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제 31화 들려오는 목소리
네메시스는 무도회장을 도망치듯이 빠져나와 배의 간판으로 나왔다.
[ㄴㅁㅅ....ㅅ...]
들려오는 목소리에 네메시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것은 배를 탔을 때부터 자신을 향해 끝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한없이 애처로웠고 아름다운 미성. 마치 뱃사람을 유혹한다는 전설의 인어 사이렌의 노래처럼...
"거리가 가까워지고 건가.....?"
정확히 어느 방향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 여객선이 나아갈수록 소리가 커지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네메시스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다른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번 목소리가 들리는 곳은 그의 위쪽이었다. 그가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돛을 고정하는 지지대에 한 명의 여성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무도회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로 두 눈을 감고 있었고,
무도회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따라 두 날개를 조금씩 흔들며 노래하고 있었다.
네메시스의 시야에는 그녀가 입술을 조금씩 달싹이면서 무도회장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따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몽환적이어서 영락없는 신의 계시를 알리는 천사였다.
"이런.. 저 천족 아가씨는 어지간히도 높은 곳을 좋아하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네메시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천족 아가씨는 무도회장에 있지 않고 왜 여기에 있는가?
람히르가 앉아 있는 곳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그로서 그곳으로 갈려면 한 가지 방법뿐이었다.
찰랑.
청명한 맑은소리와 함께 네메시스의 등 뒤로 한 쌍의 날개가 만들어졌다.
좌우대칭형의 흑백의 날개. 네메시스의 빛과 어둠의 날개였다.
그는 몸을 한번 숙이더니 곧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네메시스님.?"
낯선 날갯소리에 람히르는 흥얼거리는 것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네메시스가 보였다.
그녀는 그의 등 뒤의 날개를 보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지만, 곧 진정하였다.
앞의 존재는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4세계 괴물들의 왕이다.
그런데도 람히르는 왠지 모르게 그의 날개에 시선이 갔다.
흑백의 날개. 그것은 지난번의 블러드 토너먼트에서 보았던 '마나의 날개'나 '생명의 날개'와 달리 자신이 가진 것과 같은 비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새의 날개 같았다.
"무슨 일로 혼자 있는 거야? 람히르는 무도회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나?"
괴물들의 왕은 따뜻하게 말을 건네더니 자신의 옆에 앉았다.
얼마 전에 숲속에서와 같은 모습.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숲이 아니라 여객선이라는 점.
그리고 네메시스의 등 뒤에는 자신과도 같은 날개가 있다는 거였다.
네메시스가 옆에 앉자 람히르는 그의 날개에서 상당히 따뜻한 온기를 느껴졌다.
"...아니에요. 다만.. 낯선 남자들이 너무 많이 춤 신청을 해 와서.."
"하아...?"
람히르의 대답에 네메시스는 허탈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런.. 그럼 무도회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 보네?"
"네.. 아무래도. 저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으니까요.
근데 네메시스님은요?"
"...좀 사정이 있어서. 빠져나왔어."
"그래요?.."
"응..아까 에스코트 할 때 미안했어."
"아. 아니에요."
"음.. 그래도 미안한데.. 대신 이러면 어때?"
"에?"
그 순간. 그녀에게서 바보 같은 목소리가 흘려 나왔다.
네메시스가 갑자기 그녀의 허리에 손을 걸더니 자신에게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는 거의 네메시스의 품에 안긴 듯한 모습이 되었다.
"..네메시스님?"
"지금은 밤이라 춥다고 천족아가씨."
"....."
그의 행동에 람히르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였고 그런 그녀가 귀여운 듯이 네메시스는 킥킥거리더니 검은 날개로 람히르의 몸을 감싸 안았다.
검은색 깃털의 날개. 그의 날개 감촉을 느끼자.
람히르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자신의 날개랑 비슷한 비행의 목적의 날개였다.
"따뜻하지?"
끄덕!
"쿠큭. 본래는 세레나에게 이런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그녀에겐 나의 정체를 밝히면 안 되니까."
"...어째서 세레나님에게는 정체를 밝히시지 않는 거죠?"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때요..?"
"응. 좀 더 관계를 나아간 후에 밝히려고.
현재 세레나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은 약간의 호감뿐이니까."
네메시스의 대답에 람히르는 속으로 가로저었다. 세레나가 네메시스에게 하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보면 결코 '약간의 호감'이 아니었다.
함께 장난치고. 튕기는 듯한 행동들. 그 둘의 행동들은 제삼자의 눈에는 연인.
그 이하는 아니었다. 그곳까지 생각을 마친 람히르는 숙인 고개를 들어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세레나님도 네메시스님에게 마음이 있을 것에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아직은 먼 이후의 일인 것 같지만... 아?"
[ㄴ.ㅁ..ㅅ..ㅅ....네..ㅁ...시....ㅅ....]
"으윽!!!"
"괜찮으세요..?"
네메시스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는 것이 보였다.
그에 람히르는 깜짝 놀라서 다가가려고 했지만.
네메시스는 한 손을 올려 람히르가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괜찮아.. 다만 어느 망할 놈이.
계속 나를 불러서 말이야. 람히르도 저 목소리가 들려?"
"아뇨. 부르다니요?"
"...점점 소리가 커지고 있어. 짜증이 치솟을 정도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라? 저건 뭐지?"
촤아아아...
"...파도?"
배 앞의 수평선에서 무언가가 밀려오고 있었다.
배의 두 배는 되는 듯한 높이의 무언가.
어둠에 그녀가 인상을 쓰며 자세히 바라보자. 여객선을 뒤집어 버릴 정도의 거대한 크기의 파도였다.
"저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람히르의 걱정이 담긴 말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아니.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어. 이것은 귀족들의 여객선이라고.
저 정도의 파도를 막아내는 마법 정도는 펼쳐 있어."
네메시스의 말대로 파도들은 배 앞에 다가가자.
무언가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보호막 계열의 방어마법이겠지.
배의 두 배는 되는 듯한 파도가 코앞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은 장관이었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촤아악!
부서진 파도들은 작은 물방울들로 나눠지더니.
대비할 틈조차 없이 돛의 지지대에 앉아 있던 그들을 덮쳤다.
그리고 잠시 후. 둘은 물에 젖은 꼴로 나타났다.
"으... 축축하게 젖어버렸네요..네메시스님은 괜찮으세요?"
"....."
빤히.
람히르는 네메시스가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무언가에 시선을 뺏긴 듯한 모습.
"...왜 그러세요? 네메시스님?"
"내가 만든 드레스... 안에 브래지어 착용은 안했어?"
"네. 아무래도 그것까지 입으면 가슴이 끼어서요..
근데 그걸 왜?... 앗!"
그녀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밑으로 향하자.
물에 젖어 비추어진 자신의 몸이 보였다. 반투명한 천 사이로 보이는 자신의 가슴과 그 외 부분들이 주변이 어두웠지만 확실하게 보였다.
"....."
"....."
화끈!!
"죄. 죄송해요! 네메시스님. 먼저 방안에 들어갈게요!!!"
"잠깐."
람히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날개를 피고 지상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녀는 부드럽게 착지하더니 곧 배안을 향해 뛰어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날개는 숨기고 들어가야지..."
'뭐. 바로 자신의 방에 갔으니 괜찮겠지. 그나저나 발육 상태가 상당히 좋군.'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파도가 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시력으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수평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이었다.
"..저 정도의 파도가 어떻게 일어난 거지?"
근처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파도.
하지만 그의 감각에는 그런 징후는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바다의 움직임. 네메시스는 수평선 너머의 무언가를 살펴보려는 듯이 그 자리를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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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위로 배 안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배의 선장이 아침 일찍부터 배안의 사람들을 모두 불렀기 때문이다.
그 수는 대략 50명 정도로, 배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들이었다.
벨라는 늦게까지 무도회를 즐겼기 때문에 상당히 피곤한 모습이었다.
선장은 올라온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말을 시작하였다.
"오늘도 수인섬으로 가는 이 여객선을 이용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 배의 선장인 저는 여러분을 보니 매우 기쁘군요.
현재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보여드릴 것이 있어서 불렸으니 부디, 지금 상황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길 바랍니다.
자아! 현재 배의 앞쪽을 주목해주십시오!"
치이이익!!
바로 앞에 섬이 보였다. 높이는 한 90m 정도로 상당히 낮았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화산에서 흘려 나온 용암이 조용히 바다로 흘려 들어가 새로운 대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섬 전체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검은 화산섬이었다.
"저곳은 수인섬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명물 중 하나로 '크레타 화산섬'이라고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천 년 전 신들과 괴물들과의 전쟁에서 생겨난 곳으로.
영웅 켈렌트와 함께 했던 동료들 중 하나인 제우스가 이름 붙여준 곳이라고도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크레타라...아아.. 그랬지'
천 년 전에는 이곳은 바다가 아닌 육지였다. 다만 치열했던 4세계 괴물들과 싸움의 결과.
이곳 지대 전체가 침식되어 물이 흘러온 결과. 바다가 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 복구할 때 이곳을 다시 육지로 켈렌트가 만들 뻔했지만.
당시 반대하는 제우스로 인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의 화산섬도 자신이 직접 이름을 붙여준 거였다.
시대가 지나 조금은 달라졌어도 자신이 손을 썼던 흔적들에 제우스는 미소 지었다.
"자. 다음을 보실까요?"
크레타 화산섬을 지나 배가 어느 정도 전진하자. 선장의 말이 이어나갔다.
"이번에 화산섬 오른쪽을 보시길 바랍니다!"
선장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자. 광활한 바다에 거대한 구멍이 보였다.
정확히는 바닷물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어떠한 곳이 보였다.
그 크기는 상당히 커서 왼편에 보이는 화산섬의 전체 크기보다 큰 넓이를 차지하고 있었고, 멀리 떨어진 배에서 보는 대도 바람이 저곳으로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이 피부에 느껴졌다.
그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모습의 ‘무언가’였다. 그것의 모습에 처음 보는 이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멋지죠? 저곳이 인어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블루홀'입니다.
본래대로면 이곳쯤에서 바다에서 인어들이 배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한 달 전을 기준으로 그들의 흔적이 사라져서 안타깝습니다. 정말 인어들은 아름답거든요. 거기에 있는 엘프처럼 말입니다."
"산다고 전해진다....?"
"네. 전해지는 이유는 블루홀은 조사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공간계열 마법이라도 저곳 근처에 가면 강제로 취소되게 되고.
새들조차 강한 바람 때문에 근처에 가질 못하죠.
아마 인어 고유의 마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현재는 멀리서 볼 수 있는 것이 한계입니다."
몇 명의 사람들이 선장의 말에 끄덕였다. 그들도 블루홀에 대해서는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인어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도시이자.
그들에게 허락받은 자들만이 들어 올 수 있다는 전설의 도시.
하지만 위치를 알아도 함부로 갈 수 없는 인어들의 영역이었다.
[네.메..시.스..님..]
부르는 소리가 네메시스에게 들려왔다. 그가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하자.
그것은 바닷물과 바람을 빨아들이고 있던 블루홀이 있는 방향이었다.
'....'
무언가가 블루홀 안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목소리...
하지만 네메시스는 미간을 찌그린 채로 그곳을 노려볼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몇 명의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어. 저기 무언가 오는데요?"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무언가'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배를 오고 있었다. 선장은 그것을 보고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곧 배와 부딪힙니다! 모두 주위에 있는 것을 잡아 충격에 대비하세요!"
쿠웅!!!
선장의 말에 모두가 황급히 주위에 있는 것을 붙잡았고,
잠시 후. 그것은 배를 스치고 가면서 멀어졌다.
그것이 부딪히는 순간. 모두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크라켄...? 저것은 심해에서만 있는 것들인데?"
30m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와 8개의 기다란 발을 가진 거대한 문어인 크라켄이 어딘가를 향해 급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배로는 쫓지도 못할 엄청난 속도. 선장은 크라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것들은 보통 심해에서만 살아가지. 해수면으로 올라오는 일은 평생 거의 없었다.
어째서 저것이 해수면까지 올라왔을까?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배를 지나쳐 화산섬으로 멀어져가는 모습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
크라켄이 있는 바다에 검은 그림자가 물들여졌다. 모두가 크라켄이 먹물이라도 내뿜어서 어두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선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어조차 잡아먹는 크라켄은 그 기관이 퇴화하여 내뿜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저 검은 것은 무엇인가?
촤아아아아아악!!!!!!!!!!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것'이 올라오는 순간.
다들 산이 치솟았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엄청난 크기. 그것은 크라켄을 물고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크라켄은 저항하는 듯이 뼈가 없는 발을 꿈틀거렸지만.
그것은 상관없는 듯이 계속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화산섬의 높이의 두 배는 되는 듯한 정신 나갈 정도의 거대한 크기. 물 위로 보이는 크기만 해도 저 정도인데. 물속에 숨겨진 몸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할까?
그것의 전체적인 모습은 거대한 바다뱀을 연상시켰지만.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입은 옆에 있는 화산의 분화구조차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길이는 매우 길었고 몸체만으로 여객선에 오는 햇빛을 모두 가릴 정도였다.
사파이어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몸체와 그 몸을 감싸고 있는 가죽은 성벽에 가까웠다.
"제우스. 내가 잘못 예상했어.. 저거 몸길이만 가볍게 200m 넘어가는 것 같은데...?"
"...."
모두가 경악해서 얼이 빠진 가운데 네메시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려 나왔다.
설마 1세계에서 이 정도의 크기의 존재를 볼 줄은 몰랐다. 4세계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지만
이곳은 1세계였다. 아마도 자신이 물속에서 봤던 흔적과 전날의 거대한 파도는 저놈의 작품일 것이다. 확실히 저런 것이 바다에 돌아다니면 인어들이 모습을 감출 만도 했다.
치이이익!!!!
그것의 거대한 입에 크라켄이 삼켜졌다.
그 순간. 앞의 거대한 바다괴물의 침이 옆의 화산섬에 떨어졌고 흐르고 있던 용암에 물이 증발하여 작은 안개가 만들어졌다.
그 모습에 간판에 있는 모든 이들은 침을 삼켰다.
저 정도 크기면 드래곤을 삼킨다고 해도 믿을 거다.
".....말도... 안 돼... 저것은.. 도대체 뭐야...."
"꺄아아아아!!! 지금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요!!!"
"모두 진정하세요! 저것의 관심을 끌면 안 됩니다!"
일부 승객은 비명소리가 들리자. 선장은 나서서 그들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여객선에 상급 마법 결계가 걸려있지만. 저 괴물이 누르기만 해도 부서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선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객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크르르릉...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데도 바다괴물의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비명 지르는 이들조차 얼어붙어. 바다괴물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고 바다괴물은 자신의 머리를 배에 갔다 댔다.
파직!
단지 괴물의 얼굴이 갔다 대는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배의 간판이 마법 결계이 부서져 나갔다.
킁! 킁! 킁!
그것은 냄새를 맡더니, 배의 돛과 맞먹는 거대한 크기의 눈을 굴려.
배 간판에 있는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꺄..악!?"
[제우스?! 제우스!!! 결코 잊지 못할 냄새! 네 이놈! 숨지 말고 나와라!!!!!!!]
"말... 말을 한다?...."
놀랍게도 그 바다괴물은 말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울음에 가까운 소리.
네메시스는 그것의 말에 옆에 서 있는 제우스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배멀미 때문에 제우스의 깨끗했던 피부는 거칠어져 있었고,
당장이라도 죽기 직전인 불치병 환자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제우스 아는 놈이냐?"
"아니.. 모르는 놈이야."
"...저놈은 널 아는 것 같은데...?"
제우스는 네메시스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이 턱을 잡으며 생각해봤지만.
자신이 아는 존재 중에 저런 존재는 없었다.
애초에 그는 여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기억하기조차 싫어했다.
그는 배 멀미에 속이 울렁거리면서 느끼면서도 바다괴물의 앞에 나섰다.
"날 찾았냐?
킁! 킁!
[제우스! 제우스!! 그가 맞군! 날 기억하는가?]
"몰라."
[뭐어!? 모른다고!? 내 이름은 레비아탄! 내가 치어였을 때 네 녀석이 크레타섬에서 괴롭힘을 한 존재다. 망할 자식아!!!!!]
조금 기억났다. 그때 분명히 작디작은 바다뱀 한 마리를 꼬리를 잡고 가지고 놀았는데.
그것이 저리 커버렸나? 역시 세월의 힘은 무섭다고 제우스는 생각했다.
"..아 그래? 잘 지냈어?"
[잘 지냈냐고? 잘 지냈냐고!!!!!? 웃기지 마라! 올림푸스의 왕이여!]
제우스의 말에 레비아탄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몸을 흔들었고,
그것뿐인데도 여객선이 심하게 요동쳤다.
레비아탄이 그냥 간다고 해도 그 크기 때문에 침몰할 것 같았다.
[네 이놈!!! 그것뿐이라면 내가 이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거다!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천 년 전에 강제적으로 너희들의 잘난 부름에 이곳으로 끌려와 팔자에도 없는 미친 4세계의 괴물들과 싸우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죽기 직전에 끝나서 다행이지. 아마 하루라도 더 오래 지속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다. 크르르르릉!!!!]
흔들~ 흔들~
여객선이 더욱 요동쳤고 그에 따라 제우스의 안색이 더욱 창백하게 질렸다.
"아. 그만 좀 흔들어! 그래서 뭐?"
[...4세계 괴물들의 왕에게 패배한 네놈은 더 이상 최강 따위가 아니야.
지금 꼴을 보아하니 아주 폐인이 되었군!! 네놈을 죽이겠다. 제우스!]
제우스는 레비아탄의 모습을 보며 머리를 붙잡았다. 언제까지나 자신은 뱃멀미 때문에 지금 상태가 된 거였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평화롭게 넘어가기도 글러 먹은 것 같았다.
그거면 상관없는데. 앞의 멍청한 레비아탄 녀석은 배에 그 잘난 '4세계 괴물들의 왕'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야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죽지 않지만. 다른 이들은 다칠 것이고,
특히 세레나에게 피해가 간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어이. 레비아탄 잠깐. 멈춰봐! 평화적으로 말로 해결하자!"
[싫다!!!!!]
수면 위의 레비아탄의 꼬리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옆에 있는 화산섬과 비슷한 크기로 거대했고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네메시스.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막아야 하지 않아?"
레비아탄의 꼬리가 올라오는 모습에 벨라는 불안한지. 네메시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자신과 상관없듯이 심드렁히 앞의 거대한 레비아탄을 보면서 벨라에게 딱 잘라 말했다.
"무리"
그의 대답에 벨라스트라즈는 놀란 눈으로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뭐?!"
'당신. 4세계의 괴물들의 왕이잖아!!!!'
그녀가 경악하자 네메시스는 방법이 없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게 내려오는 걸 막는다고 쳐도. 배 자체가 버티지 못하고 침몰.
설사 토막 내서 잘라냈다고 해도 그 무게에 침몰. 아무리 나라도 저건 답 없어."
".....그럼 방법이 없어?"
"..아니 한 가지 있지."
"...당장 그걸 하면 되잖아!!!!"
"지금 하고 있잖아?"
"...?"
의아해하는 그녀를 향해. 네메시스는 자신의 엄지를 들어 올리고는 해맑게 웃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장난 하냐!!!!!!!"
네메시스의 모습에 벨라가 기가 막혀 소리쳤고 다른 사람들도 분위기가 어느 정도 파악됐는지 불안해하였다.
비명만 지르는 사람부터 바닷물에 뛰어드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미 배 안은 통제 불능의 패닉 상태였다.
"제우스! 당신이라도 뭐라도 해봐! 당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
"나도.. 무리야.. 육지면 모르겠는데. 우욱.. 지금 멀미가..."
거의 죽기 직전의 표정을 한 제우스 말이었다.
벨라는 현기증이 생기는 것을 느끼면서 말리고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귀엽게 보여도 그도 주신이었다.
"말리고스.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겠어?"
"무리야. 뀨웅. 선장의 말대로 이곳 근처에 공간계열 기술을 막는 무언가가 쳐져 있어.
지금 공간계열 기술로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한다면 모두 핏물이 돼버릴걸?
네메시스 말대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기 기도하는 수밖에...."
"...하하하... 젠장!! 당신들 주신이잖아! 당신들이 기도하면 어쩌자고!!!!"
[자아. 제우스!! 죽을 준비는 되겠지?]
벨라는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보자. 레
비아탄의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꼬리가 내려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아.. 이렇게 용의 삶이 끝나고 마는구나.
"이건 아니잖아!!!"
콰아아앙!!!!!!
거대한 레비아탄의 꼬리가 배를 향해 그대로 내리쳐졌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물살과 배의 잔해들이 하늘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