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제 108화 낚시하는 고블린킹1
드린랜드의 숲에 있는 한 호수.
그곳은 인간이나 기타 종족들이 살아가는 거주지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었고,
드래곤에서 파생한 종족 중 하나인 와이번이 먹이를 찾아.
가끔씩 그곳을 지나가기 때문에 물을 마실 때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가 있다.
“흐음~!”
하지만 그 장소에서 현재 어째서인지 로브로 몸을 가린 채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낚시를 즐기는 이가 있었다.
촤악!
그 순간. 수면이 흔들리더니 찌가 움직였고,
이에 낚시하던 그 남자는 빠르게 끌어올림과 동시에 자신의 옆에 있는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뭐야? 배스잖아.... 이런... 이곳이 1세계라는 걸 잊고 있었군....”
그리고 올라온 것은 배스라 불리는 작은 물고기.
언제까지나 현재 낚시를 즐기는 고블린킹의 기준으로 작은 거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대어라 칭할 정도의 크기였다.
고블린킹은 저런 물고기에 긴장했음을 자조적으로 미소 짓고는,
곧 이곳이 4세계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정상적인 세계라면 수 십 미터짜리 크기의 괴물 물고기가 호수 밑을 돌아다닐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는 곧 자신의 옆에 있던 4세계에서 이곳으로 넘어올 때 챙겨두었던 아이스박스에 집어넣었다.
그곳에는 이미 그가 잡은 듯한 많은 물고기가 있었고,
또 다른 물고기가 들어오자 몇 몇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가 그 안에서 퍼덕였다.
그것들을 보면서 고블린킹은 오늘의 식사거리를 모두 모았음을 느꼈지만.
어차피 낚시는 개인 취미이기 때문에 더 잡기로 생각하면서 찌를 던졌다.
찌가 물 위에 떠오르는 것을 보며 고블린킹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한때 이곳이 인간들의 수도라고 생각하니 믿겨지지 않는군.”
그렇게 혀를 차면서 주위를 둘려본다. 긴 세월동안 풍경이 좀 변하기 했지만 이곳의 호수만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것 뿐. 고블린킹이 예전에 기억하던 이곳은 더 이상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흥!”
자신은 더 이상 그때의 인간이 아니다.
그저 고블린이란 종족으로서 4세계 괴물이며 4세계를 지탱하는 666의 괴물 중 하나였다.
그가 이곳을 찾은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잘 안다.
인간이 만든 국가 따위가 수 천 년의 세월을 버틴다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묘한 감흥이 남아. 계속 이곳으로 오게 되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부스럭!
“음?”
그의 뒤의 풀숲이 움직이는 소리. 그것은 매우 희미했지만,
고블린킹의 귀는 그걸 듣고는 움직였고.
그 순간. 그는 숙련된 움직임으로 창을 빼 들고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가 그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에 그는 경계했지만 곧 발걸음이 가볍고 이곳이 1세계란 것을 인식하고는 다시 창을 내려놓았다.
이곳은 1세계. 웬만한 존재라면 자신의 창이 없어도 맨손전투만으로도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앗!? 아..안녕하세요?”
“...인간?”
그리고 그곳에서 튀어나온 것은 한 소년. 그는 막 청년이 되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아직 앳된 모습이었고 어깨에는 양 끝에 물통이 달린 물을 나를 때 사용하는 지게가 있었다.
아마 소년의 형색을 보니 이곳 근처 마을에서 물을 뜨러온 인간인 것 같았다.
이에 고블린킹은 로브를 깊게 눌러써 얼굴이 보이지 않기를 조심하면서도 물었다.
“여기에 무슨 일이지?”
“그. 부모님께서 앞으로 저도 일을 배워야한다고.
물을 뜨러오라고 해서 물을 뜨러왔습니다!
근데 아저씨는 여기에 왜 있죠?”
“낚시.”
고블린킹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몸이 가리고 있던 낚시대와 기타 등등을 보여주었고 이에 소년은 끄덕였다.
“우와.... 담도 크셔라.. 여긴 와이번이 가끔 지나다니는데. 위험할 텐데.”
“드래곤이면 몰라도 와이번은 그다지.”
몇 시간 전에 자신을 향해 덮쳐온 한 마리를 이미 회쳐버린 고블린킹이였기 때문에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애초에 천 년 전에 용의 여왕이 이끄는 드래곤들과도 맞선 그였다.
그런데 저런 도마뱀에게 자신이 위험할 리가?
이에 고블린킹은 소년이 곧 물을 뜨고 갈 것을 생각하고는 다시 낚시대 앞으로 앉았다.
“......저기요?”
“.......”
“저기...아저씨?”
“고기 도망간다. 조용히.”
“....네”
어색한 침묵이 그들 사이로 흐르고,
소년은 물을 다 담고도 돌아가지 않은 채.
그의 옆에 앉아서 구경했다.
곧 고블린킹은 또 다른 물고기를 잡고는 옆의 아이스박스에 집어넣고도 아직도 곁에 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안 가냐?”
“.....그게...”
“?”
“우리 어디선가 본 적이 없나요? 왠지 친근해서..”
로브라 얼굴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소년은 그렇게 물었고 고블린킹은 소년의 말에 표정을 구기더니,
곧 호수 저편 돌아다니는 그림자들을 가리켰다.
“그런 적은 없으니까. 돌아가. 네 말대로 저쪽 와이번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니까.”
멀리 있기 때문일까?
작은 도마뱀으로 보이는 것들이 수면 위를 비행하면서,
가끔 수면 아래로 내려가 물고기를 물고는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소년은 안색을 굳히더니 끄덕였고 고블린킹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안 돌아가도 되요? 여긴 위험할 텐데..”
“....괜찮다니까. 어서 돌아가.”
어지간히 오지랖이 넓은 청년이라고 고블린킹은 생각하면서 손을 내저었고.
이에 소년은 끄덕이면서도 망설이면서 몇 번 뒤돌아보더니 곧 그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소년은 다음날. 다시 그를 찾았다.
“.....또 왔냐?”
“네! 아침 식사도 못 했을 텐데. 자아. 받아요!”
소년은 다시 만난 고블린킹에게 밝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더니,
곧 품속에서 자신이 먹던 아침을 가져왔는지 빵을 꺼냈다.
검은 색의. 발효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저질품질의 빵.
아마도 소년의 집이 그다지 유복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이에 고블린킹은 그것을 침묵하면서 보더니 곧 그걸 받아들이고는 한입 물었다.
딱딱하다. 소금조차 사용하지 않는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맛.
이에 고블린킹은 조용히 속으로 한숨 쉬었다. 2세계나 4세계로만 가도 이런 품질의 빵은 취급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곳의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그곳으로 가면 널려 있었고,
하다못해 3세계 또한 물자는 부족하진 않았다.
그런데 1세계는 하다못해 소금조차 부족한지 짠맛조차 느껴지지 않다니.
고블린킹은 조용히 자신의 아공간에서 통조림을 꺼냈다.
“옆에 와봐. 나도 대접할 테니.
조금 더 늦게 왔으면 물고기라도 구워줄 텐데. 시간이 없으니 이걸로 때우도록 하지.”
고블린킹은 그렇게 말하면서 몇 개 통조림을 좀 더 꺼내더니 물었다.
“참치 있고 닭고기 있고.... 케비어... 음. 이것 좀 비싸지만.
상관없지. 그래. 빵 통조림도 있네. 망할 문어 같으니. 소년. 어떤 것이 좋아?”
“?”
소년은 고블린킹이 들고 있는 것을 보면서 호기심어린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그건 뭐죠?”
“......아니. 물은 내가 잘못이군. 그냥 다 까도록 할게.”
소년의 순진무구한 표정에 고블린킹은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곧 자신의 손톱으로 깔끔하게 윗부분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우와 손톱 무지 길어요. 내 엄마보다 길다니.
마치 아저씨는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몬스터 같은 느낌?”
“....몬스터는 없어. 전부 같은 생명일 뿐이야. 다만 진짜 ‘괴물’만이 존재할 뿐이지.”
고블린킹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침내 다 깠는지 전부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곧 소년은 내용물을 맛보고는 눈을 크게 뜨더니 외쳤다.
“와...!! 엄청 맛있어요!! 이건.....”
“안 뺏으니까. 다 먹기나 해. 체하지 않게 조심하고.
너희 종족은 성장기 때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니까.”
잠시 뒤 소년은 모든 통조림을 비워내고는 배부른 듯이 배를 잡으며 트림을 했고,
그 모습을 보고는 고블린킹도 로브 속에서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이 귀한 것을 주다니... 당신 좋은 인간이군요!”
“귀한 것은 그 속에 있던 내 한 달 월급짜리 ‘알마스 캐비어(Almas)’뿐이다만. 신경 쓰지 마.”
이에 고블린킹은 로브 속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는 김에 준 거였지만. 저것은 2세계로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와 몰래 갔다 와서 산 걸로,
경매로 그 달 월급을 모두 탕지해서 사들인 거였다.
그것도 무려 3kg에 5만 유로(한화 대략 6600만원...)짜리의 최고급 중 최고급.
4세계와 환전율을 따지면 그 가치는 더더욱 올라간다.
그래도 다행힌 점은 저것을 담은 캔의 나머지는 그의 아공간에 꿍쳐져 있었다.
이에 소년은 미안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소년에게는 무언가 엄청 비싼 물건으로 들렸을 것이다.
“죄.. 죄송해요. 으으... 그 귀한 것을 먹어버려서.”
“상관없어.”
고블린킹은 그 말과 함께 소년이 버린 캔을 모두 손으로 집어 그대로 찌그렸고,
곧 작은 공 모양이 되자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낚시대를 잡았다.
오늘도 자신의 취미생활을 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네메시스의 개인명령이 없는 이상 뭘 하든 4세계 괴물 자기 마음대로였다.
다만 거기에 책임만 지면 될 뿐.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있는 법이니 그것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았다.
“.....안 가냐?”
“오늘은 낚시하는 거 구경하러 왔어요.”
“...그러든지.”
그리고는 고블린킹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옆에 앉는다.
이에 고블린킹은 옆에 앉는 그를 보고는 로브를 좀 더 깊숙이 내렸고,
곧 소년은 그것이 이상한지 그를 향해 물었다.
“...안 더워요? 아무리 곧 가을이라지만 그렇게 눌러쓰면 더울 것 같은데.”
“......”
“더울 텐데. 벗어 봐요.”
“놀랄 거다.”
“안 놀라요.”
“........후회하지마라.”
“후회 안 해요.”
“.........나참.”
소년이 눈을 빛내며 계속 물어오자 소년의 설득도 있었지만.
고블린킹은 실제로도 덮기도 했기 때문에 로브를 내렸다. 이에 소년은 깜짝 놀랐는지 뒤로 넘어졌다.
“꺄앗? 몬스터?!”
“고블린이야. 고블린. 임마. 고블린 처음 봐?”
고블린킹은 소년의 반응 같은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닌지 한숨 쉬면서 찌를 띄웠다.
잠시 뒤. 소년은 진정했는지 다가왔다.
“......왜?”
“...이상하게 이 모습이 더 친근해서요. 이상하네요..
분명 이렇게 큰 고블린은 처음 보았을 텐데. 이상하게 아저씨는 친근해요.”
“흥! .....기분 탓일 거다.”
이에 고블린킹은 애써 표정을 유지한 체 낚시대를 잡았고,
고블린킹도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었는지.
낚시대를 잡은 그의 손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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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날이야기 한번 해볼까?
4세계 괴물들과 주신들의 전쟁인 ‘천 년 전 전쟁’보다도 더 옛날.
아니. 4세계가 만들어지진 얼마 안 될 정도의 매우 오래 된 과거.
그리고 현재는 고블린킹이라고 불리는 666의 괴물이 한때 1세계에 살아갔던 인간이었던 이야기를.....
당시 1세계에는 인간들의 문명이 생겨나고 각기 다른 나라를 세우고,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룬지. 수 백 년.
그들의 각기 다른 나라는 서로 부딪히고 하나하나씩 통합되어 갔으며 또 내분으로 분열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림랜드 역사상 단 한 번. 모든 인간의 국가가 하나로 통일이 되었고.
그 결과. 하나의 제국으로 뭉치게 하는 데에 성공한 이가 있었다.
그때의 제국이라고 불리는 곳의 왕은 모든 통일 전쟁의 최전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였으며,
그가 나설 때마다 하나의 국가가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 결국 모든 인간들의 나라가 마침내 하나가 된 날.
모든 인간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앞으로도 그리고 미래에도 없을 인간들의 ‘황제’라고.
그리고 그에겐 하나 뿐인 혈육이 있었으니..
“아! 몰라! 복잡한 정치 같은 것은 난 잘 모른다고!!!!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이 창으로 전장에 서는 것뿐이야!! 그러니 네가 황제를 하면 좋을 텐데...”
“...형님. 그 말은 간신들 앞에선 하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제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난 널 믿으니까.”
“......형님.”
이에 그의 동생은 걱정한 듯이 말했지만, 그 모습을 본 황제는 키득거릴 뿐이었다.
어째서 황제라 불리는 이가 자신의 권력을 찬탈할지도 모르는 동생을 살려두다 못해.
곁에 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세간의 추측으로는 그들이 서로를 믿기 때문이라고만 추측할 뿐이었다.
“이봐! 동생아. 황제가 되고 싶으면 말해. 언제라도 이 자리를 넘겨줄 테니까.”
“...하아! 필요 없습니다. 인간들의 황제는 형님뿐 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들이 만든 제국을 번영시키며 발전시켜 가던 어느 날.
‘황제’라 불리는 이의 운명을 뿌리 채로 바꾼 일은 소리 없이 시작되었다.
급하게 황제의 방으로 그의 동생이 들어오더니 외쳤다.
“형님. 소식입니다! 4명의 영주가 우리 쪽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즉시 자기들 쪽으로 병력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4명이나? 다른 영주들이 짠 함정일 가능성은?”
“제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딱히 그럴 기미(반란 및 쿠데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각각의 영주들의 위치가 이 드림랜드의 양 끝.
동서남북으로 끝에 있는 권력에서 밀려난 영주들의 구석진 영지입니다.”
“......이상하군. 내용은 어떤데?”
“....그게. 몬스터라고 합니다.”
“하? 영주란 자들이 겨우 몬스터를 처리 못해서 도움을 요청한다고? 그것들 제정신이야?”
“....일단은 읽어보겠습니다. 하나는 북쪽에 출현한 거대한 도마뱀 형상의 날개를 가진 존재인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힘’으로 영주가 있던 성채를 반파. 영주는 다행히도 도주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하...! 와이번이겠지.”
“좀 더 들어보시죠. 형님. 그리고 남쪽은 형상은 개의 모습의 몬스터라고 하는데.
스스로를 요괴 ‘혼돈’이라며 외치면서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은 먹어치우면서 초토화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눈도 코도 심지어 귀도 없는 괴생물체인데.
그쪽 영주의 병사들은 전멸. 이곳의 영주는 자신의 아내조차 미처 도망치지 못한 채로 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쪽은 스스로 ‘적천사 루시퍼’라 불리는 붉은 날개 달린 인간형태의 몬스터가,
문자 그대로 마을하나를 흔적조차 없이 지웠다고 하면서.
서쪽은 스스로 ‘벨제부브’라고 칭하는 귀가 뾰족한 소녀 모습의 존재가 지나가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죽였다고 보고서에....”
“개 형태의 몬스터? 게다가 날개 달린 놈은 하피겠지. 귀 뾰족한 놈이라고 하면 엘프겠고.
그것조차 해결 못하다니 뭐. 어지간히 얼간이들 같으니. 일단 그것들에게 알겠다고 해.”
“....다른 영주랑 공모해서 우리 병력들을 끌어내릴 생각은 아닐까요?”
동생의 물음에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짓더니 자신의 애창을 어깨에 걸치고는 지나가는 듯이 말했다.
“그리폰 기사단만을 데리고 나 홀로 처리하겠다.”
“...하..하지만 형님. 그건 좀 위험..”
“내 실력을 못 믿는 거니? 동생아?”
“.......”
자신의 형제이자 이 대륙의 유일한 황제인 그의 실력은 잘 알고 있다.
인간이란 종이 본래 각기 다른 나라로 나뉘었는데.
전쟁터에서 자신의 군대만을 이끌고 그것들을 몇 년 만에 모두 통일한 존재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혈육으로서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형님. 그럴 거면 기사단만...”
“그러다가 진짜 너의 말대로 함정이면?
내가 그곳에 가서 당한다고 해도, 제국은 네가 운영해가면 되지만.
기사단이 그곳에 가서 전멸하면 우리가 만든 제국은 우리의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얼간이 영주들로 인해서.
다시 수십 갈래로 찢겨지겠지. 나는 그 꼴만은 죽어도 보기 싫다.”
“하지만 형님이 당하셔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내 실력은 인간이란 종에서 최고다. 그런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
“.....딱히 인간에게 죽을 거라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난 반드시 돌아온다. 동생아. 넌 날 믿고 기다려.
만약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네가 황제가 되어 이 제국을 성장시켜라.”
“.......알겠습니다. 하지만 꼭 돌아오실 거죠? 형님.”
“그래. 당연하잖아. 일단 오랜만에 와이번 사냥이나 할 겸. 북쪽부터 갔다 오마.”
그때는 황제라 불린 이의 머릿속에는 그저 새로운 자극에 미소 지었을 뿐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 있기 때문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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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황제가 타고 있던 그리폰의 몸통이 거대한 파충류 형태의 꼬리에 후려쳐져 튕겨나간다.
이에 공중으로 그의 육체는 튕겨나갔고 곧 기수 없는 그리폰이 그의 밑으로 날아와 황제를 받아냈다.
“괜찮으십니까!”
“너흰 전투에 집중해! 젠장! 또 저 괴상한 것이 온다. 피해!”
눈앞에 거대한 파충류가 숨을 들이켜 배를 불리자.
황제는 표정을 구기면서도 그리폰을 재촉해 움직였고,
그 위를 거대한 마력이 담긴 드래곤의 브레스가 지나쳐갔다.
[하하하하. 어리석은 놈들! 너희가 그 잡것들을 탄다고 날 이길 것 같아?]
“젠장! 저 미친 생물체는 대체 뭐야! 너무 강하잖아!
게다가 말까지 하다니. 저건 와이번이 아니잖아?”
[그딴 도마뱀과 우리를 비교하지 마라. 난 8주신 중 하나인 마나의 주신님의 직계다. 어리석은 필멸자야!]
그와 함께 드래곤의 주위로 수많은 마법진이 펼쳐진다.
이에 황제는 옆에 날고 있던 그리폰 기사단들을 향해 외쳤다.
“고도를 낮춰! 또 무언가 크윽!?”
거대한 충격파가 용의 주위로 퍼져나가고 거기에 닿은 그리폰들이 맥을 못 추고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이에 상당수 기사들은 지상에 부딪혀 굴렸고 그것은 황제라 불린 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굴려가던 중 창을 땅에 박아 몸을 고정시키더니, 공중 위의 존재를 보고 외쳤다.
“어째서 우리를 죽이려는 거냐! 이 빌어먹을 도마뱀아!”
[흐흐흐흐. 어째서라니 재미있는 말이군. 창조주님이 만든 세계를 좀 먹어가는 벌레들아.
너희는 존재만으로 ‘죄’다. 너희의 작은 머리로는 죽는 그 순간에도 깨닫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흐흐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존재만으로 죄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만 이에 황제는 앞의 도마뱀을 어떻게든 죽여야겠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지금 당장 그리폰 타고 조지러 갈 테니까. 이 빌어먹을 놈아!”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미친 자식이! 그래. 그리폰을 타고 어디 올라와 보거라. 기다려주지. 흐흐흐흐]
“황제님 이것을!”
충격파를 피했던 그리폰이 내려앉고 그 위를 타고 있던 이름 모를 기사를 내려서 황제에게 양보하였다.
이에 그는 곧바로 타고는 하늘 위의 상대를 향해 치솟았다.
“간다!!! 도마뱀아!”
까닥까닥!
인간의 반항이 귀엽게나 보인 건가? 오만하게 올라오길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에 황제는 미소 지었다. 올라오기 전에 저 도마뱀이 마법이란 것을 쓰면 몰라도.
이미 올라왔을 때면 달랐다.
[자. 이제 다시 내려갈 시간이다!]
“흐음!”
거대한 꼬리가 다시 한 번 휘둘려졌다. 아까 전의 그가 탔던 그리폰을 즉사시켰던 일격.
이에 황제는 미련 없이 자신이 타고 있던 그리폰에서 뛰어내리더니 휘둘려지고 있던 드래곤의 꼬리를 붙잡았고,
그 순간.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속도가 그를 사로잡았지만.
드래곤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떨어져가는 그리폰을 보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은 아직 자신이 저 그리폰에 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을 찾고 있겠지.
그리고 곧 그것이 그에겐 기회였다.
드래곤이 자신이 찾는 듯이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고개만을 움직이고 있을 때.
황제는 꼬리를 타고 그 등에 올랐다.
“뒤져라! 이 빌어먹을 놈!!!”
채앵!
창을 그대로 목 뒤를 향해 내리꽂는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차가운 금속음 뿐.
그제야 드래곤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의 등 뒤에 누군가가 있음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오! 벌레가 어디 갔나 했더니 등에 붙어있었군! 이거 놀라운 걸?]
“이 빌어먹을 자식. 왜 이렇게 튼튼해!?”
그의 외침과 함께 드래곤이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켰고,
이에 황제가 어떻게든 잡으려고 했지만.
차갑고 매끄러운 드래곤의 피부에는 잡을 곳 따위가 없어 그대로 추락할 뿐이었다.
“큭! 웃기지 마!”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동시에 드래곤을 향해 자신의 애창을 던졌다.
그가 노린 곳은 단단한 비늘에 비해 얇은 피막으로 된 날개.
그의 생각대로 그것은 그대로 드래곤의 날개를 뚫었고 이에 황제는 외쳤다.
“내가 쉽게 뒤질 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빌어먹을 도마뱀아아아아아아!!!!!”
창의 끝. 그곳에 하얀 실로 보이는 것이 황제의 손까지 연결되어있었고,
이에 그는 그걸 잡아당겨 튕겨 오르는 듯이 그의 몸이 치솟는다.
그 실은 신축성이 좋은 한 거미형태의 몬스터에게서 뽑아낸 실이었다.
본래 용도는 그 혼자서 창 한 자루로 성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달아 둔 거였지만.
이때 요기하게 쓸 수 있음을 황제는 감사하게 여기며 신속하게 올라왔다.
[이 자식? 감히 나의 아름다운 날개에?!]
창을 빠르게 회수하고 몸을 날개 위로 피했다.
그 순간. 드래곤의 앞발이 아까 그가 서있던 곳을 지나쳤고,
이에 황제는 창끝을 아래로 향한 체. 위로 올리고는 소리쳤다.
“어디 네가 죽나. 내가 죽나 보자. 개자식아!”
그리고는 그대로 드래곤의 몸통과 날개를 연결하는 부분을 찌르고는 그대로 내리그었고,
이로 인해 날개가 순식간에 거의 잘리자 드래곤의 거대한 육체가 지상을 향해 추락해갔다.
[이 미친놈아!!!!!!!]
쿠우우우우웅!!!
그들이 떨어진 숲에서 부서진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사방으로 튕겨진다.
이에 나뭇잎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시야를 어지럽혔고,
곧 정신을 차린 드래곤은 주위를 둘려보며 자신을 지상으로 추락시킨 미친놈을 찾았다.
[대체 어디로 숨은 거지?]
“나 찾아?”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머리 위.
이에 드래곤은 앞발을 들어 머리 위의 쓸어내려했지만 황제의 행동이 빨랐다.
그대로 창을 눈을 향해 찔러 넣은 거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사방을 향해 마법을 난사한다.
이에 황제는 이번 일격에 죽이지 못함을 아까워하면서도.
빠르게 나무들을 방패로 몸을 숨겼고,
잠시 뒤 잠잠해지자. 몰래 드래곤을 보았다.
“이런 젠장.....!”
그가 찌른 눈에 빛이 모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하자 황제는 욕하면서 속으로는 생각했다.
‘젠장!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한 거지? 상처를 한순간에 회복하다니.
저런 것은 황제로 살면서 듣도 보도 못했다고 저 종족은 사기야.
젠장. 저걸 백성들에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려만. 제길....’
[어디 있냐! 이 빌어먹을 놈아! 네 자식의 눈을 내 앞발로 파버리겠어!!! <탐색>!]
또 무언가를 하려는 듯이 드래곤의 몸 주위로 무언가 마법진이 쳐지더니,
곧 그곳에서 나온 빛은 황제를 가리켰고.
그 방향을 향해 드래곤은 다시 공기를 흡입하고는 브레스를 그곳을 향해 내뿜었다.
‘이런 젠장 할! 저런 것도 해? 아주 다재다능하군. 망할 도마뱀.’
숲속을 내달린다. 그리고 그 뒤를 거대한 불꽃이 휘감았고 이에 숲에 불길이 번져나간다.
곧 회색빛 연기가 주위를 채우자. 드래곤은 그곳의 열기 따윈 상관없는 듯이 그곳을 걸어가며 외쳤다.
[흐흐흐흐. 네가 살아있다는 건 안다. 어디 있니? 이 나와 놀자구나. 으흐흐흐. [탐색]!]
그의 주위에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곧 그곳에서 나온 빛이 연기에 가려져 있는 자신의 앞을 가리킨다.
아무래도 앞의 멍청한 필멸자는 연기를 통해 몰래 도망갈 생각이지.
이에 드래곤은 키득거리면서 다시 공기를 들이키더니 그곳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하하하하하. 얼마든지 피해 보거라. 몇 번이든 구워주마. 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이상한 것을 느꼈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나 브레스를 내뿜는데 왜 마법진은 계속 자신의 앞을 가리키는 거지?
대상이 죽었다면 사라질 텐데?
그렇다면 아직도 살아있는 건가?
이 열기 속에서? 인간 따위가?
그 의문은 곧 자신의 발밑으로 연기를 뚫고 튀어나온 황제의 모습에 해소되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백색의 무언가가 황제의 주위로 둘려진 채로 보호하고 있었다.
[...그 창은 마법 아이템?]
1세계에 저런 것이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마나조차 제대로 태동하지 못한 세계에 마법이라니?
애초에 그것은 3세계의 전유물일 텐데?
여기서 드래곤이 몰랐던 사실은 신들의 회의 장소가 1세계였으며,
이로 인해 마나의 주신 이세리아가 방문 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드림랜드에 흘린 마나가 상당한 양이였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드림랜드에는 미약하지만 낮은 수준의 마법은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정도로 모였다는 거였고,
그로 인해 마법 담긴 무기나 물건들이 부적으로서 알기 모르게 필멸자 사이에 유통되고 있었던 점이었다.
그리고 황제가 들고 있던 창도 그런 종류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마법무구였다.
[흥!]
브레스를 내뿜고 있던 입을 밑의 황제를 향해 돌리는 드래곤의 것과,
황제가 용의 앞다리를 내달리면서 올라가 창을 찌르는 것은 동시였다.
그리고 한 순간.
푸욱!!!!
황제를 보호하고 있던 창의 보호막은 용의 숨결에 빠르게 깨져갔지만,
그것이 완전히 깨지기 전에 황제가 드래곤의 입 안으로 들어가 창을 입의 천장에 박아 넣었다.
[커......커어어억.....]
쿠우우우우웅!!!!
황제의 창이 드래곤의 뇌를 정확히 관통.
곧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는 입 안에 수많은 피를 흘리며 지상에 쓰러졌고.
잠시 뒤. 황제를 따르던 그리폰 기사단이 도착했을 때.
볼 수 있던 것은 드래곤 입에서 서서히 기어 나오고 있던 피 범벅된 황제의 모습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황제님!”
“아아! 괜찮아. 젠장 할 자식. 왕가의 보물을 쓰게 만들다니.”
황제는 그 말과 함께 손아귀의 창을 보았다. 나름 왕가의 보물로서 내려온 물건이자.
많은 전투를 함께 하면서 마음이 맞았던 친구로 느껴졌던 자신의 창이 이번 전투로 완전히 깨져있었다.
그만큼 앞의 존재가 강했기 때문이겠지.
이에 황제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이렇게 강한 종족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지?
게다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것만으로 ‘죄’라니 이건 무슨 뜻일까?
“....아악!!!”
촤악!
그가 사색에서 깬 것은 기사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후였다.
“음?”
어린 소년처럼 보였다. 검은색 양복에 갈색의 피부가 인상적인 소년.
그 소년은 이곳의 열기가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이곳에 걸어오더니,
앞을 막던 기사의 목을 수도로 잘려냈다.
그가 서서히 이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