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제 29화 고블린킹과 퀸 그리고 광대2
데굴 데굴! 데굴데굴데굴!!
"뭐야 저거?"
조커를 따라 도착한 네메시스의 성인 '마물의 둥지'에,
공 모양의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것이 보였다.
하얗고 푹신푹신해 보이는 이상한 물체였다.
그걸 보고 서로 고개를 갸우뚱한 퀸과 고블린킹이 다가가자. 그것은 구르는 일을 멈추었다.
퐁!
하얗고 푹신푹신해 보이는 것에서 소녀의 머리가 나왔다. 애 된 얼굴에 졸린 듯한 눈.
짙은 청색에 가까운 흑발이었다. 머리는 정돈되지 않은 채로 아무렇게 되어 있었지만.
귀여운 그녀의 외모를 감추지는 못했다.
그녀는 머리만 내민 채로 고개를 돌려, 옆에 다가온 이들을 바라보았다.
"...안녕.."
"...서열 4위 나태의 벨제부브? 너 그 꼴은 뭐야?"
4세계에서 야누스의 다음 가는 서열이긴 했지만.
고블린킹은 그녀를 조커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4세계에서 제일 온순한 성격의 존재로 삶의 90%를 잠으로 보내는 괴물이었다.
벨제부브는 고블린킹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보는 사람에게 살인적인 귀여움.
하지만 그는 무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야누스가 불러서... 굴러가고 있었어....코오..."
"잠들지 마!!!
왜 날 잡는 건데?!!"
그녀가 덮고 있던 것은 이불이었던 것이었을까?
그녀는 졸린 듯이 가장 가까운 고블린킹을 잡고는 그대로 잠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불을 결코 놓지 않고 있었다.
"......"
도대체 어떻게 4세계에서 4위나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놈이라고 고블린킹은 중얼거리며,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업었다.
‘벨제부브도 야누스님이 불려서 온 것 같은데. 같이 데려가는 것이 좋겠지.’
질질질.
가는 중간에 갑자기 왠지 이불이 무거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실에 고블린킹이 고개를 돌려 이불을 바라보았다.
".....?"
"야누스님이 있는 곳까지 이 조커를 부탁합니다. 후후후"
벨제부브의 이불에 편히 앉아. 퀸의 영역에서 구해온 쿠키와 차로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조커가 보였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한 모습.
고블린킹은 그 모습에 얄미움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조커가 무엇을 하든. 힘이 부족한 자신은 저 행동을 무시하는 것이 답이었다.
잠시 후. 그들은 이전에 666의 괴물의 소집이 열렸던 방 앞에 도달했다.
끼이이익! 쿵!
고블린킹은 자신에게 업혀져 있던 벨제부브를 바닥에 버렸고 그와 동시에 조커가 타고 있던 이불을 놓았다.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벨제부브는 이불속으로 다이빙하면서 티타임을 즐기던 조커를 쫓아내고는 몸을 동글게 말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같이 온 퀸이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였다. 고블린킹이 주위를 둘러보자. 먼저 그곳에 와있는 이들이 보였다.
"이거.. 장난 아니잖아?"
아는 이들의 얼굴들이었다. 먼저 입술의 피어싱이 인상적인 서열 5위의 '시기의 오메가'.
그는 고블린킹을 보고는 묵묵히 고개를 까닥이는 거로 인사하였다.
그것이 오메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사임을 알았기 때문에,
고블린킹은 그에 맞춰 인사하고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서로를 안고 있는 두 명의 미녀들이 보였다.
"제 이름은 ‘릴’/제 이름은 ‘리’/합해서/복수형으로/릴리/스!"
"....지난번에는 너희는 백합이라서(Lily) 릴리스라며?"
"그 말도/맞아요!/고블린이이잉/킹!"
"......"
7대악 중 서열 6위의 '색욕의 릴리스'.
그녀들의 서열은 네메시스와 야누스 두 명이 인정해줬기 때문에 4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명이 하나의 서열을 지닌 특이한 괴물이었다.
항상 둘이 함께 다니고, 한 번이라도 떨어진 적 없는 두 명의 미녀.
얼마나 둘이 마음이 잘 맞는지. 대화조차 같이 나눠서 할 정도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고블린킹은 할 말을 잊는 것을 느끼며 왕좌를 향해 돌렸다.
그곳에 한 남자가 보였다. 서열 3위 '분노의 야누스'이자.
현재 4세계의 지배자인 보랏빛의 미청년은 그 방안에 들어온 이들을 바라보며 킥킥거리고 있었다.
"하하하. 모두 유쾌한 것은 여전하네."
탐식의 네메시스를 제외한 7대악에 해당하는 괴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고블린킹은 자신들과 함께 온 ‘기만의 조커’까지 살펴본 이후. 누군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명 빠진 것 같은데? 그게 아마..'
끼이이이익! 쿵!!!!
"......"
자신들이 들어오면서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고는, 무언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 느껴졌다.
쿵! 쿵! 쿵!
자신의 등 뒤로 무언가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킹은 들어오는 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는 그걸 본 즉시 자신의 눈을 부여잡으며 비명 질렀다.
"으아아악!! 내 눈!! 내 눈이 썩어 들어간다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시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실제로도 눈 안에 있는 실핏줄이 터졌는지. 고블린킹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려 나왔다.
현재 지금 들어온 존재는 서열 7위 ‘탐욕의 메투스’. 1세계 드워프 출신의 괴물이었다.
고블린킹의 근육을 뛰어넘는, 피하지방이 거의 보이지 않는 엄청난 근육이 '그녀'의 몸을 이루고 있었고, 특히 초콜릿 빛 피부가 돋보였다.
얼굴에는 기름기가 흘려 나왔는지. 불빛에 반짝 빛나고 있었으며,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푸른색 안광은 같은 4세계 괴물들조차 엄청난 공포감을 주고 있었다.
또한, 만들어진 양 갈래 트윈테일의 머리 스타일에는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트 머리핀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는 '남자 사냥꾼'이라고 적혀 있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거대한 해머가 고정되어 있었다...
여기까지는 고블린킹이 알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4세계의 쭉쭉 빵빵 최고의 미녀. 탐욕의 메투스. 야누스님의 명으로 등장!!”
"어째서 비키니 아머냐! 이 미친놈아!!!!!"
방어라고는 하나도 없는 주요 분위만 가린 비키니 형태의 갑옷.
하지만 엄청난 근육을 가지고 있는 메투스가 입고 있으니,
그 어떠한 갑옷보다 강력해 보였다.
다른 4세계의 괴물조차 벌벌 떨게 만들 것 같은 충격과 공포의 비주얼.
그녀는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눈으로 가져간 채로 윙크를 했다.
고블린킹이 그런 모습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눈에 들어온 이미지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매우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저런 복장에 애교는 '퀸'이나 '릴리스'에게 입혀놓고 하라고 있는 거지.
근육질의 드워프인 ‘메투스’가 하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흉기였다.
"이 기만의 조커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7위를 이길 수 없을 것 같군요..."
심지어 조커조차도 현재 그녀의 모습이 충격적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시기의 오메가'는 고블린킹과 마찬가지로 눈을 부여잡고 있었고, 졸린 눈의 '나태의 벨제부브'가 충격으로 잠에서 깨어 그녀를 째려보고 있을 정도였다.
고블린킹은 단언컨대. 지금까지 4세계에서 지내면서 보던 것 중 제일 충격적인 장면이라 생각하면서 왕좌의 야누스에게 눈을 돌렸다.
'역시.. 서열 3위 분노의 야누스님이군! 저런 ‘탐욕의 메투스’를 보고도 멀쩡하시다니!!'
야누스가 보는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는 복장을 한 메투스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고블린킹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왕좌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이 앉아 있었던 왕좌를 잡고는 들어 올렸다.
우지지직!
"....?"
'저건 바닥에 고정되어있는 건데?'
고블린킹이 의아해하면서 자세히 바라보자. 돌로 된 바닥이 뜯겨나가 있었다.
야누스는 그대로 왕좌를 들어 올려 7위 탐욕의 메투스를 향해 활짝 웃었다.
"내가.. 4세계에서.. 이런 분노는 처음 느껴본다아아아!!.! 메투스!!!!!!!!"
"모두 야누스님을 막아! 야누스님이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폭하게 되어버렸어!!!"
"놔! 놔란 말이야!!!! 으아아아!!!"
결국 퀸까지 나서서 야누스를 붙잡은 후.
그는 잠시 뒤에 겨우 진정한 채로 왕좌를 다시 땅에 꽂아 넣은 후에 앉았고,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지. 자신의 한 손으로 머리를 집고 있었다.
"저의 아름다운 모습에 야누스님이 흥분할 정도라니 황송할 정도입니다.
역시 저의 미모는 4세계의 최고군요! 껄껄껄!!!"
드워프 특유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방안을 채웠지만.
다른 모든 괴물들은 웃지 못한 채로 메투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흥분했겠지. 야누스님이 널 왕좌로 패 죽이려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메투스의 모습에 다른 괴물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설마 맛이 갔다고, 이 정도나 맛이 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저 복장이야말로.
서열 8위 기만의 조커를 뛰어넘는 정신 나감 아닌가? 야누스는 그런 그녀 복장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두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메투스.. 도대체 그 복장은 뭐야?
솔직히 말해봐. 나에게 원한 있어? 날 심장마비로 암살할 속셈이었냐?"
"후후후. 여성은 노출도에 비례해서 방어도가 올라간다는 소리에 이 옷을 입어봤답니다. 껄껄껄!!!"
"....그래 방어도가 오르겠지. 넌 다른 의미로..."
다른 괴물들도 고블린킹의 말에 동의하며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고블린킹은 더 이상 앞의 드워프를 보지 못 하겠듯이,
흘러나온 피눈물을 닦아내고는 왕좌에 앉아 있던 야누스를 향해 소리쳤다.
"야누스님!! 도대체 저놈을 왜 부른 겁니까!!!!"
"나도.. 지금 그게 후회돼. 매우."
나태의 벨제부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입고 있던 이불을 벗어 메투스에게 덮어주었다. 메투스는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했지만.
주위의 살기 어린 다른 괴물들의 표정에 그녀가 준 이불로 몸을 가렸다.
그제야 다른 괴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고 시선을 왕좌에 앉아 있던 야누스를 향했다. 어째서 7대악 멤버 전부를 불러왔을까?
네메시스님이 이곳에 없는 이상 4세계의 최고 전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었다.
고블린킹은 그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딛었다.
"7대악뿐만 아니라. 저와 퀸까지 이곳에 부르셨다면... 왕과 관련된 일입니까?"
"응. 눈치가 좋네. 고블린킹.
너희는 가장 오랫동안 우리들의 왕과 함께 한 이들이니까.
지금 내가 너희에게 제안하고자 하는 일은 우리들의 왕과 관련된 일이자 플로라님과도 관련된 일이야. 그 때문에 너희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너희들을 불렀어.
".....?"
네메시스님은 그저 플로라를 데리러 1세계로 간 것이기에 금방 돌아올 텐데?
고블린킹은 의문을 가졌지만. 뒤로 물러섰다.
네메시스님이 현재 1세계에 가 있는 동안 야누스가 4세계의 지배자였다.
그는 왕좌에 앉은 채로 괴물들을 하나하나씩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네메시스님과 플로라님이 있는 1세계로...
모두 가보지 않겠어?”
“네에에에엣!?!?!?!”
야누스의 폭탄선언이 성안에 울려 퍼지고,
그 말에 이곳에 모인 모든 괴물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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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월검향이 왜 저러는 거지?"
아스카나의 수석 마법사는 투덜거렸다. 동시에 그는 다른 '세계'에서 데려온 월검향을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보아온 어떤 인간보다 강했고 자신의 세계의 검술보다 극한의 검술을 사용하는 최강의 소드마스터였다.
분명 얼마 전에 실버게이트에서 얻지 못한 '연료'를 찾고자.
그가 '달의 책'으로 찾은 약한 레드드래곤이 있는 곳을 향해 월검향을 보냈지만.
그는 '연료'로 사용할 드래곤 하트를 구해오지 못하였고,
그것도 모자라서. 성격이 달라져 있었다.
"어째서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를 이곳으로 불려온 후.
그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했다.
일반적인 차원 정도면 '달의 책'으로도 충분히 보내줄 수 있지만.
월검향은 ‘세계’자체가 다르므로 그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고,
자신의 '실험'을 완성 시키기 위해서도 '연료'를 구해야 했다.
그것 때문에 둘이 지금까지 협력해 올 수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에네 마을에 다녀온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을 포기했는지.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알 수가 없군..."
마법사는 월검향을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연료'를 구하기 힘들다. 그것들의 대체재를 구하러 아스카나의 다른 기사들을 보내도 개죽음을 당할 뿐이었다.
드래곤 하트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은 결코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월검향을 다시 설득시켜야만 했다.
"....달의 책을 읽어봐야겠군."
아스카나의 마법사는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 지었다.
평범한 마법사였던 자신이 천 년 전 것으로 보이는 고대의 유적에서 '달의 책'을 발견한 것은 희대의 기적이었다.
그 유물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었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이해하지도 못할 더 높은 지식을 말이다.
마법사는 몸을 돌려 '달의 책'이 보관되어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지식이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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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
배가 흔들리자 제우스의 표정이 파래져 갔다. 지독한 멀미였다.
어딜 가도 미남이라는 소리를 듣는 자신의 얼굴이 피골이 상접했고 매우 핼쑥해 있었다.
"여어. 입덧이 심하네. 누구 아이야? 제우스."
"..말 시키지 마.. 네메시스. 난... 정말 죽을 것 같아. 욱!"
제우스가 네메시스의 빈정거림에 한번 노려보았지만.
그 순간에 배의 흔들림이 심해지자.
그의 표정이 굳더니 바다를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우욱.. 아무래도 안 되겠어. 육지로 돌아가야..."
"지금 출발한 지 2시간이 흘렸어. 그런 것이 될 리가 없잖아?
도착하려면 이틀은 걸린다고."
그 말이 끝나자. 제우스는 거의 죽어가는 표정을 지었다. 겨우 2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단 말인가? 다시 뱃속에서 위로 보내라는 신호가 오자.
제우스는 다시 바다를 향해 머리를 내밀었고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지나쳐갔다.
제우스가 2세계에서 이곳으로 올 때. 육체의 평형감각에 약간의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 저렇게 빌빌거려도,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면 멀쩡하게 회복되겠지.
"와...."
배 앞에 해당하는 장소에 3명이 파도에 배가 흔들리자. 신기한 듯이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배를 탄 아이들 같은 모습. 실제로도 3명 전부 다 이번에 배를 처음 타보는 이들이었다.
숲속에서만 살던 엘프, 신성제국에서만 지낸 성녀, 이번 여행이 첫 유희인 드래곤까지.
그들을 보고 네메시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짐 덩어리들이 늘어나 버렸군.'
애초에 말리고스와 함께 플로라를 만나 그녀를 데리고 바로 4세계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1세계 주신인 켈렌트의 꼼수 덕에 플로라의 기억의 조각을 찾으러 대륙 곳곳을 다니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다만 어느 사이에 용의 여왕의 딸부터 시작해서, 켈렌트가 붙인 감시인. 지금 배 속에 있는 것을 물고기 밥으로 주느라. 정신없는 2세계의 주신까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북적거리는 파티가 되어버리다니...
이것은 본래의 계산 외였다.
'그래도.. 즐겁군.'
네메시스로서의 솔직한 감정.
과거에는 플로라, 네메시스, 말리고스 이 셋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거기에 두 배나 되는 일행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요리를 해주는 것도 즐거웠고 그들의 옷을 만드는 것도 즐거웠다.
아마도 이 여행은 상당히 길어지겠지.
네메시스는 상념에서 깨어나고는 그들의 뒤에 몰래 다가갔다.
'근데.....'
누구에게 장난쳐야 할까? 셋 중 누구에게 해도 상당히 재미있는 반응이 나올 것 같았다.
어쩌면 실수로 물에 빠져 버릴지도. 하지만 네메시스의 즐거운 고민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가 5걸음 안으로 들어가자. 세레나의 귀가 쫑긋 움직이더니 뒤돌아보았기 때문이다.
"또 장난치려 몰래 다가온 것에요?"
"아..아냐."
"근데 왜 말을 더듬어요?"
"하하. 아무래도 바다여서?"
블러드 토너먼트 이후 세레나의 움직임이 비약적으로 좋아져 버렸다.
아무래도 불완전한 각성이지만. 그녀의 본래의 능력을 깨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네메시스는 다음을 기약하며 미소를 지었다. 세레나의 말에 나머지 둘도 몸을 틀어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중 람히르는 날개를 감추기 위해 로브를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닷바람은 피부에 안 좋으니까 적당히 구경하다가 배 안으로 들어와.
들어보니 오늘 저녁에 작은 무도회를 연다고 하더라."
"아. 정말요?"
"응."
그들이 타고 있는 배는 시온이 구해준 배편으로 귀족용 호화 여객선이었다.
한 달 전부터 인어가 사라진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그 때문인지 상당히 싼 값에 구했다고 들었다. 여객선답게 그들 외에도 몇 명의 귀족들도 이 안에 존재했었고 그중 일부는 수인섬으로 가는 이들답게 수인들도 섞여 있었다.
실버게이트가 인간과 엘프가 섞였던 곳이라면, 이
곳은 수인과 인간이 서로 구별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므로 이 배에는 그들을 위한 무도회도 준비되어있었다. 수인섬에 도착할 때까지 즐겁게 지낼 수 있겠지. 하지만 네메시스는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도대체 이 소리는 뭐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존재들은 듣지 못할 울림이 바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고, 배에서 그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불안감이 들었다. 그것은 노래 같기도 했고 무언가의 비명 같기도 했다.
어쩌면 자신이 바닷속에서 발견한 거랑 관련 있을지 모른다.
[무슨 생각일까나? 우리들의 네메시스님은? 크크크.]
"넌 그냥 입 다물고 소화나 되지 그래?"
걸리는 것이 더 있었다. 블러드 토너먼트 이후.
지속적으로 말을 거는 기생충(앙그라 마이뉴) 한 마리.
그는 네메시스에게 소화되는 것을 저항하면서 심심하면 말을 걸고 있었다.
그가 말을 걸 때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이 감각은 상당히 불쾌해서 네메시스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만나서 자신의 조각이라고 덥석 먹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소멸시켜버렸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가뜩이나 이놈으로 인해 방어 능력도 약해져 버렸다.
그 증거로 일개 인간에게 검으로 베이지 않았는가?
아마 지금의 상태를 다른 괴물들이라도 알면 그를 이기고 왕이 되기 위해 도전해오겠지.
아니면 덮치든가... 실제로도 4세계에서 미수로 몇 번 일어났었다.
[네메시스! 오늘의 식사도 맛있는 것으로 부탁해!]
"...."
이 녀석과 미각도 공유한지라 불쾌감이 배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녀석이 소화될 때까지. 매우 힘든 여행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