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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제 42화 빗나간 화살 (43/127)



〈 43화 〉제 42화 빗나간 화살

날이 밝았다. 수인섬의 수인들의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이   쯤. 세레나는 마을 한가운데에 걷고 있었다.

"...."

그녀의 몸은 오우거의 피로 보이는 액체가 범벅이 되어 있었고,
밤에 무슨 일을 했는지 숲의 나뭇잎과 가지들이 어지러이 옷에 달라붙어있어서 좋은 몰골은 아니었다.
또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진 상태였다. 그녀는 어딘가를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내가...왜 그랬지..?"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수인들의 가게들을 지나쳤다. 지날  그녀의 화살은 오우거를 죽이지 못했다. 아니 그녀가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화살을 빗나가게  후 오우거에게 다가가 상처를 응급조치를 해두었다. 그것도 대상이 오우거란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남자 선물은  구했네."


그녀와 밤 동안 추격전을 했던 오우거는 이제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앞으로도 그 오우거가 이 근처에 얼씬거리는 일은 없겠지.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는 곧 식당 앞에 도착했다. 3일 전에 일행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손님들로 보이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인 것도 있었지만 네메시스가 이 식당 자체를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곧 그녀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탁탁탁탁.

식당의 부엌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어왔다. 무슨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뭔지 몰라도 달콤한 냄새도 같이 흘려 나왔다. 이에 그녀는 허기를 느끼면서도 문을 여는 것을 주저하였다. 잠시 후 그녀는 방법이 없는  깨닫고 문에 손을 대었다.


끼이익.


세레나는 조심스럽게 부엌을 문을 열었다. 들키지 않으려 듯이.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낡은 주방문은 소음을 냈고 그 소리에 그녀는 심장이 웅크려드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그러나  소리를 부엌에서는 못 들은 듯이 요리하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

네메시스가 그곳에 있었다. 그는 요리하는데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방해되는 듯이 머리카락을 끈으로 묶어 둔 체 무언가를 썰고 있었다. 곧 그녀가 조용히 바라보자 시선을 눈치 챈 듯 몸을 돌더니 세레나를 보았다.

"돌아왔어?"


언제나처럼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곧 그는 세레나를 잡아끌더니 자신의 품속으로 그녀를 끌어들었다.


"정말 긴 3일이였어. 세레나."


"...."

"다시 돌아 와줘서 고마워. 세레나."

"네메시스... 난...."


세레나는  번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때 오우거만 죽었으면 준비   있었을 그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의 말을 하려고 했으나 네메시스는 세레나의 복잡한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조용히 흔들었고 그의 반응에 그녀는 침묵했다.

"나에겐 세레나가 다시 돌아온 것 만해도 최고의 선물인 걸?"

"...."

말이 막혔다. 앞의 남자는 이런 남자였다. 실버게이트에서 벗어났을 때부터 항상 자신을 챙겨주고, 지켜주고, 아껴주는 쓸 때 없이 착한 남자. 그는  세레나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그녀의 옷가지에 묻어있는 나뭇가지들을 떼 주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그녀의 손과 얼굴에  오우거의 피를 말없이 닦아주었다.

"....흑..흐흐흑..."


"에? 세레나.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 왜 울어?"

정말이지. 쓸 때 없이 착한 남자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 생각을 끝으로 말없이 네메시스의 품속에서 울었다. 그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따뜻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나는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하구나...’

------------------전날 밤------------------------------


어딜 도망가? 넌 내꺼야!!!!

세레나부터 대략 6km 떨어진 작은  위에 하은은 턱을 괸 채 바위에 앉아 있었다. 달조차 구름에 가려서 일반적인 생물체라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어둠 속을 그는 꿰뚫어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 빛나는 괴물의  눈으로.


"숲이 시끄러워져서 와봤는데.... 재미있는 볼거리군."

그는 처음에 4세계로 되돌아가기 전에 '포식'이나 하고자 숲에 왔지만. 예상치도 못한 재미있는 볼거리를 발견하였다. 설마 플로라가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을 떠나자마자 밤에 오우거랑 추격전을 하고 있었다니. 다른 괴물들이 알면 꽤 재미있는 반응을 보이겠지... 하은은 흥미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세레나를 관찰하다가 곧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군."

그녀가 쏘아올린 녹색의 화살들이 빗나가 허공을 날아가다가 빛을 잃어 추락해간다. 현재 어둠 속에서 빛나는 유일한 빛이었다. 그것은 아름다웠지만 녹색의 빛을 정체를 아는 존재들에겐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


"...사용하는 건 '조화'가 맞는데... 너무 화력이 약한데?"

그는  눈을 찡그리더니 좀 더 감각을 확대했다. 어둠 속에 달리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 그녀의 뜀박질로 인한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그녀의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  거리에서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곧 모르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플로라 같기도 하고... 아닌  같기도 하고..."

분명히 그녀가 난사하고 있는 화살에 담긴 것은 그녀의 '조화'가 확실했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전성기의 플로라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했다. 저래서야 4세계의 666의 괴물은커녕 4세계의 엑스트라 서열조차 당해내지 못하겠지.

"확인해봐야 하나...?"


하은은 자신의 허리에 달린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익숙한 감각. 과거부터 자신과 합께 해온 애검이 자신의 손이 닿자 피를 원하는 듯이 조용히 우웅 거리며 진동했다.

스르릉. 척. 스르릉. 척.

그는 고민하는 듯이 검을 뽑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점점 그의 고민이 늘어나는 듯이  행위도 서서히 빨라졌다.


"흐음... 어쩌지.. 플로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조화'를 다루는 존재라면 4세계 괴물로서 반드시 조사해봐야 하는 부분이었다. 조화란 9개의 속성  제일 위협하기 짝이 없는 속성이니까. 만약 그녀가 플로라가 아니라면 후에 성장해서 괴물들의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특히나 괴물들의 왕에게...

"오래만이군. 방랑자 하은."


!!!

자신이 눈치   사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옆에서 들려왔다. 그에 하은은 급하게 뒤로 물러서더니 곧 몸을 돌려 당장이라도 검을 뽑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하은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으로 상대방을 확인하더니  안심하는  검에서 손을 뗐다.

"뭐야. 네메시스잖아. 오래만이야. 왕..."


한때는 플로라의 연인이었던 괴물들의 왕이. 그의 앞에 서있었다. 네메시스는 말없이 하은이 앉아있던 바위에 다가가더니 저 멀리 떨어진 오우거를 추격중인 세레나를 훑어보았다.

"그냥 돌아오면 될 텐데. 사서 고생하네. 뭐. 세레나는 그 점이 귀엽지만."


네메시스는 그 말을 마치고는 하은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하은. 그녀는 플로라가 맞으니 걱정할 것 없어.... 지금은 불완전하지만.."


하은은 표정변화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놀랐다. 갑자기 4세계의 왕이  뒤에서 나타난 것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세레나가 플로라라면 그가 근처에 없는 것이 더 이상할 테니까. 하지만..

"많이 변했군. 왕."

하은이 4세계에서 빠져나가서 떠돌기 시작한 것은 플로라가 죽은 직후였다. 그동안 네메시스란 괴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었을까? 그가 기억하기로는 네메시스란 괴물은 한없이 차갑고 감정 없는 기계에 가까웠던 존재였다. 가까이 지내는 고블린킹과 퀸에게조차 감정이 담긴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던 괴물들의 왕이 자신의 기억과 달라져 있었다.

"천 년 간 정말 많이 노력했거든. 다신 그녀를 잃지 않겠다고.. 그리고 미움 받지 않겠다고.."

그런 그가.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마치 괴물이 아닌 필멸자들처럼...


"어떻게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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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의 설명 동안 하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현재의 플로라는 1/4 정도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조각상태라 실질적인 기억은 거의 없다는 것. 그에 따라 그녀의 힘도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녀의 기억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이곳까지 오면서 만난 이들에 이르기 까지... 네메시스의 설명이 끝나자 하은은 9개의 꼬리를 한번 좌우로 흔들었다.

"상황이 재미있게 돼는 걸? 3명의 미녀들과 하렘여행이라니. 다른 4세계의 괴물들이 알면 당장 '세계 간의 경계'고 뭐든 간에 다 때려 부수고 네메시스님에게 항의하러  것 같은데.. 특히 레퀴엠이라든지, 하피퀸이라든지. 정말 다들 할 말들 많을 거야. 쿠큭."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으로 엄청난 말을 지껄이는군."

네메시스는 하은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그가 앉아있었던 바위에 주저앉았다.

"난 플로라  이라고."


"쿠큭."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대화였다. 실제로도 하은은 퀸과 고블린킹을 제외하고 네메시스를 일찍 만난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여동생도... 하은은 무언가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메시스"


"또 여동생 자랑을  거면 말하지 마. 하은. 그녀는 얼마 전에 내 속옷을 훔쳐갔으니까..."


"...."

하은은 네메시스의 미리 자르는 말에 침묵했다. 설마 자신의 여동생(200위 저주받은 구미호 달기)가 평소에 네메시스를 좋아하다 못해 스토킹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지만 설마 대담하게 그런 짓을 하다니. 곧 하은은 고개를 빠르게 절레절레 흔들더니 네메시스를 보았다.


"...나의 여동생 자랑을 하려는 마음이 있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물어보려고 한 것이 아니야."


"?"


"만약에... 세레나가 플로라의 기억을 전부 찾게 되면 그녀는 어떻게 돼는 거지?"


"플로라의 의식에 삼켜져서 소멸하겠지."

"...."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이.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는 목소리로 괴물들의 왕은 단언했다. 그의 차가운 모습에 하은은 과거의 네메시스의 모습이 그에게 겹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나... 이군.."

그 모습에 하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서 플로라의 기억을 되찾는 여행이란 것을 들었을 때부터 그는 예상하고 있었다. 애초에 플로라란 존재는 단독으로 모든 날개를  네메시스와의 백병전도 가능할 정도로 최강의 존재 중 하나였다. 단순히 엘프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 그런 존재를 세레나란 한날 엘프가 감당할리가 없었다. 플로라의 기억이 되찾아감에 따라 세레나란 존재는 천천히 플로라의 기억에 뒤덮여 서서히 삼켜져갈 것이다. 애초에 현재의 세레나란 존재의 인격은 플로라가 죽어버려서 나타난 그녀의 쓰지 않는 인격의 부분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네메시스."

"응? 왜? 하은."


"가끔씩. 당신이란 괴물이 얼마나 역겨워지시는지 알긴 아십니까?"

"알지. 그래서 플로라가  그렇게나 싫어했으니까. 쿠큭."


그의 반응에 하은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 쉬었다. 네메시스의 인격이 아무리 인간에 가까워져도 앞의 괴물들의 왕은 괴물일 뿐이었다. 애초에 각 세계에서 미치기로 이름 높은 범죄자들을 모조리 자신을 따르게 하는 것을 성공시킨 것 만해도 이미 정상이 아닌 존재였다. 그나마 플로라란 존재를 만나서 현재에 이른 거였다. 만약 그녀를 만나지 못했으면 지금보다 심했을 것이다.

‘그래도...’

현재의 네메시스는 달랐다. 지금은 명백히 인격이 존재했고 마음이란 것이 존재했으니까. 그것이 삐뚤어진 그의 사랑일지라도. 하은은 세레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오우거를 몰아넣어 죽이기 직전에 이른 것이 보였다.

"...."


그녀의 화살이 빗나간다. 세레나는 오우거의 머리를 향했던 화살을 일부로 빗맞히더니 오우거에 다가가 어떻게든 응급조치를 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저 세레나란 엘프는 네메시스에게 이끌려 다니다가 플로라의 부활을 위해 이용당하겠지... 그리고는 플로라의 인격과 기억에 파묻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하은은 왠지 모르게 그녀가 소멸하지 않았으면 바랬다.


'플로라가 그랬던 것처럼... 세레나 양이 네메시스를 변화시킬  있다면...'


그를 좀 더 인간적으로... 그리고 과거에 플로라가 원했던 방향으로.. 만약 그렇다면 세레나란 존재는 소멸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이 가는 군.'


하은은 자기도 모르게 세레나란 존재가 마음 한구석을 채운 것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되돌아가겠습니다. 왕."

"음? 벌써?"

"쿠큭. 아무리 저라도 왕의 연애사업을 방해할 만큼 눈치 없는 것은 아니니까."

"아아. 그럼 4세계에서 보도록 하지. 하은."


'4세계에서 지켜보겠어. 세레나 양....'

그 생각을 끝으로 하은은 네메시스에게 손 인사를 남긴 체 서서히 4세계를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제 2의 삶이 시작된 곳이자 그리고 자신의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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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큭. 바보 아냐? 왜 다들 그의 겉모습을 보고 속고 있는지 모르겠어. 우리와 달리 그는 진정한 의미의 '괴물'인데. 뭐. 그렇기 때문에 내가 따르는 거지만. 근데 그걸 저에게 왜 물어보시죠? 야누스님?"


-서열 555위 살인인형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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