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화 제2차 대륙 전쟁 (9)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릉.
폭발음이 들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맥버니는 피가 차갑게 식어 가는 기분을 느꼈다.
‘별동대원 중 누군가가 죽었다는 의미겠지.’
1시간 전.
그는 별동대원들에게 마법 폭탄을 건넸다.
상부에서 거절한 이 위험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면 어떻게든 적들에게 한 방을 먹일 비장의 무기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마법 폭탄이었다.
심장에 연결된 마법 폭탄은 착용자가 죽거나 스스로 마법 폭탄을 작동시켰을 때, 심장에 있는 마나와 연계해서 폭발을 일으키도록 설정되었다.
그 말인즉.
폭발음은 죽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별동대원들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그림자들과 같이 폭발에 휩쓸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맥버니 또한.
마법 폭탄을 착용한 상태였다.
끝까지 발악하다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때는 먼저 떠나간 이들과 같은 선택을 내릴 것이다.
팟.
그림자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뒤늦게 고개를 들었을 땐.
콰르르르르르릉.
콰앙!
“크윽.”
벼락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군화를 신은 발이 바닥에 움푹 박히는 느낌이었고, 연속해서 몰아붙이는 공격에 맥버니는 황급히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그림자는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한 발 한 발 물러날 때마다 사방에서 충격이 일었고, 붉게 달아오른 맥버니의 얼굴은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였다.
콰앙!
쾅! 쾅! 쾅!
“죽어, 죽어, 죽어!”
현세에 악귀가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검은 기운으로 일렁거리는 그림자는, 살의(殺意)가 넘실거리는 눈빛으로 거칠게 따라붙었다.
역했다.
눈으로 보고 반응한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공격을 막아 냈고, 울렁거리는 속은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여유가 있다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 낼 것만 같았다.
6성 오라의 파괴력은 압도적이었다.
조금씩 일어나는 균열에, 맥버니는 이를 악물며 오라의 폭풍 속으로 몸을 던졌다.
콰르르르르르릉.
파파팟.
피가 튀었다.
살짝 스친 것만으로도, 팔 쪽의 살갗이 찢겨 나가며 고통을 선사했다.
각오한 고통이었다.
맥버니는 절묘한 공간을 파고들더니, 좌수검 특유의 변칙적인 공격 루트를 향해 검을 뻗었다.
오라가 폭발적으로 일었다. 이번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각오로, 오라의 폭풍을 정면으로 맞닥트렸다.
그러나.
히죽.
그림자가 웃었다.
그간의 훈련.
축복 계열의 마법.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의 훈련법은 절대적이지 않았고, 처음부터 평민에 불과했던 맥버니가 단시간에 6성 오라 검사와의 간격을 메울 만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그림자가 검을 회수했다.
맥버니의 공격을 보고 반응한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 순간.
탁.
빙그르르.
몸을 회전시켰다.
검을 순간 반대로 잡으며, 상대가 반격하는 것과 동시에 심장을 노렸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이었다.
상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기에, 오히려 상대가 반응하는 것을 계산하고 그 틈을 공략했다.
맥버니의 얼굴이 악에 받쳤다.
눈앞의 이 녀석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드미트리가 어떤 위험에 빠질지를 알기에, 그는 이를 악물며 상대의 공격에 목을 들이밀었다.
완벽한 타이밍.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이 뒤얽히고 펼쳐진 광경은, 하늘과 땅이 뒤바뀌며 밀려오는 극심한 고통이었다.
번뜩.
“크악!”
몸에서 피가 튀었다.
가슴팍이 길게 찢겨 나가며, 맥버니는 바닥에 내던져지는 쓰레기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기습적인 공격은 분명히 위협적이었다.
그림자 또한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맥버니의 한계가 결국 그림자에게 닿지 못했다.
“건방진 새끼. 겨우 네 녀석 따위가 날 쓰러트리려 하다니.”
약간의 차이.
정말 약간이었다.
실력이 모자라 닿지 못한 그 찰나의 순간에, 그림자는 공격을 흘려보내고 맥버니의 가슴팍을 베었다.
그러고는.
저벅저벅.
맥버니를 향해 걸어갔다.
이제는 끝낼 차례였다.
맥버니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수차례 넘어지고 일어서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피로 물든 얼굴은 그림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검으로써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마지막 기회를 노려, 마법 폭탄을 작동시켜 그림자와 같이 죽는 방법을 택할 생각이었다.
“죽어라.”
꽈악.
심장을 움켜쥐었다.
타이밍을 노리는 그 순간.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릉.
그림자가 폭발에 휩쓸렸다.
* * *
“이런 개 같은 새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날뛰어.”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
루카스였다.
그는 인비저빌리티(invisibility)로 몸을 숨긴 뒤에, 기습적으로 그림자를 공격했다.
쿠르르르르릉.
먼지구름이 일었다.
그 사이를 걸어 나오며, 그림자는 경악한 얼굴을 보였다.
“……이게 무슨.”
몸에 균열이 일었다.
루카스의 오라는 강하지 않았고 분명히 공격을 막아 냈는데도, 그림자는 속이 요동치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루카스를 바라보았고, 루카스를 필두로 주변으로 몰려드는 수백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 모두.
하오문의 일원이었다.
각자 동그란 형태의 무기를 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루카스가 웃음을 보였다.
“우리도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야. 너희들의 힘이 ‘어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 힘에 균열을 일으킬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지. 이 홀리 밤(holy bomb)은 너희의 목숨을 끊을 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너희의 힘을 갉아먹을 무기다.”
지난 전쟁.
사람들의 아픔은 가르침을 부여했다.
루카스는 하오문의 정보력을 이용, 피닉스 마탑과 사제들과의 연계를 통해 홀리 밤을 만들어 냈다.
조금 전.
기습적인 공격은 홀리 밤을 터트리며 이루어졌다.
방금 설명한 것처럼 홀리 밤은 그림자를 처리할 완벽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을 부여했다.
하오문은 별동대와 같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집단.
그림자들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루카스는 하오문의 일원들을 대동해 홀리 밤을 챙겼다.
그림자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악귀의 표정을 드러내며, 그가 사나운 이빨을 보였다.
“큭큭큭큭. 끝까지 질척거리는구나. 하지만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팟.
콰르르르릉.
그림자가 땅을 박찼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하오문의 정보원들이 미처 홀리 밤을 터트리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그들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기습적인 공격은 아주 조금의 충격을 부여했을 뿐이었다.
그림자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날뛰었고,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며 주변이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바다.
절대적인 강자를 상대할 때.
약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인해전술(人海戰術).
로만 드미트리는 수많은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림자도 그와 똑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홀리 밤을 터트려라.”
“죽어!”
콰앙!
콰르르르르르릉.
사방에서 홀리 밤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림자의 몸이 신성한 기운에 휩싸였고, 별동대원을 잘못 베었을 때는 마법 폭탄이 반응하며 물리적, 마법적인 충격을 동시에 부여했다.
분명히 그림자의 존재는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적은 숫자로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 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림자의 몸이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수백이 넘는 사람들.
시체가 산처럼 쌓였을 때, 마침내 강력한 한 방을 먹였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릉.
홀리 밤과 마법 폭탄이 동시에 폭발했다.
그림자가 엄청난 충격에 비명을 지르는 순간, 루카스가 다시 한번 인비저빌리티로 몸을 숨긴 뒤에 기습적으로 그림자의 몸을 베었다.
정정당당한 승부? 그딴 것은 루카스는 알지 못했다.
부하들을 밀어 넣어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낸 뒤, 그는 오라로 휘몰아치는 공간에 몸을 던졌다.
서걱.
한 번의 일격.
그림자의 머리가 비틀렸다.
무려 6성 검사의 머리가 몸과 떨어져 나가며, 그의 몸이 발끝에서부터 연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마침내.
그림자들의 수장을 죽였다.
그는 홀로 수백을 도륙할 만큼 강력한 존재였지만, 로만 드미트리만큼 끝까지 승자로서 존재하지는 못했다.
그림자가 연기로 완전히 흩어졌다.
루카스는 미친 듯이 떨리는 다리에 바닥에 주저앉았고, 피해가 엄청났기에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도 환호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성공했다.
크리스, 케빈, 페르난도 등등.
실력자들이 없는데도 6성의 검사를 죽였다.
루카스는 부들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맥버니의 상태를 살폈다.
“일단 몸을 치료하십시오. 이 상태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럴 수 없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맥버니가 몸을 일으켰다.
피로 물든 얼굴은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대충 상처 부위에 물약을 뿌리고는 시체들이 입고 있는 옷을 찢어 동여맸다.
“제일 강력한 그림자 하나를 처리했을 뿐입니다. 도시에 침투한 그림자들을 모두 처리할 때까지, 치료나 받으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루카스 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악물었다.
고통을 억누르며, 그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반드시, 먼저 죽어 간 나의 동료들이 의미 있는 희생을 했다고 추억하길 바랍니다.”
* * *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릉.
아레스가 뒤로 쭉 밀려났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눈앞의 존재들을 흘겨보았다.
‘상황이 좋지 않아.’
로건과 프레드.
그리고 드미트리의 검사들과 마법사들의 연계.
만만치 않았다.
홀로 발할라를 찾아가 랭킹 1위의 세자르를 쓰러트렸던 아레스조차도, 사방에서 몰아치는 협공을 완벽하게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짜증이 일었다. 알렉산드르, 로만 드미트리의 가르침으로 자신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로만 드미트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을 막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크리스와 케빈마저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고전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쇠사슬을 자른 이후.
발목이 완전히 붙잡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아레스는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성문.
그곳은 로드웰 드미트리가 틀어막았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공격에 상당히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불을 활용하는 그의 힘은 다수를 상대할 때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황당한 광경이었다.
드미트리 가문은 태생이 천한 존재들이건만, 로만 드미트리의 동생마저 크로노스 제국을 상대로 조금도 물러섬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미스틱이 상황을 알렸다.
도시에 그림자들을 침투시킨다고 했는데, 폭발음만 들릴 뿐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며,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드미트리가 이렇게까지 버틸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해.”
드미트리의 검사들.
그들이 주변을 둘러쌌다.
아레스의 반격에 이미 수십의 검사들이 죽음을 맞이했으나, 그들은 전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길을 열어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프레드와 로건도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대륙에서 명성을 떨치는 존재들인데도, 협공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에 자존심을 상해하지 않았다.
드미트리를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아레스를 쓰러트릴 목적으로, 서로가 힘을 합치는 상황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아레스가 말했다.
“이번 전쟁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로만 드미트리가 단 한 번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은 순간부터, 드미트리는 크로노스의 공격에 멸망할 수밖에 없는 판이 만들어졌다. 너희가 아무리 발악한다고 한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지. 그러니, 어디 끝까지 발악을…….”
그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
“공격하라!”
엄청난 환호성이 들렸다.
순간 아레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환호성은 성안에서 들리지 않았다.
성 밖.
바로 크로노스 제국군의 후방을 공격하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설마.’
펄럭이는 깃발.
그들은 동북쪽 연합회.
그리고 루나 왕국이었다.
* * *
로만 드미트리가 발할라로 떠나기 전.
비밀리에 명령을 내렸다.
“루나 왕국에 미리 연락해, 끝없는 산맥에 설치한 ‘워프 게이트’를 통해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명하라. 크로노스 제국은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집단이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드미트리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
명령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
드미트리 국왕과 조나단 기사단장, 페르난도, 그리고 루카스 정도.
지난 전쟁.
쓰라린 아픔은 드미트리를 철저하게 만들었다.
그간의 준비가 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크로노스가 병력을 이끌고 나타난 직후, 드미트리 국왕은 곧바로 루나 왕국에 연락해 지원군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금.
드미트리 국왕은 페르난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페르난도.”
“예.”
“지금 드미트리는 벼랑 끝에 몰렸다. 이번 전쟁은 드미트리의 명운(命運)이 걸린 문제고, 많은 사람이 드미트리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런데 6성의 검사를 쓰러트렸던 너와 같은 강자가. 그리고 친위대라고 명명한 실력 있는 병사들이, 겨우 나 하나를 지키고자 이곳에서 전력 낭비를 하는 것이 너는 옳다고 생각하나.”
문밖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적들은 아직 내성에 침투하지도 못했지만, 지난 기억이 그런 환청을 만들어 냈다.
페르난도가 말했다.
“드미트리 국왕 폐하. 이것은 전력 낭비를 논할 문제가 아닙니다. 드미트리가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한들, 국왕 폐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면 백성들은 비탄에 빠질 것입니다.”
“그것은 승리한 이후의 문제다. 나라가 멸망한다면, 내 생사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페르난도.”
단호한 어투였다.
드미트리 국왕은 무장을 갖추어 입었다.
직접 만든 갑옷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으나,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전장에서 나의 아들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불과 이십여 년 전에는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던 녀석들이, 지금은 나를 대신해 전장에서 목이 터져라 드미트리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아비가 되는 사람이 쥐새끼처럼 뒤에서 숨어 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될 문제입니다.”
“아니, 나는 내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고 있다. 나는 드미트리와 명운을 같이할 것이다. 내 아들들이, 드미트리의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면, 설령 전쟁에서 승리했을지라도 나는 살아 있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것이 나의 결정이다. 너희가 정녕 나를 드미트리의 국왕으로 생각한다면, 내 뜻을 받들어라.”
그때였다.
[루나 왕국이 도착했습니다. 방금 도착한 통신에 따르면, 곧바로 크로노스 제국의 후방을 공격한다는 의사를 전해 왔습니다.]
끼익.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구였다.
드미트리 국왕이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감히 항명할 수 없는 강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성의 문을 열어라. 지금부터 국왕의 친위대는, 나와 함께 극악무도한 악의 무리를 처단할 것이다.”
그 말에.
페르난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될 명령임을 알았다.
거절의 목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페르난도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슴에 고개를 숙였다.
“국왕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또한.
더는 드미트리의 위기를 지켜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