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제 36화 '아쿠아마린' 이란 이름의 소녀 (37/127)



〈 37화 〉제 36화 '아쿠아마린' 이란 이름의 소녀

"눈?"


벨라는 카벙클이 감싸고 있던 곳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의아해하면서 그곳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웃기지도 않게도 그 안은 물속에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를 뒤를 따라온 네메시스도 그곳의 환경이 의아한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하였다.

"...이곳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군."


팡!

"꺄!"

그 순간이었다. 일행들을 바다에서 숨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물의 막이 깨지더니, 헤엄치며 부유하던 미나가 귀여운 비명소리와 눈을 감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상황에 떨어진 충격의 고통을 기다리던 미나는 시간이 지남에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지자. 조용히 눈을 떴다.

"괜찮아?"

"고마워요. 오.. 오빠.."


네메시스의 품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자. 미나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꼬리를 흐렸다.


"으음.. 이곳은 물이 없어서 머메이드의 마법 마법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우..."


"그렇다면 차라니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아?"

벨라가 네메시스의 품속에 안겨 있는 미나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자. 미나는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싫어요! 반드시 따라가고 싶어요."

"왜?"

"그..그건.."

미나가 벨라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로 얼굴을 붉히자. 벨라는 무언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담긴 실눈을 떴다. 미나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힐끔힐끔 네메시스를 향해 쳐다보는 것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벨라가 뭐라 말을 더하려 했지만 네메시스가 가로막았다.

"됐어. 지금은 '마나를 정제하는 곳'을 찾는 것이 우선이야."


"칫. 알겠어. 대신 미나는 내가 데리고 있을래."

“응? 그래.”


네메시스가 벨라스트라즈의 제안에 의아해하면서도 품에 안긴 미나를 그녀에게 넘겨주자. 미나는 뭐가 불만인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볼을 불린 채로 벨라의 품속에 안겼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호기심에 주위를 둘려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벨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물었다.

"근데.... 여긴 조각상이 왜 이렇게 많죠?"

미나의 말에 따라 수 백 개의 얼음 조각상들이 그곳의 정원을 채우고 있었다. 조각상들은 전부 달랐고 잘잘한 옷가지부터 흉터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사실적인 모습들이었다.
벨라는 근처 얼음조각상을 자세히 바라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와. 이거 잘 만들었잖아? 정말 실물 같아..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각 종족 세밀한 특징까지 표현해났어...
진짜 같네.. 지금 당장 살아서 움직인다고 해도 믿을 거야."


"살아 있어. 다만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 벨라."

".....뭐?"


벨라가 그 말에 놀라며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어보자. 네메시스는 공포에 떨고 있는 듯한 표정의 천족 조각상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이 조각들 전부가 한때는 살아서 움직이던 존재들이다.
정확히는 현재 상태가 되기 전에는 살아 움직인 것들이라고 해야 하나? 현재도 '살아'는 있지만 정신이 죽어버린 채. 힘을 빼앗기고 있군."


".....!!"


'살아 있는 것들이라고?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얼음 조각상들이?'

슬쩍 보기만 해도. 주위에 거의 수백에 가까운 조각상들이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비명을 지르는 듯한 표정의 한 인간의 조각상,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한 수인의 조각상, 죽이기 위해 창을 던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날개 달린 천족에 이르기까지.
이 조각상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얼음으로 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자신들을 얼음 조각상으로 만들어버린 누군가를 보고 있다는 점 뿐이었다. 벨라가 좀  조각상들을 살피자. 조각상들의 시선은 이곳 공간의 정중앙에 있는 저택을 향해 모여 있었다. 네메시스는 조각상에서 멀어지고는 중앙에 있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렇게 만든 원인은  안에 있는  같군."

"...위험한  아니야?"

그녀가 네메시스의 말에 걱정을 표시하자/ 말리고스가 그녀의 어깨로 내려앉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몇 십분 내로 이곳 전체가 무너져버려.
좋든 싫든 저기 안에서 '마나를 정제하는 장소'를 찾아내서 안정화시켜야해. 뇨룡."

"...."

벨라는 말리고스의 말에 침묵하고는 저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느낌으로도 저쪽으로 마나가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 안에는 살아 있는 존재들을 얼음조각상들로 버린 존재가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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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 끼이이이잉!]

"....저거 아까 그 4세계 괴물 아니야?"

벨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내려오기 전에 만났던 그 괴물을 다시 보고 있었다. 날개 달린 뱀의 모습을 가진 괴물.
그것은 저택 안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일행들에겐 아까와 같은 긴장 따윈 찾아볼  없었다.


".....그런 것 같군."


"...귀엽네."


작았다. 아까만 해도 거대한 것이 지금은 거의 강아지새끼만한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카벙클은 위협하는 듯이 고개를 든 채로 일행을 향해 쉭쉭거리는 소리를 냈다. 네메시스는 잠시 동안 그것을 바라보고는 목을 잡고 들어 올렸고 카벙클은 처음에는 저항하다가 네메시스와 눈을 마주치자 곧 그의 손에 친근하게 얼굴을 비볐다. 네메시스는 그제야 앞의 녀석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지 이해가 됐었다.

"나를 과거에 본 적 있나 보군."


[끼잉! 끼잉끼잉! 끼끼깅!!!]

네메시스의 물음에 카벙클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벨라와 미나는 아까 싸운 것도 잊어버린 채. 귀여워져버린 카벙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울음소리도 귀엽지만 어떻게든 의사소통하겠다고 고개를 움직이고 꼬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네메시스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카벙클은 실망한 듯이 고개가 축 처졌다.


"흐음~. 왕과 1대1 만남을 원했는데... 카벙클 혼자서는 무리였나 보네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모두의 시선이 그 목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돌려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2층과 1층을 연결하는 중앙 계단에 서 있었다.
벨라가 그녀를 처음  감상은 '눈'이었다.
겉은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지만 무엇보다 차가운 도도한 눈을 가진 14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다. 그녀는 푸른색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눈을 연상시키는 듯 백색이었고 그것은 그녀로부터 신비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또한 그녀의 얼굴은 순수한 소녀를 연상시키면서도 또한 남자를 유혹하는 듯이 요염했다.
상반되면서 공존하기 힘든 두개의 아름다운 가진 그 소녀는 시선을 즐기는 듯이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내디딤을 때마다. 잘잘한 눈의 가루들이 퍼져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가 그녀를 보았지만. 그 소녀의 시선은 자신의 저택으로 들어온 다른 이들을 모두 무시한  오직 네메시스만을 보고 있었다.


또각. 또각!

계단의 내려온 소녀는 네메시스의 바로 앞에 멈추었다. 네메시스를 바라보는 그녀는 마치 평소 보고 싶었던 아이돌을 만난 듯한 소녀처럼 부끄러워하였고,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튀어나온 뾰족한 귀까지 붉게 물들여 있었다. 그녀는 네메시스와 어느 정도 거리에서 멈추고는 드레스를 살짝 들며 그에게 예의를 표하였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나의 왕.."


"....."


그에겐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네메시스에게 들려왔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그것 외에 또 다른 익숙함을 그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네메시스가 그녀의 말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은 채로 바라보자.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로 실망감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녀는 애써 웃어 보이더니 물었다.


"저를...기억하고 계세요?"

"...그래. 지금 보니 누군지 알겠군. 그때의 '머메이드' 꼬마군."


""에?""


‘머메이드’란 말에 일행들 사이로 의아함이 스쳤다. 앞의 소녀의 귀는 머메이드처럼 지느러미가 아닌. 오히려 작지만 세레나의 귀를 연상시키는 뾰족한 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색의 소녀는 그의 말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행복한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네메시스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에 네메시스는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가 뛰어들자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천  만인가? 머메이드 꼬맹이."

"네....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어요..."

토닥. 토닥.


네메시스가 어쩔 수 없는 듯이 등 뒤를 토닥여주자. 소녀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고. 그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그들의 모습에 벨라스트라즈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짓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좋은 시간 방해해서 미안한데.. 네메시스."

"?"

"어떻게  건지 설명해봐. 아는 년이야?"

벨라가 물으러오자. 순백의 소녀는 당장 그녀를 물어죽일  같은 독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살의를 들어냈지만. 네메시스는 그런 그녀를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진정시키고는 일행을 향해 간단하게 한마디 하였다.

"대충은... 과거에 같이 잔 적이 있어."


"....뭐라고!!!!!!?"

'당신. 세레나만 바라보는 순정파 아니었어!!!?????
게다가  아이는 아무리 봐도 14살 정도 밖에 안 보인다고! 이 변태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네메시스의 발언 하나에 모두가 경악한 소리를 내뱉었다. 심지어 말리고스도 예상한지 못했는지 날개 짓을 멈추고 굳었고 미나는 '뜨악? 로리콘이였어?‘'라는 표정으로 벨라의  뒤에 달라붙으며 고개만 내민 채로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벨라는 자멸해버린 제우스처럼 네메시스에 대한 신뢰가 산산이 깨져버린 충격을 느끼면서 ’변태!!!!‘라는 속마음이 들어나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그들의 생각을 알아 챈 듯이 백색의 소녀는 킥킥 웃더니 네메시스를 변호하듯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잠만 같이 잤지만 말이에요. 정말 '잠'만 같이 잤어요."


"........"

"도대체... 이 아이를 상대로 과거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네메시스. 철컹철컹. 좋아해?"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의 불신 어린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져갔다. 그에 백색의 소녀는 현재의 상황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네메시스와 이런 방식으로 얽히는 것이 즐거운지 킥킥거렸다.

"쿡쿡. 여러분은  땅에 들어온 불청객이지만. 저의 '왕'과 아는 사이 같으니 저와 왕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어요."


소녀는 그제야 네메시스에게서 떨어지더니 아름다움을 뽐내려 듯이  바퀴 돌고는 설명하려 듯이 일행의 앞에 섰다.


"과거에 머메이드였던.. 현재는 4세계 괴물이 된 존재. 이 '아쿠아마린'과 네메시스님이 처음 만났던 순간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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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해..."

그녀는 감옥에 갇혀있었다. 그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녀가 기억하는 제일 오래된 기억부터. 그녀는 일족에서 추방당한 채로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한없이 차갑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외로운 해저산 귀퉁이의 감옥에...
그녀는 항상 홀로 존재 했었다.
좁은 감옥 안에서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는 지루하고도 고독한 삶.
어느 날. 그런 그녀의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으아아악!


그녀의 일족들이 있는 마을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무언가에 저항하는 듯이 머메이드들의 마법이 난사되는 것이 감옥에 있는 그녀에게도 느껴질 만큼. 주위가 흔들렸다.
이르고 비명이 잦아들고, 물길을 타고 맡아지는 피 냄새에 그녀는 갸우뚱거렸다.
무언가가 그녀가 있는 마을을 습격하고 있었다.
그녀가 쇠창살 사이로 고개를 뻗어 마을을 습격하는 존재를 바라보려고 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

'무언가'의 울음소리와 함께 마을에서 들리던 그녀의 일족들의 비명이 끝났다.
그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자신을 가두고 있던 감옥의 쇠창살을 잡았다.
무언가가 마을에서 자신에게로 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그녀의 일족들이 있는 마을을 습격한 존재를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은 드림랜드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체들과 그녀의 일족을 잡아먹어 거대해져버린 '괴물'이었다.  괴물의 등 뒤에는 서로 다른 색상의 8개의 날개가 펼쳐져있었고, 입가에는 그녀의 일족들의 것으로 보이는 비늘들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마을을 습격한 괴물은 1m 되는 듯한 이빨을 드러내며 그녀가 있는 감옥에 다가갔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 괴물이 자신이 있는 감옥에 다다르자 쇠창살 사이로 팔을 뻗어 그 괴물의 이빨을 만졌다.

"....날 먹을 거야?"


[......]


말은 없었다. 다만 그녀가 만진 순간. 괴물은 의아한 듯 멈추었을 뿐. 그런 괴물을 보며 소녀는 작은 웃음을 내보였다.


"죽이는 것은 좋아.... 다만.. 고통 없이 부탁해...."

 말이 끝나는 순간. 괴물의 이빨들은 그녀가 있던 감옥을 부수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가 처음으로 '네메시스'란 이름의 괴물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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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그녀가 잠시 후에 깨어났을 때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곳은 그녀가 있던 곳과는 달리... 따뜻했다.
그녀가 지내온 곳과는 전혀 다른 따뜻함.
그녀를 항상 감싸고 있던 물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한 환경에 그녀는 불편했지만. 호기심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려보았다. 그녀가 있는 곳은 모래사장이었다.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점.
그녀는 '육지'란 곳을 태어나서 처음 보았지만. 본능처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아까의 '괴물'이 앞에 있었다. 방금 전과는 달리 크기는 자신의 일족만큼 작아져 있었고.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는 다리라는 것도 그녀의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의 존재가 아까의 괴물임을 그녀가 알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등 뒤로 뻗어 나와 있는 서로 다른 8의 날개와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 앞에 모닥불을 피워둔 채로 그녀를 관찰하듯이 보고 있었다.

"...왜 그때 손을 뻗은 거지?"


"...더 이상은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이상한 질문과 이상한 대답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앞의 괴물에게 호기심이 드는 것을 느꼈다. 생전 처음으로 다른 존재와의 대화.
그녀와 대화하는 그는 그녀가 있던 감옥처럼 차가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즐거웠다.

"지루했어요. 제 삶이 시작 됐을 때부터 저는 감옥에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익숙해지지 않고 지루했어요.
저는 감옥 안에서 일족들이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어요.
마치 저란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런 삶이... 계절이  수 없이 바뀌는 동안 지속됐어요."

그녀는 밀려오는 파도를 꼬리지느러미로 툭! 쳐내더니 '괴물'을 바라보았다.

"당신이란 존재가 오기전까지만 말이에요."


"......"


"그럼 이번에는 제가 물어볼게요. 저를 왜 먹지 않았죠?
단지 당신에게 손을 뻗었다고 살려주었다고 하기에는 이상한데요?"


"'플로라'도 나에게 그랬으니까."

괴물은 '플로라'란 단어 부분에서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육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에 그녀도 그곳을 바라보았다.
육지에는 수많은 빛들이 보였다. 육지의 하늘을 뒤덮는 누군가의 마법진에서 내려오는 마력탄들은 멀리서도 보일정도로 밝게 떨어지고 있었고 연기로 인해 흐릿해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것들이 그곳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수많은 폭음과 비명소리가 육지 쪽에서 은은하게 들려왔다.

"....‘플로라’는 누구죠?"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고. 또한 내가 유일하게 머무를 수 있는 존재야.
그리고... 나에게 ‘사랑’이란 것을 가르쳐준 내 ‘사랑’이지."

'사랑'이라는 단어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감옥에서만 살아왔던 그녀에겐 너무나도 낯선 단어였다. 그녀는 물갈퀴가 달린 귀를 한번 흔들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당신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인 것 같네요."

그들은  말을 끝으로 침묵했다.
그러한 어색한 침묵을  것은 네메시스였다. 그의 검은색의 날개가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녀가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하며 올려다보자 그는 볼을 긁었다.


"플로라가 말하길 이런 밤에는 여자를 따뜻하게 감싸 주어야 하더군....
나야 이유를 모르겠지만."

 말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플로라란 존재가 누군지는 몰라도.
앞의 괴물을 가르치느라 상당히 고생한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날개는 상당히 따뜻했다. 날개 틈 사이로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녹색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녀는 네메시스의 날개 속에 파묻힌 상태에서도, 호기심으로 그걸 집어 들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이게 ‘플로라’란 존재의 머리카락일까?‘

앞의 괴물의 녹색의 날개와 같은 기운이 나오고 있는 독특한 머리카락이었다.
상당히 좋은 과일 향기가 났다. ‘플로라’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누군지는 몰라도 자신과는 다르게 ‘사랑을 받는 존재 일 것이다.’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부럽네. 사랑받는다는 건....'

그녀가 살아왔던 시간 중 제일 따뜻한 시간이라고 생각 할 때 쯤.
그녀를 감싸고 있던 날개는 걷혀졌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데.
해도 될까? 머메이드 꼬마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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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탁이 이거에요?"


"응. 내가 잠이 들면 어디로든 떠나도 좋아."

그가 그녀에게 제안한 부탁은 '자신이 잠들 때까지만 함께 해 달라.'라는 너무나도 쉬운 부탁이었다.
그 결과 그녀는 모래사장에서 그의 팔에 팔베개 한 채로 그의 품속에 누워 있었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 하지만 달콤하네.’

그의 몸에서 묘한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품속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보며 어색한 듯이 볼을 긁었다.


"그녀가 멀리 가버린 후.
누군가가 함께 있어주지 않으며 잠들지 못하거든.
...미안하게 됐어. 머메이드 꼬마."

"...;플로라‘가 떠난 건가요?"

"아니. 내가 ‘말리고스’에게 그녀를 4세계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어."


"왜죠? 그렇게나 보고 싶어 하면서...?"

그녀는 질문 도중에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공포’. 단지 그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도  단어만 생각 날 정도의 그의 분위기가 거칠게 변했다.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표정을 심각하게 구겼다.

"그녀는 이곳에 오면  돼.
하다못해 켈렌트란 빌어먹을 자식이  손에 죽을 때까지는..
그녀가 1세계로 되돌아 와서는 안 돼. 그녀라면 분명 현재의 나를 막으려 할 테니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본래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안겨 있는 그녀를 누군가 대신인 듯이 정성스럽게 쓰다듬고는 그는 잠시 후에 깊은 잠에 들었다.


"....."


그녀는 자신을 안고 있는 네메시스를 한동안 조용히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를 얼굴을 어루만졌다.


‘따듯하네... 육지에서 사는 존재들이란 것은...’

따뜻했다. 차가운 물속에서 살아가는 자신과는 다른 존재.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녀는 좋았다.

"당신은 저를 감옥에서 꺼내주셨죠... 그렇다면 제가 머물 수 있는 곳은 당신인가요?"


그는 잠든 듯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모습을 기억하려 듯이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간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밤이 지나면 당신을 다시 볼  없겠죠..
하지만... 제가 머물 수 있는 곳이 당신이란 존재면.....
저는 당신이란 존재를 '사랑' 해도 될까요?"

그녀는 잠든 그를 꼬옥! 껴안더니 그의 얼굴에 볼을 비볐다. 그리고 기분이 좋은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당신의 이름도 정체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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