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6화 (406/615)

406화 대륙 정벌 (5)

방을 나섰다.

로만 드미트리와의 대화를 끝낸 크리스는, 복잡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더니 한적한 공간에 도달했다.

“하아.”

한숨을 내뱉었다.

상념(想念)으로 뒤얽힌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대체 어떻게 그런 삶을 살아가시는 겁니까.’

충격적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보통 권력을 탐하는 목적이 비슷하다.

본인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 혹은 남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권력자의 삶을 위해서. 강자의 권리는 그만큼 매력적인 보상이었다.

그런데 로만 드미트리가 추구하는 바는 달랐다.

그는 남들을 지배하는 삶을 바란다기보다는, 자신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 정점에 오르려 했다.

생각해 보면.

로만 드미트리는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었다.

변방의 후계자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흔한 사치는커녕 수하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어떠한 결단을 내린다면. 모두가 동의했다.

멤피스 후작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그를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왜일까.

권력을 누리지 않으려면, 대체 왜 아득바득 정상의 자리에 오르려는 걸까.

‘주군과의 대화에서 이상하게도 결핍(缺乏)을 느꼈다.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도 충족되지 않는 감정. 주군이 바라는 군림은 복잡한 문제다. 세상을 발아래에 둔다고 해서 주군이 그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나,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주군은 스스로를 위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 정확히는, 모두가 위험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겠지.’

타인을 위한 삶이라고도.

본인을 위한 삶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모호한 영역에서, 로만 드미트리는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위해 고독이라는 짐을 짊어졌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그 누구도 제국의 황제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듯이, 로만 드미트리가 정점을 향해 나아갈수록 사람들이 그를 불편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말한 것처럼.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존재기에, 스스로가 노력한다고 한들 위치에서 오는 차이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말 멍청했구나.”

웃었다.

로만 드미트리를 두려워하는 시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대단하게도 로만 드미트리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공포를 받아들여 드미트리를 통치하는 체계를 형성해 갔다.

크리스로서는 알 수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누군가를 머리 위에 두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삶이었기에,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더라도 투쟁하는 삶을 멈출 수 없었다는 것을.

확실한 것은 조금 전의 대화로, 크리스의 마음에 큰 파문이 일었다.

최근.

크리스는 심경이 복잡했다.

케빈이 아레스를 쓰러트리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따라잡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때. 나는 대단한 신의(信義)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검사로서의 목표를 이룬다면 언제든 떠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별것 아니었던 빈민가의 소년은, 나를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말았다.’

며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화가 났다.

분명히 시작 지점이 달랐는데, 자신을 추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크리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묘한 안도감.

처음에는 그것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로만 드미트리와의 대화로 이제는 감정의 정체를 단정할 수 있었다.

‘소속감으로부터 비롯된 안도감이었겠지. 나와의 경쟁을 떠나서, 케빈이 강하다면 그만큼 주군에게 득이 되는 일이기에.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케빈의 성장을 기뻐하고 있었다.’

지난 세월.

그간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였다.

변방의 재능에 불과했던 크리스는 대륙에서 명성을 떨쳤고, 지금은 한 명의 검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목숨을 짊어진 지휘관이 되었다.

그렇게 지나간 세월에 목표가 조금씩 변해 갔다.

여전히 로만 드미트리를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나, 설령 그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로만 드미트리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안도감이 들었다.

케빈이 강해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로만 드미트리의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의미일 테니까.

돌아온 길.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로만 드미트리는 홀로 존재했지만, 크리스는 더는 그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주군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주군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곁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주군이 짊어진 짐을 대신 덜어 드릴 수는 없겠지만, 모든 목표를 이루었을 때도 저는 여전히 로만 드미트리의 검일 것입니다.”

시선을 돌렸다.

연무장에서 한바탕 검을 휘두르고 싶었다.

안도감의 정체를 알았다지만.

크리스는 절대, 이인자의 자리를 쉽게 내어 줄 생각은 없었다.

* * *

며칠 뒤.

크로노스 동부의 한 요새.

밀려드는 왕국 연합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에르네스토 자작은 비장한 눈빛을 보였다.

‘겨우 한 달도 되지 않아 이곳에 도달하다니. 아마 우리는 며칠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겠지.’

소문으로 들었다.

양자택일(兩者擇一).

백기를 내건 사람들은 살아남았지만, 끝까지 투항하던 사람들은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학살당하고 말았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항복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크로노스 상부에서 떨어진 명령에, 에르네스토 자작에게 다른 선택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백기를 내건다면.

수도로 피신시킨 가족들이 모조리 죽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관련한 모든 사람을 죽여 버리겠다고 경고했기에, 자살행위임을 알면서도 요새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확실한 성과를 남겨야만, 남은 가족들이라도 크로노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르네스토 자작이 부관을 불렀다.

“준비는?”

“모두 끝냈습니다. 요새가 함락당하고 적들이 안으로 들이닥치면, 요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마법 폭탄이 폭발하여 요새 안에 있는 모든 존재를 쓸어 버릴 것입니다.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작전입니다. 저희의 목숨을 담보로 걸었기에, 로만 드미트리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알겠다.”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죽음이 다가왔다.

잘근잘근 깨문 입술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졌지만, 에르네스토 자작은 최대한 의연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때였다.

척척척척.

적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사정거리 밖에서 대열을 형성했고, 소문으로 들었던 대로 드미트리의 전령이 나와 투항을 제안했다.

그리고.

“개소리하지 마라! 나는 크로노스의 귀족이다! 위대한 제국의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내가, 출신도 불분명한 미개한 녀석들에게 항복을 말할 것 같더냐!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크로노스 제국이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에르네스토 가문의 후예인 내가 똑똑히 보여 주마!”

협상이 결렬되었다.

지금까지는 예상했던 그림이었다.

그런데.

이후의 상황은 달랐다.

저벅저벅.

성벽을 향해 걸어오는 사내.

빨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그는, 로만 드미트리가 아닌 에드윈 헥토르였다.

* * *

발할라의 공식 성명 이후.

에드윈 헥토르는 연합군에 합류했다.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걸어가는 그는, 로만 드미트리로부터 하달받은 명령을 떠올렸다.

“현재 크로노스 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불리한 상황을 알고도 투항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려 할 확률이 높다. 적의 요새를 무너트리기 전. 네가 먼저 마법을 활용해, 만일의 변수를 모두 차단하라.”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크로노스 제국 진영에서 다급하게 원거리 공격을 시도했지만, 피닉스의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사용해 캐스팅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

에드윈 헥토르가 차가운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피닉스 마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그들의 비기를 익혔고, 천공의 마탑주를 흡수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

“버닝(burning).”

화륵.

화르르르르륵.

머리카락이 불길에 휘날렸다.

빨갛게 물든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그가 버닝의 효과로 8서클의 영역에 들어섰다.

“볼케이노(Volcano).”

콰앙!

쿠르르르르르르릉.

엄청난 폭발이었다.

성벽 주변의 땅이 폭발하더니, 시뻘건 용암이 분수처럼 솟구치며 크로노스 제국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야말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황급히 방패를 들어 올린 병사들은 방패와 같이 녹아내렸고, 마법 방어로 보호되던 성벽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단 한 번의 마법.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에드윈 헥토르는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력의 폭풍을 일으켜 요새 곳곳에 퍼트렸다.

사사사사삭-

요새 안.

마나의 흐름을 찾았다.

크로노스 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작전은 제한적이었고, 결사의 항전을 택한 이들은 자살 테러를 할 확률이 높았다.

예상대로였다. 요새 곳곳에서 마법 폭탄의 기운이 발견되었다.

에드윈 헥토르는 마나를 일으켜 요새 전체를 대상으로 마법을 발현했다.

“블랙 아웃(blackout).”

파스스슥.

마법 폭탄이 힘을 잃었다.

에드윈 헥토르보다 강한 마법사가 있다면 블랙 아웃을 막아 냈겠지만, 8서클의 영역에 들어선 에드윈 헥토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완벽하게 모든 마법 폭탄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 폭탄이 힘을 잃으면서, 에르네스토 자작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순간.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릉.

“크악!”

“성벽이 무너졌다!”

땅을 뚫고 폭발하는 뜨거운 열기에, 성벽 일부가 와르르 무너지며 공간을 드러냈다.

성벽 위.

에르네스토 자작을 비롯한 크로노스 제국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들로서는 나름대로 마음을 먹고 이번 전쟁을 준비했다.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다는 숭고한 희생은, 시작부터 무너져 내리는 모습으로 그들의 의지를 처참하게 짓밟았다.

판이 깔렸다.

에드윈 헥토르가 서 있는 공간 주변으로, 그를 지나치며 일단의 무리가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전군 돌격하라!”

“돌격하라!”

연합군의 선두.

크리스가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파파팟.

화살을 모두 튕겨 냈다.

적군의 표정이 공포와 독기로 뒤섞였다.

죽더라도 한 놈은 데리고 가겠다던 그들의 의지는, 크리스가 도달하는 순간 단칼에 잘려 나갔다.

번뜩.

파파파파팟.

피가 튀었다.

처음 맞닥트린 수십 명의 병사를 단번에 도륙해 버리더니, 크리스가 적들로 득실거리는 공간을 우악스럽게 파고들었다.

평소와는 달랐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케빈과는 다르게, 크리스는 적당하게 템포를 조절하면서 전장 전체를 바라보고 전투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적들을 향해 달려들더니, 마주하는 족족 적들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이런 미친!”

“공격해!”

적진 한복판.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적들이 있었다.

베어도 베어도 적들은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크리스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적군의 시체를 짓밟으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뒤따라 도착한 이들이 학살을 벌이고 있었지만, 크리스는 강렬한 열망에 물든 채로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했다.

번뜩.

“크악!”

오라 검사의 가슴팍을 베었다.

비명을 지르며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던 오라 검사는, 순식간에 시도되는 추가 공격에 손목마저 날아가고 말았다.

경악스러울 정도의 스피드였다.

상대는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조차 반응하지 못했는데, 가슴팍을 베고 이어서 손목을 베는 공격이 눈 깜빡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점점.

오라 검사의 비율이 높아졌다.

중요한 인물을 향해 다가간다는 의미였고, 크리스는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로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베었다.

베고 또 베었다.

크로노스에서는 나름대로 지위가 있을 존재들.

그들이 허망하게 죽어 갔다.

아레스조차 부담을 느꼈던 스피드는 절정에 올랐고, 무언가를 증명하듯이 몰아치는 크리스의 무력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적어도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죽어 버린 카스트로급의 인물이 필요했다.

크리스 단 한 명으로 인해, 적들로 득실거리는 공간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마침내.

푸확.

기사단장의 목이 날아갔다.

마지막 보루마저도 죽어 버리자, 에르네스토 자작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정도로 압도적이란 말인가.”

경악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소문으로 들었던 일들은 모두 로만 드미트리를 치켜세웠건만, 그의 눈에는 마치 크리스조차도 로만 드미트리와 같은 위용을 보였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싸움이었다.

멤피스 후작은 결사의 항전을 지시하며, 에르네스토 자작과 같은 인물들이 성과를 거두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시간을 버는 용도일 뿐. 그들의 역할은 걸음을 늦추는 희생양에 불과했다.

콱.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에르네스토 자작은 힘없이 딸려 왔고, 크리스는 그의 목을 베기 직전 한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케빈.’

그의 주변으로.

시체가 쌓여 있었다.

병사의 목을 베어 버린 케빈은, 묘한 눈길로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크리스가 웃었다.

그러고는.

“나 크리스가 적장의 목을 베었다!”

서걱.

목을 베었다.

분수처럼 뿜어지는 피가 크리스의 얼굴을 적셨다.

“와아아아!”

“크리스 님이 적장을 죽였다!”

“우리가 승리했다!”

시선이 집중되었다.

연합군의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휘관을 죽여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크리스를 향해, 그들은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표출했다.

그러한 상황에.

케빈의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 * *

크리스의 태도.

낯선 모습이었다.

케빈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향한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어서 크리스가 아레스의 사건 이후로 자신을 경쟁 상대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뻤다.

빈민가 소년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존재가, 이제는 자신을 같은 선상에서 취급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그러나.

금방 마음속에 불길이 일었다.

들끓는 호승심(好勝心)에, 케빈의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지금 나랑 해 보자는 겁니까?”

그의 말.

병사들의 환호성에 묻혔다.

서로가 대화를 주고받지는 못했지만, 허공에서 뒤얽히는 시선이 크리스와 케빈의 진심을 대변했다.

케빈이 웃었다.

이번 전투.

승리의 주역은 크리스였다.

선봉에서 적장의 머리를 베었으니,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평소라면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케빈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의 승리다.

드미트리의 이름으로 적을 무너트린 상황에서, 누가 얼마큼의 전과를 세웠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그래, 해 봅시다. 앞으로 치러지는 전투에서 누가 더 전과를 세우는지.”

사납게 일그러지는 얼굴.

호승심에 불이 붙었다.

그것은 멤피스 후작으로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요소였다.

크로노스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릴.

두 존재의 경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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