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제 54화 고양이수인 세린
잠시 후 네메시스는 앞에 밧줄로 묶여 있는 수인소녀를 바라보았다.
삼색의 귀와 꼬리가 인상적인 수인이라긴보단 인간에 더 가까운 고양이 소녀.
그녀는 네메시스에게 묶인 후 얼굴을 붉힌 채로 표독스런 표정으로 네메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네메시스는 귀찮은 것이 생겼다고 투덜거렸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한담?’
“나. 나를 어찌 할 거다냥! 당장 풀어다냥! 나 같은 소녀를 묶으면 수인섬의 법에 따라 성범죄에 포함된다는 것 모른다냥?!!!!”
“거참. 말 많군. 음식 훔치다가 걸린 도둑고양이 주제에.”
“난 도둑 고양이 아니다냥! 수인 도둑이다냥!”
“.......”
‘지금 보니까. 그냥 바보군.’
“뭐. 뭐냐! 그 불쾌한 표정은! 당장 사과해랑!!!”
네메시스는 적반하장 하는 고양이 소녀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그 모습에 고양이 소녀도 털을 세우며 위협하는 듯이 이를 드러냈다.
정말 성난 고양이가 따로 없다. 그리고 네메시스의 고민을 늘리는 것은 하나 더 있었다.
부비부비.
“귀.. 귀여웟!”
“다.. 당장 떨어져랏! 덜떨어진 조류 녀석!”
“손바닥에 젤리도 있어..! 게다가 이 고양이귀도 진짜야. 하아.”
“귀. 귀에 바람 불어넣지 마라냥! 하 하윽!?. 아.. 안 돼 귀는 안 된다 냥! 꼬리도 만지지 마라냥!!!!”
람히르가 고양이 귀와 꼬리만 달려있다는 것만 빼면 거의 인간하고 흡사한 소녀의 모습이 마음에 쏙 드는 듯이.
비비고 빨면서 애정표현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의 귀족 같은 자태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있었고. 애묘가의 모습만이 그곳에 있었다.
“......”
평소의 람히르라면 전혀 상상조차 못할 모습. 그 둘의 모습은 야릇하다 못해.
선정적이었고 네메시스는 지금 이 순간 제우스가 없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 바보라면 바로 덮치고도 남을 장면이니까.
“그래. 이제 어쩔까? 람히르.”
“키.. 키우면 안 될까요?”
“난 애완 고양이가 아니다냥!!!!!!”
“.....”
네메시스는 람히르의 두 눈이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저것은 진심이다. 라고 네메시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미 람히르는 저 수인을 수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애완동물로 보고 있었다.
“너의 이름은 이제 나비로 결정”
“웃. 웃기지 마라냥!! 내 이름은 ‘세린’이다. 하윽. 꼬리만은 제발!!!!! 히익!”
네메시스는 요즘 따라 한숨이 느는 것을 느끼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람히르가 어느 정도 진정 돼야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스럭.
“음?”
네메시스의 등 뒤에 있는 풀숲이 움직였다. 네메시스가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막 그곳에서 나오고 있는 제우스가 보였다.
“아아. 미인의 향기가 가득해. 이 냄새는! 람히르!”
“......”
네메시스는 앞에 나타난 제우스를 말없이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제우스가 나사가 빠진 것이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어느 세 그도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그래. 수확은?”
제우스는 네메시스의 말에 쓴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품속에서 접혀진 종이를 꺼내 네메시스를 향해 던지며 말을 이었다.
“없어. 망할 꼬망이 자식. 빛을 다루는 주신 주제에 지도 실력은 거의 8살 어린아이수준급이라.
플로라의 두 번째 기억이 멀지 않은 곳에만 있다는 것만 겨우 알 수 있었어.”
제우스는 그 말과 함께 한숨을 쉬었고 네메시스도 그 말에 공감하며 그가 자신에게 던져준 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는 어린아이보고 지도를 그리라고 하면 그릴 법한. 정확도라고는 거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수인섬이라고 써진 곳에 점하나 찍혀 있고 거기에 ‘2번째 기억의 조각’이라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정말이지... 성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지도였다.
‘켈렌트 이 자식. 일부로 엿 먹으라고 이따위로 그린 건가?... 그래도.’
자신이 켈렌트와 한 계약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도록 그가 안배는 해두었을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도착할 마을의 바로 근처. 플로라의 두 번째 기억이 코앞에 있었다.
‘....플로라.’
이 두 번째 조각을 찾게 되면 플로라(세레나)는 얼마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보며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처럼 자신을 증오하고 죽이려고 들까? 아니면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까?
수많은 상념들이 네메시스의 머릿속에 떠돌았다.
분명한 점은. 이 기억을 되찾게 됨으로서 세레나는 이 여행이 단순한 여행이 아님을 알게 된다는 점이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옷!!!!!!! 이.. 이것은!!!!!”
“오. 오지마라냥! 오면 할퀴거다냥!”
갑작스러운 제우스의 환호성에 네메시스의 상념은 깨졌고 이에 그는 표정을 구기더니 돌아보았다.
제우스가 자신이 잡은 수인 수인을 보고는 헉헉 되면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다가갈 때마다 점점 표정이 창백해져가는 세린의 모습이 보였다.
“고...고양이 귀 소녀에! 꼬리까지!!!
오오.! 게다가 미인이기까지! 이건 꼭 가져야해!!”
“히이이이익!!!! 오지마라냥!”
“......”
네메시스는 제우스의 평소대로의 모습에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그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 그대로 그의 머리를 잡고 땅에 처박았다.
콰앙!!
“...피.. 피가 분수처럼 나온다냥! 죽은 것 아니냥?”
“이 바보가 이런 걸로 죽었으면 백번은 죽였어. 걱정하지 마라.”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그는 다시 지도를 폈다. 자신의 상념을 방해한 바보를 쓰러뜨렸으니,
다시 플로라의 기억의 조각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다. 세린은 네메시스가 무언가를 보기 시작하자.
목을 빼서 그 안을 훑어보더니 그에게 물었다.
“그곳에 가고 싶은거다냥?”
“....”
세린의 말 한마디에 네메시스를 휙. 고개를 돌리더니, 순식간에 그녀에게 다가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곳을 알아?”
“그렇다냥. 예전에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냥.”
“.....”
네메시스가 의심하는 듯이 눈을 흘깃하자. 그 모습에 세린은 발끈했는지 얼굴을 붉혔다.
“못 믿겠다냥? 수인은 거짓말을 하지 못 한다냥. 네가 가지고 있던 지도에 표시된 곳은 내가 옛날에 가본 적이 있다냥.
그곳은 들어가는 길이 찾기 힘든 곳에 있어서 찾기 힘든 곳이다냥. 원한다면 내가 길안내를 해줄 수도 있다냥.”
“....정말이지?”
“그렇다냥, 단. 조건이 있다냥.”
“조건?”
“먼저 가야 하는 곳이 있다냥. 거기서 내 조건을 말하겠다냥.”
“......”
네메시스는 건방진 고양이의 모습에 눈썹을 씰룩거렸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단순히 도망가기 위한 거짓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이라면? 의외로 그가 찾는 두 번째 조각은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메시스는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먹어치울까?’
네메시스로서는 정보를 거짓 없이 타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가능한 최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흘깃. 수인 소녀 옆에 좋아 죽겠다 듯이 얼굴을 비비고 있는 람히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네메시스의 시선을 눈치 챈 듯. 네메시스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했다.
[쿠큭. 왜 그러냐. 괴물들의 왕. 이 천족 꼬맹이 앞에서 먹어치우는 것은 싫나보지? 네가 날 먹어치운 것처럼 먹는 것이? 쿠큭.]
[닥쳐라. 앙그라마이뉴.]
[오오. 이제야 내 이름을 불려주는 그래. 괴물들의 왕. 그렇다면 왜 천사 녀석의 눈치 보면서 동요하는 거지?]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을 말해봐. 네메시스. 너는 처음에 저 천족 꼬맹이를 제거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어.
말이 빛의 주신이 붙인 감시역이지. 람히르. 그년은 힘이 없는 천족에 불과하니까.
너라면 ‘그 날 밤’. 쥐도 새도 모르게 먹어치우는 방법도 있었겠지. 그런데 왜 하지 않았지? 괴물들의 왕?]
[........]
[뭐. 좋아. 괴물들의 왕. 한가지만은 기억해라. 네 녀석이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나는 그 틈을 비집고 나올 테니까... 그
날을 기대하고 있으라고. 쿠큭. 그 날에는 네 녀석의 엘프와 빨강 도마뱀,
그리고 저 천사까지 눈앞에서 찢어발겨줄 테니까. 키킥.]
그것을 끝으로 더 이상 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네메시스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수인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좋아. 그 거래 받아들이지.”
“그럼 일단.... 이 조류부터 떼어주고 묶은 것도 풀어라.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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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냐냥♪ 냐냐냐냐냥♪”
“이봐. 아직 멀었어?”
“곧 가면 된다냥. 거의 다왔다냥.”
“....그 말은 한지 벌써 한 시간째거든 빌어먹을 고양이야!”
벨라는 그렇게 투덜거리더니 땀에 젖은 붉은 머리카락을 넘겼다.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고양이 수인을 네메시스와 함께 따라가고 있는 그녀였다.
드래곤으로서 기본적인 체력은 좋은 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그들이 가는 곳은 버티기 힘든 곳이었다. 삼면이 절벽으로 막혀 있는 언덕. 높이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경사가 극심했고 그녀가 두 팔까지 사용해가면서 올라가야할 정도였다. 잠시 후. 정상에 도착하자 벨라는 주저앉았다.
“도착했다! 후하. 응? 저 집은?”
정상에 올라오자 어떻게 지어뒀는지 알 수 없는 낡은 집이 보였다.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집 지붕은 낡아서 구멍 뚫린 곳이 가득했고 청소는 꽤 안했는지 문부터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것이 보였다.
수인 소녀는 그 집을 보며 끄덕였다.
“이곳이다냥. 잠시만 여기 기다리고 있어라냥.”
그녀는 네메시스 일행을 흘깃 바라보더니 곧 집 앞으로 걸어가 멈추어 서더니 소리쳤다.
“나왔다냥! 문 열어라. 냥.”
끼익.
낡은 문이 살짝. 열리더니 그 사이로 어둠 속에 빛나는 두 눈이 보였다. 곧 그 안의 존재는 앞의 세린을 보더니 문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냐아아앙?”
그곳에서 나온 것은 수인소녀였다. 고양이 수인인 세린과도 비슷한 삼색 고양이 모습이었지만 키는 그녀보다 머리하나 작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나온 이후 주위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자 부끄러운지 세린 뒤에 숨었다.
꼭 닮은 그 모습에 벨라스트라즈는 자매인가? 라고 생각했다. 세린은 네메시스 일행을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 딸. 하린이다. 냥”
“.......뭐어어어어어어~!? 딸아아아알?!”
누가 먼저 외쳤는지 알 수 없는 경악이 그곳을 메웠다. 그 모습을 보며 세린은 이해하는 듯이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 아이 때문에. 너희들에게 부탁이 있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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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자면냥. 나와 이 아이를 보호 해달라냥.”
“......?”
낡디 낡은 집안에 네메시스일행이 들어오자 세린이 처음 꺼낸 말 한마디가 그거였다.
이에 네메시스 일행이 이해가 안간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고 그러자 한심한 듯이 세린은 바라보았다.
“뭐냥? 그 이해가 안 간 듯한 멍청한 표정은? 냥. 아! 부가설명이 더 필요하냥?”
끄덕.
말없이 네메시스가 끄덕이자 세린의 딸인 하린은 화들짝 놀라더니, 그
대로 세린의 등 뒤로 숨어서 얼굴만 내민 채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 모습이 람히르는 귀여워 만지고 싶은 듯. 하린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이에 그 둘의 모습을 본 세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내 딸이 몇 살로 보이는 가냥?”
벨라는 그녀의 말에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감더니 잠시 후 눈을 떴다.
“음... 12살?”
세린의 등 뒤에 찰싹 붙은 하린의 모습을 보고는 벨라는 말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인간소녀로서 15살 정도로 보였지만.
그녀는 수인은 인간보다 빠르게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 대답에 세린은 입 꼬리를 들어 올리며 미소 짓더니 말했다.
“8살이다냥.”
“....!!!!!”
“놀랐는 가냥? 뭐.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다냥. 우리 수인들은 인간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냥.
대략 10살이면 우리는 성인으로 취급해서 독립 시킨다냥. 그리고 그 나이면 번식도 가능하다냥.”
“......”
“우리 수인들의 번식 기간은 종족마다 다르다냥. 멍청한 날개달린 놈들은 봄에 시작하고,
헥헥 거리는 멍멍이 녀석들은 여름에 시작된다냥. 우리 고양이과는 여름과 가을 사이에 시작되고 말이다냥.
번식방법은 무척 간단하다냥. 발정기간이 되면. 그
종족에 해당되는 모든 수인들이 수인섬으로 모이는 거다냥. 그리고....하는 거다냥.”
그녀는 거기까지 말을 잇고는 자신의 꼬리를 어루만지며, 네메시스들을 바라보더니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간단히 말해서 ‘난교’다냥. 이 발정기간 동안에는 우리는 ‘천 년 전 전쟁’에서 악마들과 맞서 싸웠다는 조상님들과 같아진다냥.
이성이 본능에 짓밟히고. 야수가 되어 버리다냥.... 강한 수컷은 마을 중앙에서 원하는 암컷을 차지하고,
약한 수컷들은 마을 밖을 떠돌며 우리같이 숨어 있는 이들이나. 아니면.... 타종족의 여성체를 노리다냥.”
“......”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된다. 특히 세린의 말에 세레나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네메시스의 두 눈이 가늘어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세린에게 물었다.
“그런.. 이야기를 왜 꺼내는 거지?”
옆에 보고 있던 벨라스트라즈조차 움찔거릴 정도의 냉기. 그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세린은 담담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내 딸은... 너무 빨리 성장했다냥. 그것도 다른 수인들보다도 더... 8살인 아직 어린아이임에도.
벌써 이성을 유인하는 호르몬을 진하게 풍긴다냥.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냐냥?
수컷들의 발정대상에. 이 아이도 포함된다냥.”
“......”
“나는 상관없다냥. 아직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지만냥. 그래도 가져야 한다면 가지고. 키울 자신도 있다냥.
하지만. 이 아이는 아니다냥. 이 아이는 아직 어리고, 발정 때의 수컷들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냥.
만약 살더라도. 이 아이는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거다냥.
나는...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냥.”
“잠깐. 그렇다면 발정 기간 동안 수인섬에 빠져나가 있으면 되잖아? 하다못해. 인간들의 황금항구에 가면 되잖아.”
벨라의 말에 다른 이들이 공감하며 끄덕이고는 세린을 바라보자 그녀의 표정이 붉어졌다.
“그걸 누가 생각 안 해본 것 같다냥?
애초에 발정 기간이 되면 나라에서 아직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해 배를 수배해 준다냥.
하지만 이번에 수배되어 있던 배가 ‘크레타 화산섬’에 등장한 ‘푸른 괴물’에 의해 부셔져 버렸다냥.”
‘푸른 괴물’이란 단어에 벨라는 네메시스를 바라보았고 이에 그는 끄덕였다.
세린이 말한 ‘푸른 괴물’은 제우스를 쫓아 배를 부셔버린 ‘레비아탄’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재수 없게도 앞에 세린과 하린이 타고 갈 배였던 것이었다.
“......”
그 말에 벨라는 제우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양심에 가책도 없는 듯.
밝은 표정을 한 채로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세린의 말이 이어진다.
“다른 배를 수배하기에는 나 같은 평민에게는 돈이 없다냥.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이거다냥. 옛날 이 언덕에 버려진 낡은 폐가에 숨어,
발정기가 부디 무사히 흘려가길 바라는 것 뿐이다냥.”
그 말에 동정어린 시선으로 람히르가 바라보았다. 세린도 스스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폐가에 숨는다고 하들. 발정기간 동안 다른 수인들이 이곳으로 안 올 거란 생각은 안일한 생각이었다.
람히르가 천계에서 배우기로는 발정기간의 수인들의 후각은 극도로 예민해져.
이 섬에 있는 이상. 어디에 있든 원하는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안 듯이 세린은 람히르를 바라보고는 힘없이 웃었다.
“날개 달린 조류야. 나도 안다냥. 이런데 숨어 있어봤자. 약간의 시간을 끄는 것 밖에 안 된다냥.
분명히 마을에서 힘 싸움에서 밀린 수컷들이 우리들의 냄새를 맡고 이곳으로 몰려 들거다냥.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다냥.”
세린의 시선이 네메시스를 향했다.
“아까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것은 대단했다냥. 나도 인간에 대해 들은바가 있다냥.
인간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약하지만냥. 소드마스터나 그에 상응하는 인물들은 우리들을 뛰어넘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냥.
그러니 당신이 필요한 것다냥. 내 딸을 지켜줄 강한 인간이 말이다냥.”
“.....”
“내 딸을 발정 난 수컷들로부터 지켜준다면냥. 수인섬 어디든 내가 안내해 줄 수 있다냥.
아까 당신이 보고 있던 ‘지도’에 표시된 곳뿐만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던전이나, 관광가이드 정도는 해 줄 수 있다냥.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청하는 거래다냥.”
“흐음...”
네메시스는 신음을 삼켰다. 이번에도 귀찮은 일에 휘말려버린 것 같았다.
툭. 툭.
누군가 옆구리를 찌르는 것이 느껴졌고 이에 네메시스가 고개를 돌리자. 세레나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입모양으로 ‘받.아.들.여.요’라고 하고 있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세레나는 자신이 쓴 소리를 내자.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줄 알고 그런 것 같았다.
“좋아. 받아들이지. 그 ‘발정기’란 것은 언제지?”
“이틀 뒤. 저녁. 달이 뜬 순간부터. 새벽까지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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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앙. 날 따라오라냥.”
“...발정기인데 마을에 다녀도 되는 것에요? 나비.. 아니 세린님?”
람히르는 밝은 목소리로 앞장서 가는 세린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더니 물었고,
그 말에 앞서가던 세린은 멈춰서더니 곧 꼬리를 가볍게 흔들면서 몸을 돌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냐하하핫. 그건 걱정하지 마라냥. 발정기는 이틀 뒤다냥.
그때까지는 다들 이성이 강한 편이다냥. 그리고 적어도 이 마을에 지내는 수인들은 모두 친절한 편이다냥. 저걸 봐라냥.”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두 명의 남녀가 서로 눈을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세린은 킥킥. 웃더니 말을 이었다.
“발정기 당일 날이 아니면 우리 수인들은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냥.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럼.. 그때 음식을 훔친 건. 마을에 현재 가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말에 세린은 네메시스에게 받은 금화를 자랑하는 듯이 꺼내더니 말했다.
“돈이 없었다냥. 냐하하핫. 그래도 이틀 뒤에 위험해지는 것은 사실이다냥.”
“......”
돈이 없어서 자신의 음식을 훔쳤다는 말에 람히르는 기가 막혔지만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계열도 고양이과다냥.. 그들은 평소에도 인간의 근력의 4배가 넘어가지만 발정기 당일 날이 되면 10배 가까이가 되어 버린다냥.
‘천 년 전 전쟁’에서 ‘악마’들과 용감하게 싸웠다던 우리들 조상님처럼 말이다냥.
만약에 이틀 뒤에 이들 중 하나가 찾아오면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냥.
그 수컷들은 강철정도는 엿가락 부러뜨리는 것보다 쉽게 부러뜨릴 테니까. 냐하핫.”
“......”
“냥? 왜 다들 놀란 표정을 짓지 않는다냥? 무려 10배다냥. 인간들의 성벽정도는 맨몸으로도 뛰어넘을 수 있는 괴물들이다냥.
적어도 긴장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냥?”
“라고 하셔도 말이죠..”
“이미 우리는 더한 것도 봐버려서.”
“놀란 것도 없어요.”
각자 그 이상의 것들을 봐버린 세레나, 벨라스트라즈, 람히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 모습에 세린은 갸웃. 거리더니 몸을 돌려 나아가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너희들을 믿어보겠다냥. 다른 건 몰라도. 내 딸만은 보호 해달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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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아랫마을에 좀 다녀올래? 그 동안 이곳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바꿔둘게.’
네메시스가 그녀들을 내려 보내며 한 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들은 그가 단지 낡은 집을 보수하고,
청소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거 농담이지?”
아까 전만해도 바람만 불어도 넘어질 듯한 폐가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대신 그곳에는 윤기 내며 얼마 전에 지어진 듯한 낯선 통나무집이 있었다. 통나무 지붕위에는 제우스가 웃통을 벗은 채로 쉬고 있었고, 그녀들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곧 정문이 열리며 네메시스가 걸어 나오더니 한마디 내뱉었다.
“청소와 보수하는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아예 새로 지어 버렸어.”
세레나는 기가 막혔다. 그의 성격상 집 청소만 깨끗이 해둘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예 집을 새로 지어 버리다니?
그것도 밑에 마을에 다녀온 시간동안에 지어버린 거다. 그리고 대충 지어서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저 남자의 고유한 미가 살아 있고 반질반질한 2층 통나무집을 보면 하나하나 정성을 들인 것이 눈에 보였다.
놀란 그녀의 표정에 네메시스는 장난스럽게 윙크 했다. 이에 어이없는 듯이 세레나는 물었다.
“...당신 도대체 못하는 것이 뭐야?”
“나도 내가 못하는 것을 알고 싶은걸? 아. 맞다. 그건 모르겠군.”
“?”
네메시스는 세레나의 질문에 무언가 고민하는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세레나의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는 당연한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너의 마음은 난 잘 모르겠어.”
[너의 마음은 난 잘 모르겠어.]
그 순간. 세레나는 네메시스에게서 두 명의 네메시스가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한 착각을 받았고,
세상이 도는 듯한 강한 어지럼증에 세레나는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다.
“으윽!”
‘옛날에... 저 말을.. 내가 들은 적이 있어...?’
눈앞이 핏빛으로 물들여진다. 환상? 아니다. 이건.... 자신의 기억이다.
핏빛으로 물들여진 자신. 그리고 자신을 보면서 울고 있는 익숙한 얼굴. 그는 네메시스였다.
등 뒤로 8개의 날개를 짊어지고 있는 존재이자 한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바보 같은 ‘괴물’. 그런 그가 자신을 보며 울고 있었다.
[..네...메..시...스.]
[말하지 마. 어째서... 어째서 날 막은 거야... 저들을... 그렇게나 지키고 싶은 거야...? 너를 버려가면서?]
[나...난.....]
[너의 마음은 난 잘 모르겠어...]
[.......]
[...하지만. 정말로 이것이. 네가 원한 것이라면... 나는....]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끊어졌다. 마지막으로 느껴지는 것은 뜨거운 감촉이었다.
‘결국에는 나는 그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못하였다.’ 잠깐! 마지막 한마디라고? 이건... 무슨 기억이지?
‘나는 결국 그를 막아냈다. 그거면 만족해.. 하나만 빼면..’ 잠깐.. 넌 도대체 누구?!!!!
‘행복해야해... 모두.. 그리고 당신도...’ 당장 내안에서 나가!!!!
“세레나! 세레나. 괜찮아? 정신 차려!!”
세레나가 의식을 차리자. 어느 틈엔가 쓰러진 그녀를 부축하고 있는 네메시스의 모습이 보였다.
흠칫!
세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팔을 강하게 밀어냈다. 세레나는 그 반동에 넘어졌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네메시스를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이에 네메시스가 당황한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레나?”
“미안해요.. 지금 정신이.. 좀.. 혼자 있고 싶어요. 죄송해요. 네메시스.”
세레나는 그 말만 남기고는 황급히 통나무집 2층으로 사라졌고.
결국 그날이 지나도록. 네메시스는 세레나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