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제 34화 아쿠아마린2 (35/127)



〈 35화 〉제 34화 아쿠아마린2

"이곳이야. 이곳으로 마나가 흘려 들어가고 있어."


벨라가 일행을 이끌어서 도착한 곳은 아쿠아마린의 중심부의 바위산이었다.
그곳은  다른 특징 없이 돌로만 이루어진 곳으로,
산호라든지 해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이곳의 주민인 인어들도 지나다니지 않는 곳인지 그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해저산의 모습에 머메이드의 엘더인 미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리 달린 예쁜 언니. 잘못 온 거 아니에요?"

"제대로  것 맞아. 아쿠아마린 지대의 마나가 정확히 이곳으로 흘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져."


그녀의 확신에 찬 말에 말리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위산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주변으로 붉은 선이 꿈틀거렸다.

사사삭!


'공간'의 선이 바위산 일부를 훑고 지나가자.
바위산을 이루고 있던 돌들 일부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갔다.
그것은 아마 공기 중이었다면 거대한 소리를 냈을 테지만.
수중이라서 그런지.
잘려나간 잔해들이 바위산 속으로 조용히 빨려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곳은?"

그곳에 들어가자. 아쿠아마린을 관리하는 엘더인 미나는 전혀 몰랐던 공간이기 때문이었는지. 미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헤엄쳤다. 우선으로 보이는 것은  바위산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비어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눈으로 보일 만큼 모인 순수한 푸른 마나가 끝없이 아래를 향해 내려가는 것이 그들에게 보였다.

"아무래도  계단을 이용해서 밑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군."


네메시스가 가리킨 벽 쪽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들이 보였다.
과거부터  안에 존재하다가 물에 가라앉아서 만들어진 듯한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계단이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계단의 모습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연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길었고 끝은 어둠에 싸여있었다.
 순간. 네메시스 일행들은 심연에서 '무언가'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있다..?"

딱히 위협적인 듯한 감각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을 몰래 훔쳐보는 시선과도 같은 느낌. 벨라는 그 감각이 왠지 불쾌했다.

꼬옥!

"네메시스..?"


"긴장할 필요 없어. 별거 아닐 거야. 벨라."


네메시스는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아 주었다.
이런 어두운 곳에서 긴장은 좋지 않았다.
실수로 계단을 헛디뎌 무엇이 있는지 모를 심연으로 갑자기 떨어지는 것보단 그의 방식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았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행동에 벨라는 네메시스를 노려보았지만.
싫지는 않은지 그의 포옹을 풀지 않았다.

"이봐. 친구."

"?"


네메시스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렸고 제우스의 입에 묘한 미소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무언가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듯이 제우스는 싱글벙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고.
그는 네메시스와 시선을 마주치자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자네라면 모녀 둘을 동시 공략해도 될 것 같은데. 어때? 친구!"

"...제우스. 그동안 오래 살아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지?
좀 더 입을 놀려봐.
바로 이 계단에서 저쪽 바닥으로 던져주마."


그 이후 말없이 얼마나 걸었을까?
심연으로 무언가 빛이 보였다.
아직은 정확히 뭐라  수 없는 모습이라 좀 더 계단을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았다.
 순간. 제우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네메시스에게 물었다.

"아! 그리고 보니 네메시스."

"?"


계단을 내려가던 중. 갑작스러운 제우스의 물음에 네메시스는 힐끔! 그를 돌아보았다.

"이곳에 와서 생각  것인데.
과거에 이곳에서 나랑 붙었던 4세계의 금발 미녀 있잖아. 이름이 뭐였더라."


"레퀴엠."

"그래! 바로 그 이름이었어. 그녀는 잘 지내고 있어?"


"...레퀴엠은 그때 이후  이름만 들으면 이를 갈더군. 다음에 만나면 숨통을 끊겠다고."


그 말을 끝으로 네메시스는 한심한 듯이 그에게 시선을 던지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차가운 반응에도 제우스는 천 년 전 이곳 근처에서 만난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는 그만큼 정말 매력적인 존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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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은..>"

레퀴엠이라고 불린 그녀의 움직임은 춤과 노래의 무희와 같았다.
복잡하면서도 오묘한 움직임.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제우스의 주변으로 하늘에서 14개의 붉은 섬광이 떨어졌다.
그것은 핏빛 기둥으로서 제우스의 주변 수백 미터 거리에 떨어졌다.
핏빛 기둥들이 땅에 떨어지자.
땅은 비명 지르는 듯이 진동하였고 중앙을 거대한 압력으로 짓눌렸다.


두드드드드드득!!!!


"으윽!!!"

위험했다. 4세계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얻은 직감이 그렇게 소리쳤다.
제우스는 주신답지 않게 몸을 굴려서라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결코, 죽지않는 그였지만. 그런데도 생사를 장담하지 못할 무언가가 일어나려는 것이 느껴졌다.

“<핏빛으로...!!!>”


그녀의 행동에 따라 핏빛의 기둥들이 중앙으로 모여 갔다.
그 와중에 지면은 처참하게 찢어져 갔고, 진동은 더욱 강해졌다.
아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제우스는 단지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 속이 뒤집히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물들여져라>!!!!!”


콰아아아아앙!!!!!!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움직임과 노래가 멈추었고 그와 동시에 핏빛 기둥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그 직후에 일어난 것은 거대한 폭발. 제우스가 아슬아슬하게 그곳을 벗어나 뒤돌아보았을 때는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그곳의 지대와,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서열 14위의 괴물의 모습만이 보였다.
그녀는 독기 어린 시선으로 제우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한방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말이죠,
주신이란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잘도 죽지도 않는군요!!"

"아아! 아가씨.  몸은 말이지. 사랑이 있는 한 결코 죽을  없다고."

제우스 장난 어린 한마디에 레퀴엠의 얼굴이 바퀴벌레를 넘어선 혐오 어린 시선으로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정말 최악이야...
제가 이렇게 무언가를 죽이고 싶게 만들다니!!
조커를 만난 이후 두 번째군요!
이런 역겨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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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말 화끈한 아가씨였어.
자기가 화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 자체를 증발시켜버렸으니까.
4세계 괴물들이 맛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그 전투에선 제우스가 승리하였고 레퀴엠은 패퇴하여 물러났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 다른 전선은 4세계 괴물들에게 속절없이 밀렸었다.
만약 마지막에 '그녀'가 네메시스를 막지 않았다면......
제우스는 그곳까지 생각이 닿게 되자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끝난 일이다.
결국, 그때의 전쟁은 '그녀의 죽음' 덕에 무사히 끝날 수 있었고. 세계는 지켜질 수가 있었다.
그 전쟁이 끝나고 플로라의 죽음으로 인한 네메시스와 4세계의 보복은 없었다.
애초에 플로라를 죽인 존재는 '자신들'이 아닌... ‘네메시스’였으니까.
그것이 고의든 실수든 간에 말이다....
자신답지 않는 어두운 생각에 제우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갑작스러운 제우스의 행동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 무슨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건가? 너의 아내 헤라가 알면 참 좋아하겠군."

"...아무것도.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의 삶도 기구하다 싶어서."

"....?"

목소리에 힘이 없는 제우스의 말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잡아먹지 않고는 다른 존재의 기억을 읽을  없는 네메시스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수상하게 제우스를 바라보았지만.
 들려온 벨라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저건.. 뭐야..?"

처음 보았을 때는 섬으로 보였다. 텅 비어 있는 공터에 홀로 서 있는 섬.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모두가 말을 하지 못하였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투명한 색의 '무언가'였다.
‘그것’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2층 주택 같은 건물을 몸으로 동글게 말고 있었는데.
마치 먹이를 감아서 질식시키고 있는 뱀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머리를 높이 든 채로 네메시스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고 뱀과 같은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한 쌍의 날개도 달려 있었다.
몸에서 색이 있는 부분이라곤 머리로 보이는 곳에 달린 붉은 보석과 그리고 안광뿐이었다. 1세계 어느 종족에도 포함되어 있지않는 종족..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보는 존재들은 모두 입을 모아서 대답할 것이다.
저것은 '괴물'이라고.

"저것은... 4세계 괴물이잖아."


"...1세계에 남아 있던 놈인가 보군."

 순간. 네메시스와 ‘카벙클’의 시선이 마주쳤다.
카벙클의 안광은 그 순간 깜박였지만. 곧 거대한 울음과 함께 날개를 펼쳤다.

[_________]


"온다. 조심해!!!!"

네메시스의 말을 끝으로 '카벙클'은 움직였다.
'목소리'가 자신에게 내린 ‘부탁’을 수행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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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

거대하기 짝이 없는 날개 달린 뱀 모습의 괴물이 날개를 움직이자.
괴물의 반투명한 육체가 벨라와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네메시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벽을 밟아 몸을 숙이더니 아래에서 오고 있는 '카벙클'을 향해 돌진해 내려갔다.


괴물들이 4세계로부터 받은 강력한 신체나 선천적인 광기는 위험했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위험한 것은 그것들의 '능력'이다.
4세계의 괴물들의 능력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괴물의 급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능력'을 파악하지 못해서 신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앞서던 존재가,
앞의 괴물에게 죽임을 당하는 경우는 4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네메시스는 다른 일행들보다 먼저 '카벙클'을 향해 돌진해 갔다.

'현재  육체는 앙그라 마이뉴의 기생으로 본래 방어능력이 일부 상실된 상태.
하지만... 녀석의 '능력'을 쓰게 만들려면  방법이 최선이겠지...'

4세계에서도 수많은 괴물과 싸워본 네메시스였다.
그동안 4세계에서 수많은 '능력'과 '기술'들을 보아 왔기 때문에 앞의 괴물이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떤 것이든 네메시스는 대항할 자신이 있었다.
잠시 후. 위에서 아래로 돌진해 가는 네메시스와 아래에서 위로 치솟아 오르는 '카벙클'이 서로 교차했다.


"...어!?"


교차하는 순간. 네메시스는 그답지 않게 어이없는 듯한 소리를 냈다.
'카벙클'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네메시스를 무시하고는 스쳐 지나친 것이다.
네메시스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손을 뻗어 카벙클의 몸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것의 반투명한 육체는 그대로 네메시스의 손을 통과했다.
그렇게 '카벙클'은 네메시스와 멀어지고는 네메시스의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이런.. 제기랄.."

아무리 4세계 괴물들의 왕인 네메시스라도 발 디딤을 곳이 없는 수중에서 몸을 되돌릴 재주 따윈 있을 리가 없었다.
카벙클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전제하에 돌진해 간 거지.
설마 그냥 자신을 지나쳐 갈 줄은 몰랐다. 멀어지는 카벙클의 뒷모습을 보며 네메시스는 그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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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이 바보가!!!!"

벨라는 카벙클을 지나쳐 저 아래로 떨어지는 네메시스의 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벽을 박차고 먼저 돌진해 가는 모습에 그가 검이라도 꺼내서 한 번에 끝내버릴 거라고 그녀는 속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네메시스가 스쳐 지나가는 카벙클의 반투명한 몸을 잡으려고 바둥거리면서 떨어지는 그의 모습에 자신의 기대가 산산 조각나는 걸 깨달았다.

[_____]

"칫. 나한테 오잖아?"


'카벙클'이 거의 지척에 도달했다. 벨라는 카벙클의 입에서 마나의 움직임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이곳의 풍부한 푸른색 마나가 카벙클의 입으로 빨려들어 가더니 약간의 시간 후. 괴물의 입이 열리자 물거품들이 벨라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것은 마치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와 같은 모습을 연상시켰다.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괴물이 토해낸  물거품에 맞으면 살짝 다치는 것으로 끝나진 않겠지.


"소용없어!! <쉴드>!!!!"

한 번의 영창으로 3개의 반투명한 벽이 그녀의 앞에 생겼다.
용으로써 누구보다 마법에 강한 재능을 가진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교였다.
그녀는 방어마법이 활성화되는  확인한 후 뒤로는 공간계 마법 <블링크>를 준비했다.
상대는 4세계의 괴물이다.
그녀의 방어마법 정도는 부수고 들어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언제라도 빠져나갈 준비였다. 곧 물거품들은 그녀의 방어마법에 충돌했다.

쨍그랑!


첫 번째 방어마법이 한순간에 찢겨나간다.
하지만 물거품들은 두 번째 방어마법에 깨뜨리지 못한 채로 주위로 퍼져나갔다.
물거품은 그녀의 생각한 것보다 위력이 약한  같았다.

"헤에. 4세계 괴물도 별거 아니잖아..?"

촤악!

물거품 사이로 갑자기 거대한 날개가 나타나 그녀가 쳐둔 나머지 방어마법을 가르고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그녀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역시나인가.. <블링>.. 어? 커억!!"


그녀가 <블링크>를 시전 하는 순간.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통증을 받았다.
그녀가 자유롭게 다루던 마나가 그 순간 뒤틀려진 것이다.


'어째서..? 설마...'

분명 말리고스는 이곳 지대에서 공간 계열은 쓸 수 없다고 했다.
그것도 창조주가 낳은 8명의 주신 중 하나인 '공간의 주신'이 말이다.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각도 '마나'가 그녀를 지키려고 스스로 저항한 것이다.
말리고스가 설명한 것처럼 핏물이 되지 않도록...
하지만 벨라스트라즈는 바로 앞에 다가온 괴물의 날개에 절망을 느꼈다.


파악!

"헤에~ 이렇게 보니 벨라양도 귀엽군!"


카벙클의 날개가 제우스에게 걷어차여져 공격이 차단되었다.
 날개는 튕겨나가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순간 조금이나마 벨라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오빠라고 불려봐. 벨라스트라즈양."


 말에 벨라는 잠시나마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자신을 후회하며 카벙클를 감시하는 상태로 뒤로 물러섰다. 공간 계열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상.
그녀가 저 괴물과 가까이에 있는 것은 좋지 않았다.

[___!!!!!!!]

카벙클은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날개를 움직였다.
날개에는 잘 다듬어 시퍼런 칼날을 연상시키는 날이 있었고,
 괴물은 그것으로 제우스를 향해 찔려 들어갔다.


"666위 밖의.
이름조차 없는 괴물 주제에 나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제우스는 그대로 주먹을 쥐고 카벙클의 날개를 맞받아쳤다.
단지 그뿐인데도 카벙클의 날개가 기형적으로 꺾였다.
마치 철로에 달리는 열차에 치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

카벙클도 예상한지 못한 상황인지 안광을 깜박였다.
하지만 제우스의 반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제 2격. 제우스의 발이 카벙클의 몸통에 꽂혔다.
그에 카벙클의 거대한 몸체가 흔들렸고 제우스는 그 상태로 카벙클의 머리까지 뛰어올랐다.


"어림없는 소리!!"

쾅!!


그의 3격. 돌려차기로 카벙클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리고 넘어가는 카벙클의 머리를 제우스는 붙잡았다.


"아직 한발 남았다고.“

사르르르.

제우스가 카벙클의 머리를 벽에 처박으려는 순간.
카벙클의 몸이 투명해지더니 그의 손아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서 카벙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나타난 카벙클의 육체에는 아까 제우스에게 당했던 상처들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녀석의 '능력'인가? 4세계는 정말 재미있는 능력들이 많다니까."

[_____!!]


제우스는 분노한 카벙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어지는 걸 느꼈다.
오랜만의 4세계의 괴물과의 전투다.
얼마 전에 네메시스와의 전투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필멸자'로서의 수준.
앞의 녀석은 네메시스와 달리 전력으로 소멸시켜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제우스는 더욱 즐거웠다. 주신으로서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존재는 4세계 외에는 정말 찾기 힘드니까.

"하하하핫!!"


즐거운 듯한 제우스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손아귀로 '파괴'가 모여든다.
창조주가 자신에게 허락한 무엇이든 멸하는 파괴의 힘이었다.
아마 네메시스가 올라온다면 분명히 이 녀석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겠지.
하지만 현재의 제우스는 그런 사실 따윈 상관없었다.


'이 녀석은 이 일격으로 깨끗하게 증발 해버릴 테니까!!!!!!'

"자아. 어디 와 보거라!!! 괴물아"

[_____!!!]

그의 말에 호응하듯이 카벙클이 울부짖으며 제우스를 향해 돌진해간다.
제우스는 앞의 괴물을 비웃었다. 자신의 '파괴'는 4세계의 괴물왕 조차 막아내지 못한 최강의 일격 아닌가? 카벙클의 돌진이 거의 다다른 순간.
제우스의 손에 있는 '파괴'가 투척 되었다.
수많은 괴물을 찢어발긴 신의 일격이!!!


"....근데 말이야. 제우스."

"...?"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말리고스의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그에 제우스는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말리고스를 돌아보았다.

"지금 우리 주위에 인어가 만들어  마법이 있잖아?
그리고 그것은 내가 '공간'으로 강화 시킨 거고.
근데... 그 안에서 '파괴'를 써도 되는 거야?
‘공간’이랑 ‘파괴’는 상성이 좋지 않잖아...? 뇨롱?"


"...그리고 보니 그렇네?"


제우스는 지적하는 말리고스의 말에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파괴'를 되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그것은 손을 떠난 상태였다.
그리고 ‘파괴’는 그들 주위에 둘려 있던 말리고스 '공간'으로 강화된 인어의 막에 부딪혀 막 안으로 퍼졌다.
그러자 어둠 속을 밝히는 눈부신 빛이 그 안을 채웠다.


""으갸갸갸갸갸갹갸갸!!!!""

잠시 후. 빛이 잦아들자. 새까맣게 타버린 채로 의식을 잃고 물속에 둥둥 떠 있는 제우스와 말리고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만약 순수한 '파괴'였다면 제우스가 기절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을 리가 없었을 거다.
그러나 그의 '파괴'는 말리고스의 '공간'과 부딪히는 순간.
왜곡되어버려서 다른 '속성'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것은 제우스가 앞의 4세계 괴물을 한방에 소멸시키기 위해 던진 '파괴'였다.
따라서 거기에 담긴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말리고스가 주위에 쳐둔 막은 제우스의 '파괴'로 인해 인어의 마법이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즉 '파괴' 속성을 최대한 막기 위한 방패인 것이다.
그 결과. 막은 제우스의 ‘파괴’에 부셔지지 않았고, '변질된 파괴'가 안에만 피해를 끼쳐서 고스란히 그 안에 있던 주신 말리고스와 주신 제우스만 맞은 것이었다.


"....."

검게 타버린 그들의 모습에 남은 일행들은 할 말을 잊었다.
카벙클은 갑자기 자기 앞에 자멸해버린 그들의 모습이 이상한지 꼬리로 툭툭 쳐보았다.
그런데도, 두 명의 주신은 의식을 잃은 채로 일어날 생각을 보이지 않았다.
벨라는 황당한 지금의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자멸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이 멍청이들아!!!!!!!!!!"


카벙클은 그들이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하자 벨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광만이 보이는 그 괴물의 모습에 벨라스트라즈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아무래도 네메시스가 돌아올 때까지 이 녀석을 상대로 버티거나 쓰러뜨려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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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말이야?... (그녀는 졸린 듯 눈을 비볐다).. 좋은 분. 슬픈 분....(그녀는 잠을 깨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지만 졸린 눈은 풀리지 않았다.)... 순수하고.. 항상 배고프신 분...”
-4세계 서열 4위 나태의 벨제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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