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제 30화 네메시스의 이유 (31/127)



〈 31화 〉제 30화 네메시스의 이유

두두두두드득!!!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네메시스의 손길에 그의 옆에 있던 옷감들이 빠르게 드레스의 현상으로 변해갔다. 저녁에 있는 무도회에 그녀들이 입을 드레스를 그가 직접 만들고 있는 거였다.
네메시스의 옆에 날개를 접은 채로 앉아 있는 말리고스는 네메시스가 눈짓할 때마다.
원하는 색상의 실과 옷감을 주었고,
그렇게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네메시스는 람히르가 무도회 때 입을 드레스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등 뒤가 훤히 보이는 드레스 형태로,
날개가 있는 그녀가 드레스를 입으려면 어쩔 수 없는 형태였다.
네메시스는 완성된 자신의 작품 여기저기를 살펴보고는 끄덕였다.

"흐음... 나쁘지 않네. 이곳에 문양을 새겨 볼까나?"


두드드득!!!


"....네메시스.. 우윽.. 궁금한 점이 있는데."

옷을 만들고 있던 네메시스의 옆의 침대에,
거의 죽어가던 표정으로 누워있었던 제우스가 몸을 일으켜 세워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여성들의 보호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안타까운 모습이었지만.
네메시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놈이 아프든 알게 뭐람.


"왜?"

"어째서 세레나가 아닌 다른 여자들도 챙겨주는 거야?
너...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는  아니었어?"

이상했다. 천 년 전 자신이 본 네메시스는 플로라에게 거의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광기에 가까운 집착.
실제로 그녀가 죽은 이후. 네메시스는 미친 듯이 그녀를 위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다.
현재는 그 광기가 어느 정도 줄어든 것 같아 보였지만...
지금도 가끔 그가 세레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광기가 서려 있는 것을 제우스는 볼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네메시스는 그녀들에게 관심을 두고 또한 잘 대해주는가? 그녀들과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미모나 매력을 지닌 여성들은 4세계에도 존재했었다.
딱히 네메시스가 그녀들에게 신경을 써줄 이유는 없는 거였다.


"응. 그녀만 사랑하는 것 맞는데?"

그렇게 대답하는 네메시스의 손에는 벨라가 입을 것으로 보이는 붉은 색 드레스를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의 대답에 제우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어째서...."


"그녀들을 믿지 못하니까."

"뭐?!"


"한명은 용의 여왕,  하나는 켈렌트가 보낸 천족이야.
둘 다 주신들이랑 선이 연결되어있는 이들.
언젠가 나에게 이빨을 드러낼지도 모르지. 그럴 바에는 시야 안에 두는 편이 나아.
그것이 대비하기도 편하고."


그의 손안에 있는 드레스에 독특한 자수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황금색 실로 짠 용의 현상. 그것은 드레스의 허리와 가슴 사이의 부분에 새겨졌고,
드레스와 묘한 조합을 이루어 그곳을 향해 시선을 끌도록 만들었다.
장인의 실력에 가까운 솜씨. 하지만 제우스는 그것에 감탄하지 못하고.
네메시스를 노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켈렌트가 보낸 아이는 그렇다고 쳐! 하지만 이세리아는 믿고 있는 거 아니었어?"


"...함부로 그녀의 이름을 담지 마라.
맞아. 난 용의 여왕은 믿어. 하지만 그녀의 주변의 인물까지 믿는 건 아니야.
그녀의 눈과 귀를 막고 손을 쓸 놈들은 3세계의 드래곤 캐슬에 넘치면 넘쳤지.
절대 부족하지 않아. 그렇기에 그녀의 딸조차 믿을 수 없어."


용의 여왕의 이름이 제우스의 입에 담기자. 네메시스는 날카롭게 제우스를 노려 보였다.
그와 동시에 함부로 그녀의 이름을 내뱉어서는 안 되듯이 으르렁거렸다.

"만약에... 만약에. 한명이라도 너에게 이빨을 드러내면.... 먹을 테냐?.. 네놈은..?"

네메시스가  년 전 당시 적들의 정보를 뽑아내는 방식은 고문도 회유도 아니었다.
적들의 뇌를 삼켜 그 존재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 자체를 흡수하는 것.
연합군과 4세계의 괴물 간의 전면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연합군은 패퇴해 후퇴했고 그때마다 4세계의 괴물에게 붙잡힌 지휘관들은 모두 그에게 삼켜졌다.
지금도 그가 간단하게 정보를 모으려 든다면. 그 방법을 쓸려고 들 것이다.
그리고 주신과 가까이 있는 이들이라면..
바로 그녀들일 테고.

"....."

네메시스는 제우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에는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그곳을 채웠다.


두드드득! 타닥.


잠시의 침묵 후 네메시스의 손가락에 피가 흘렀다. 그답지 않게 실수한 것이었다.
드레스에 묻은 네메시스의 피는 스스로 꿈틀대더니,
다시 그의 상처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고 그 모습에 제우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답해라. 4세계의 왕!"

"...."

쾅!


제우스의 일갈에도 네메시스는 침묵한 채로 드레스를 묵묵히 손질하고 있었고 제우스는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벽을 주먹으로 쳤다.
벽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한 듯 금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너와 웬만하면 일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녀들이 다치는 것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아.
미녀를 보호하는 것이 나의 신조다. 네메시스.
만약.. 그녀들을 해하려 한다면 나부터 쓰러뜨려야  거야.

그 말이 끝나자. 네메시스는 손질이 끝난 벨라의 드레스를 구겨지지 않게 바닥에 내려두고는 제우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넌 날 막을 수 없어."


"..내 목숨으로 너의 날개 하나 정도는 날려버릴 수는 있겠지."


둘은 침묵한 체 서로를 노려보았다. 방 안의 공기가 서서히 가열되어갔다.
느껴지지도 않을 미세한 힘들이 그들의 사이에서 끝없이 부딪혀 방 안의 공기를 진동하게 만들어 열이 생기는 거였다.
그 순간. 말리고스는 그들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둘 다 멈추고 기운을 줄여! 뇨롱!"


"....."

"네메시스나. 제우스나 둘 다 생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네메시스. 그녀들을 눈을 봤잖아. 켈렌트가 보낸 람히르조차 아무런 흑심이 없다는 거!
제우스. 너도 그만해! 네메시스는 지금 약해진 상태라 신경이 상당히 날카롭다고."

그제야 네메시스는 제우스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다른 옷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세레나가 입을 것을 만들어야 했다.
잠시  그가 만드는 드레스의 원형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네메시스는 지나가듯이 제우스를 향해 말했다.

"...애초에 먹을 생각도 없었다. 제우스."

"그럼 다행이고"


네메시스의 대답에 제우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네메시스는 자신의 말은 지금까지 어긴 적이 없었다.
이것으로써 그녀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 무사할  있겠지. 미녀는 차원을 넘어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법이다. 네메시스는 결국 세레나가 입을(가슴 부분의 면적이 상당히 적은) 드레스까지 만들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들에게 다녀오지....푹 쉬어."

걱정이 담겨 있는 말 한마디. 그 말에 제우스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현재의 네메시스는 믿을만했다.
켈렌트가 맛이 가서 현재의 플로라를 건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와 싸울 일은 없겠지.

"아아.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그리고 무도회에 나가고 싶어도 지금 나는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어."

제우스는 안타까운 듯이 중얼거렸다. 그녀들과 무도회라면 자신 있는데..
하필 주신이라는 존재가 뱃멀미에 빌빌대고 있다니.
현재의  상태면 춤추다가 쓰러지고  것이다.
그럼 이 여행 내내 웃음거리가 되겠지. 그것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근데.. 네메시스."

"?"


"그녀들이 주신과 연관됐기 때문에 믿지 못한다면. 정작 의심해야 하는 건  아니야?"

정상적인 네메시스에게 유일하게 상처 입힐 수 있는 것은 주신들 중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그녀들이 아니라 자신 아닌가?
네메시스는 당연한 걸 묻는 듯이 제우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넌 바보니까 상관없어."


"...엄청난 신성모독을 받았어! 가.. 가슴이 찢어진다!"

제우스는 가슴을 부여잡는 행동을 취하더니,
잠시 후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 네메시스와 말리고스에게 소리쳤다.


"훗! 그래. 난 바보다! 사랑에 빠진 바보!!!"

"바보 맞군."


네메시스와 말리고스는 그 모습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방을 벗어났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제우스는 굳어버렸다.
자신은 농담 삼아 했을 뿐인데 정작 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자신은 정말로 바보로 기억된 것인가? 아니 애초에 자신은 진짜 바보인가!?

"잠깐! 네메시스!, 말리고스! 잠깐. 기다려!!!!"

쿵!

방문이 닫히고 제우스는 그렇게 방 안에 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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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는 자신의 방안에서 네메시스가 준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숲의 요정을 연상시키는 가볍고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진 파티용 드레스.
그것은 일반적인 드레스에 비해 치맛단이 짧았지만 자유로운 엘프인 그녀에게 어울리는 드레스였다.
그녀는 방 앞에 대기하던 네메시스를 보고는 미소 짓더니, 그에게 보여주는 듯이 한 바퀴 돌았다.

"자.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빤히.

네메시스는 드레스를 입은 세레나의 몸을 한번 훑고는,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였다.
그 반응은 마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크나큰 결점을 찾아버린 듯한 반응이었다.

"....뭘 보는 것에요?"

"그냥... 세레나가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드레스 만들 때. 가슴 부분에 뽕을 넣지 않는 것이 후회돼서."

그것이 진심으로 후회인 듯이.
안타깝게 한숨까지 쉬는 네메시스의 모습에 세레나의 입에 있던 미소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이이익!!! 바보가!!!!!"

잠시 후. 네메시스는 그녀에게 맞아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세레나는 씩씩거리고는 혼자서 무도회장을 향해 먼저 내려 가버렸다.


"아아! 세레나에게 맞는 것도 나쁘지 않는 기분이야."

섬뜩!!

옆에서 날고 있던 말리고스는 그런 네메시스를 보며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네메시스의 옆으로 빠르게 날아가.
둥글게 말려 있는 자신의 꼬리로 그의 뺨을 때렸다.


찰싹!


"아야! 말리고스.  그래?"


"네메시스...
너는 방금 독특하고 무시무시한 취향에  뜨려고 했어...뀨웅"

"....기분은 좋았는데."

부르륵!

찰싹!

네메시스가 세레나에게 맞은 부분을 기분 좋은 듯이 문지르자.
말리고스는 그런 네메시스의 행동에 날개를 떨더니, 자신의 꼬리를 휘둘려 다시 뺨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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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곳에 남아 있던 벨라와 람히르가 보였다.
그 둘은 무언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도회장으로 가는 에스코트를 신청받기를 원하는 듯한 표정.
네메시스는 그녀들의 모습에 고민하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벨라를 향해 다가갔다.

"자... 그럼 레이디 벨라. 무도회장으로 에스코트할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4세계의 왕에게 받는 에스코트라면 나에겐 영광이지. 허락하겠어."


시무룩.

네메시스가 벨라를 향해 에스코트를 신청하자 람히르가 눈에 띄게 실망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등 뒤의 날개는 빛의 마법으로 숨겼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의 고결함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람히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그런 그녀가 실망하는 모습을 본 네메시스는 작게 킥킥 웃더니 람히르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해가  된 듯이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천족 아가씨도 위험하니. 제가 에스코트 해드리죠."


"우와. 네메시스. 나 같은 숙녀를 두고 너무한 거 아니야? 에스코트는 1대1이 기본이라고!"


"그렇다고 이런 천족 아가씨를 쓸쓸하게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조금 욕심을 부려보지 뭐."


네메시스는 벨라에게 한마디를 던진 뒤에 람히르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과 벨라를 바라보며 손을 잡지 않자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호위할 영광을 주겠어? 천족 아가씨?"

화악!


"...네."


그녀가 고개를 숙인 체 작은 목소리로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벨라는 1대1의 에스코트에 미련이 남는지 '쳇'이라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들은 무도회장을 향해 들어섰다. 화려한 불빛들이 가득한 넓은 곳이었다.
벽 쪽의 창가에는 바다가 비추어지는 1세계에서 보기 힘든 유리로  창문이 존재하고 있었고, 천장에는 상당히 많은 샹들리에가 빛을 반사하여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들려왔던 음유시인들이 연주하는 곡과 서로를 바라보며 떠드는 인간과 수인들의 목소리가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네메시스는 그곳에 들어서자. 몇 명의 사람들이 옆 사람과 속닥거리면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왜 우리를 보는 거지?"


"그래서 말했잖아.. 에스코트는 1대1이라고...
이곳에서는 서로 지위나 정체를 말하거나 추측하지 않는 것이 기본규칙이지만.
지금 네메시스의 지위나 정체에 대해서 추측하고 있는 중일 거야.
아마도...
엄청난 부를 지녔거나 대단한 지위를 가졌을 거라고.."

"....."

벨라의 설명에 네메시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시선이 집중되어버리다니...
잠시 후. 그는 그녀들과 헤어지고는 사람들 사이로 지나다닌 끝에 세레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적은 바깥쪽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죄송하지만.. 따로 선약이 있어요."

"아.. 레이디. 당신이 에스코트 없이 혼자 이곳에 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설사 선약이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당신을 혼자 두는 파트너 따위는 그냥 두고,
저와 함께 춤을 추시는 것이 어떠신지."


네메시스가 보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에게 한 명의 수인이 춤을 신청하는 모습이 보였다.
종족은 개과 계열인지 늑대의 귀와 꼬리가 돋보였고 털빛은 짙은 회색이었다.
귀와 꼬리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귀여웠지만..
세레나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그와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상관없듯이 떠나지 않고 그녀를 옆에서 설득 아닌 설득을 하고 있었다.
세레나는 그의 요구를 거절하다가 다가오고 있던 네메시스를 발견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네메시스. 늦었잖아요."

"에스코트 좀 하고 오느라.
근데.. 옆은 누구?”

네메시스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그의 입꼬리는 일그러진 채로 조금씩 떨리고 있었고,
그걸 본 수인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오? 레이디를 혼자 두는 잘난 신사분이 누군가 했더니 양손에  명의 꽃을 들고 들어온 분이군요.
지금 보아하니 두 명의 꽃으로도 성이 차지 않으신 것 같은데...
 레이디는 다른 분에게 양보하시는 것이 어떠신지?"

콰악!

수인은  말을 끝내고는 네메시스에게 다가와 두 팔로 안았다.
그것은 수인섬에 살아가는 수인들의 고유한 인사방식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인사는 아닌지.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양보라는 이름의 강요나 다름없었지만..

"...."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숨을 쉬지 못하고 한동안 기침할 정도의 압박감.
하지만 네메시스는 그 행동을 보며 살짝 웃었다.
눈앞의 수인은 자신으로서 최대 힘으로 누르는 거겠지만...
현재 그 상대가 매우 안 좋았다.
네메시스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의 두 팔로 수인의 등 뒤를 안았다.


우드드득!

"커억..."


[귀를 잘 열고 들어라. 강아지야.
나 네가 어디에 살고, 어떤 지위인지는 말리고스의 발톱에  때보다 관심 없어.
내가 지금 중요한 것은 말이야...
네 놈이 지금 내 앞에서 세레나에게 꼬리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야. 알아?
지옥보다 끔찍한 괴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보내기주기 전에 꺼져.]

네메시스는 그 말을 마치고는 안고 있던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나 활짝 웃었다.
아무런 일도 없는 듯한 따뜻한 미소.
그러나 안겼던 수인은 그가 놓자마자.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주저앉더니 곧 그곳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 네메시스는 앉아 있던 세레나에게 예를 갖추었다.

"같이 춤출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이름 모를 아름다운 레이디? 쿠큭."

그제야 세레나는 그의 손을 잡아서 일어섰다.
 말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듯이. 그녀의 행동은 재빨랐다.


"네. 이름 모를 멋진 신사분."

서로 연극에서나 사용하는 말투였다. 그들이 무대로 나가자.
주위 사람들은 흥미 있는 듯이 뒤로 물러섰다. 세레나가 흔히 보기 힘든 엘프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모두의 시선을 모으던 네메시스였기 때문이었을까?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춤은 오래만이네요.. 그리고 보니 실버게이트 이후  번째인가요?"

"응."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서로는 누구보다 상대방을 아는 듯이 서로의 움직임을 맞춰갔다. 이번에는 실버게이트 때처럼 그들의 춤을 멈출 이유는 없기에,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움직였다.
오랫동안 함께 한 듯한 움직임. 잠시 후 그들은 춤을 깔끔하게 끝내고는 방금 전만 해도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벨라가 한 손에 와인을 든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다가오자. 입술 사이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헤에... 두 분 다 춤  추잖아?"


"처음은 아니니까."

"이거 질투 나는데? 네메시스. 나랑도 춤 주겠어?"

"아아. 물론이죠. 레이디."

거절한다면 이 레드 드래곤 아가씨가 나중에 용의 여왕에게 뭐라 말할지 몰랐기 때문에 네메시스는 허락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거절하지 않는 것을 후회하고 말았다.


"아야..."

"미안...네메시스"


그녀에게 발이  밟혔다. 벌써  번째 밟힌 건지 모르겠다고 네메시스는 생각했다.
그가 벨라에게 최대한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는데도 일부로 밟기라도 하는  5초가 멀다 하고 그녀의 발에 자신의 발이 밟히고 있었다.


"....."

벨라의 표정을 보면 정말 실수인  같긴 한데....
그가 피하려고 발을 움직여도 그의 발을 정확히 밟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정확도는 네메시스가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했다. 천성적인 재능에 가까운 기술이었기에..

잠시 후. 음악이 끝나며 춤이 끝나자. 네메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벨라스트라즈는 아쉬운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재미있는데 한번 더할래?"

"싫어."

"에?, 너무해."

"....."

"흐음.. 그렇다면.. 후후후.. 대신 이걸로 해볼까?"


“?”


벨라스트라즈는 그 말을 끝으로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짓더니,
네메시스의 목을 기습적으로 끌어당겨.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쨍그랑!

잠시 후. 벨라가 입을 떼자.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네메시스가 시선을 돌리자.
세레나의 입술에는 목을 축이기 위해 와인을 마신 듯이 붉은빛 액체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와인 잔이 없었고, 정작 와인 잔은 그녀의 밑에 떨어져 깨져 있었다. 와인이 세레나가 입고 있는 드레스에 튀어서 얼룩이 퍼져갔지만.
그녀는 그것을 신경 쓰지 못한 채로 네메시스와 벨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세레나?"


굳어 있는 세레나의 볼 위로 붉은 색 문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위험신호가 켜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 문신은 조화 속성을 쓰기 직전이란 소리였다.


'조화를 벌써 저렇게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었나..?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왠지 위험한데...'


"잠깐..."


"세레나. 너의 애인은 빼앗지 않을 테니까 질투할 필요 없어. 후후후."

"누.. 누가 애인이고!...누가 질투한다는 것에요?!!!!"

네메시스가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벨라가 먼저 세레나의 옆으로 쪼르륵 다가가서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말에 세레나는 얼굴이 붉게 물들이더니, 그녀의 말을 부정하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자 그녀의 문신이 다시 희미해가며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시무룩.


세레나의 외침에 네메시스의 표정이 뭐라 말할  없을 만큼 어두워졌지만.
곧 들려온 벨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네메시스. 세레나는 나에게 맡기고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때?]


"?"


[주위를 봐.]

주위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전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기대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 세레나가 네메시스의 얼굴에 와인 같은 것을 끼얹으면서 '헤어져'라고 외치든가. 아니면 벨라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저 임신 했어요'라고 세레나에게 말하는 것이 그들이 앞으로 상상하는 상황 같은 거겠지.
네메시스는 객관적으로 제 3자가  상황을 볼 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보았다.
약혼녀 엘프. 그리고 약혼자를 유혹하는 붉은 미녀와 두 여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
아마도 2세계의 막장드라마를 좋아하는 용의 여왕이 지금 상황을 알면 배를 잡고 웃겠지.


"......."


판단이 거기에까지 이르자 네메시스는 벨라의 행동이 얄미웠지만.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곳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이렇게 시선이 집중된 이상 이미 네메시스가 무도회를  이상 즐기기는 글러 먹었다..
정말이지.. 악동이 따로 없는 벨라스트라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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