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제 45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방문
시야가 핏빛이었다. 그의 손은 누군가의 피로 물들여져 있었다.
4세계의 괴물들의 왕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는 듯이 자신의 품 안에 쓰러진 존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의 머리카락의 존재. 4세계에서 서열 2위를 차지하는 엘프. 그런 그녀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몸은 수많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고 그녀의 ‘조화’의 빛이 그녀를 서서히 치유하고 있었으나 이미 그녀가 흘린 피는 많았다.
네메시스는 자신의 품속에 피로 물든 그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더니 곧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빛의 주신 켈렌트!!!!”
하늘을 뒤덮는 수많은 천족들이 보였다. 천계에서 모두 끌어 모은 듯한 수많은 숫자들의 천족들. 흡사 그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의 모습보단 벌집에서 방금 나온 성난 벌떼 같은 흉흉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한 중앙. 악마들을 심판하는 대천사마냥 빛의 날개를 핀 증오스러운 그 ‘존재’는 그곳에 날개를 핀 체 있었다.
“나는 너의 잘난 ‘네메시스의 자식’들이 나의 세계에 왔을 때부터 지켜보았어. 그 쓰레기들이 나의 세계를 얼마나 오염시키고 타락에 빠뜨렸는지를 전부다!... 이제 그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야. 괴물들의 왕.”
“.....”
“얼마안가 너의 품속에 있는 플로라도 죽겠지. 그렇다고 슬퍼하지 마. 너도 이 자리에서 따라서 죽게 될 테니까.”
빛의 주신이 손짓하자 하늘에서 수많은 빛의 쇠사슬이 네메시스를 향해 뻗어왔다. 수많은 천족들이 하나하나 시전 하는 빛의 사슬들. 그것은 그녀를 안고 있은 체 무방비한 네메시스의 육체를 묶어갔다. 몇 천 몇 만의 빛의 사슬. 너무나 많은 사슬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만큼 묶어갔다. 그 모습에 빛의 주신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걸로 골칫덩이가 해결된 듯이 상쾌한 미소였다.
“악은 사라져야해. 영원히.”
빛의 주신은 그 말을 끝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들었고 그의 행동에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천사들이 그의 주위에서 공간을 만드는 듯이 물러났다. 그 순간. 세상에서 모든 빛이 사라졌다.
?!
파아아악!
그리고 다시 어두워진 세상에 빛이 들어낸 건 빛의 주신이 손을 들어 올린 곳의 바로 위. 거대한 구체의 빛이 그곳에 있었다. 주위의 구름은 그 구체에 나오는 빛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있었고 빛의 종족인 천족조차 버티기 힘든 듯 서서히 뒤로 물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빛의 주신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또 하나의 태양을 자신 위에 둔 체.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건 천벌이야. 괴물들의 왕. 이걸로 1세계는 평화로워지는 거야.”
“미친놈!!!”
“그럼 죽어. 4세계의 괴물들의 왕. <천벌>!”
1세계의 빛의 주신은 그 말을 끝으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빛의 사슬에 감싸여진 네메시스를 향해 빛의 주신이 만들어낸 또 다른 태양이 추락해갔다. 악마를 심판하는 대천사의 창의 모습으로.... 그리고 그것이 땅에 떨어진 순간. 세상이 빛으로 새하얗게 물들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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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쁜 악몽이군.”
어느 세 새벽이 밝아있었다. 네메시스가 빌린 여관의 창문으로 새벽의 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은 잠들어있던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빛이 불쾌한 듯이 표정을 찡그리더니 곧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
네메시스는 태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드림랜드의 생물체들에게는 한없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빛. 하지만 ‘네메시스’란 이름의 괴물에겐 그가 살아왔던 4세계에는 없는 불쾌한 ‘무언가’일 뿐이자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악몽일 뿐이었다. 4세계 괴물들과 주신들의 전쟁이 일어났던 ‘그때의 기억’을...
물렁.
"...?"
그는 다른 일행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바로 자리에 일어나 부엌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지만 무거운 무언가가 그의 이불 안에서 그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였다. 그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곧 이불을 들추었다.
"...."
이불을 들추자마자 네메시스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안에 누군가가 자고 있었다. 새하얀 살결이 수줍은 듯이 이불사이로 비추어지는 것이 보였고 곤충의 더듬이로 보이는 무언가가 삐죽 나와. 주위를 살피는 듯이 꿈틀 거리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 처음 보는 존재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4세계에서 알고 지내는 '그녀'였다.
"...."
잠시 동안 자신의 침대에 있는 ‘그녀’를 바라본 네메시스는 이불을 덮어 그녀의 모습을 가리고는 다시 몸을 누워 잠을 청했다. 그가 아는 이상. 현재 그의 침대에 있는 '그녀'는 결코 1세계에 있어서는 안 되었고 또한 이곳에 올 이유도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그의 판단은 하나였다.
'꿈이군.'
"우웅. 네메시스님♡..."
그녀가 잠결에 안겨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네메시스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고 그녀의 독특한 체향이 코를 찔렸지만 네메시스는 잠을 계속 청하며 무시했다. 이건 꿈이었다. 그것도 현실 같은 꿈.
'꿈이 쓸 때 없이 세세하군. 이상한 음식(앙그라 마이뉴)를 먹어서 그런가....? 환각 효과라니? 앞으로는 이상한 것을 주워 먹으면 안 되겠군.'
[꿈 일리가 없잖아. 이 멍청아!]
'...앙그라 마이뉴?'
한때 자신의 조각에서 태어나 자신에게 먹힌 '앙그라 마이뉴'란 기생체가 네메시스를 향해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 지금 새벽이고 현실 맞아. 그러니 빨리 일어나서 식사 준비나 해. 배고프단 말이야.]
"...."
네메시스는 자신의 몸속에 살아있는 앙그라 마이뉴의 단정 짓는 말에 다시 이불을 들추었다. 이번에 그가 거칠게 들추어서 그런지. 그녀의 잠든 두 눈이 떠졌고 곧 네메시스와 눈을 마주쳤다. 이불 속에서 방금 일어난 그녀는 피곤한 듯 눈을 비비더니 곧 자기의 더듬이를 닦아냈다.
"벌써 아침이에요? 네메시스님."
"...."
그녀가 말을 걸자마자 네메시스는 그녀를 이불로 둥글게 말아버리고는 그대로 창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집어 던졌다. 현재 그가 묶고 있는 방은 2층이었다. 이곳에 갑자기 땅에 떨어진다면 보통의 경우에는 다치겠지. 가뜩이나 대비할 틈이 없다면 더더욱. 하지만 무언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하앙... 연약한 여자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는 건 너무하잖아요? 안 그래요? 네메시스님."
그녀는 비행하고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빠르게 날개 짓을 하고 있는 곤충의 얇은 키틴질 날개가 보였고 그녀의 나신은 아슬아슬하게 이불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는 그 상태로 한 손으로 입을 막고 길게 하품을 하더니 곧 또렷해진 눈으로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4세계 서열 13위 괴물. ‘퀸’.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네가 여기 왜 있는 거야? 퀸!!!!!"
‘여왕’이란 이름의 괴물이 어느 날 네메시스를 찾아왔다. 그의 말에 여왕이란 괴물은 미소 지었다.
"4세계의 왕 곁에 여왕이 있는 건 당연하잖아요? 후후후.."
"...."
그녀의 말장난에 네메시스는 어이가 없는 것을 느끼며 침묵했고 곧 그녀에게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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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퀸은 그의 방으로 들어와 그의 침대에 걸쳐 앉았다. 그에 이불이 조금 흘려내려 그녀의 새하얀 다리를 들어냈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네메시스는 불쾌한 듯 보고 있었을 뿐이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말이야. 퀸."
"?"
"옷은 왜 안 입었어?"
그녀의 몸은 옷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커녕. 실오라기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이불만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의 질문에 퀸은 당연하듯이 대답하였다.
"그거야. 불편하니까요. 저에겐 현재의 '의태'만 하는 것도 귀찮은 걸요? 저에겐 인간들의 옷을 입는다는 것이 인간들 말로 풀메이크업 화장을 하고 하이힐 싣고 2시간 동안 달리는 그런 기분이거든요. 그리고.. 이 상태가 네메시스님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걸요?"
“....”
그 말과 함께 퀸이 네메시스의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기가 막힌 지 그런 그녀를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애초에 그녀는 자신과 같이 거짓된 모습을 하며 다니는 존재. 자신은 플로라(세레나)를 위해서 현재의 육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의 존재는 인간의 육체를 쓸 이유는 없는데도 유독 저 육체에 집착하는 4세계의 괴물이었다.
‘뭐. 인간의 육체를 쓴다고 그녀가 약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그건 뭐야? 퀸?"
그는 아까 전부터 눈에 거슬리고 있는 것에 대해 퀸에게 물었다. 자신이 전에 기억하던과 달리 퀸의 육체가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이 4세계에서 신경 써서 바꾼 '부분'에 꽂히자 퀸은 방긋 웃었다.
"후훗. 이번에 새로 추가해본 부분이에요. 멋지죠? 이런 가슴을 포유류 수컷들은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때요? 네메시스님도 이 가슴이 마음에 드나요?"
"...어차피 너에겐 그냥 '껍데기'일 뿐이잖아."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녀의 더듬이와 날개를 제외하면 모두 거짓된 흉내일 뿐이니까. 그리고 네메시스. 그 자신도.... 그의 말에 퀸은 피식. 미소 짓고는 침대에 있는 네메시스의 팔에 달라붙었다.
"그래도. 이런 거짓된 모습이라도 ‘사랑’ 받을 수 있으면 충분하잖아요?"
그녀의 말에 네메시스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4세계에서 자신과 더불어 '사랑'이란 감정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 저런 말을 입에 담다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물론. 자신도 이에 할 말은 없었지만. 네메시스는 흩트려진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서 정리하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됐고. 1세계에 왜 왔어?"
"아. 그건요...."
끼이익.
퀸의 말이 시작되려는 순간. 문이 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거칠게 문이 열렸다. 그에 들어온 이의 녹색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세레나였다. 그녀는 과일바구니를 손에 든 체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볼에 홍조가 깃든 채 그의 방에 들어왔다.
"네메시스!!!! 할 말이......."
툭. 뎅구르르
방안의 모습을 본 세레나는 그대로 굳었다. 곧 그녀는 무언가 충격적인 것을 본 듯이 그녀의 눈동자가 네메시스와 퀸 사이를 바쁘게 왔다갔다 거렸다. 그녀의 손에 있던 과일들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저기.. 세레나..뭔가 큰 오해가 있나 본데..."
네메시스는 곰곰이 세레나의 눈에 비추어질 이 방의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나신의 여성과 남성이 사이좋게 침대에 있고 서로 애정 있는 사이인 듯이 여성이 남성의 팔에 비빈다..... 그가 생각해도 완벽한 불륜 행각이었다. 이 때문에 네메시스가 뭐라고 변명해보려고 세레나를 향해 말을 걸었지만...
"...좋은 시간 방해해서 미안해요. 네메시스."
쿵!!!!
감정이 실린 듯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이에 네메시스는 갑자기 나가버린 세레나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다가 곧 상황을 파악하고 그녀를 뒤따라 쫓아갔다.
".....세.. 세레나?.... 세레나!!!! 잠깐.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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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일족 : 벌을 닮은 듯한 거대한 크기의 곤충 일족으로 분류상은 꿀벌과의 곤충. 하지만 애벌레에게 고기를 먹이고 성체는 꿀을 먹는 특성이 있으며 특징적으로는 먹어치운 존재의 모습으로 '의태'가 가능하다. 이들은 얼마 남아있지 않는 4세계의 고유종으로서 과거 '고블린킹'이 이끌던 고블린킹에게 멸종직전까지 갔으나 그들의 여왕인 '퀸'이 네메시스에게 구원 받으면서 현재는 4세계의 숲이라면 어디든 볼 수 있을 만큼 번성하게 되었다. 참고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꿀은 각 세계에서 최고의 맛으로 호평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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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세레나..?"
"흥!"
"....."
묘한 침묵만이 식탁에 감돌고 있었다. 평소와도 같은 식사시간이여야 하지만 네메시스 일행의 모든 시선이 새로운 인물을 향해 꽂혀 있었다. 다만 세레나만은 네메시스의 반대편에서 화가 난 고양이마냥 네메시스를 노려보고 있었고 네메시스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마다. 콧방귀와 합께 고개를 획. 돌렸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한숨이 늘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옆자리에 있는 퀸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냠. 역시 네메시스님이 만드시는 디저트가 최고인 것 같아요. 냠♪"
"....."
아까부터 다른 음식들을 제외하고 단것부터 손을 뻗는 한 여자가 보였다. 곤충의 더듬이가 머리카락사이에서 삐죽 나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등 뒤의 날개는 람히르의 천사의 백색날개와 달리 곤충의 날개를 가진 독특한 모습의 존재였으나 상당히 아름다웠고. 또한 어색하지 않게 어울렸다.
'누군지 알아요? 벨라?'
'나는 모르는 수인인데... 혹시 네메시스가 데려온 존재일까?'
'에이. 미모를 보면 제우스가 지나가는 사람 납치했다는 편이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벨라와 람히르는 서로 작게 속삭이다가 곧 제우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평소의 제우스라면 앞의 미인을 보면 침을 흘리며 유혹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13위 퀸.”
섬뜩.
제우스는 평소처럼 미인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모습이 아닌 흡사 매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명백히 적의. 그의 모습을 본 퀸은 살짝 미소 지었다.
"어머나~ 음식물쓰레기인 제우스도 여기 있었네요? 기분 나빠라♥"
"...."
마치 덤빌테면 덤벼보라 듯한 도발적인 어조. 하지만 제우스는 그답지 않게 묵묵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에 보다 못한 네메시스가 나섰다.
"퀸. 그만둬라."
"우웅. 하지만 네메시스님..."
"분명히 말한다. 쓸 때 없는 갈등은 피해라."
"..칫. 네네,"
그녀는 네메시스의 말에 순응하면서도 무언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네메시스의 팔에 달라붙었다. 그러자 식탁 반대편에서 살기에 가까운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네메시스는 느껴졌다.
"저기.. 퀸?"
"♪"
"...좀 떨어져 줄래?"
"싫어요~♡"
네메시스의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퀸은 오히려 묘한 눈웃음을 짓더니 그의 팔에 머리를 비비적거렸고 그에 따라 상황이 시시각각 안 좋아지는 것을 네메시스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머리 속에서 울렸다.
[여어~ 팔자 좋구만. 괴물들의 왕. 사실 너도 팔에 닿은 감촉이 좋으니까 가만히 있는 것 아니야?]
'닥쳐. 앙그라 마이뉴. 풀 수 있으면 진작에 풀었어.'
[헤에? 그래봤자 연약한 여...]
'미안하지만. 나도 이 녀석의 힘은 감당 안 돼. 아무리 나라도 날개 6장 이상 피지 않는 이상. 결코 힘으로는 이길 수 없어.'
[...뭐? 농담이지? 넌 4세계의 괴물들의 왕이잖아?]
'그렇다고 그곳의 '최강'은 아니지. 그러니 닥치고 있어. 기생충.'
꼬옥!
네메시스는 점점 그의 팔을 감싼 그녀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퀸이 더욱 찰싹 달라붙었다. 그에 따라 네메시스는 퀸의 가슴이 팔에 닿는 부드러운 감각이 느껴졌지만 세레나의 점점 날카로워지는 시선에 식은땀만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퀸은 거의 네메시스 안긴 듯한 모습이 되어가자. 그 모습에 세레나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메시스."
"응? 왜....?"
드디어 세레나가 네메시스에게 말을 걸자 네메시스의 표정에 화색이 감돌았지만 그런 그를 보는 세레나의 표정은 찬바람이 쐬다 못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미안한데.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잠..ㄲ"
쿠웅!!!
네메시스가 뭐라 말하기 전에 그녀는 여관 문을 거세게 닫아버리고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렸고 그 뒷모습을 네메시스는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퀸은 킥킥. 하고 작게 웃더니 그를 잡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흐음♡. 드디어 방해꾼이 사라졌네요?"
퀸의 말 한마디에 탁자 위의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고 그런 시선이 귀찮은 듯이 그녀는 더듬이를 넘기더니 네메시스를 바라보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플로라님 빼고는 모두 '4세계'를 알아도 되는 분들인 거죠? 네메시스님."
"...그래."
네메시스는 그녀의 말에 속으로는 한숨지었다. 4세계의 일은 아직 불완전한 플로라가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퀸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로 그녀를 화나게 해. 이곳에서 도망치듯이 빠져나가게 한 것일 것이다. 네메시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왠지 세레나를 속이는 듯한 느낌은 떨쳐버릴 수 없었고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인지 그다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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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계 서열 13위 괴물 '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자기소개는 됐고. 말리고스 없이 어떻게 '세계 간의 경계'를 넘어온 거야?"
"그거요? 야누스님이 우리를 이곳으로 ‘세계 간을 경계’을 열어 보내줬어요."
"야누스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네메시스님과 플로라님의 호위란 명목으로요."
그녀의 말에 네메시스는 눈썹을 찡그렸다. 생각 외의 대답이었다. 자신과 세레나에 대한 호위라니.. 본래의 자신이었다면 그다지 필요 없지만 현재 자신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앙그라마이뉴로 인해 인간(월검향)에게 상처 입을 만큼 육체능력이 매우 낮아진 상태였다. 게다가 현재의 플로라도 기억이 온전치 않고 능력도 전성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혹시... 야누스는 이것을 알고 보낸 것인가?’
"..뭐. 그런 이유라면 너 정도면 넘어와도 상관없지만.. 방금 '우리'라고 했지? 그렇다면 고블린킹도 왔겠지?"
네메시스의 말에 그녀는 기분이 나쁜 듯 더듬이를 거세게 위로 올리더니 표정을 찡그렸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고블린킹을 모르는 람히르와 벨라스트라즈는 그저 그 둘이 사이가 안 좋다고만 추측할 뿐이었다.
"저를 그 멍청한 고블린과 엮이지 말아주실래요? 아무리 저의 왕이어도 그건 참을 수 없겠군요."
"그럼 같이 안 왔어?"
"...이번에는 같이 왔어요. 쳇.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잠깐? 다른 녀석들이라고?"
"네. 현재 야누스님을 제외한 모든 '7대악' 전부가 현재 1세계에 있답니다."
그 순간 네메시스는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그녀에게 휘청거리며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저기. 퀸."
"네. 말씀하세요."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말해주겠어?"
네메시스의 필사적인 의지가 느껴지는 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제발 잘못들은 거라고 해줘!'라고 외치는 듯이 다급한 표정이었으나 퀸은 방긋. 한번 웃더니 천천히 설명했다.
"나태의 벨제부브. 시기의 오메가, 색욕의 릴리스, 탐욕의 메투스, 기만의 조커와 저랑 고블린킹이 현재 이.곳. 1세계로 넘어왔답니다."
“....”
네메시스는 그녀의 단정 짓는 말에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을 풀더니 슬그머니 구석진 곳에 있던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 순간 일행들은 네메시스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야누스. 그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평소답지 않는 그의 모습에 람히르와 벨라스트라즈는 갸우뚱했지만 제우스와 말리고스도 퀸이 말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네메시스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삽시간에 파래지고 있었다.
"...다들 왜 그래? 어차피 4세계의 괴물이라면 괴물들의 왕인 네메시스가 통제하면 되잖아?"
벨라스트라즈의 말에 네메시스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통제 못해."
"..어이? 네가 그곳의 왕이잖아 네가 못하면 어떡해!"
"10위 이내 괴물은 내 명령권에서 벗어나 있는 놈들이야.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막나가는 놈들이라고. 특히 지금 넘어온 놈들은 답이 없어."
"...."
"당장 짐 싸서 이 1세계를 탈출하는 것만이 최고의 해결법일걸? 지금 이 행성이 안 날아간 것만 해도 기적이야. 끄응. 야누스 그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아니 그전에 당장 세레나를 데리고 이 행성을 떠나야..."
네메시스는 혼잣말 하듯이 말하다가 곧 무언가 생각나는 듯 고개를 들더니 퀸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아니.... 내가 그 전에 ‘명령’해둔 것이 있을 텐데?"
"에에. 그래도 야누스님은 상관없나보죠. 명색이 서열 3위 괴물인데. 그리고 저희들이 서열 간의 명령불복종을 하는 것도 한두 번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저희는 콩가루잖아요?"
"....."
자기들의 왕의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다니 4세계. 대체 뭐하는 곳이냐? 벨라스트라즈는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곧 가라앉히고는 머리를 식혔다. 현재 말들을 비추어 본다면 문제가 '세계간의 경계'를 통과한 통제 안 되는 5명의 괴물이 문제라는 건가? 그래봤자. 그것들은 겨우 5명이 아닌가?
"...넘어온 10위 내라면 5명?"
"아니. 6명이다. ‘색욕의 릴리스’는 두 명이야."
"하지만 그래도 겨우 6명이잖아. 겨우 그 숫자로..."
벨라의 말에 람히르를 제외한 모두가 그녀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먼저 그녀의 말에 대답해준 것은 제우스였다.
"벨라스트라즈. 4세계의 666의 괴물이라는 놈들은 말이야... 각 개인이 한때 어떤 전설의 마왕이라든가 차원을 붕괴시킨 놈들이 널려 있는 곳의 최악들 중 최악의 괴물들로 구성된 곳이야. 특히 10위 이내 괴물이면 말할 것도 없지. 겨우 6명이라고? 아니지 이 행성에 6명이나 넘어온 것부터 문제인거야."
"......"
"뇨롱. 특히 조커, 메투스. 그 둘은 4세계에서 각각 미친 순위로는 1.2위를 다투는 미친놈들이야. 뇨롱. 아마 지금은 수백은 죽였을 거야. 그놈들은."
말리고스는 그 말을 하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4세계에서 네메시스와 같이 지내온 그였다. 그런 그가 그들의 성질머리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재미삼아 죽인다. 방해된다고 죽인다. 그냥 죽인다. 그저 눈에 보이면 죽이는 그들은 훌륭한 '괴물'이니까. 하지만 그런 말리고스의 걱정을 부정하는 듯이 퀸은 작게 웃었다.
"쿠큭,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요. 파란 도마뱀 말리고스."
"은근 슬쩍 내 이름에 이상한 이명 집어넣지 마! 뇨롱. 근데 걱정할 필요 없다니. 무슨 소리야. 퀸?"
"야누스님께서 따로 주의를 주신 것이 있거든요. 쿠큭. 다들 야누스님이 무서워서 살인은 어느 정도 피하고 있을 것이에요..."
그 말에 그나마 네메시스의 굳은 얼굴이 펴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벨라와 람히르는 작게 그녀가 '죽이지 않고 괴롭게 하는 방법은 많으니까요...'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는 등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같이 다니던 네메시스도 4세계의 괴물이지만 앞의 여자는 진짜 '괴물'이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그건 그렇고 말이죠. 네메시스님. 이들은 누굴까요? 제 기억에는 전혀 없는 분들인데..."
퀸은 그 말과 함께 람히르와 벨라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 시선에 그녀들은 시선에 훑어질 때 마다 마치 뱀이 쥐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들을 보는 눈은 이미 동등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닌 죽일까 말까 하는 듯한 눈이었다.
"흐음~ 이쪽은.. 부드러운 육질의 붉은 용이네요? 용족 애호가이신 네메시스님이 드시려고 같이 다닌 건 아닐 테고... 아하! 성욕해소용인가요?.. 그렇다면 이쪽은...."
"...."
"맛있는 천.족.이네요? 후후후.. 그렇다면.. 이분은 먹으려고 가지고 다니는 도시락?"
소름끼쳤다. 그것이 그녀들이 퀸의 말에 대한 첫 번째 소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들은 살해당한다는 사실도... 이에 람히르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검에 손을 가져갔으나 그런 모습을 퀸은 음미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따각.
퀸이 람히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검이 퀸의 목어저리에 있었다.
"물러서세요."
"어마나? 귀여우셔라. 후후후.. 네메시스님? 배고프시지 않으시면 이 아가씨. 저에게 주는 게 어때요? 아무리 채식주의자인 저라도 천족은 좋아한답니다."
"...!"
그 순간 람히르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퀸은 어느 세인가 그녀의 뒤에 와서 람히르의 목을 가볍게 조르고 있었다. 네메시스의 허락이 있다면 바로 비틀어버리겠다 듯이. 그 모습에 네메시스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장난을 그만해라. 퀸."
"에에~ 그래도,, '그 날'이후 오래 만에 보는 천족인데..."
"퀸!"
네메시스의 말에 그녀는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람히르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걷어 들이더니 한발자국 물러섰다. 그녀가 물러서자 그제야 람히르는 잡힌 목을 만지며 섬뜩한 것을 느꼈다. 그것은 네메시스의 말처럼 장난 따위가 아니었다. 만약 진짜로 네메시스가 허락했다고 그 순간 자신은....
"괜찮아? 람히르."
"...네."
네메시스였다. 현재 저런 '퀸'이란 괴물들을 4세계에서 관리하고 있는 괴물들의 왕. 앞의 남자도 본질은 저런 존재인 걸까? 람히르는 이에 소름끼치는 것을 느꼈지만 곧 네메시스가 미안한 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안해. 람히르... 그리고 퀸. 너는 날 따라와라.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네네~"
그 말을 끝으로 네메시스는 방금 세레나가 뛰쳐나간 문으로 퀸과 함께 나가다가 잠시 멈추어서더니 자신들의 일행들. 특히 그 중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이번일은 나의 책임이니 넘어온 괴물들은 빠른 시간 내에 손을 써두도록 하지. 그러니 다른 주신에게도 현재 사실을 귀띔 정도 해 둬. 제우스."
"아아. 안 그래도 알리려고 했다고. 하지만 네메시스.... 너도 알고 있겠지?"
"...."
"만약.. 과거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또 다시 전쟁이라고. 이번에는 우리 두 세력 간의 한 쪽의 파멸을 막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모든 '세계'는 사이좋게 나락으로 떨어질 거야. 적어도 우리 주신 중에 절반은 죽을 테니까."
그리고 죽은 주신들의 세계는 과거의 4세계처럼 파멸해 갈 것이고. 그러면 그 세계들은 4세계화 되어 멸망의 길을 걷게 되겠지. 그 말에 네메시스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그 상황만은 피해야지. 나도 아직 세레나와 신혼도 못했는데.. 게다가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그녀가 다칠 테니까."
"...."
그 말을 끝으로 네메시스가 그 건물에서 나갔고 그 등 뒤를 퀸이 따라 모습을 감추었다. 반면에 일행들은 네메시스의 마지막 말에 어이없는 듯이 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더니 곧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조용히 '공처가'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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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계 괴물들을 맞서 싸운 영웅들의 격언.
1.서열 3자리의 괴물이라면 20명이상의 영웅과 군사들이 함께 있으면 대항하라.
2.서열 2자리의 괴물이라면 도망가라.
3.서열 1자리의 괴물이라면.... 부디 자신을 곱게 죽여주길 기도해라.
4.만약 서열 7위 '탐욕의 메투스'를 만나고 당신이 미소년이라면. 그냥 자살해라. 안 그럼 죽음보다 끔찍한 것을 경험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