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5화 (275/615)

275화 천마재림 (天魔再臨) (7)

넓게 펼쳐진 호수를 배경으로.

정자(亭子)에 앉아, 수염을 기른 노인과 젊은 남성이 차를 음미했다.

“천마 백중혁이 죽은 지도 벌써 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중원 무림’이라는 세상에 발을 들였을 때는, 이미 천마 백중혁의 세상이었기에 대대로 내려오는 말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알아볼수록 진실은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부족합니다. 무림의 역사는 마교가 무림을 통일하는 과정에 천마를 따르는 사람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남성이 차로 입을 적셨다.

흥미롭게 대화를 듣고 있는 노인은, 한때 천마 백중혁에 대적했던 정파 무림의 고수 중 한 명이었다.

“단 한 명. 천마 백중혁의 무력이 정파 무림을 압도했습니다. 그가 나타날 때마다 압도적인 결과를 낳았고, 소림을 무너트린 날은 확실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애초에 단 한 명의 존재를 무너트리지 못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던 것이지요. 그 사실을 인정한 정파 무림은, 후대를 위해 힘을 보존하면서부터 급격하게 무너졌습니다.”

“네 말대로다. 소림의 백팔나한이 단 한 명에게 도륙당했을 때, 우리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교의 역사상, 천(天)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는 천마 백중혁이 유일합니다. 무림 통일 또한, 그만이 이룩한 업적입니다. 천마 백중혁을 그 자리에 올린 마교의 무공. 천마신공이야말로, 천하제일의 무공인 것입니까?”

궁금했다.

천마신공.

천하제일의 무공은, 그 수식어만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노인이 웃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모호한 말을 내뱉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천의 경지에 도달한 천마 백중혁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神)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격렬했던 역사의 현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진정한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파 무림이 패배를 시인했던 그때. 천마 백중혁은 지(地)의 단계에 머무른 상태였다. 훗날, 그간의 깨달음을 발판 삼아 천의 경지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마주했던 천마 백중혁이라는 존재는 전대 천마들이 이룩했던 경지와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대답이 없었다.

남성은 말을 잃었다.

노인의 말대로라면, 무림을 정벌했던 업적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중원 무림의 역사는 압도적이었던 천마 백중혁의 존재를 기억했다.

그것은 천의 경지라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업적이 아니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노인이 말했다.

“간단한 문제다. 천마 백중혁이, 그냥 논외의 존재였다는 의미지.”

* * *

쿠르르르르릉.

먼지구름이 일었다.

무려 삼십만에 달하는 대군이 일제히 달려드는 모습은, 마주 보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광경이었다.

드미트리, 카이로 연합의 병사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전쟁을 준비하면서 이런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광경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다리가 떨렸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두려움에, 그들은 이를 악물며 눈을 부릅떴다.

눈앞에.

적들을 향해 걸어 나가는 로만 드미트리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저리도 의연한지, 흔들림 없는 그 걸음에 사람들은 복잡한 눈빛을 보였다.

로만 드미트리를 향해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로만 드미트리라 할지라도 저 많은 병력에 의해 쓸려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쟁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카이로와 드미트리의 힘만으로는, 크로노스 제국을 쓰러트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천마군림보.’

단 한 걸음.

로만 드미트리가 땅을 밟았다.

일보.

대지의 기운이 다리를 타고 올라오더니, 단전의 천마신공과 뒤얽히며 폭발적인 힘을 분출했다.

‘천마검법 중반부 일초식.’

번뜩.

검을 뻗었다.

적이 도달하기도 전에 휘두른 검에, 사람들은 로만 드미트리가 무엇을 행하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사람들을 경악에 빠트린 학살은 그때부터가 시작되었다.

검에서부터 휘몰아치는 기운이 공간을 가르더니, 아직 코앞에 다가오기도 전에 크로노스 제국의 병사들이 쓸려 나갔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수십?

아니, 수백이었다.

단 일격에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적군들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고, 맹렬하게 달려들던 적군들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로만 드미트리는 다수를 상대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마법사가 아니라, 오라 검사였다.

몸은 여전히 로만 드미트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전장에서 벌어진 광경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파앗.

콰르르르르르응.

땅을 박찼다.

로만 드미트리의 모습이 사라졌고, 다시 그 모습을 찾았을 때는 허공 위로 날아오른 상태였다.

햇빛이 반짝였다.

오라와 뒤섞이며, 절망적인 현실이 그들의 머리로 떨어졌다.

콰앙!

콰콰콰콰콰쾅!

“크악.”

“으아아아악!”

적군들이 휩쓸렸다.

시체조차 온전하지 못할 정도로 소멸(消滅)되었고, 달려들던 적들의 대열에 구멍이 생겼을 만큼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였다.

천마군림보는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 천마신공의 기와 융화하는 것을 뜻했다.

한 번의 걸음이 1의 힘을 받아들인다면, 두 번의 걸음은 2의 힘을, 세 번의 걸음은 3의 힘을 받아들였다.

고로.

탁.

두 번째 걸음.

로만 드미트리가 천마군림보를 발현해 마나를 끌어 올리자, 사람들은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천마검법 중반부 이초식.’

번뜩.

공간이 날아갔다.

날아간 대상이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만큼, 오라가 지나간 자리가 단번에 소멸되었다.

사람들이 예상한 그림과는 완전히 달랐다.

백병전이라는 것은 서로 뒤엉켜서 격렬하게 싸우는 것을 생각하는데, 로만 드미트리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천마군림보는 천마검법과 마찬가지로 형이 없다.

로만 드미트리는, 두 번째 걸음을 발현한 상태로 적들의 한복판을 파고들었다.

팟.

파파파파파팟.

피가 튀었다.

검을 어떻게 휘두르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극한의 쾌검이 적군들의 몸을 갈랐다.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어떻게든 로만 드미트리를 공격하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 댔지만, 로만 드미트리의 존재를 마주한 사람들은 의식이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아홉 번의 걸음을 모두 발현하기 위해서는 천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했다.

하지만 천마 백중혁은, 그 경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중원 무림을 정복했다.

삼보.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땅이 일어났다.

적들의 균형이 무너지며, 폭발하는 오라에 또다시 피가 흩뿌려졌다.

학살이었다.

공방을 주고받는 상식적인 대결이 아니라, 로만 드미트리가 일방적으로 적들을 도륙하는 그림이 연출되었다.

뱀포드 공작이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을 명령했을 때.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무려 삼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가는 상황을, 이런 방법으로 받아칠 줄은 몰랐다.

소림은.

중원 무림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크로노스 제국 또한 대륙을 지배할 힘을 갖추었지만, 정파 무림이 그랬듯 시대를 잘못 타고 말았다.

논외의 존재.

그게 바로 천마 백중혁이었다.

지의 경지에 도달하고 화마의 힘을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드미트리는 크로노스 제국에 대항할 힘을 갖추었다.

드미트리가 강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로만 드미트리라는 단 하나의 존재가, 이제는 단순히 영지 간의 소규모 싸움이 아니라 국가 간의 대규모 싸움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표출했다.

사보.

‘천마검법 중반부 삼초식.’

한걸음에.

그에 걸맞은 일격을.

로만 드미트리가 검을 뻗었을 때, 수백의 병사가 덧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먼지구름이 일었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구름을 뚫고 다시 걸어 나왔을 때는, 이전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삼십만 대군.

그들은 누가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거짓말처럼, 걸음을 멈추고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로만 드미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소름이 돋았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알았다.

로민 드미트리 단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사람의 목숨을 희생해야만 한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대륙의 역사에 대단한 천재들이 많았지만, 그중 단 한 명이 삼십만 대군을 압도하는 허무맹랑한 업적을 이룩한 존재는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역사적인 존재였다.

그가 행하고 있는 모든 일은,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그 누구와 비교해도 압도하는 광경을 보였다.

심장이 위축되었다.

이대로라면, 양 떼에 풀어놓은 늑대처럼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크로노스 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한니발이었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 그가 평소와는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나섰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에 크로노스의 악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전장은 그에게 놀이터와도 같은 장소였지만, 로만 드미트리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는 차마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그를 비롯한 크로노스의 기사들.

무려 수백에 달했다.

그들 모두가 오라를 발현하며, 로만 드미트리를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필사의 의지를 보였다.

로만 드미트리.

한니발과 기사들.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숨 막히는 긴장감에 모두가 숨을 죽일 그때, 한니발이 벼락같이 소리치며 오라를 폭발시켰다.

“공격해!”

“공격하라!”

콰릉.

콰르르르르르르릉.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한니발과 기사단은 애초에 ‘로만 드미트리’를 처리하기 위해 차출되었고, 압도적인 광경을 목격했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상대는 크로노스의 적이다.

황제 폐하의 명령을 받아 전장에 나선 지금, 그들에게 허락되는 선택지는 죽거나, 승리하는 것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수백 대 일.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침내 격렬한 격돌이 일어나는 순간, 크로노스 제국이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번뜩.

푸확.

“컥.”

“크악!”

비명이 들렸다.

로만 드미트리가 검을 휘두르자 크로노스 기사들의 신체가 찢겨 나갔고, 그대로 뒤얽히는 상황에서 적들의 공격은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크로노스의 기사가 머리를 공격하자 피하면서 그의 머리를 베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공격에는, 오라를 일으켜 그들을 힘으로 찍어 눌렀다.

크로노스 기사들의 얼굴이 당황으로 얼룩졌다.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공포심이 일었다.

푸확.

피가 튀었다.

찰나의 망설임은 곧바로 죽음으로 직결되었고, 로만 드미트리는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확!

콰르르르르르릉.

오라가 밀려들었다.

동료의 시체를 밟아 날아오른 크로노스 기사들은, 의도를 이루지 못하고 피를 뿜었다.

의식을 잃어 가는 그 순간에도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단 한 명의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본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콰앙!

콰콰콰콰쾅!

한니발의 오라가 폭발했다.

세간의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위력의 오라를 발현했지만, 로만 드미트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니발의 공격을 모두 막아 버렸다.

그 와중에도 크로노스의 기사들이 죽어 나갔다.

한니발의 존재감은 로만 드미트리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고, 주변의 기사들이 학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한니발은 바르보사를 압도하는 강자였지만, 로만 드미트리는 바르보사보다도 어렵지 않게 농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로서는 알 수 없는 진실이었다.

버틀러, 니콜라스 백작, 바르보사에 이르는 과정에서, 로만 드미트리는 ‘오라의 본질’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했다.

하나의 의문으로부터 비롯되었던 생각은 확신이 되었고, 그간의 경험은 적들의 강력한 무기를 완벽하게 파훼했다.

콰르르르르르르릉.

부서지는 오라.

상대가 되질 않았다.

크리스와 케빈, 그들이 절정의 오라 검사들을 상대로 ‘상식 밖’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그들이 로만 드미트리의 가르침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존재고 아니고 로만 드미트리. 앞으로, 오라 검사의 역사를 재정립할 위대한 존재.

한니발은 그제야 알았다.

로만 드미트리는.

일부러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

자신이 발악하며 공격하는 동안, 순식간에 크로노스의 기사들을 도륙해 버렸다.

베고.

베고, 또 베고.

비명을 동반한 학살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발악하던 한니발은, 어느 순간 주변에 본인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였다.

번뜩.

“크악!”

한니발이 비명을 질렀다.

세상이 무너졌다.

한니발은 다리에서부터 올라오는 통증에, 본인의 다리가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 * *

믿기지 않았다.

크로노스 랭킹 2위.

대륙 랭킹 3위.

자신은 이렇게 패배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크로노스의 악귀라고 불리는 명성이, 그간 이룩했던 업적이, 한니발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증명했다.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고통을 억누르며, 한니발은 충격으로 물든 눈으로 로만 드미트리를 올려다보았다.

“……너, 너는 대체.”

“한니발. 크로노스의 악귀. 너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서부 전선을 함락한 이후, 포로로 확보한 병사들을 매일 밤 고문하면서 악취미를 즐겼다지.”

둘의 대화.

모두가 들었다.

뱀포드 공작은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로만 드미트리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한니발과 시선을 마주쳤다.

쪼그려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전장에서 반인륜적(反人倫的)인 행위가 이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장은 그따위 것을 운운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세상이니까. 그런데, 내 사람들을 건드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누군가가 내 사람들을 고문하고 고통을 주었다면 나도 그와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고통을 선사할 것이다. 그게, 나 로만 드미트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콱.

“커헉?!”

하관을 틀어쥐었다.

손으로 이빨을 잡더니, 그대로 뽑아 버렸다.

“크악!”

비명을 질렀다.

한니발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로만 드미트리에게서 벗어나고자 발악했다.

그러자.

“가만히 있어.”

콰직.

팔을 부러트렸다.

더는 한니발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그의 애처로운 손길이 자신에게 닿지 않도록, 로만 드미트리는 양다리를 잘라 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두 팔을 모두 부러트려 버렸다.

한니발의 공포 어린 시선이 로만 드미트리에게 닿았다.

그도 악귀라고 불릴 만큼 고문을 즐겨 왔지만, 전장 한복판에서 이런 잔인한 일을 행하는 존재는 처음 보았다.

그렇게.

로만 드미트리는 이빨을 하나하나 뽑았다.

한니발이 발악하든 말든, 사람들이 공포로 물든 얼굴로 말하던 악귀의 행동을 똑같이 돌려주었다.

이 넓은 평야에.

수십만의 병사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조심했다.

마치 이 공간에 둘만 있는 것처럼, 양측의 병력은 정적에 휩싸인 채로 그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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