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제 41화 세레나의 마음
"세레나님은.. 그 분이 당신이 갑자기 가버린 이후 얼마나 상심하셨는지 아세요...?
그 때문에 네메시스님은... 네메시스님은..."
"미안..."
"네메시스님답지 않게 요리를 다 태워버리고, 간 조정도 못해서 음식을 너무 짜거나 싱겁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디저트조차 제대로 못 만드시게 됐다고요!!"
".....어째서 먹는 것에 집중 된 것 같은데?!"
"아..아무튼! 지금 네메시스님은 그만큼 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요."
그녀의 딴죽에 람히르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세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좌우로 흔들면서도 고민했다.
'상태가 안 좋긴 안 좋나보네...'
그녀가 곁에 있는 동안 네메시스가 요리를 실수해서 망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부족한 재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요리들을 만들어냈고,
또한 어디서 구해왔는지 매끼 디저트까지 챙겨줄 정도로 쓸 때 없이 철저했다. 그녀와 함께 있던 그는 항상 그랬으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아무런 감정이 안 들어요?"
"...그건 아니야."
"그럼 왜죠?"
"...은혜를 갚고 싶어거든요."
세레나는 말을 고르는 듯이 신경질적으로 하은이 가져온 케이크조각에 수저를 꽂았다.
곧 한입 집어 먹은 세레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받기만 한 것은 성미에 안 맞으니까요. 그에게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에요."
"세레나가 갚을 필요는 없을 걸? 네메시스는 네가 돌아오는 것만으로 충분 할 테니까."
"....."
벨라스트라즈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그녀는 침묵하였고 벨라의 붉은 눈이 살피는 듯이 세레나를 훑어보았다.
"너도 사실은 알고 있잖아. 네메시스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리고 너 스스로도..."
"닥쳐!"
세레나의 볼에 문신이 희미하게 나타나더니 뚜렷해졌다. 마치 곰이 발톱으로 할퀴기라도 한 듯 선명한 붉은 문신이었다.
문신이 나타나자 카운터에서 그녀들을 흥미 있게 지켜보던 하은의 두 눈은 크게 떠졌고,
벨라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나도 알아! 안다고! 하지만.... 난... 난...."
그가 자신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은 단지 좋아한다. 라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자신도.... 그 사실을 인지하자 세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은... 모르겠는 걸...."
그녀의 침울한 말을 끝으로 선명해졌던 붉은 문신이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니까.. 아직은.. 마음은 정할 시간을 가지고 싶어... 화를 내서 미안해. 벨라, 그리고 람히르.. 너에게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벨라는 그녀를 위로하는 듯이 안아주었다.
몇 분 후 벨라의 품에서 세레나는 마음이 진정된 되자. 고개를 들어 람히르를 바라보았다.
"곧 돌아간다고 그에게 전해주세요. 내일이면 반드시 돌아갈 테니까."
"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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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이 끝났네..."
세레나는 하은의 식당이 닫는 시간이 되자 피곤한 듯이 근처에 있던 의자에 주저앉았다.
오늘은 특히 힘든 것 같았다. 단순히 손님이 많은 것 때문 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로도...
'내일인가?'
내일이면 다시 일행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남자도...
두근..!
"윽...!"
네메시스를 생각하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녀 스스로도 몇 번 느꼈던 감각이었다.
실버게이트의 전투 때도, 앙그라마이뉴에 잠식된 벨라와의 전투 때도,
그리고 블러드 토너먼트 때도.. 언제나 그녀를 도와주었던 그녀의 힘이 갑자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어지러워...'
그녀의 몸속에 있는 속성 '조화'가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세레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고,
그에 따라 그녀의 볼의 문신이 나타나거나 희미해지길 반복하였다. 잠시 후 '조화'는 그녀를 제어를 받아들이려는 듯이 진정되었다.
"왜 이러지.."
마치 '조화'가 자신이 그를 사랑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는가? 생각이 거기에 도달하자 세레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착각이겠지...'
"세레나 양~"
"앗!?"
자신이 느끼지 못한 사이 하은이 자신의 옆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는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 듯이 꼬리를 좌우로 살랑거리고 있었고,
눈은 무언가 다음 반응을 노리는 듯이 기대감에 나타나있는 상태였다. 또한 등 뒤로 무언가를 숨긴 듯이 두 손을 가져가있었다.
"세레나 양. 눈감고 손 좀 모아보겠어?"
"?"
"어서."
세레나는 그의 미심쩍은 행동에 이상을 느끼면서 그의 말대로 실행하였고 곧 묵직한 감각이 손에 올라갔다.
그녀가 그 감각에 눈을 뜨자 낡은 가죽 주머니가 보였다. 안에는 은화로 보이는 물체들이 들어 있었다.
"이건?"
"100실버야. 아르바이트 보수지. 그 동안 이 별 볼일 없는 식당에 일 해줘서 고마워. 세레나 양."
"하지만 날짜가 내일까지잖아요?"
"남자친구가 기다린다면서?"
"...."
하은의 말에 세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귀까지 빨개졌다.
하은은 그 모습에 킥킥거리며 작게 웃더니, 곧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얼굴에 다가갔다.
쪽.
"에?"
"남은 1일은 이걸로 처리한 걸로 하지."
"...무.. 무슨!"
"앗. 저기 해 떨어진다. 빨리 가지 않으면 선물을 살 수 없다고?"
"이익!!!"
세레나는 하은의 말에 발끈하면서도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더니 밖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지평선 끝에서 어둠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하은 말대로 가게들이 전부 닫아버리겠지.
세레나는 그 생각에 식당의 나서다가 곧 멈춰서더니 하은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아니 뭘."
"다음에 꼭 그 남자랑 함께 돌아올게요.. 그 날까지 안녕히."
그 말을 끝으로 세레나는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에 하은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었고,
식당을 정리하면서 그녀가 사라진 곳에 시선을 던졌다.
"쿠큭. 아가씨가 이 식당으로 돌아올 때 쯤 이면 난 없을 걸? '고향'에 갈 예정이라서... 뭐. 고향에서 다시 보겠지만.."
자신은 '괴물'로서 더 이상 '포식'을 미루면 위험할 정도로 몸이 약해진 상태이니까. 슬슬 4세계로 되돌아갈 시간이었다.
"플로라님이 다시 부활이라니.. 내 여동생만 불쌍하게 됐어. 뭐 그래도. 혹시 모르지. 쿠큭."
그가 마지막으로 식당의 문을 닫고 폐업이란 단어가 써진 간판을 세우자.
그 직후. 하은의 모습이 1세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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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플로라? 증오와 사랑이란 감정은 일맥상통 하는 감정이야.
그렇다면.. 시간이 흘려 네가 나에게 느끼는 증오가 사랑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으니까. 닥쳐. 괴물."
-서열 2위 플로라가 4세계의 괴물왕에게 도전했을 때의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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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쇼핑을 마친 그녀는 즐거운 듯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녀의 한 손에는 가득 지나가던 가게에서 산 물건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입에는 근처의 노점상에서 산 양꼬치 구이가 물려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입맛에 맞는 듯 그녀는 맛있게 우물거렸다.
"좋아~! 필요한 것 다 샀고 이제 선물만 사면..."
세레나가 하은이 주었던 낡은 주머니를 열어서 안을 본 순간 그녀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
짤랑.
그녀는 두 눈으로 본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이 주머니를 뒤집더니 흔들었고,
그에 동전들이 부딪혀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 주머니에서 나온 건 상당히 오래된 듯 색이 바란 작은 은색 동전 두개. 2실버였다.
"어.. 어쩌지.... 그 남자 선물 살 돈이 없어..."
그녀는 뒷말을 길게 흐리면서 믿을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였다.
그리고는 세레나는 곰곰이 아까 전에 있었던 이들을 되짚어 보았다.
자신은 분명 그 남자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 하은의 식당에서 나가고는....
"어라. 이거 맛있어 보이네?" "어머? 신상품이라 이 옷 좋아 보이는데?.. 나에게 어울릴까...?" "이 팔찌도...."
그 밖의 이유들로 가다가 전부 써버렸다. 그것도 자기 물건들만으로...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그녀의 귀가 현재의 기분을 나타내는 듯이 아래로 쳐졌다.
'...선물 사준다고 해놓고는 내 것만 사고는 정작 그 남자 선물은 전혀 사지 못했어!
내일 빈손으로 돌아가면 분명히 네메시스는 삐질 텐데... 게다가...이대로 되돌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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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상상도-
세레나가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람히르와 벨라스트라즈의 모습이 보였다.
벨라는 람히르의 긴 머리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는지 람히르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던 상태였다.
그들은 세레나의 모습에 반가움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에 세레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어.. 람히르. 벨라. 안녕..."
“어머나? 세레나님. 네메시스님에게 선물 사러 간다면서요?... 근데 왜 빈손이죠?”
"어.. 그게..."
"서..설마 정말로 그 선물이 정말로 세레나님의..ㅁ.."
'아니야! 네가 상상하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니라고!!'
세레나가 부정하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그 옆으로 언제 왔는지.
벨라스트라즈가 웃음을 참는 듯이 입 꼬리가 떨고 있는 채 서 있었다.
"후훗. 그러면 왜 빈 손 일까나~ 세.레.나."
"윽.. 그건!!"
"자자. 사양하지 말고. 그 상태로 뛰어드는 거야. 네메시스의 방은 저기라고."
"자.. 잠깐...."
벨라스트라즈는 그들이 있는 여관의 끝에 있는 방을 향해 손가락질 하더니 저항하는 세레나를 붙잡고 그곳을 향해 몰아갔다.
그에 따라 그녀는 그의 방이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착각이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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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상상 끝.
"...분명 이렇게 될 거야.. 그렇다면.."
세레나의 고개가 팍. 숙여지더니 곧 무엇을 상상하는 듯이 볼에 홍조가 깃들였다.
잠시 후. 그 열기는 귀까지 타고 올라가 빨개졌다.
"꺄아~! 몰라. 절대절대절대 좋아하지 않는다고 젠장! 환불 할 거야!!! 환불하겠어!"
[폐업. 환불은 안받아줍니다.]
".....뭔 이런 성의 없는 가게들이?!"
잠시 후. 그녀가 물건을 샀던 가게들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어이없는 듯이 경악을 내뱉었다.
분명 아까전만 해도 열었던 가게들이 모두 닫혀있었고, 주위에 수인들로 보이는 이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
휘이잉...
그녀가 서 있는 곳에 찬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그녀가 산 물건조차 환불이 불가능했고,
하은의 식당도 기세 좋게 떠난 버린 이상 그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어떻게 하지...'
이래서야 아르바이트로 그 남자의 선물사기는커녕 오늘밤은 노숙해야 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르바이트 한.. 보람이 없잖아....”
휘이잉.. 찰싹.
그녀가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서 있는 순간 바람에 날아온 전단지가 그녀의 얼굴에 부딪혔다.
이에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얼굴에 붙은 전단지를 뗐다.
"으.. 이건 또 뭐야. 어..어라?"
그녀가 전단지의 내용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 순간 그녀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곧 그녀의 눈동자는 전단지의 내용을 외워버리겠듯이 위에서 아래로 급하게 훑어 내려갔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면!!"
세레나는 한 쪽 주먹을 꽉 진 채. 자신이 읽었던 전단지를 내동댕이치더니 곧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농장의 염소들을 밤마다 잡아가는 오우거를 잡아주실 분을 구합니다. 보수는 3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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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조차 가려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숲속. 그는 뛰고 있었다.
우지직. 우지끈.
그가 밞는 나뭇가지들이 박살나고. 지상에 발이 닿는 순간 땅이 그의 무게 패여 깎여나갔다.
그는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달렸다.
우워워워어어어어어!!!!!
숲 속에 그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의 외침에 밤에 잠을 자던 새들이 숲속에서 날아올랐고 도망치는 들짐승들의 소리로 숲이 시끄러워졌다.
그는 숲 속의 왕이자. 대형몬스터들 중 크기가 4m까지 자라는 오우거였다.
드래곤을 제외한 지상최고의 몬스터. 이런 깊은 밤 숲속에서라면 인간 기사단이 와도 그는 무섭지 않았다... 평상시라면 그랬다.
"어딜 도망가? 넌 내꺼야!!!!"
피이이잉!!!!
그가 몸을 급하게 돌리는 순간 녹색의 화살이 지나가 옆의 바위를 말 그대로 관통하여 지나쳤다.
이 모습에 오우거는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의 힘은 바위도 부수고 오크 정도는 산채로 으깨버릴 만큼 강했지만 앞의 추격자는 달랐다.
그녀 앞에서는 그는 도망 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미친 듯이 난사해 되는 녹색의 화살은 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우거는 숲속의 왕인 자신이 쫓기는 모습에 화가 나는 걸 느끼면서도 뒤를 돌아 추격자를 흘낏 보았다.
"곱게 잡혀라!!!!"
엘프 종족의 여자였다. 인간이나 수인보다도 근력이 한참이나 딸린 종족.
‘푸른 달’에만 머무르는 이들로서 오우거 자신도 부모로부터 들었던 것이 다인 종족이었다.
민첩하지만 약해빠진 종족. 하지만 저것은 무엇인가?
녹색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달빛사이로 붉은 문신이 번뜩이는 모습은 마치 배고픔에 굶주림 맹수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사냥감을 사냥하는...
"나의 골드가 되어라!!!!"
녹색의 화살이 난사 된다. 이번 화살은 오우거의 다리를 관통하여 다음의 나무조차 뚫어버렸고,
그 모습에 오우거는 더더욱 공포감에 질려가는 걸 느꼈다. 저 화살에 머리가 뚫리면 아무리 오우거인 자신이라도 하더라도 즉사다.
우어어어어어!
오우거는 앞의 나무를 부수어 시야를 막고는 나무가 쓰러지는 틈을 타.
다른 나무줄기를 잡고는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그가 쓰러뜨린 나무가 완전히 쓰러질 때 쯤. 다른 나무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흐음.. 놓쳤나?"
크엉... 크엉..
자신을 쫓던 엘프가 자신이 쓰러뜨린 나무 위에 서서 주위를 둘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오우거는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게 숨으면서도 숨을 가다듬으면서 앞의 엘프가 자신을 못 찾고 빨리 다른 곳으로 가길 기원했다.
저 엘프는 지금까지 자신을 찾아왔던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틀렸다.
지금까지 찾아온 이들은 자신에 대해 공포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으나.
저 여자는 공포심은커녕 자신이 살아있는 과녁으로 보이는지.
만나자마자 신나게 활을 쏘아대는 광기어린 엘프였다.
꿀꺽.
"거기냐!!!"
그가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엘프의 목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그에 오우거는 몸을 땅에 굴렸고. 곧 그가 있었던 나무는 녹색의 빛에 꿰뚫려 바람구멍이 생겼다.
우어어어어어!
더 이상 도망가긴 힘들었다. 아무리 오우거라도 숲속에서 엘프랑 추격전은 따돌리기 힘들었다.
특히 앞의 이상한 엘프는 그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을 찾아온 사냥꾼들처럼 싸울 뿐,
오우거는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거대한 함성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세레나를 향해 돌진했다.
콰앙!
그가 내지른 주먹이 허공을 갈라 엘프가 있던 자리에 박혔다.
하지만 앞의 엘프는 그걸 피해내더니, 오히려 그의 팔을 타고 올라올라 그대로 오우거의 턱을 걷어찼다.
퍽!
그에 오우거 몸이 뒤로 젖혀졌으나 그는 곧 의식을 가다듣더니 자신에게서 내려온 엘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렸다.
곰도 즉사시킬만한 강력하기 짝이 없는 오우거의 주먹.
그 모습에 앞의 엘프는 한 손을 주먹을 쥐고는 그대로 오우거의 주먹에 맞대응 하는 듯이 휘둘렸다.
쾅!!!
연약한 엘프의 주먹과 근육덩어리의 오우거의 주먹이 부딪혔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폭음에 가려 조용히 들린다.
잠시 후. 오우거는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더니 방금 휘둘렀던 자신의 손에 생긴 통증에 괴로워했다.
우어억?!
오우거의 팔이 부러졌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엘프를 경계하는 눈으로 훑었다.
그는 보았다. 그와 그녀의 팔이 격돌하는 순간. 그녀의 팔에 녹색 기운이 서려지는 것을.
그리고 그것도 녹색의 화살과 동일한 기운이...
엘프도 아무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닌지 눈썹을 찌푸린 채 자신의 주먹에 부딪힌 손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으으. 아직 육체에 깃들게 하는 건 무리인가... 뭐. 그래도..."
그 순간. 녹색의 기운이 그녀의 손을 감싸 안았고 몇 번 깜박이더니 희미해져 모습을 감추었다.
그 이후. 그녀는 그제야 괜찮은 듯이 주먹을 몇 번을 쥐었다 폈다. 곧 만족했는지 미소를 짓더니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벨라스트라즈에게 얻어맞은 것보단 덜 아프네."
그의 눈에 엘프가 자신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활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아마 자신이 도망치려고 하거나 돌진하려고 하면 바로 저 녹색의 화살은 그의 머리를 날려버리겠지.
그 생각에 오우거는 등 뒤가 서늘해졌다.
"그르르... 왜.?"
"어.. 오우거가 말을 하네?"
"나.. 수인. 안 먹었다... 염소만 먹었다..왜...."
오우거는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수인과 인간들 근처에 살아가면서 그들에게서 배운 말들을.
그 모습에 세레나도 의외인지 두 눈을 크게 뜬 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아프건 싫다... 아파....나.. 살려주면... 그르르..이곳 안 온다..."
"....."
오우거의 필사적인 말에 그녀의 얼굴의 붉은 문신이 사라져갔다. 어지간히 놀랐던 것일까?
그럼에도 그녀가 오우거를 향해 겨룬 활은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고민하는 듯이 눈썹을 찌그리다가 피더,니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고는 차가운 눈으로 오우거를 보았다.
"..미안해. 하지만 안 되겠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활시위를 놓았다. 녹색의 빛이 상처 입은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고.
그리고는 수인섬의 숲이 녹색 빛으로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