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제 95화 변화된 천사
“휴우..... 한숨 돌렸군.”
네메시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화벽이 내려간 곳을 보고는 한숨 쉬었다.
다행히 달리는 도중에 이곳 통로를 막는 방화벽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록 동력부족으로 수동으로 닫아야했지만.
벨라스트라즈의 브레스가 이곳 통로를 메우기 전에 내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까아아악!!!
까마귀 형태의 괴물이 부르는 소리에 네메시스는 몸을 돌렸다.
주위에 더 이상 백색의 괴물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그들의 앞에는 혼탁한 백색의 뒤덮여 있는 방이 보였다. 꽤 거대한 크기.
그곳의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기기들이 붙어있었지만.
네메시스의 시선은 그것들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은 채로,
방 중앙에 있는 한 물체에 시선이 꽂혔다.
그곳에 있는 것은 한없이 백색에 변질되어 있는 검은 빛의... 자신의 '일부'였다.
“흐음... 도착했나보군.”
까악!
도대체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곳의 주인은 ‘검은 피’를 어느 정도 다루는 것이 성공한 건가?
그 모습을 보고 네메시스는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옆의 까마귀를 보았다.
“약속대로 이제 넌 자유다.”
까아아아악!
네메시스의 한마디에 까마귀 형태의 괴물은 기분 좋은 듯이 날개를 퍼덕였고,
그는 아직이란 듯이 품속에서 손을 집어넣더니.
곧 무언가를 꺼내 까마귀 형태의 괴물에게 던졌다.
까아악?!
이에 까마귀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기겁하며 피했지만.
곧 자신의 발에 떨어진 물건이 별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목걸이처럼 보이자.
네메시스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에 그는 설명했다.
“폴리모프 마법이 담긴 목걸이야.
그걸 착용하는 동안에는 인간,엘프,드워프,오크,고블린 중에 원하는 종족의 모습으로 할 수 있을 거야.
적어도 그 폴리모프를 하는 동안에는 켈렌트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다.”
.....?
네메시스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이 그를 바라보는,
까마귀 형태의 괴물의 모습이 보인다.
“이봐. 잘 들어. 난 계약은 확실하게 지키고.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너는 정당한 계약을 지킴에 따라 자유가 된 거야.
넌 마치 내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널 제거했을 거라 생각 했나 본데....”
까아악.
네메시스의 말에 까마귀가 작게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이에 네메시스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그걸 가지고 사라져라.
현재 너에게 부여되어 있는 수명은 대략 400년가량.
수명이 끝나기 1년 전부터 급속히 노화가 진행될 거니까. 죽기 전에는 준비 할 것은 다하도록.
그리고 네 경우에는 죽을 경우 4세계로 바로 가게 될 거야.
그 날 이후로도 살고 싶으면.
빛의 기둥이 보이는 곳을 향해 무슨 수를 써서도 가는 것이 좋을 거다.
어쩌면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지. 까마귀.”
........
네메시스의 말에 까마귀 형태의 마물은 침묵하면서 네메시스를 보았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본래모습으로 태양빛 아래를 걸어 다니면.
켈렌트가 분명 널 죽이러 올 거야. 웬만하면 어둠 속에서 다니는 것이 좋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자. 까마귀는 조용히 그를 보더니 작게 고개를 내리고는,
발밑의 네메시스가 건내 준 목걸이를 부리로 집고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네메시스는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선을 뗀 채로 자신의 변질된 조각이 있는 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의 바닥은 탁한 백색으로 얼룩져 있었고,
그것은 다름 아닌 변질된 자신의 조각에서 작은 폭포처럼 흘려 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만약 네메시스란 존재가 자신의 ‘검은 피’를 통제하지 않으면 이것과 별 차이 없는 상황을 일으키겠지.
아니. 암 덩어리처럼 주위의 존재를 빠르게 흡수해 퍼져나가는 검은 피는,
이것보다 악질적인 상황을 일으킬 것이다.
“흐음...”
그곳에 발걸음을 내딛는다. 네메시스가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네메시스는 따끔한 감각에 표정을 구겼다. 살갗이 타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 백색의 액체들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려는 행위 때문이겠지.
허나 그것은 곧 그의 피부를 ‘검은 피’가 잠시 뒤덮는 걸로 해결되었다.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탁한 백색이 뒤덮고 그리고 부서져가길 반복한다.
그리고 곧 네메시스는 그곳의 중앙에 도달하였다. 그는 자신의 본래 일부였던 것에 손을 뻗었고 곧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파지지지직!!!
그것을 향해 뻗은 손이 순식간에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갔고,
이에 네메시스는 손을 재생하면서도 표정을 구기더니 입을 열었다.
“결계군.”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결계였다.
이런 수준의 결계라면 분명히 지난번 아쿠아마린처럼 힘을 받는 ‘마나를 정제하는 장소’같은 것이 있을 터.
네메시스는 이 사실에 주위를 둘려보았지만. 발견 할 수 없자.
눈을 감아. 앞의 결계로 힘이 흘려들어오는 방향을 추적했다.
“....찾을 수 없군.
아니. 그 이전에. 이 힘은 고대의 존재..아니 ‘사라’라고 한 놈의 것이군.”
대놓고 결계를 펴놓고 자신을 기다린 건가? 그렇다면 이 결계의 목적은 네메시스. 그 자신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계만 쳐두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이에 네메시스는 여러 방향성을 계산했지만. 곧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단순히 나의 역량을 평가해보겠다는 거군. 아주 우스워. 사라.’
그를 잡기 위한 함정도 아니었다. 이것은 단순히 도발.
힘으로 한번 깨뜨려보라는 애들 수준의 도발이었다.
이에 네메시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조화의 날개를 퍼덕였다. 속성 ‘조화’를 이용하면.
이런 결계 따윈 두부처럼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모든 속성에 우월을 보이는 조화이니만큼. 이런 작은 결계를 뚫는 것은 쉬웠다.
‘좋다. 그 싸구려 도발. 응해주지.’
등 뒤의. 빛과 어둠의 날개에 희미한 빛이 떠오르더니,
네메시스는 곧 자신의 조각을 감싸는 결계에 손을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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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시작 했는걸? 어디 네가 어느 정도인지 증명해봐. ‘괴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더니,
곧 손아귀에 있는 유리구슬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어머. 겉모습은 생각보단 나쁘지 않는 걸.
쿠큭. 어디 잘해봐. 부술 수 있다면 말이지.”
파지지지직!!!
스파크가 주위로 흘려 나온다. 이에 네메시스는 손아귀에 느껴지는 통증에 눈썹을 구기더니 곧 다음 날개를 펼쳐나갔다.
생명의 날개와 마나의 날개도 은은한 빛을 내기 시작하였고,
이에 스파크가 서서히 주위를 퍼져나갔다. 그 모습에 사라는 헤에. 라면서 감탄사로 입을 열었다.
“과연. 실력에 자신 있을만할 정도야....
하지만 그걸 걸로는.. 음.. 거기서 더?”
다음 날개가 펼쳐진다. 이번에 펼쳐지는 것은 혼돈의 날개와 파괴의 날개.
그것들이 은은하게 빛을 내는 순간. 네메시스의 변질된 조각의 주위의 결계가 살짝.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걸 부순다고? 나의 것을?”
눈앞의 수정구의 상황에 믿기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괴물’이란 존재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힘으로 부수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현재 결계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지만.
아마도 이 이상 힘을 주거나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결국 부셔지고 말겠지. 이에 그녀는 호기심이 동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헤에... 재미있겠는 걸. 직접 만나게 된다면...”
‘지금 이 장난질을 하는 놈은 현재 이 모습을 보고 있겠지? 안 그래. 사라?’
“.....어떻게?”
이쪽으로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을 거는 것뿐이었다.
곧 그곳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흘려 나왔다.
‘네가 어떤 존재든 난 그런 것은 상관없어. 하지만 말이야...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사라.
네가 어떤 장난치든 간에.
'내'가. 아니.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손을 댄다면 말이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때는 오히려 네 입으로 죽고 싶다고 사정하게 해주마.’
“.....”
“굶주린 괴물들이 네 목을 산채로 뜯어내는 것을 보고 싶다면 뭐. 좋아.
네 마음대로 움직여봐. 그럴수록 네 녀석은 스스로 멸망의 구렁텅이로 걸어갈 테니.
경고하는 건데.
더 이상 우리에게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이번 너의 장난질은 참아주지만. 그것뿐이다.”
파직!
그 순간. 그녀가 보고 있던 유리구슬이 잠깐 밝은 빛을 내고는,
깨지는 것이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
괴물이란 자가. 자신의 결계를 결국 부순 것이었다. 이에 그녀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더니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주제도 모르는 존재가!!!!! 감히 나를 협박해!?”
“...어머님.”
“....에게 전해라. 움직이기 시작하라고. 그리고 새로운 아이에게도.”
“그 명을 따르겠습니다. 어머님.”
그녀의 명령에 빛과 선으로 이어진 마치 별자리처럼 생긴 존재는 몸을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괴물이라...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네 녀석이야 말로 네 입으로 죽여 달라고 사정하게 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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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가 눈앞에서 파앗. 하는 소리와 함께 조각조각 부서져 내리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곧 네메시스는 그 조각을 향해 손을 뻗더니,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곧 삼켰다.
“...너무 많은 정보가 변질되었군. 이것은 더 이상 ‘검은 피’라고 할 수 없는 거야.
그걸 씹으면서 네메시스는 중얼거리더니 곧 깨진 결계들의 조각이 희미해지더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라... 너무 위험한 존재야. 내가 6장의 날개를 펴야 대항이 가능하다니.
대체 어떤 존재인거지?... 준비할 것이 많겠어.’
단순한 결계만도 그렇다면 본래의 그것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자신과 비슷한? 아니면 그 위의? 이에 네메시스는 인상을 구기면서도 생각했다.
‘현재 몸 상태는 몸에 기생하는 앙그라마이뉴로 인해서 사실상 최악. 이 녀석이 소화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았어.
다른 방법을 구해둬야겠군. 하다못해. 세레나.... 아니. 나머지 모두를 지킬 방법을...’
그와 함께 네메시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끝났네. 역시 네메시스랄까...”
세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앞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저주’를 보더니,
활을 다시 등 뒤에 매였고 벨라스트라즈는 그 저주에 뒤섞여있던 한 드래곤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부디 같은 동족이었던 이름 모를 드래곤에게 편안이 가득하기를.]
그와 함께 그녀의 몸체는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평소 다니던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 직후에 그녀의 곁으로 제우스와 하린, 비글존슨 등이 다가왔다.
“수고했어. 벨라스트라즈. 너의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할 거야.”
“칭찬 고마워.”
“그러니 한번만 키스를. 크억.”
제우스는 뒷말을 이어가던 중 어느 세 다가왔는지 보다 못한 세레나가 뒤통수를 치더니 기절시키고는 한숨 쉬었다.
“이 변태는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나야 정상이 되는 걸까요..”
“무리일걸. 세레나.”
그녀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 쉬었고 하린은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비글 존슨은...
“아... 안 돼! 천 년의 유구한 역사가 담긴 유물들이 모두가 훼손됐어!
이것도! 저것도! 전부 드래곤 브레스의 열기에 녹아잖아!!! 야이. 드래곤아!!!!”
“...보통 드래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두려워해야하는 것이 정상 아니야?”
“으아아아악...!!!! 정부에서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망할 마법사들이 이곳을 찾아내기 전에 우리가 관리하고 보존했을 텐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냥. 저 수인이 이상한 것 같네요.”
그 말에 그 둘은 가볍게 끄덕이고는 작게 웃었다.
그와 함께 버려진 천 년 전 지하 도시에 비글 존슨의 비명이 천량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람히르와 월검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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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검향의 검과 스스로 ‘이름 없는 자’라고 칭하는 존재의 고깃덩어리 팔이 부딪힌다.
그것이 부딪힌 순간. 월검향은 그 충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크윽!!!!”
평범한 인간인 자신과 앞의 괴물의 체급의 차이에서 나오는 힘의 차이가 컸다.
현재의 자신이 기(마나)만 충분했으면. 쳐내다 못해 그대로 잘라내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기(마나)를 소진한 현재의 그로서는 검을 휘두르는 것도 벅찬 상태였다.
잠시 동안의 힘겨루기 이후. 서서히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고깃덩어리 팔이 보인다.
“월검향!”
그러나 그 내려오던 고깃덩어리 형태의 팔은 곧 또 다른 검이 막아서자 그대로 멈추어 섰다.
그것은 백색의 날개를 등에 활짝 핀 채로 월검향의 곁에 달렸던 람히르의 것.
그 검의 주위로는 희미한 녹색의 빛이 띄고 있었고,
곧 람히르의 세이버(기마용 도검)은 깔끔하게 고깃덩어리 형태의 ‘이름 없는 자’의 팔을 절단 내었다.
“끄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년이!
어째서 네 년이 그 빌어먹을 플로라의 ‘조화’가 담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게냐!”
그 고통에 괴물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와 함께 괴물의 잘려나간 팔에선 속성 ‘어둠’이 주위로 뿌려졌지만.
람히르는 처음부터 대비한 듯이 자신의 속성 ‘빛’을 몸 주위에 두름으로서 월검향의 앞에서 막아냈다.
비록 그녀의 힘은 앞의 괴물의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속성 ‘어둠’에 치명적인 상극 속성인 것이 그녀의 속성인 ‘빛’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아. 이걸 다루는 분이 친구라서요.”
뿌려지는 어둠을 뚫고 람히르의 검이 어둠 속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 순간. 주위의 어둠에서 빠져나오던 그림자의 형태는 나오자마자 잘려나갔다.
그녀가 예지로서 미리 잘라낸 것이었다.
그 직후. 월검향은 그녀의 앞으로 튀어나와 ‘이름 없는 자’의 얼굴을 향해 검을 내질렸다.
“빌어먹을 애송이들이!!! 하찮은 필멸자들이! 너흰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너희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가를. 한없이 불완전한 존재들아.”
내지르던 검이 그대로 허공에 멈추었다. 이에 월검향을 검을 그대로 내빼려고 했지만.
곧 허공에서 그의 검을 붙잡았던 부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멈추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괴물의 육체가 통로를 메워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앞의 괴물이 네메시스가 뿌려두었던 ‘검은 피’에서 나왔던 모든 괴물들을 삼켰기 때문이겠지.
이미 이곳의 통로 전체가 그의 육체였다.
“흥!”
월검향은 상관없는 듯이 박힌 부분의 살덩어리를 걷어차면서 검을 빼내고는 휘두르면서 물러섰다.
검을 빼려던 그를 노리던 살덩어리들이 힘없이 잘려나가는 것이 눈앞에 보였다.
‘이래선 끝이 없어. 그렇다면.. 헤카테처럼 머리를 잘라내는 수밖에!’
“람히르! 길을 열어줘!”
“알겠어요! <빛의 심판>!!!!”
거대한 빛의 쇄도가 통로를 메운다. 람히르가 휘두른 검로에서 나온 거대한 빛의 파도는,
그대로 ‘이름 없는 자’를 향해 뻗어나갔지만. 곧 앞을 막는 듯이 통로에서 튀어나온 고깃덩어리들을 막혔다.
하지만...
“끄아아아악! 내 눈들이. 이 빌어먹을 놈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빛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온 몸에 달려있는 많은 눈들 때문일까.
한 번의 빛이 지나간 뒤 자신의 눈들을 부여잡는 ‘이름 없는 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를 놓치지 않고 월검향은 그대로 달려 나갔다.
“이 벌레들이!!!”
그런 월검향을 막으려 듯이 괴물의 고깃덩어리 팔이 내리꽂는다.
하지만 월검향은 여유롭게 피하더니 오히려 그것에 올라타 뛰어올랐다.
‘네메시스나 헤카테에 비해서는 너무나 약해.’
월검향의 솔직한 심정. 같은 네메시스의 자식이라고 하는 헤카테와 비교하기도 미안할 정도의 약함.
현재의 자신은 블러드 토너먼트 때 날개를 핀 네메시스와 겨루었던 적도 있고,
또한 시공간의 날개를 핀 헤카테와도 맞선 적이 있다.
그런 그들에 비해 앞의 괴물은 놀라울 정도의 재생력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조심해요!”
람히르의 외침과 함께 입에서 무언가를 토해내는 ‘이름 없는 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검붉은 색의 불꽃.
마법에 지식이 거의 전무한 그였지만. 보기에도 그것은 위험해 보였으며,
그것을 토해내며 괴물은 외쳤다.
“지옥의 불길에 타들어가라. <헬파이어>!!”
암흑으로 행하는 마법 중 위험한 걸로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지옥의 불길이 그의 앞에서 재현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눈앞에서 다가옴에도 월검향은 두 눈은 편안했다.
‘흘린다!’
네메시스가 준 푸른 도신의 검을 든다. 곧 검붉은 불길은 월검향의 검에 부딪혔고,
월검향은 손에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하면서도 검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하아아앗!!!!”
불꽃과 부딪힌 검의 경로를 바꾼다. 그것만으로도 헬파이어의 불꽃이 그 경로를 따라 월검향을 스쳐 뒤로 날아갔고,
이에 월검향은 손아귀에 피가 나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발걸음을 내딛었다.
앞으로 저 괴물의 목숨을 끊기까지는 얼마 안 남았다.
“이 자식이이이이이!!!!!!”
그걸 막으려는 듯이 괴물이 다른 팔을 월검향을 향해 뻗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과 함께 괴물의 옆으로 빛과 함께 나타난 람히르의 모습이 월검향의 두 눈에 들어왔고,
곧 그녀가 빠르게 괴물의 다리를 절단 냈다.
“크아아아아악!!!”
순식간에 괴물의 무게중심이 바뀐다.
그와 동시에 월검향을 향해 휘둘려졌던 팔은 한없이 다른 방향을 향해 휘둘려졌고.
이에 월검향은 그 괴물의 팔에 떨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달리면서도,
괴물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렸다.
서걱!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 푸른 도신이 휘둘려졌고,
곧 월검향은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자. 미련 없이 팔에서 뛰어내려 굴렸다.
“크윽.”
온몸의 상처가 잠시 구른 것만으로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통증.
그 통증을 뒤로 한 체 월검향의 뒤에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육체가 땅에 쓰려지는 것이 느껴졌고,
곧 월검향의 곁으로 그 괴물의 머리가 굴려서 멈추어 섰다.
“....휴우. 끝난 건가.”
괴물의 머리가 바로 앞에 멈추어진 것이 보였다.
이걸로... 된 거겠지. 람히르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이 보였다.
“음?”
그곳에 있는 것은 안도감. 그러나 그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
경악으로 가득 차는 것이 월검향의 두 눈에 들어왔다.
그 직후. 월검향은 본능적으로 등 뒤를 돌았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하였다.
퍼어어억!!!
등 뒤로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월검향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그대로 벽에 부딪혔다.
이에 월검향은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목을 잘랐다고 내가 죽을 거라 생각했느냐?
불완전한 존재들아? 내가. 너희처럼 형태가 고정된 존재인줄 알았더냐?
어리석은 놈들. 너희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지어라!”
“..환장하겠군.”
잘려나간 목을 목 없는 몸이 줍더니, 그대로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태연하게 꽂아 넣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것을 람히르가 막으려 듯이 그것의 옆으로 빛과 함께 나타나 검을 휘둘렸지만.
그녀의 검은 ‘이름 없는 자’가 태연히 자신의 목을 넣으면서,
람히르의 목이 붙잡히고는 벽에 박히는 순간에 땅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애송이 천족아. 내가 너희 천족과 한두 번 놀아봤을 거라 생각하느냐?
너희의 전투방식은 아주 잘 알지.”
“람히르!!!!”
그와 함께 괴물의 손은 그대로 람히르의 배를 뚫었다.
그에 괴물의 손을 타고 검붉은 피가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모습이 월검향의 눈에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월검향의 외침에 괴물을 키득거리면서 그를 향해 그녀를 던졌다.
그녀의 육체가 땅을 굴려 월검향의 옆에 내던져졌다.
“쉽게 죽게 하진 않을 거야. 그녀는 고통 속에서 죽을 테니까. 키득!”
“이.....”
그는 괴물의 말에 이를 갈면서도 람히르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상태가 우선이었다.
그리고는 람히르의 배의 상처에 절망감을 느꼈다.
“아......아....”
천사의 육체가 인간과는 얼마나 다른지는 몰랐지만.
중상인지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의식을 잃었는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으득...
다시 한 번 네메시스 때처럼 생명을 불태운다. 그러나 곧 그런 그의 시도는 무효로 돌아갔고,
월검향은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의 생명은 네메시스가 블러드 토너먼트 때 나눠준 것.
애초에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그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법을.... 찾아야.... 그녀를 살릴...’
수많은 생각이 요동치고 그를 바라보는 괴물의 키득거림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곧 월검향은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불로장생의 묘약....’
분명히 네메시스는 그것은 내공과 체력을 회복시켜준다고 하였다. 그거를 람히르에게 마시게 한다면...
이에 월검향을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고 곧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괴물의 팔에 꽂혀있는 네메시스가 주었던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앞의 괴물이 이곳의 괴물들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붙어있는 거겠지.
이에 월검향은 서서히 검을 들어 일어섰다.
“호오. 아직도 대항할 생각인가? 그 후들거리는 다리로? 키드드득.”
조롱어린 괴물의 저주어린 말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그것은 월검향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할 일은 오직 하나 뿐이니까. 저 괴물에게서 불로장생의 묘약을 뽑아낸다.
스르륵!
검을 든다. 하지만 달려서 휘두르기에는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
그렇다면 월검향의 행동은 하나였다. 검에 모든 힘을 담아. 그대로 괴물을 향해 내던졌다.
“무슨!?”
피이이이이잇!!!!!!
당황하는 괴물의 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는 검의 울음이 채웠다.
그리고 곧. 그건 막으려 듯이 두 팔을 십자로 방어하던 괴물의 두 팔과 몸체를 꿰뚫고는,
그대로 괴물과 함께 벽에 박혔다.
“크아아아아악! 이 벌레자식이!!!!!”
괴물의 비명이 통로를 메아리친다. 월검향은 그런 괴물을 향해 천천히.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으며 다친 몸을 이끌었고 이에 ‘이름 없는 자’는 자신의 몸에 박힌 검을 부수려 듯이,
두 팔을 움직이려했지만. 곧 그대로 고정된 채로 움직여지지 않자 의아함을 드러냈다.
“어라? 이거 왜 안 부셔져?”
“이것은 받아가마. 괴물.”
그대로 괴물의 팔에서 살점과 함께 불로장생의 묘약을 뽑아냈다.
이에 월검향은 그것의 주위의 살점을 인상을 구기며,
뜯어내고는 힘을 짜내 람히르를 향해 되돌아갔다.
“크윽.”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 순간 망가져도 상관없다고 월검향은 생각했다. 오직 람히르만... 람히르만은...
“이건 왜 안 부셔지는가했더니 문스톤으로 만든 루나잖아! 크아악! 제기랄!”
쓰러진 그녀를 향해 도달했다. 붉은 피가 그녀의 옷을 적시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월검향은 그녀의 곁에 주저앉더니 그녀의 머리를 살짝 들어 올리고는 그녀의 입 안으로 그것을 부어넣었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이 월검향의 두 눈에 들어왔다.
“...람히르.”
“크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자식이! 이런 꼼수를!”
괴물의 외침에 월검향은 람히르에게서 시선을 떼어 그것을 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람히르가 치유된다고 해도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야 했다.
이에 월검향은 곧 몸을 어떻게든 일으키려고 했지만.
곧 힘조차 들어가지 않자. 절망했다.
“제길... 제길 조금만 더...”
우지지지직!
‘이름 없는 자’가 자신을 몸을 벽에 박은 검을 무시 한 체 몸을 빼내는 것이 보였다.
이에 괴물의 몸속에 있는 것은 지상에 흘려 내렸지만.
괴물은 상관없는 듯이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아주 잘 맞았다. 이 빌어먹을 인간아. 내 순대를 빠져나오게 하다니. 죽을 준비는 됐겠지?”
괴물이 서서히 다가온다. 이에 월검향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그를 배신하였다.
“음?”
일어나려는 그의 시야로 두 개의 날개가 펼쳐졌다.
이에 월검향은 그녀가 다시 깨어남에 안도하면서 소리쳤다.
“어서 여길 피해야!”
“쉿.”
“....?”
“잠시 처리하고 올께요. 이야기는 다음에~.”
“람히르. 그게 무슨!?”
람히르의 태평스런 말에 월검향은 그렇게 말했지만.
곧 그녀가 그의 뒤에서 서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금발이 서서히 끝에서부터 은백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녀의 백색 날개도 함께... 물감이 번지는 듯이 은백색이 채워나갔다...
마치 시공간을 쓰던 네메시스의 자식인 헤카테처럼...
“.....설마.”
월검향은 혹시나 해서 자신의 손에 있던 불로장생의 묘약을 보았고,
곧 병의 일부가 저 괴물의 살점처럼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검은 색 무언가’도...
“.......”
네메시스의 ‘검은 피’에 천사가 오염되었다.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월검향은 몰랐다. 이 순간. 람히르란 천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로 변화해 버렸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