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주고 병원도 데려가 주고, 그래서 보답하려고 한번 자 준 건가?
너네 동네 사내새끼들이랑 다르게 좀 잘해 주니까 고마워서?”
좌천되어 온 시골에서 엮이면 안 되는 여자와 엮였다.
가까이하면 탈 나는 존재인 줄 알면서도 눈길이 갔고, 의식했고, 자 버렸다.
부모 없고 돈 없고 자존감 없는 안윤아, 그럼에도 환장하게 예쁜 안윤아와.
그녀는 태서가 휘두르기 좋은 상대였다.
온갖 막말에도 하얗게 질리기만 할 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백만 원 주면 한번 해 주기도 하겠다? 골 볐어? 아니면 미쳤나?”
하지만 언제부턴가, 안윤아가 변했다.
“나한테 예의를 갖춰요.”
순해 빠진 여자가 맹견처럼 사납게 변하더니
급기야 태서의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의 부재가 유독 아픈 건 몸 정, 마음 정, 온갖 정이 다 들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이 들어 버려서.
“내가 잘못했어. 무릎을 꿇으라면 꿇을 테니…….”
“그럼 꿇어요.”
처음이라 소중한 줄 몰랐던 첫정.
서툴러서 더 상처 입혔던 첫정.
그 사랑의 말로(末路)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