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제 58화 고양이들의 과거 (59/127)



〈 59화 〉제 58화 고양이들의 과거

늦은 밤. 바람이나  겸 옥상으로 나온 네메시스였지만.
현재 자신의 품속에서 뒹굴 거리는 고양이  마리에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있었다.
고양이 수인인 하린은 산에 가까운 언덕에 새벽녘이라 추울 터인데도 뭐가 좋은지.
자신의 품에서 다른 일반적인 고양이가 하는 꾹꾹이를 하며 야옹거렸고 이에 네메시스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물었다.

“이봐.”


“냐앙?”


“이만 내려가는 게 어때? 밤이라 추울 거야. 하린아.”


“냥냥.”


열심히 대답하는 하린의 모습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냥냥하고 대답하고 있긴 하지만.
당체 고양이 언어를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하는 것이 없는 네메시스라지만 고양이 언어는 몰랐다.
결국엔 네메시스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창고’에서 모포를 꺼내 하린에게 둘려주었다.


“냐앙♡”


“음?”

인기척이 느껴졌다. 현재 시간이 늦은 밤인 것을 생각하면 느껴지는 인기척은 주인은 한명 뿐이었다.
이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돌렸고 옥상으로 통하는 입구에 서있는 고양이 수인이 보였다.
지금 자신의 배 위에서 야옹거리는 하린의 어머니인 세린이었다.
그녀는 왠지 볼에 홍조가 들어 빨개져 있었고 밤이라 그런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안자고 무슨 일이야?”

“고양이는 야행성이다냥.”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네메시스가 의사도 묻지 않은 채로 그의 옆으로 다가와 털썩 앉았다.
이 상황에 의아해면서 네메시스는 그녀를 봤지만 그 순간 그녀에게 느껴지는 알코올 냄새에 네메시스는 눈썹을 찡그렸다. 웬만한 것들은 면역인 네메시스였지만.
유독 알코올에 약한 그였기 때문이다. 알코올 냄새에 물러서는 네메시스의 모습에 세린은 킥킥거리며, 작게 웃더니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후훗. 이거? 개다래 술이다냥!”

“......그거 괜찮은 거야? 고양이 수인에게?”


“괜찮다냥! 인간에 비유하면 필X폰 복용한 거랑 같다냥!”

“그건 마약이잖아...”

“냐앙. 우리들은 발정기 때는 이걸 안 마시고는 이성을 유지 못 한다냥.”

“아. 그런 거였군.”

그제야 이해한 듯이 끄덕였다. 바로 내일이 발정기이니까 수인인 그녀로서는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 법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동안 뭐가 좋은지 킥킥거리더니 곧 웃음을 멈추었다.
개다래 술의 영향인지 발정기의 영향인지 눈에 색기가 돌았지만. 그녀로서는 최대한 진정한 표정이었다.

“먼저 당신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냥.”

“?”


“본래 수인들은 말이다냥. 5살 정도면 성인의 회화를 거의 구사할 수 있다냥.
하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냥? 왜   하린이는 8살인데도 제대로 된 언어를 하지 못하는지를 말이다냥.”

“.....?”


뜬금없는 질문에 네메시스는 의아했지만 세린의 말에 확실히 하린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지금 그의 품에 있는 소녀는 수인이라기보다는 거의 고양이에 가까운 행동과 말을 보였으니까.
이에 네메시스가 궁금한 듯이 바라보자 세린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냥. 옛날에 대륙을  번 여행간 적이 있다냥. 처음에는 이 수인섬에서만 있기 답답해서 치기어린 마음으로 시작했다냥.
수많은 인간들을 만났고 헤어졌다냥. 그리고.. 결국에 그이를 만났다냥.”

세린은 말을 거기까지 잇더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이 혹은 생소한 듯이 그녀는 눈을 빛냈다.


“그이는 간단히 말해서 바보였다. 수인이 나에게 인간들의 방식으로 프로포즈를 했고 나도 바보처럼 그것을 승낙 해버렸다냥.
그리고 우리 둘은 아이를 가진 채로 이 수인섬으로 왔다냥. 정말이지. 제일 바보짓을 해버렸다냥.
얼마 지나지 않아. 하린은 태어났고 나와 그이의 보살핌아래 잘 자라났다냥. 처음에는 본능 때문에 그이를 쫓아내려고 하기도 했다냥.
하지만  바보는 항상 다시 되돌아왔고 웃어줬다. 그래서 나도 본능을 거부했다냥. 그때 찾은 것이 이 개다래 술이다냥.”

훌쩍.


세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에 있던 개다래 술의 한 모금 마시더니 더욱 빨개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행복했다냥. 우리 고양이과의 수인들은 아이를 암컷 혼자서 돌보는 것이 본능이다냥.
하지만 우리 둘은 같이 있어서 편했고 또 행복했다. 그렇게 내 하린이는 잘 자라났다냥.
1년, 2년, 3년... 그리고 5년째에.  날은 왔다냥. 오늘처럼 푸른 달이 빛나는 밤이 말이다냥.”

세린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조적인 눈빛을 달을 향했다. 수인섬의 발정기를 알리는 만월이 거의 채워져 가는 푸른 달이었다.


“그 날은 바다몬스터로 인해 운항이 운 나쁘게도 중지되고 말았다냥. 마치 이번 발정기처럼 말이다냥.
그리고 발정기의 밤이 다가왔다냥. 나름 유망한 기사였던 그이는 나와 하린을 보호하기 위해  앞에서 홀로 막아 섰다냥.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서열싸움에 패배해 상처투성이의 마을수컷들이 왔다냥.
이성이 본능에 지배당한 수인들이 말이다냥... 그이는 강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주민들에게 손을 쓸  없어다냥.
그리고 바보같이 죽었다냥. 정말.... 바보같이 말이다냥.... 암컷 수인인 나에게 일어날 일은 익숙한 일들인데도...
자기 신념 때문에 개죽음을 하다니 말이다냥.... 훌쩍.”

세린은  말을 끝으로 잠시 동안 침묵하더니,  네메시스의 위에 뒹굴고 있는 하린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부터 하린은 말이 없어졌다냥. 마을 주민들이 사죄의 의미로 모여 무덤을 만들어줬을 때도.
내 딸아이는.. 침묵 했다냥. 그날 이후 내 딸아이는 3년간 한 번도 웃지도 그리고 말하지도 않았다냥....”


세린의 말에 하린은 울상을 지었고 이에 네메시스가 쓰다듬어 진정시켰고 그 모습은  세린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이렇게 즐겁게 웃는다냥. 그이를 잃은  한 번도 미소 짓지 않았던 소심한 아이가 말이다냥.
이에 다시 한 번 고맙다냥. 네메냥”


“....뒤에 이상한 말이 있는 것 같군.”


“네가 잘못 들은 거다냥. 네메냥.”

“.....”

언제부터 자신의 이름이 네메냥으로 개명당한지 모른 네메시스였지만 입을 다물기로 했다.
세린이 일부로 하린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효과가 있는지 그녀의 딸인 하린이 킥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말이 없어지자 침묵이 흘렸고 그 침묵을 깨는 듯이 세린을 박수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아. 생각나는 것이 있다냥. 잠시만 기다려 봐라냥.”

“?”


잠시 뒤 세린은 어디서 났는지 하늘하늘한 인간들의 푸른 드레스를 입고 오더니 보여주는 듯이 네메시스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이에 네메시스는 저 옷이 자신이 근래에 만든 옷들 중 만든 기억이 없자 물었다.

“그 옷은 만든 기억은 없는데?”

“당연하다냥. 이 옷은 그이가 선물 한거다냥.”

“.....그 동안. 매일 관리했나보네.”


네메시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평소에 관리해온 듯. 구김 없이 새것처럼 보였다. 그
래도 세월 때문인지 빛이 바란 부분이 있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평소에 관리한 듯한 흔적들이 보였다.
네메시스가 흥미 있게 바라보자 그녀는 큰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아침에 당신의 다른 애인들의 옷을 만들어주는 것을 보았다냥.
당신 정도라면 이걸 수선해줄  있지 않느냥?”


“나를 재봉사로 생각하면 곤란한데...”

“냐하하핫. 농담이다냥. 그랬으면 이렇게 입고  리가 없지 않느냐냥. 냐하하하핫.”


네메시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어이없는 듯이 묻자. 세린은 곧 개다래 술의 영향인지 크게 웃더니,  쪽 눈을 찡긋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렇게 눈 호강이라도 시켜줘야 조금이라도 입은 은혜를 갚을  있지 않겠느냥. 냐하하하핫.
그래도 나는 너의 애인들에게는 미치지 못 하겠지만냥. 냐하하핫.”


“은혜를 갚을 거면 지도에 표시된 곳의 힌트나 좀 말해주지 그래?”

“흐음. 그럴까냥?”

세린은 드레스를 입은 채 네메시스의 옆에 벌렁 눕더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너는 ‘천  전 전쟁’을 아느냐냥?”

“아... 당연히 알고 있지.”

‘직접 참여했으니까.’

네메시스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세린을 바라보았다. 왜  말을 꺼내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흐음. 다른 인간들은 그냥 신화정도로 생각하는 이야기다냥. 근데 이상하지 않느냐냥?
왜 그때의 전쟁이 ‘천   전쟁’이라고 불리는가에 말이다냥. 그리고 근래가 그때로부터 딱  년이 되는 시간이다.
마치 누가 일부로 이름을 지은 것처럼 말이다냥.... 수상하지 않나냥?
이 사실 때문에 몇  전부터 국가에서 고고학자를 양성하기 시작하더니.
‘천   전쟁’과 관련된 고대유적지를 조사한 곳이  곳이 있다냥. 그리고 그곳이 너의 지도에 표시된 것 중 하나다냥.”

“...그런 곳이라면 들어가기 힘들겠군.”

“냐하하핫. 그것은 걱정할 필요 없다냥. 거기에 친한 친구가 있다냥.
마치 그 친구가 고고학자라서 말이다냥. 문제는 없을 것이다냥.
이름은 잘 기억 안 나지만 ‘비글 존슨’이었던 걸로 기억 한다냥.”

“......”

어이없는 이름센스에 네메시스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세린은 고개를 돌렸다.


“저.. 정말이다냥. 개는 개과 수인으로 비글종이다냥.”


“.........”

종족을 들으니 만나면 상당히 귀찮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뒤에 존슨은 무엇인가?
2세계의 누구누구도 아니고 말이다. 이에 네메시스는 서서히 불길한 예감이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네메시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린은 말을 돌리는 듯이 다시 박수를 치더니 말을 이었다.


“아참. 내가  말을 했나냥? 나의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는 수인왕이다냥.”

“수인왕이라고?”


“그렇다냥. ‘천 년  전쟁’을 끝낸 ‘이름 없는 영웅들’  하나로 지목되는 영웅인 수인왕이 조상이라고 나의 어머니께 배웠다냥... 그리고...”


‘수인왕이라.... 그리운 이름이군.’


그 밖에도 세린은 말을 이었지만 이미 뒷이야기는 네메시스에게 들려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다름 아닌 그녀는   전에 세레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네메시스의 자식들'이란 이름의 악마들을 상대로 같이 싸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최강의 수인이었다.


‘그리고 보니 그녀는 어떻게 됐으려나..... 뭐. 시간이 지났으니 켈렌트의 윤회의 궤로 돌아가 환생했겠지.’


그녀는 강했다. 수많은 영웅들이 쉽게 죽어나가는 천 년 전 전쟁에서도 패주하더라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4세계의 괴물들에게서 한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영웅이었다.
그리고... 폭주한 네메시스의 앞에 두고 살아남은 얼마 안 되는 존재들  하나였다.

‘플로라가... 네가 이런다고 플로라가 기뻐할 것 같아? 웃기지마!  괴물아!
 지금 플로라의 신념을 부수고 모두를 파멸로 이끌고 있을 뿐이야.
너의 잘난 4세계의 666괴물들도 그리고 네가 사랑이란 이름에 집착한 플로라까지도!!
정신 차려! 이 괴물아!!!!!!’

이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없는 괴물로 변이한 네메시스의 상대로 한 치의 두려움 없이 그녀는 네메시스에게 소리쳤었다.
당시에 네메시스는 수많은 생물을 먹어치워 의식이 흐려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 말은  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이 기억나는 말이었다.
그런 그녀의 자손이라니. 네메시스는 아이러니함을 느끼면서 물끄러미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이다냥. 인간의 피가 섞인 선조들 중에는 발정기에 폭주해버리는 경우도 있다냥.
나도 듣기만 해서 잘 모르지만. 무척이나 위험한 힘이라고 들었다냥. 냐하핫.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냥. 냥냥냥. 음냥?”

네메시스가 자신이 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서자. 하린은 깜짝 놀란 듯이 공중제비를 돌더니 고양이답게 착지했고.
세린도 뜻밖인지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이에 그녀는 의아했지만  뒤에 인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다.
수인 섬에서 자란 그녀의 기억으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곤충 수인인 퀸이란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흐음~ 여전히 4세계 버릇을 못 버리고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여색을 밝히시는 네메시스님♥ 플로라.
아니지 세레나님에게 일러버릴까요? 후훗.”


“.....오해가 있나본데 그런 거 아니다.”

“........”“........”

옥상으로 나온 이는 퀸뿐만이 아니었다. 네메시스가 손님으로 불렸다는 시온과 최상급 물의정령사로 수인섬에도 알려진 엘이란 인간도 보였다.
그들은 하린과 세린의 존재가 의외인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네메시스에게 설명을 요구한 표정으로 보는 것이 보였다. 이에 네메시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세린에게 말했다.

“음. 미안한데.. 하린을 데리고 내려가 줄 수 있어? 이들하고는 개인적으로 대화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말이야.”


“냐앙. 그러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다냥. 이런 곳에 눈치 없이 뛰어들 생각은 없다냥. 가자. 하린아.”

야옹~! 야옹~!

하린은 네메시스랑 떨어지자 눈물을 글썽인 표정으로 세린에게 잡혀 내려갔고 이에 네메시스를 보는 눈초리들이 더더욱 차가워졌다.


“......”


“다시 한  말하겠는데. 오해다.”


“.............”

“로.리.콘~ 네메시스는 네코미미 소녀를 좋아한데욧! 세레나님께 일러야지~”

그 농담에 네메시스는 경보하는 듯이 자신의 허리에 있는 ‘루나’에 손을 올렸고.
그제야 퀸은 킥킥거리면서도 놀리는 것을 멈추었다. 다소 상황이 진정되자. 네메시스는 한숨을 후우. 쉬고는 입을 열었다.

“부탁할 것이 있어서 불렸어. 혼돈의 주신. 그리고 1세계의 물의 정령왕 엘에게도.... 부탁해도 될까?”

시온은 네메시스가 이름이 아닌 주신으로서 부르자 인상을 굳었다. 네메시스가 이름이 아닌 주신으로서 부른다는 것은 ‘세계’와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가 위험한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잠시의 침묵 후 결정을 내린 듯. 시온은 네메시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들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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