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화 태풍의 눈 (5)
백의의 마법사.
그를 표현하는 또 다른 말이 있다.
학구열(學究熱)에 미친 놈.
세상을 위한 정의를 행하면서도, 배움의 자리가 있다면 전 세계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로만 드미트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그가 대한민국에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마법 교류 일정이 있었고, 박민우는 필요한 자리라는 생각에 모든 일정을 뒤로 미뤄 두고 미국행 마법진에 몸을 실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공부하는 걸까.
이미 알렉산드르로서 수많은 마법 지식을 알고도, 학구열에 미친 듯이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전승자의 지식 때문이었다.
전승자는 수많은 차원에서 지식을 물려받는데, 처음 드미트리의 지식이 공개되었을 때 박민우는 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그는 전생에 드미트리의 강력함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특히 로만 드미트리가 마법적인 기반을 마련하면서, 상단전 개방 등 마법 문명의 부흥기가 일어났다.
상단전의 개방.
박민우의 목표였다.
박민우는 단순히 알렉산드르의 지식이 있다고 해서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마법사로 성장하기 위해 하루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는 이미 넘을 수 없는 산을 한번 경험해 보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S등급 마법사라고 아무리 찬양한다고 한들, 로만 드미트리와 같은 규격 외의 괴물이 나타나는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난 20년.
발전을 거듭했다.
사람들은 상식 내에서의 박민우를 평가하지만, 현재의 박민우는 절대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다.
“감히 황제 폐하의 길을 막지 마라, 이 버러지 같은 새끼들아.”
콰릉.
콰르르르르르르릉.
마력이 일어났다.
상단전이 개방되었다.
박민우가 강렬한 안광을 빛내며 폭발적으로 마법을 분출했다.
“윈드 스톰(Wind Storm), 파이어 스톰(Fire Storm).”
휘이이이잉.
화르르르르르르륵.
더블 캐스팅!
그것도 무려 7서클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했다.
바람에 닿는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칼바람이 불었고,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따라 뜨거운 화염이 넘실거렸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더블 캐스팅은 상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건만, 박민우는 더블 캐스팅으로도 모자라 7서클의 마법을 두 개나 발현했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릉.
“크아아아아악!”
마법이 작렬했다.
인간 형태의 숙주들이 비명을 질러 댔고,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몰려들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수십, 수백? 그 정도의 규모가 아니다.
단번에 수천 마리를 압도하는 마력을 뿜어내면서도, 박민우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이 마력을 계속해서 분출했다.
“증폭(增幅).”
퍼퍼펑.
콰콰콰콰콰콱!
양팔을 들었다.
연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박민우의 손길에 닿는 영역에 죽음이 내려앉았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LA 대응팀은 1km의 길을 열기 위해서 수많은 목숨을 바쳤건만, 박민우는 이미 시야에 닿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쓸어 버렸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마나 고갈을 호소했을 상황. 하지만 박민우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그는 알렉산드르의 지식을 토대로 그동안 방대한 마력을 쌓았고, 이 정도로는 대해(大海)와도 같은 마나에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콰앙!
콰콰콰콰콰콱!
밀고 들어갔다.
처음에 열정적으로 달려들던 병사들도, 너무나도 압도적인 광경에 고개를 돌려 쳐다볼 정도였다.
“……백의의 마법사가 이 정도였다니.”
벤자민 장군도 넋을 잃었다.
소문으로는 들었다.
대한민국에는 백의의 마법사가 존재하고, 그가 유일무이한 S등급 헌터라고는 하나 그 한 명의 존재만으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마법 학계에서 선구자라고 불리는 인물. 강대국에서 마법적인 능력을 인정받는 존재들도, 백의의 마법사를 상대로는 다들 한발 물러났다.
그를 인정했다.
그런데도 이건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단순히 몬스터들을 압도하는 파괴력을 떠나, 박민우의 마법 컨트롤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대규모 살상 마법은 그만큼 컨트롤이 어려운데, 아군 병력을 피해서 정확히 몬스터만을 공격하고 있어. 게다가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마력이라니. 만약 로만 드미트리가 뱀파이어 로드를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라면, 그와 백의의 마법사 둘의 존재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입지는 달라지겠지.’
경악했다.
지휘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아니, 병사들이 상대할 몬스터들을 박민우가 전부 쓸어버리자 진군하라는 것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캬악!
크아아아악!
마법을 뚫고 숙주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중 한 명.
익숙한 얼굴이었다.
생전에 S등급 헌터였던 인물이었고, 그는 붉은 안광을 토해 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마법사의 약점이었다.
마법사들은 근접전에 약하기에, 벤자민은 황급히 박민우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 이게 무슨.”
일련의 광경.
벤자민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 * *
S등급의 숙주.
그 존재를 눈치챘다.
박민우는 상대를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일부러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 틈을 허락했다.
‘사람들은 착각하지. 마법사가 근접전에 약할 것이라고.’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마법사 대부분이 근접전에 약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나, 박민우는 그런 상식에 해당하지 않았다.
전생.
알렉산드르로 살았다.
그는 마법으로 오라 검사들을 뛰어넘길 바랐고, 그렇기에 근접전에 대항하는 수많은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러다 만난 존재가 바로 로만 드미트리였다.
근접전의 기준을 확 높여 버리는 계기가 되었고, 천장을 뚫어 버린 기준은 현생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항상 로만 드미트리를 상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어쭙잖게 당해 주는 존재들이 아니라, 매번 패배하면서도 박민우는 로만 드미트리를 상대로 내세웠다.
고로.
S등급 헌터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달려드는 괴물의 모습에, 박민우는 힐끗 카터의 모습을 살폈다.
‘이 새끼가 아까부터 슬슬 병력을 빼돌리던데, 어디 한번 보라고. 네 녀석 따위는 대세에 의미가 없다는 걸.’
화가 났다.
이번 싸움.
증명의 자리다.
자신과 로만 드미트리 외에, 그 누구도 활약하지 못할 것이다.
“플레임(Flame).”
화르르르륵.
불길이 일어났다.
상대에게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몸을 휘감았고, 순식간에 박민우의 모습이 불길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괴물은 달려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생전에 무투가였던 그는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더니 불길과 같이 박민우의 육신을 그대로 찢어발기려고 했다.
그 순간.
화르르르륵.
팟.
불길을 뚫고 박민우가 나타났다.
괴물이 박민우의 육신을 찢어발기자, 환영이었던 존재가 찢겨 나가며 하늘 위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천뢰(天雷).”
번뜩.
콰콰콰콰콰콰콰쾅!
번개가 미친 듯이 작렬했다.
무려 8서클의 마법.
알렉산드르의 지식과 현생의 지식을 결합해서 만든 천뢰의 강력한 일격에 괴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로서는 일련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박민우는 플레임으로 자신의 몸을 시각적으로 숨길 뿐만 아니라, 마력이 넘실거림에 따라 마력을 추적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환영으로 미끼를 투척. 공간이동 마법으로 하늘 위에 나타난 박민우는, 플레임의 잔여 불길로 공간이동 마법을 숨기면서 찰나의 순간에 8서클 마법의 캐스팅을 끝냈다.
조금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상대를 함정에 빠트렸고, 괴물은 너덜너덜한 육신으로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다.
팟.
콰콰쾅!
땅을 박찼다.
박민우의 모습을 쫓았다.
지상에 착지한 박민우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괴물의 공격을 그대로 맞닥트렸다.
확.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고개를 틀었다.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민우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정확히 괴물의 모습을 포착했다.
참으로 가소로웠다.
이 세상은 S등급이니 뭐니 사람들의 강함을 등급으로 구분하지만, 로만 드미트리를 경험한 그에게 있어 정말 의미 없는 구분에 불과했다.
콱.
얼굴을 붙잡았다.
0.1초.
찰나의 순간에 뒤얽혔고, 박민우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마법을 손바닥으로 폭발시켰다.
“헬 파이어(Hell Fire).”
퍼엉-
화르르르르르르륵.
괴물의 육신이 불길에 휩싸였다.
얼굴이 날아가 뒤로 넘어갔고, 바닥에 풀썩 쓰러진 존재는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S등급의 헌터.
본래도 강력한데, 숙주로 전락하면서 일반적인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재생력마저 갖추었다.
LA 대응팀이 번번이 밀려난 이유였다. 어제의 아군이었던 존재가 오늘 가장 강력한 적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무투가 헌터에게 미국의 병사들이 수도 없이 죽었다.
그런데.
승부는 단숨에 결정이 났다.
아직 전력을 드러낸 것 같지 않은데도, 박민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S등급 숙주를 쓰러트렸다.
그러고는.
“황제 폐하의 앞을 막는 새끼들은 모조리 죽인다.”
사나운 얼굴로 다른 적을 찾아 나섰다.
* * *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LA 대응팀?
지원군?
세 명의 S등급 헌터?
그들이 나설 것도 없었다.
적당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에, 박민우의 폭발적인 마법이 주변 일대를 완전히 쓸어버렸다.
화륵.
화르르르르륵.
불타오르는 땅 위를.
로만 드미트리는 홀로 걸어갔다.
참으로 이질적인 광경이었다.
폐허가 되어 버린 땅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건만, 거침없이 길을 여는 박민우나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로만 드미트리나 조금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그들은 앞으로 나아갔고, 순식간에 수십 킬로미터의 길이 확보되었다.
저벅저벅.
로만 드미트리는 상념에 빠졌다.
현생.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그 어떤 적을 상대로도 천마검법 중반부 이초식 이상을 사용해 보지 않았다.
천마검법은 초식을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검법.
천마군림보를 사용하면 파괴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모두 중반부 일초식만으로 정리되다 보니 천마군림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나약했다.
S등급 헌터도.
S등급 몬스터도.
경계심을 조금도 일으키지 않았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변수를 대비할 뿐, 현실적인 부분들을 따졌을 때는 걱정할 부분이 없었다.
‘나는 마왕을 쓰러트렸던 그 순간보다 강해졌다. 현생의 사람들이 내 검을 받아 내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언제나 그렇듯 내가 전력을 드러낼 수 있는 강자를 만나길 바란다.’
천마의 모순이었다.
가장 강력하길 바라면서도, 자신의 적수가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기대감이 있었다.
뱀파이어 로드.
S등급 헌터 두 명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는 존재.
그가 강하길 빌었다.
LA 대응팀에게 자신 혼자 뱀파이어 로드를 상대하겠다고 말한 이유는, 그들로 인해 대세에 영향이 생기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서 뱀파이어 로드를 상대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후반부 초식을 사용할 만큼의 존재인지를. 이 세상에도 적수가 존재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걸었다.
계속해서 걸어갔다.
박민우가 뿜어내는 강렬한 마력에, 분명히 막혀 있던 길에 도달하는 순간 로만 드미트리를 막아서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펄럭.
[너희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구나.]
하늘 위.
거대한 피막(皮膜)의 날개를 펄럭이는 뱀파이어 로드가 나타났다.
* * *
두 인간.
그동안 상대했던 것들과는 달랐다.
특히 로만 드미트리를 마주하는 순간, 뱀파이어 로드는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강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니. 너의 존재를 인정한다. 고로…….]
쿠르르르릉.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뱀파이어 로드가 창백할 정도로 하얀 손가락을 들어 올리더니, 보란 듯이 로만 드미트리를 가리켰다.
[심연(深淵)의 왕인 내가 전력을 다해 주마.]
번뜩.
콰콰콰콰콰콰쾅!
손가락 끝에 마력이 모였다.
검붉은 마력이 폭발적으로 분출되더니, 로만 드미트리의 존재를 그대로 휩쓸어 버렸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검붉은 마력에 닿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단번에 소멸되었고, 뱀파이어 로드는 로만 드미트리가 일격에 죽을 것을 의심치 않았다.
콰콰쾅.
콰콰콰콰콰콱!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휘두른 검에, 검붉은 마력이 폭발을 일으키며 더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뱀파이어 로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감히 공격을 막아 내더니.
그때부터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우매한 종족이여. 한계를 받아들여라.]
쿠르르릉.
콰콰콰콰콰콰쾅!
하늘이 까맣게 물들었다.
뱀파이어 로드의 마력에 반응해 검붉은 화염이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고, 동시에 마력 덩어리들이 계속해서 로만 드미트리를 강타했다.
폭발은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수십, 수백 번의 공격이 숨을 돌릴 여유도 없이 작렬했고, 로만 드미트리 주변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일어났다.
S등급 헌터들.
그들은 버티지 못했다.
강력한 공격에 휘말렸던 그들은, 뱀파이어 로드의 날카로운 손톱에 머리가 날아가는 최후를 맞이했다.
이번 또한.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뱀파이어 로드는 마력을 폭발적으로 분출하며, 로만 드미트리가 무너지는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확.
쿠르르르르르릉.
[……인간 주제에 내 전력을 버텨 냈다고?]
먼지구름을 뚫고.
로만 드미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뱀파이어 로드는 분명히 전력을 다했건만, 로만 드미트리는 조금도 피해를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로드의 공격은 모조리 막혔다.
로만 드미트리는 의도적으로 수비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 주었고, 모든 공격을 막아 낸 이후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이해가 되는구나.”
현재의 자신.
전생보다 강해졌다는 확신은 있었다.
천마로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未知)의 영역에, 단순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만 생각했다.
끝이 없는 발전.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았다.
단순한 발전이 아니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차원의 경계를 넘었다.
마왕을 쓰러트리고도 발전을 이루었던 그가, 차원의 경계를 넘어서며 육체 내부에서 재구성이 일어났다.
차원의 압력을 버틸 수 있도록. 차원의 경계에 존재하는 순수한 마나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며, 로만 드미트리는 천마로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새로운 단계였다.
천의 경지라 명명할 수도 없는 전혀 새로운 단계.
현생의 존재들이 천마검법을 버티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약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로만 드미트리가 더욱 강해진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면 천마신공의 새로운 형태를 다르게 불러야 했다.
‘나는 이것을 신(神)의 경지라 명명하겠다.’
확신이 섰다.
뱀파이어 로드는 적수가 되지 않았다.
로만 드미트리는 상대가 강하길 바랐지만, 이번 또한 굳이 공격의 강도를 높일 필요는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척.
걸음을 내디뎠다.
마력을 끌어올리며 뱀파이어 로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천마검법 중반부 일초식.’
그린 드래곤의 머리를 일격에 날려 버렸던 공격.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뱀파이어 로드는 SS등급을 논하는 존재지만, 언제나 강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평가일 뿐이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
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렇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크아아아악!]
콰콰쾅!
콰콰콰콰콰콱!
뱀파이어 로드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