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제 84화 소녀와 검사1
우물우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하의 어둠 속. 희미한 빛에 생긴 검은 괴물을 비추는 그림자는 하얀 것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고,
곧 지하 도시의 동력이 켜지자 주위 가로등으로 보이는 물건에서 불이 깜빡거리더니.
주위가 어느 정도는 보일정도로 켜졌고 그 순간 그림자는 줄어들었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군. 아무리 먹어도 밋밋할 뿐이야.
이것 참. 삼킬 때마다 소금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골치 아프군... 음? 불빛이?”
네메시스는 투덜거리면서 방금 전만해도 삼켜가던 존재를 바라보고는,
곧 입맛에 안 맞는 듯이 투덜거리더니 주위가 밝아지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우스 녀석. 내려오면서 이 도시의 동력을 켰나보군.
뭐. 상관은 없지만. 이것들을 파악할 때까지 늦게 오면 좋겠는데... 서둘려야겠군.”
그는 그 말과 합께 근처의 오랜 세월에 의해 무너진 잔해 위에 주저앉더니, 눈을 감고 자신의 머리에 손을 집었다.
아까 자신이 집어삼킨 존재의 기억을 훑어보는 것이었다.
잠시 뒤. 네메시스는 눈을 뜨더니 실망한 듯이 중얼거렸다.
“안되겠어. 이것들 거의 아메바수준의 기억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이래서야. 아무리 먹어치워도 수년은 걸리겠군. 어디 좋은 방법이.... 잠깐. 애초에 이것들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던진 간단한 물음. 어째서 야누스가 말한 ‘고대의 존재’는 이 하얀 것들을 이곳에 풀어 놓은 걸까?
이에 네메시스는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듯이 미소 짓더니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팔을 살짝 긁었고.
거기에서 검은 핏방울이 나오더니 곧 따로 그의 몸에서 튀어나와. 까마귀 형태로 변하였다.
까악?
방금 전만해도 자신이 있었던 네메시스를 보며 어리둥절한 듯이 까마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 날아올랐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있던 하얀 슬라임 비슷한 것에 사로잡혀 그 안에 갇혔다.
까악. 까악. 까악!
그러자 까마귀는 버둥거리면서도 네메시스를 보고 도와주라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곧 움직임이 멈춘 채로 그것에 갇혔고, 그걸 삼킨 하얀 슬라임은 어느 방향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자아. 어디로 가는지 볼까?”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합께 천천히 그것을 따라가기 시작했고 이에 주위에 다른 것들이 그를 향해 튀어올랐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순간. 그곳에서 나온 검은 피에 오히려 삼켜져 사라져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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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8장의 날개. 헤카테라 네메시스에게 이름 붙여진 소녀는 현재 자신의 등 뒤의 날개를 보더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휴우.... 네메시스님은... 무슨 생각이신 걸까?”
각 날개가 담긴 힘은 주신이 만들어내는 힘에 비견될 정도의 한없이 무한한 힘이었다.
단순히 휘두르는 것만으로 큰 재앙을 일으킬 정도의 무기. 애초에 이 날개들은 네메시스가 자신의 힘을 무기로서 다루기 위해 만든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 모두를 자신에게 맡기다니... 이에 소녀는 한숨을 다시 한 번 깊게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제가 이 힘으로 자신을 해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시려고...”
다른 속성의 날개는 몰라도 8번째 날개의 속성인 조화는 본래의 네메시스에게도 치명적인 것이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믿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자신이기 때문에 맡긴 것뿐이었을까? 소녀의 고민은 점점 늘어났지만 결국 한숨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이 힘으로 네메시스를 해할 생각도 없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4세계의 왕이란 자리는 세상에 존재한지 얼마 안 된 헤카테란 존재에겐 무거울 뿐이었다.
“...그리고.”
헤카테는 자신의 날개(정확히는 네메시스의)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든 벨라스트라즈를 보더니 그녀의뺨을 만졌다.
한없이 부드러움에 소녀는 살짝 볼을 붉히더니 계속 만지작거렸다.
“이게 우리 4세계 괴물과는 다른 필멸자란 느낌일까.
세레나 언니랑은 다른 느낌이야....
생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럽네.”
“우웅... 거긴 안 돼...”
화들짝!
헤카테는 그녀의 잠꼬대에 벌떡 일어날 뻔했지만 곧 잠꼬대란 사실을 알자.
표정을 풀더니 더 만지면 그녀가 깰 것 같아. 손을 뗐다.
“.......”
네메시스란 존재에게서 만들어진 그녀로선 그런 반응도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녀란 존재는 처음 존재했을 때부터 필멸자가 아닌 괴물로서 존재했으니까.
“괴로워하며 또한 행복해하고 울고 웃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언젠가 자신들의 창조주를 뛰어넘는 자들.”
헤카테가 주신과는 다른 일반적인 생물체에 대해 네메시스에게 물어봤을 때 들은 그의 말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님. 그들은 나약하잖아요? 우리괴물들이나 주신들의 눈에는.
그저 한순간 지고 죽는 존재들이자 저희들 기준으로는 툭. 치면 숨을 거두는 이들인데. 그들이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할거야. 그들은 한없이 발전하고. 그것이 무한히 지나면 그것은 어느 순간.
한없이 그들의 창조주. 아니면 그 이상이 될 테니까.’
무언가 좋은 기억을 추억하는 듯이 네메시스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도 소녀는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잖아요? 오히려 빠르게 스스로 퇴보하기도...’
그녀의 질문에 네메시스는 헤카테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언젠가 나는 1세계로 가야 해. 그곳에서 너도 필멸자들을 바라보면 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강해. 적어도. 우리 4세계 괴물들은 괴물이기 전에 그들이었으니까.’
당시의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합께 쓸쓸하게 웃었고 헤카테는 이해가 안 되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도 그 말만은 인정하지 못하겠어요. 네메시스님.... 음?”
낯선 기척. 처음에는 주위에서 검은 피에 관통 당하던 백색의 괴물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 존재가 그들을 모두 날카로운 기세로 베어버리고 검은 피 앞에서 멈춰서있자. 헤카테의 두 눈이 날카로웠다.
그 존재가 내뿜는 살기가 뼛속까지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벨라스트라즈. 언니. 잠시 좋은 꿈꾸고 있으세요.
전 잠시 산책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네요.”
쪼옥!
고개를 내려 벨라의 이마에 키스한 뒤 헤카테는 천천히 그녀가 깨지 않게 조용히 빠져나오더니 곧 문 밖으로 나갔다.
“뜻밖의 손님이네요. 2세계의 중원인이라고 불려드릴까요?
아니면 아저씨라고 불려드릴까요? 어느 쪽이 좋아요? 월검향씨?”
낡은 문을 닫고 과시하는 듯이 8개의 날개를 펼친다. 힘을 내보이지는 않는다.
앞의 존재는 한 번 하나의 날개를 본적이 있으니까. 단순히 8개의 날개들을 펼친 것만으로 그에겐 충분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빗나간 듯이 앞의 남자는 살기를 거둔 채 소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째서 그 날개들을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아니. 그 이전에 네메시스는 어디 있지?”
“저는 그의 본인이자. 반쪽. 그리고 현재는 대리인이랍니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절 이기셔야 할 거에요.”
“....그렇다면 좋다. ‘달의 책을 가진 자’가 기다리고 있다. 난 분명 전해주었다.”
“???”
헤카테는 뜻밖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곧 그가 날카롭게 자신을 향해 내뿜자 표정을 찡그렸다.
앞의 존재는 네메시스의 날개를 보고도 기죽지 않는 채 맞서려는 것이었다.
“싸우실 건가요?”
“베어버릴 거다.”
“...자리를 옮기죠.”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월검향을 옆을 스쳐나가더니 곧 따라오라는 듯이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다진 고깃덩어리가 생기면 벨라스트라즈 언니에게 숨기기 힘들겠죠...
아니. 고깃덩어리는 없겠네요. 핏자국은 조금 남을지 몰라도...’
“자. 따라와요.”
그 말에 월검향은 똥 씹은 표정을 하면서도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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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하얀 슬라임 비슷한 무언가를 따라 걸어 간지 한 15분 쯤. 그것이 도착한 곳을 보고 네메시스가 말한 첫 평가는 그거였다.
2세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깨끗한 형태의 연구소.
그곳은 이곳 다른 유적에 가까운 건물들과는 달리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었고,
그곳으로 하얀 것들이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그것을 뒤쫓는 네메시스를 향해 그를 삼키려 듯이 그것들은 몰려들고 또한 검은 피에 삼켜지길 얼마나 반복했을까.
곧 네메시스는 까마귀를 삼킨 하얀 슬라임이 배수구 비슷한 곳으로 모습을 감추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으... 놓쳤군... 그래도 다행히 꽝은 아닌 것 같군.”
수많은 설계도 가득 차있는 방. 그곳은 수많은 글자로 가득 차 있는 책들이 쌓여있고,
주위에는 무언가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유리로 된 수많은 관들이 그로테스크한 고깃덩어리가 차있었다.
아마도 아까의 슬라임은 저것들 중 하나에 들어가겠지.
“....도대체 여긴 뭐하는 시설이지? 도무지 알 수 없군.”
이에 네메시스가 책 중 하나를 집어 들어 내용을 들여다보았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었을 뿐이었다.
이런 쪽은 아무리 자신이라도 잼병인 분야였다.
이곳에서 이 책들을 들고 끙끙 앓느니, 차라니 나중에 말리고스와 같이 와서.
이곳에 있는 것들을 4세계로 챙겨가서 조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지.
“음? 일기?”
다른 책들과 달리 유독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 한권이 보였다.
이에 네메시스는 그 책을 펴자 익숙한 글자가 보였다. 2세계의 글이었다.
“...하긴 2세계에는 나도 자주 가는 편이고 ‘고대의 존재’가 이곳으로 내려온 것은 50년 전이니 충분히 읽을 수 있겠군.”
[...그 분에게 선택 받아 이곳에 온지 벌써 10년. 실험은 더디기만 하다....]
[좀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본래 있던 행성에서 지원만 받을 수 있어도.. 아아. 주인님. 저에게 은총을....]
[그 이전보단 실험체 상태가 양호하다... 하지만 아직 주인님이 원하시는 것에는 도달하지....]
“...무슨 일기가 이래. 전부 쓰다만 것처럼 되어 있군. 음?”
[코드네임 ‘오메가’가 만들어졌던 자료를 토대로 만들지만 쉽지가 않다.
아니. 애초에 그 정도의 존재를 만드는 것은 거의 기적..... 그것은 이미 주신에 필적한...]
“.....오메가?”
그 글귀에 네메시스의 두 눈이 좁혀진다. 2세계에서 오메가라 불리는 존재라면 그가 알기로는 딱 하나였다.
4세계의 서열 5위 괴물. 시기의 오메가.
2세계에서 인간들의 손에 만들어졌고 또한 자신을 만든 인간들을 멸종시킨. 인간이 만들어낸 거짓된 주신.
그리고 현재 1세계로 넘어온 괴물 중 하나였다.
“말도 안 돼! 그에 대한 자료는 전부다 제우스가 없앴을 텐데?
애초에 그가 만들어진 것은 수 천 년 전이라고.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이미 그를 만든 기술은 멸망한 문명의 것. 거기에 대한 자료를 파괴의 제우스가 남겨 뒀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제우스는 그 쪽 일은 전문이니까. 그렇다면 앞의 것은 뭐지? 불안감이 증폭된다.
야누스가 경보한 존재는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그 이전부터 움직였을지 몰랐다.
“점점 불안해지는 걸? ....일단 말리고스가 오면 이곳의 모든 자료를 챙겨야겠군.
시기의 오메가라면 이 자료를 해석이 가능할거야. 어라? 이 페이지는 이상한데?”
그러면서 일기를 넘기던 중. 마지막 한 글귀만 있는 페이지만 보였다. 급하게 휘갈겨 쓴 듯한 글자였다.
[오늘. 새 재료가 이곳으로 왔다.]
“날짜가.... 바로 오늘?”
그 순간. 네메시스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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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카테. 4세계 괴물들의 왕 네메시스가 만들어낸 그의 또 다른 반쪽이자.
그리고 현재 그의 8개의 날개를 지닌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다 멈추더니,
즐거운 듯이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뒤로 돌아 월검향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흐음. 여기가 좋겠네요. 제 이름은 4세계 엑스트라 서열 헤카테입니다. 잘 부탁....”
채앵!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목 근처로 섬광과 함께 검이 멈추어 섰고,
그것을 확인한 소녀는 놀란 듯이 자신의 목어저리에 멈춘 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에 휘둘려진 월검향의 검이 그녀의 검은 날개에 막혀 있었고,
그의 검은 어떻게든 그녀를 베어버리겠다 듯이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음... 말하는 것은 조금 기다려 주시는 것이..”
“닥쳐라. 너와 한심한 수다나 떨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내가 널 베어버리기 전에 당장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힘으로 해보시죠. 월검향 아.저.씨. 그럴 능력이 있다면 말이죠. 근데...”
“?”
“검에 장미무늬들이.... 취향이 참....”
“그.. 그나마 손에 맞는 검이 이 장미칼 뿐 이였다! 나도 이 괴상한 문양이 있는 검 따윈 쓰고 싶지 않다!
왕가의 명검이란 것들 중 그나마 손에 맞다보니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는 거야!!!”
월검향은 순간적으로 당황해하면서 소리쳤고 곧 그녀가 빤히 쳐다보자 고개를 돌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현실이지만.
그의 검은 왕가의 보물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본래 장식용으로 만든 검이라서 그런지 장미무늬가 화려하게 새겨져있었고,
그 모습에 그는 작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네메시스나 어디 있는지 말해라.”
“흐음..? 사실은.. 저에게서 그걸 알고 싶은 것이 아니잖아요?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월검향 아저씨.”
“....무슨 말이지?”
“당신은 람히르언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잖아요?”
“......”
“전 말이에요. 서큐버스란 종족을 베이스로 네메시스님이 만든 존재.
인간의 마음 정도는 손쉽게 읽을 수 있어요.
특히... 복수라는 명목 안에 숨겨진 당신의 본심정도는 말이죠.”
“닥쳐라!!!!”
그 순간 월검향은 거세게 검을 뻬내더니 그녀의 심장 부분을 찔려 넣었지만.
이번엔 백색의 날개에 막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소용없다니까요. 정면에서 오는 것은 네메시스님이 저에게 빌려준 날개들이 스스로 쳐내거나 막거든요.
인간 따위가 이걸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에 월검향은 뒤로 물러나 눈을 굴리며 벨 곳을 바라보았고 그 모습이 뭐가 즐거운지 미소 짓던 헤카테는 입을 열었다.
“아. 그거 아세요? 월검향 아저씨? 람히르 언니가 당신이 쓰려졌을 때. 당신을 안아서 입을 맞춘 것.”
그 말에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몸을 움직이던 월검향의 움직임이 멈춘다.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을까? 그의 두 눈이 소녀를 향한다.
“람히르 언니가 정말로 당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줄 알았어요? 후훗.”
“......”
“그 전날에 말이에요. 람히르 언니가 따로 네메시스님 찾아오셨어요.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말이에요.
근데... 누가 그걸 거절하라고 그녀에게 바람을 넣었을 것 같아요? 월검향 아.저.씨? 후훗.”
“.....네 녀석이냐?”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이기도 해요. 월검향 아저씨. 네메시스님이 그녀에게 말했거든요.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는 것이 좋다고요.”
“이... 자식이!!!!!!”
분노의 찬 음성과 함께 월검향이 그녀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렸지만. 그 검이 그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반면에 헤카테는 날개들의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다른 일행들이 봤으면 다른 존재라고 생각할 정도의 비릿한 미소를...
“당신이야말로 양심 없는 거 아니에요? 인간과 타종족의 수명차이가 얼마나 차이 나는데.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고자 그녀와 엮어지려하다니.
정말이지. 전 인간이란 종을 좋아하는 네메시스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
“천족은 적어도 만 년이란 세월을 살고 인간은 본래 수명은 150년.
이것도 조건이 최상으로 채워질 때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치에요.
현재의 당신 정도의 강함이라면 200년까지 무리 없이 살 수 있을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두 종족의 수명의 차이는 너무나 커요.
당신도 알잖아요? 홀로 남겨진 이의 슬픔을... 안 그래요?”
“.......”
조롱어린 헤카테의 말이었지만 그것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신이 직접 겪어봤으니까. 안 그래요? 키득.”
하지만 반박 할 수 없었다. 월검향은 한 순간 쥐고 있던 검에서 힘이 빠져 놓칠 뻔했지만 곧 다시 쥐더니 외쳤다.
“그렇다고 해서... 네 놈들 따위가 결정할 것이 아니야. 스스로...”
“강요하지는 않았어요. 언니의 결정은 스스로가 생각한 판단이었어요..”
“......”
“현재의 당신이라면... 그녀의 연인은 될 수 없을지 몰라도 그녀의 친구는 될 수 있을지 모르죠.
그것은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가야할 길이에요. 월검향 아저씨.
아니면 스스로 인간쓰레기임을 증명하며 그녀의 인권을 짓밟는 추악한 괴물이 되든지요.
어느 쪽이든. 저는 상관없지만 말이에요. 키득. 앗! 네메시스님이 말한 나쁜 버릇 나와 버렸다.”
헤카테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놀라며 말하더니 헛기침과 함께 웃음을 멈추더니 고요한 눈으로 돌아갔다.
“죄송해요. 으. 네메시스님께서 항상 주의를 주는 성격이지만. 고쳐지지가 않네요. 시작해볼까요?”
헤카테는 그 말과 함께 그의 앞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그 순간 고민에 빠져있던 월검향은 뒤늦게 반응했다.
“커억!?”
월검향이 뒤늦게 그녀를 찾으려 했지만 곧 자신의 배에 정확히 꽂혀진 가늘다란 팔이 보였다.
단련이라고 하나도 하지 않는 듯한 여린 소녀의 팔. 그럼에도 거기에 담긴 힘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퍼어어어억!!!!
그의 몸이 튕겨나가는 듯이 뒤로 날아가더니 곧 뒤의 건물의 벽에 부딪혔고 이에 낡은 그곳의 벽에 금이 갔다.
이에 월검향이 놀란 틈도 없이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헤카테의 발뒤꿈치와 그 순간 보인 그녀의 팬티였다.
‘내려오는 순간. 벤다.’
그 순간. 그의 이성은 그렇게 말했지만 곧 본능에 불길함이 느껴지자 월검향은 미련 없이 그곳에서 빠르게 물러섰다.
콰아아아앙!!!
너무나 쉽게. 낡았다지만 콘크리트로 되어있는 건축물의 벽을 소녀의 발은 그대로 박혔고,
그대로 내려찍자. 아까 전만해도 월검향 있던 자리가 가루가 되어 부셔졌다.
“........”
기술은 없지만 무식하기 짝이 없는 괴력. 만약 자신이 저걸 막는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치명상이라고 그는 생각하였고.
그 생각을 대변하는 듯이. 벽면에는 그녀의 발이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진흙마냥 파여져 있었다.
소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흔적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음음. 이 정도 힘 조절이면 될 것 같네요.”
“..힘 조절?”
“네엣. 아무래도 이 날개들이 있으면 힘을 줄이는 것이 너무 어렵거든요. 까닥 잘못하면.
이 도시자체를 지우는 것은 일도 아니라서....
그러니 월검향 아저씨. 한 대만 맞아주면 안돼요? 고통 없이 하이패스로 보내드릴께요”
“....거절한다.”
월검향은 그 말과 함께 경계하면서 그녀를 노려보았고, 그 순간. 헤카테는 재미없는 듯이 그를 보고 볼을 불리더니.
곧 재미있는 생각이 나는 듯이 표정을 풀었다. 그녀는 자신의 날개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요? 제가 가진 이 날개들은 본래의 용도는 무기. 하지만 사용자에 따라 사용방식이 바뀌죠.
네메시스님은 이 힘을 신체강화에 써먹지만... 전 이렇게 쓰거든요.”
헤카테는 그 말과 함께 백색의 날개를 움직여 옆의 오래된 철제 건축물을 향해 살짝 휘둘렸다.
“?”
그녀의 뜬금없는 행동에 대한 잠깐의 의문. 월검향은 그에 그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그리고 보이는 것이 서서히 그를 향해 쓰러지는 거대한 철제 건축물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가 날개를 휘둘렸던 부분이 날카롭게 건물채로 잘려있는 것이 보였다.
“....기가 막히군.”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자른 단면을 따라 그를 향해 덮쳐오는 것이 보였다.
느리지만 너무나 거대해서 피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
그럼에도 월검향은 날카로운 눈을 한 채로 위에 쏟아지는 건물을 무시하고 헤카테를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호수 위의 달을 벤다. <호상월참>!!”
자신의 검에 기를 응집시키고 평소 단련한 검로에 따라 검을 휘두른다.
피이이이익!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그의 검에서 눈에 보일정도로 뚜렷하게 빛이 모이더니,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위에 내리는 건물을 향해 그대로 휘둘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없이 어리석은 행위. 그럼에도 그의 검에서 나온 검강은 정확히 철제건축물을 가로로 절단 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월검향은 뛰어올랐다.
“느려요.”
채애애앵!!!
그리고 올라간 순간.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눈앞을 채우는 하나의 발.
이에 월검향은 검으로 흘려보내려했지만.
닿는 순간 그곳에서 느낀 거대한 힘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와 함께 그 둘은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콰지지지직!
“윽!!!!”
지면을 가득 채우는 검은색 돌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그리고 월검향은 지면에 그대로 밀려나가면서 등 뒤에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걸 신경 쓸 시간조차 없이 눈앞의 모습에 장면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의 검은 그녀의 힘에 비명지리는 듯이 요동치고 있었고 헤카테는 그를 그의 검과 함께 짓밟은 채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상으로 내려친 충격으로 바닥을 긁으며 그대로 밀려나가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뒤로 그들이 베어버린 건물은 완파한 체 사방으로 잔해를 뿌리고 있었다.
“잘 가세요. 반가웠어요.”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검은색과 백색의 날개의 끝에 빛이 뭉친다.
한순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의 시간.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Bang!”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과 월검향은 있는 힘을 다해 헤카테의 턱을 걷어찬 것은 동시였다.
흑백의 날개에서 나온 두 개의 빛이 그를 빛나가다 못해 흩트려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고 그와 함께 월검향은 뒤로 물러섰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저 일격으로 자신은 죽었겠지. 월검향이 걷어찬 턱을 문지르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으으. 저 같은 소녀를 치다니. 아동학대 인거 아시죠? 월검향.
어린아이를 때리다니 질이 나쁜 걸요? 이걸 알면 람히르 언니가 참 싫어하겠어요. 언니에겐 꼭 말씀드리도록 할께요.”
으득!
헤카테의 말에 월검향은 이를 갈았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한 체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나저나. 아까 전의 일격으로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거. 네메시스님에게 혼나겠는 걸요...”
“?”
콰아아아앙!!!!!!!
월검향은 그녀의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곧 등 뒤로 지축이 울리는 소리에 표정을 굳었다. 방금 자신의 향한 일격의 여파인 걸까?
“관통한 철제 건축물 6개 완파. 그 외 빛나간 한발에 15개 정도 건물이 피해 입었네요.
이런. 월검향. 아저씨. 당신 하나를 죽일 정도로 약화시켜 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당신이 치는 순간. 의식이 흩트려졌나 봐요. 조금 강하게 해버렸는걸요...?”
그 말에 월검향은 전투 중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흘깃! 바라보았고.
그리고 보인 것은 완전히 흔적조차 사라진 5개의 건물과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몇 개의 건물이었다.
“.........”
직접 두 눈으로 보아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황당할 정도의 위력.
그럼에도 소녀는 지친 표정 하나 없는 채.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음. 빛과 어둠의 날개는 까닥 잘못하면 이곳을 무너뜨릴 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다른 방식으로 놀아볼까요? 월검향 아저씨.”
그와 함께. 그녀의 두 눈의 동공이 은빛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은빛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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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아아악!
인기척에 뒤를 돌아본 네메시스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3m 크기의 흡사 리자드맨을 닮은 거대한 백색의 괴물.
그것의 입은 그의 머리를 삼키려 듯이 벌어진 거대한 입이었고 곧 그대로 닫아 지려하고 있었다.
“이것 또 뭐야?”
네메시스는 앞의 모습에 황당해하면서도 닫아 지려는 입을 위아래로 붙잡았다.
카악!?
이에 앞의 백색의 괴물은 어떻게든 입을 닫으려 듯이 움직였지만, 그 모습을 네메시스는 태연하게 웃어줄 뿐이었다.
“미안한데. 힘은 꽤 자신 있는 편이라서. 이놈을 어떻게 한담?
어디 보자.... 찾았다.”
네메시스는 눈앞의 장면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그는 앞의 괴물을 힘으로 눌려 머리를 바닥에 처박더니.
자신의 품속에서 실로 보이는 것을 꺼내고 곧 그것으로 앞의 괴물의 입을 묶었다.
“서열 441위 운명의 거미 아라크네의 실이야. 같은 크기의 2세계의 탄소나노튜브보다 튼튼하지. 결코 못 끊을 거라고. 친구.”
꺄아아악?
입이 그의 실에 막히자 백색의 괴물은 버둥거리며 팔을 휘둘렸고,
거기에 네메시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괴물의 팔을 잡은 채 그대로 부러뜨렸다. 불쾌한 소리가 그곳에 울려퍼졌다.
콰드드득!
“음? 이 관절 형태는 인간의 것인데? 뭐. 잘됐군.”
으드드득.
괴물의 고통어린 비명을 무시한 체 그는 그 말과 함께 괴물의 다른 팔도 부러뜨리고는 그 두 개의 팔도 실로 묶었고.
하는 김에 그것의 다리도 같이 묶었다. 묶는 작업이 끝나자.
네메시스는 사지가 묶인 채 꿈틀되는 백색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모습은....
“새우튀김?”
왠지 앞의 괴물을 보며 그것이 연상된 네메시스였지만 곧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새우튀김에 대한 생각을 털어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그 순간. 화난 듯이 거칠게 요동치는 백색의 괴물의 모습이보였다.
“2세계 글자로 적혀 있길래 인간인줄 알았더니. 이건 그냥 이성 없는 괴물이잖아?
근데 이상하군. 이 녀석은 슬라임 같은 다른 놈들과는 달라... 흥미로운 걸? 어쩌면....”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괴물의 머리 앞에 쭈그려 눈을 맞대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인간이었는지도.. 모르겠군...”
쿠우우우웅!!!!!
그 말고 함께 연구소를 흔들리는 진동이 그곳을 감싸 안았고 이에 네메시스는 두 눈을 좁혔다.
‘헤카테가 날개를 사용했다...?’
아까의 슬라임 같은 것들은 그가 깔아둔 검은 피를 넘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직접 나설 정도의 존재가 움직였다는 것.
이에 네메시스는 잠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진동이 느껴진 곳을 보았지만 곧 그곳에서 신경을 끊었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스스로 해결하겠지. 조금은 난폭한 아이긴 하지만.’
“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