.
“...넌 분명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인연, 세 번째는 누군가의 계획이라고!
근데 말이지.. 난 왜 지금 이 상황이 네 놈이 전부 꾸민 걸로 생각 될까?“
“..글쎄? 난 모르는 일이라...”
“그래? 그럼 어째서 제우스가 이런 대회에 참가했지? 응?”
이 점은 켈렌트도 솔직히 몰랐던 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나도 공교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저 무림인이 그토록 우승하려고 했을까?
내가 아는 저 녀석은 겨우 상금이나 향신료 따위를 위해서 참가한 게 아니야.
만약 저 녀석이 참가할 이유가 있었다면....”
네메시스의 두 눈이 람히르를 향했다.
"......"
“아마....무조건 우승자에게 저 천족을 따라다니도록 할 거 아니었어? 처음부터 말이지.”
네메시스를 시험하기 위한 강한 참가자를 구하기 위해 '특별상품'에 대한 소문을 흘린 것이 문제였다.
특히 미녀라면 환장하는 제우스가 참가한 것은 켈렌트조차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저 무림인 정도면 발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제우스에게 네메시스가 물으면 반드시 들통 날 일이었다.
차라니 그렇다면 지금 인정해버리는 것이 나았다.
“...음...들켰네.”
콰앙!!
얼마나 강하게 후려친 것일까?
람히르는 켈렌트의 몸이 돌로 만들어진 차단벽을 부수고 관람석을 향해 굴러가는 것이 보였다. 네
메시스는 마치 쓰레기를 보는 표정으로 소년이 날아간 자리를 보더니,
곧 몸을 돌려 람히르를 바라보았다.
“이곳을 바로 떠날 거야. 따라올 거야? 람히르?”
“...네. 하지만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주신 켈렌트가 명한 일이다.
어떻게든 따라가야 했다. 람히르는 눕혀진 월검향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두 날개가 그를 안아 올리는 듯이 그를 감싸 안았고,
람히르는 월검향을 들어 올렸다.
“.....”
월검향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은 복잡했다.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인간들이 말하는 '사랑?' 아니면 의미 없이 희생한 그에 대한 '동정?'.
아니. 이제 그것은 상관없었다.
이곳에서 헤어지면 이 넓은 드림랜드에서 다시 만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람히르는 그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
입맞춤. 현재 그녀로써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 그
녀는 잠시 후 입을 뗐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장식한 3개의 깃털 중 하나를 뽑아 월검향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럼 안녕히... 그 동안 고마웠어요.”
속삭인 듯한 작은 목소리. 자리에서 일어서 뒤를 돌아보자.
기다리고 있는 그들이 보였다.
네메시스의 목에 매달린 벨라스트라즈, 기절하여 안겨있는 세레나,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무심히 자신을 바라보는 네메시스.
“끝났나?”
끄덕.
“그럼 가지.”
----------------------------------------------------------------
네메시스들이 경기장에서 모습을 감춘 후.
빛의 주신 켈렌트가 서서히 자신의 턱을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야야야...”
한대 맞았을 뿐인데 턱뼈가 부셔졌다.
아마 자신이 인간이었으면 머리 자체가 날아갈 일격.
통증에 턱을 어루만지면서도 켈렌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싸게 먹혔네.”
네메시스를 속이고도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은 아직 그가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겠지. 켈렌트는 곧 제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세레나로 인해 벌집이 되었던 제우스의 상처들이 모두 회복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역시 주신이란 건가. 켈렌트가 제우스를 발로 건들려 보았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툭! 툭! 툭!
“.....”
의식은 안 돌아온 건가?
하지만 빛의 주신 켈렌트는 눈앞의 제우스란 이름의 주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라!? 저기에 엄청난 미녀가!!!”
“오오오!! 힘이 치솟는다! 미녀는 어디?!!"
미녀라는 소리에 제우스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모든 것을 창조한 '어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놈을 주신으로 만들었을까?
켈렌트는 그 생각에 한숨 쉬었다.
"음? 켈렌트잖아?
어라? 그리고 보니 모두 어디로 간 거야?"
“네메시스는 일행을 이끌고 방금 전에 떠났어.
얼마 안됐으니 지금이라도 따라가면 금방 따라 잡을 거야.”
“오오! 고마워! 땅꼬마.”
켈렌트를 바로 뛰어가려는 제우스의 팔을 잡았다.
"?"
“네메시스가 링 위에 향신료를 깜박하고 두고 갔으니.
가져가. 그거면 충분히 그의 일행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호오? 감히 나에게 명령하는 거야?”
설사 자신의 세상인 1세계라도 해도 같은 주신을 뭐라 명령할 권리는 켈렌트에게 없었다.
켈렌트는 제우스의 말을 부정하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조언이야.”
“....그래? 뭐. 다음에 보자고 켈렌트!”
제우스가 경기장으로 뛰어내려,
향신료 주머니를 챙기고는 네메시스가 간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행동은 저래도 저 녀석도 주신.
4세계의 왕 네메시스의 옆에 붙여 두는 것이 좋겠지.'
제우스의 모습까지 완전히 사라지자.
켈렌트를 손가락을 튕겨 신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해결할 일이 너무 많았다.
기억조작, 지형 회복, '마나의 날개'로 인한 대기의 마나량 변화 등등..
모든 것을 수정 및 복구하려면 신계로 가야만 했다.
‘모든 것은.. 내 계획대로 흘러갈 거야...
거기선 너도 마찬가지다. 괴물들의 왕.’
그 생각을 끝으로 켈렌트의 모습이 경기장에서 완전히 감추었고,
폐허가 되어버린 경기장만이 그곳에 남아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