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제 39화 바니걸 세레나
그녀가 현재 입고 있는 건 바니걸 복장이었다. 옵션으로 망상까지 달려 있었고 엉덩이 부분에는 복실복실한 토끼 꼬리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가슴부분은 제작자가 실수로 누락이라도 했는지 매우 평평한...
"닥쳐. 닥쳐!!!!!! 나도 이런 가슴이 맞는 내가 싫단 말이야!!!!"
"세레나양. 누구에게 소리 지르는 있는 거야?"
"으... 점장님. 어.. 어째서 이 복장인거죠!?"
그녀가 현재 자신이 입고 있는 복장이 부끄러운 듯이 몸을 뱅뱅 꼬자 하은이란 이곳의 점장은 즐거운 듯이 꼬리를 살랑거렸다.
"하하하핫. 꼭 이 복장을 직원에게 입혀보고 싶었거든.
근데 아무리 찾아도 가슴사이즈가 맞는 직원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 옷이 맞는 직원은 지금까지 너뿐이야. 세레나양.
어때? 나중에 그만 둘 때 그 옷 가져갈래?"
"필요 없어욧!!!!!"
왠지 이 옷을 입으면 자신이 더욱 비참해지는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반드시 이 옷을 만든 제작자를 두들겨 패겠다고 다짐했다.
딸랑.
손님이 온 건가? 그녀가 간단하게 생각하고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굳었다. 두 명의 손님이었다.
한 명은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두개의 더듬이가 튀어나와있는 여성으로 더듬이가 주위를 살피는 듯이 흔들리고 있었고 또 한명은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고블린이라도 사냥했는지 고블린 특유의 냄새가 흘려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식당 안을 살펴보더니 구석진 곳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세레나는 그들이 들어온 순간. 여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정확히는 자신에겐 없는 부위로...
"저 여자.. 람히르보다 크잖아...
어라?.. 윽..!"
그 순간. 그녀 주위의 시간이 멈추었다. 정확히는 그녀만 그렇게 느꼈다.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고 세레나는 생각했다.
'아아아....!!!'
그녀의 주위의 세상이 녹아간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색채가 채워간다. 그녀가 태어나면서 보지 못했던...
그리고 낯설지만 덧없이 친숙한 기억들이 그녀의 눈앞으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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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대부분이 붉은색으로 물들여졌다. 마치 피로 인해 시야 가려진 듯한 장면이었다. 척박한 대지 위에 그녀는 쓰러져 있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곤충의 날개가 달린 누군가였다.
"나약하군요. 당신 따위가 서열 14위 레퀴엠을 이겼다고요?"
"...닥쳐..."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날카롭게 앞의 실루엣을 노려보았다.
"난 반드시 그 자식을 만나겠어...! 용서 못한다고..!!"
상처 입은 그녀가 일어서려고 했지만.
앞의 검은 실루엣은 그런 그녀를 짓밟아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에 그녀는 고통이 담긴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저희 왕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이걸로 끝.
더 이상 그분에게 다가갈 수 없어요.... 당신이란 엘프는 여기서 죽을 테니까."
"....닥치라고 해잖아!!!!!"
그 순간. 녹색 빛으로 인해 붉게 묽든 시야가 깨졌다. 그제야 그녀는 다시 넓게 트인 시야로 볼 수 있었다. 검은 실루엣의 주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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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매우 짧은 기억이 지나간 뒤에 세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아 있었고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건...뭐지... 마치.. 그 남자를 처음 봤을 때랑 같은 것 같은....'
세레나가 의문을 가지며 다시 여성을 향해 시선을 던졌지만 아까와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그들에게도 하은에게서 느껴졌던 묘한 냄새가 섞여났다.
"저기. 점장님 지금 들어온 손님들이 무언가 이상하지 않아요? 어라?"
그녀가 하은을 향해 질문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아까만 해도 즐겁게 대화하던 하은의 모습이 사라져있었다.
"...엥!? 점장은 어디로 간 거야!?"
잠시 후. 그녀가 다시 그를 찾았을 때는 카운터 밑의 공간에 몸을 넣어 숨어 있던 하은의 모습이었다.
"...점장님?"
하은은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카운터에서 방금 들어온 손님들을 향해 흘깃 보면서 보고 있었다. 마치 채권자에게 쫓겨 숨어있는 듯한 채무자의 모습이었다.
"아하하핫.. 들켰네. 세레나양. 갑작스럽지만 부탁이 하나 있는데."
"?"
"내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저들을 여기서 만나면 안 되거든? 그러니 주문 좀 대신 받아 주겠어? 나 있다는 말은 하지 말고. 아하하핫... 응? 보너스도 줄게."
"...."
'...정말로 채권자에게 쫓기고 건가?'
하은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민 주문서를 주자. 세레나는 얼떨결에 받아 들였다.
"부탁한다."
그녀는 의심스러운 듯이 하은을 바라보면서도 방금 들어온 손님들을 향해 주문을 받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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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젠장 할 놈들.
설마 '세계 간의 경계'를 넘자마자 좋다고 사방으로 흩어지다니. 다들 생각이나 있는 거야?"
고블린킹은 그 말을 끝으로 거칠게 탁자를 내려쳤고 그런 그의 모습을 엘프로 보이는 직원이 준 차를 마시고 있던 퀸은 홀짝거리며 음미하고 있었다.
"뭐.. 예상대로지만 말이죠. 우리 4세계 괴물들이 콩가루 집안인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녀의 느긋한 말에 고블린킹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녀의 멱살을 잡고 끌었다.
"퀸 미쳤어? 그런데도 그 녀석들을 안 말렸단 말이야? 이곳에 온 우리 목적은 언제까지나 '왕과 플로라'님 호위라고!"
"명목상으로는 말이죠. 어차피 다들 개인적인 목적으로 넘어온 거잖아요? 당신만 하더라도..."
"내가 뭐!?"
그녀는 고블린킹의 옆에 놓여있던 낚시대랑 기타낚시용품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예를 들어.. 저기 당신이 가져온 낚시대라든가..."
"잠깐. 이건 나의 취미 생활이라고!!!"
"마찬가지에요. 다들 취미생활 때문이라고 변명하면 답 없죠. '탐욕의 메투스'라든가.."
"그 드워프 녀석이랑 나의 취미를 비교 하지 마!!! 그 녀석은 진짜 미친 거라고!!"
고블린킹은 메투스가 입었던 충격과 공포의 복장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었다. 아직도 메투스가 입었던 비키니 아머에 대한 충격이 그에게는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요."
퀸은 자신의 멱살을 잡은 고블린킹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우드득!
"으갸갸걋!"
"암컷의 몸에 함부로 손대면 으깨진다고요. 아. 물론 당신의 손이 말이죠."
고블린킹은 부러질 뻔 했던 자신의 손목을 부여잡고는 퀸을 노려보았고 그런 고블린킹을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냅킨으로 자신의 손과 더듬이를 닦고 있었다.
"저기."
"?"
이곳의 직원으로 보이는 녹색 머리카락의 엘프였다. 그 엘프가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온 순간.
고블린킹은 놀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프.. 플로라!? 마.. 말도 안 돼!"
"...?"
세레나가 고블린킹의 반응에 의아한 듯이 쳐다보자. 퀸은 그대로 고블린킹의 어깨를 눌러 힘으로 앉게 하고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죄송해요. 직원양, 이분은 녹색 머리카락 엘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겁쟁이라서.."
"아.. 네."
"누가 겁쟁이란 거냐! 어디서 약을 파는 건데 퀸!! 그 전에 저 엘프...읍!"
고블린킹은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퀸의 손이 그의 입을 막더니 세레나를 향해 바라보았다.
"식사는 전 무조건 단 거면 돼요. 여기 있는 덩치만 큰 멍청이는 육요리로 부탁해요."
"읍으으읍!!!!"
잠시 후. 세레나가 종종걸음으로 카운터로 걸어가자 퀸과 고블린킹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엘프. 플로라랑 너무 닮았잖아!"
"그렇네요. 닮았군요. 플로라님도 일단은 엘프고 게다가 머리카락까지 녹색이라니. 당신이 흥분할 만도 하네요."
퀸은 그의 말에 동조하면서도 질책하는 듯이 고블린킹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에 고블린킹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겨우 닮은 것에 흥분하면 어쩌자는 거죠? 고블린킹? 저 엘프를 납치하기 위해 날뛰기라도 할 건가요?"
"....알고 있어."
"여긴 언제까지나 1세계란 사실을 기억하시길. 아니. 하다못해 왕께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세요. 고블린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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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딸기 케이크랑 닭구이 가져왔습니다."
퀸은 점원으로 보이는 엘프가 가져온 딸기케이크를 한입 떠먹고는 즐거운지 머리 위의 더듬이를 흔들었다.
"으음~ 이 식당 케이크 맛이 상당히 괜찮을 걸요?"
"....됐고 퀸. 케이크나 먹으로 이 마을로 온 것은 아니겠고 어째서 이곳으로 온 거지?"
"음~ 그건(우물우물). 이곳에 우리들의 왕이 있기 때문이겠죠?"
"뭐!?"
퀸은 벌떡 일어서려는 고블린킹을 한 손으로 짓누르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느긋하게 딸기 케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조용히."
"윽.."
"왕의 냄새를 따라 이곳까진 왔지만 이 마을에 저희 '왕'이 있을지는 불확실해요. 제가 알 수 있는 건 얼마전만해도 왕이 이 마을에 왔었다는 사실 뿐. 현재 그분은 이미 마을에서 떠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머물고 있을 수도 있어요."
퀸은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수인과 인간이 뒤섞인 수인섬의 고유한 모습. 그녀는 훑어보는 듯이 둘려보고는 다시 고블린킹을 바라보았다.
"네메시스님의 고유의 체취를 맡고 이 근처까지 올 수 있었지만 현재 그 분 스스로가 기척을 지운 상황이라. 자세한 위치는 알 수 없어요. 물론 왕께서 '날개'를 개방하면 바로 찾을 순 있지만..."
"칫.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군."
그녀의 말에 고블린킹은 눈을 감았다. 네메시스란 이름의 괴물들의 왕은 결코 멋대로 날개를 피고 다닌 존재가 아니었다. 어쩌면 주신과의 전쟁이 끝난 현재로서는 그가 4세계로 돌아갈 때까지 그가 날개를 한 번도 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뭐. 간단하게 이 마을을 지워버려서 찾는 방법도 있지만 말이죠... 그랬다간 돌아가자마자 우린 '분노의 야누스'님에게 죽겠죠?"
그 말을 끝으로 고블린킹은 막막해지는 걸 느꼈다. 4세계 서열 3위 야누스가 모든 '7대악'을 이곳으로 보내면서 그가 했던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량학살은 금지야. 아. 물론 자기방어를 위해 죽이는 건 OK. ‘포식’을 위한 살육도 OK. 하지만... 그 외 다른 이유로 100이상의 생명을 죽이면.....그 녀석은 나에게 죽어."
그때의 야누스는 환하게 웃었다. 진심을 담아서.... 야누스 성격상 그는 진짜로 죽일 것이다.
"...흥! 그럼 다음에 보지"
"..고블린킹?"
고블린킹은 자신의 창과 낚시도구를 챙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갑자기 그가 일어서자 퀸은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기다리는 것은 내 성미에도 안 맞으니까. 왕을 만나면 안부나 전해주라고."
"아아. 혹시.. 당신의 '고향'으로 가시는 건가요?"
"....."
그녀의 한마디에 당장이라도 식당 문을 나서려는 고블린킹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미 수 천 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당신의 왕국. 그곳에 가도 의미 없지 않아요? 당신은 4세계 괴물이니까."
"..."
고블린킹 스스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신은 1세계의 출신의 괴물이자...
"가끔 당신 같은 '인간'을 보면 저란 종족은 이해가 안 돼요. 아마 그곳에서 당신에 대해 구전이나 전설이 있어도 그저 '악마'나 '괴물'정도로 묘사할 텐데... 당신은 왜 1세계로 올 때마다 그곳으로 향하는 거죠?"
그리고... 한때 '인간'이었으니까. 그 스스로도 의미 없는 일이란 걸 안다. 수 천 년이란 세월에 한날 인간이 건설한 왕국의 흔적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퀸을 노려보았다.
"닥쳐라... 너는 이해 할 수 없겠지. 벌레들의 여왕."
"어머나. 레지나 일족이라고 말씀드린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그거지."
쿵.
그 말을 끝으로 고블린킹은 식당 밖으로 사라졌다. 그에 여왕이란 이름의 4세계 괴물은 그를 비웃었다.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가 나간 후 퀸은 킥킥거리더니 자신의 앞에 엘프가 차를 놓자 웃음을 멈추었다.
"정말이지.. 수컷들이나 포유류나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지만."
그녀는 즐거운 듯이 더듬이를 꿈틀거리며 엘프 직원이 가져온 김이 올라오는 차에 설탕을 넣고는 손가락으로 저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뜨겁지 않는 듯 평온했고 묘한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자아... 지금 우리들의 왕은 어디 있을까요? 일부로 최대한 인간여성에 맞춘 몸을 만들어 왔는데... 쿠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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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세레나는 하은의 식당 앞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일이 끝나서 밤이 되어갔지만 그녀는 식당 문 앞에서 떠날 수 없었다.
"...잊고 있었어."
기세 좋게 일행들을 떠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좋았으나 한 가지 큰 사실을 그녀는 잊고 있었다.
"잠 잘 곳이 없다니...."
단순한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일행에 있으면서 잠자리 같은 기본적인 것은 네메시스가 해결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으. 그래도 자존심 때문이라도 돌아가긴 싫은데....”
애초에 이별을 선언한 것은 자신이다. 그런데 그 선언을 한지 하루 만에 돌아가면 웃음거리가 되겠지. 그리고 현재 일행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는 것도 문제였다. 그 순간 식당의 문이 열렸다.
"어라? 세레나 양? "
"..."
그 식당의 주인인 하은이었다. 그는 밖에 있는 세레나를 의아한 듯. 쳐다보다가 곧 들어오라는 듯이 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세레나에게서 잠잘 곳이 없다는 말을 들은 하은은 어이없는 듯이 여우귀를 뾰족 세웠다.
"음? 잠 잘 곳이 없다면 여기서 재워줄 수 있는데..."
"으...정말로요?"
"응. 대신.."
"...대신?"
긴장감이 가득한 하은의 표정에 세레나도 덩달아 긴장해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후 하은은 피식. 웃었다.
"내가 잘 때 덮치지 말 것? 억!?"
그대로 그녀의 주먹이 그의 배에 박혔고 그리고 그는 쓰러졌다. 세레나는 화난 듯이 얼굴을 붉혔지만 하은이 그 한방에 쓰러지자 곧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닫고는 쓰러진 하은을 부축했다.
"앗. 죄송해요!"
"하핫. 괜찮아.. 근데 아가씨 주먹이 좀 쌔네. 쿨럭. 정말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피를 토하는 모습이 전혀 괜찮지 않아보였다. 게다가 상당히 아픈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정말로.. 괜찮은 거에요?"
"응. 내 몸 체질 때문에 그런 거든... 요즘 먹지 못해서..."
"그럼 식사라도..."
"아니. 그런 걸로는 안 돼. '포식'을 해야 하거든."
포식이란 단어에 그녀가 의아해했지만 하은은 그런 그녀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이 땅에 흘린 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4세계에서 너무 오랫동안 벗어나 있었나보군. 육체가 너무 약해졌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4세계의 저주'였다. 모든 4세계 괴물들이 겪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 그렇기 때문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포식하는 것은... 정말로 하기 싫은데...'
‘방랑자 하은’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자신의 피를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으.. 죄송해요..."
"아니야...세레나 양. 앞으로는 농담을 하지 않도록 내가 조심하도록 하지. 다음에 농담하면 정말로 죽을 것 같아. 쿨럭."
그가 피 흘리는 모습에 앞의 엘프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하은은 속으로 작게 웃었다.
'세레나 양이 그만 두면 4세계로 돌아가 봐야겠군.. 그리고...'
잠시 후 하은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는 세레나에게 괜찮은 듯이 미소를 지어주고는 식당의 2층으로 올라갔다.
'어째서 다른 4세계 괴물들이 1세계로 넘어온 거지? 일단 확인한 것은 '666위 고블린킹'과 '13위 퀸'뿐이지만... 알아봐야겠군. 또한...'
그 순간 하은은 누군가를 생각하고는 미소 지었다. 그 만의 은은하면서도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미소를.
"귀여운~ 나의~ 여동생 녀석을 너무 보고 싶네. 그리고 네메시스님도...”
‘방랑자 하은’은 시스터 콤플렉스가 넘치는 발언을 하더니 2층 복도에 걸려 있는 두 개의 초상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1세계에 머물며 직접 그린 두 명의 괴물. 두 초상화는 가깝게 걸려 있었고 사이에는 그가 그려놓은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여동생과 네메시스님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둘이 엮이면 좋을 텐데... 달기 양의 오라버니로서. 쿠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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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계 괴물들은 모두 각자의 목표가 있어서 온 이들이지.
복수, 도전, 혹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 외 수많은 이유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남는 존재는 극히 일부일 뿐...
그렇다면... 너란 존재도 그 일부에 들어갈까?"
"저는 반드시 그 일부에 들어갈걸요? 이번에는 제가 묻도록 하죠. 어디부터 얼려지고 싶어요?”
-아쿠아마린과 만난 한 괴물의 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