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화 49일 (2)
상황이 정리되었다.
로만 드미트리의 명령대로 훈련이 진행되자, 미국 특수부대의 수뇌부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중심에.
이번 훈련의 전권을 일임받은 리처드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백의의 마법사 한 명을 상대로 미국의 전력이 나서다니. 로만 드미트리 황제 폐하가 괜한 명령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허무맹랑한 훈련에서 겨우 한 명에게 패배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내뱉으면서도 기분이 상했다.
로만 드미트리야 그나마 이해한다 치더라도, 김판석조차 감히 미군을 얕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미국이 이인자의 자리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한때는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라고 불리던 나라다.
하루아침에 그 전력이 약화되는 일은 없다.
아직도 상당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처럼 무시당하는 상황에 리처드가 힐끗 김판석의 모습을 살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훈련에 관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는 김판석의 모습에, 리처드가 목소리를 낮추며 살벌하게 말했다.
“문제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백의의 마법사가 보여 주는 건방진 태도다. 백의의 마법사는 마치 우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로만 드미트리 황제 폐하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선을 넘어서 우리를 도발했다. 평소에 우리를 우습게 보았기에 나올 수 있는 태도겠지.”
“맞습니다.”
“사실 조금 전에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미군 전체를 상대하는 일인데, 백의의 마법사는 불가능하지 않은 훈련인 것처럼 반응하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이 동조했다.
그들도 분노하긴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어수선하게 훈련에 임했던 사람들이, 김판석이라는 공동의 적이 나타나자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였다.
그것은 로만 드미트리에 대한 항명이 아니었다.
그동안 수많은 전과를 이루어 낸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었고, 김판석의 건방진 콧대를 확실하게 꺾어 버리고 싶었다.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렬한 눈빛들을 마주하며, 어쩌면 로만 드미트리가 자신들을 하나로 만들려고 이번 훈련을 진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 우리가 이번 훈련에서 취해야 할 태도는, 로만 드미트리 황제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하나의 미국’으로서 완벽한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게 로만 드미트리 황제 폐하가 의도하는 바이든 아니든, 나는 백의의 마법사의 건방진 태도를 허락할 생각이 없다. 고로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겠다.”
“말씀하십시오.”
“우리는 상대가 단 한 명이라고 해서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부터 전력을 다한다. 보병들이 곧바로 거리를 좁혀 백의의 마법사를 압박하고, 마법 부대는 공수를 나누어 수비를 맡은 일부 병력이 백의의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다. 마법은 스킬의 형태를 빌릴지라도 준비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 마법을 방해한다면 백의의 마법사는 자신의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를 누군가는 비겁하게 여길지도 모르나, 애초에 이건 그런 승부다.”
일 대 다수.
겨우 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승부가 아니다.
백의의 마법사를 상대로 십수 만의 병력이 나서는 일이기에, 리처드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 명의 마법사를 상대로 수백의 마법사가 방해 공작을 펼친다면, 김판석이 SS등급에 해당하는 괴물일지라도 그것을 감당하여 마법을 사용할 방법은 없다. 설령 어떻게 이겨 낸다고 할지라도, 그때는 코앞에 들이닥친 보병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겠지.”
승리를 위한 정석.
리처드가 사나운 눈빛을 보였다.
“명심하라. 이번 훈련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 미국의 저력을 세계에 증명해 보일 것이다.”
* * *
리처드가 한참 떠드는 그때.
김판석은 여유로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았다.
푸르른 하늘을 만끽하며, 머릿속으로는 로만 드미트리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간파했다.
‘미국이라는 인류의 기준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상대로, 감히 넘볼 수 없는 하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의미겠지.’
“큭큭.”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순간 미군들이 살벌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들의 감정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훈련인데도, 로만 드미트리는 자신이라면 명령을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건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하나의 사실이 온몸에 강렬한 전율을 일으켰다.
생각해 보라.
전생의 로만 드미트리에게는 충직한 신하들이 있었다.
크리스, 케빈, 펠릭스 등등.
수많은 사람이 로만 드미트리의 밑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사람들이 말하길 로만 드미트리가 진정으로 신뢰하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크리스와 케빈. 아무리 불가능한 작전일지라도 어떻게든 승리를 만들어 내는 존재들.
물론 ‘알렉산드르’였던 자신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었지만, 박민우로 살아가며 그들이 받는 신뢰가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천마의 신뢰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이란 말인가.
천마가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믿는다면, 김판석은 정말 행복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로만 드미트리의 신뢰를 받았다.
마치 크리스와 케빈처럼, 자신을 선봉장으로 내세우는 상황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잘하고 싶었다.
그간의 이미지?
백의의 마법사라는 평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김판석은 수십억 인구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로만 드미트리라는 단 한 명의 존재에게 가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시건방지게 나갔다.
미군이 자극받아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그들이 진심으로 승리를 바랄수록 자신의 승리는 더욱 빛을 발할 테니까.
마침내.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미국의 병사들이 지정된 자리로 이동했고, 정당한 훈련을 위해 처음에는 김판석과의 거리를 두었다.
물론 큰 의미는 없었다.
한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의 병사들은 파도처럼 들이닥쳐 자신을 공격하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분위기.
미국의 병사들이 사나운 눈빛을 보였다.
언제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몸을 자꾸만 들썩였다.
그때였다.
팔락-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미국의 병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리처드의 작전처럼 동시에 마법사들이 방해 공작을 펼쳤다.
그런데.
1초.
2초.
3초.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김판석은 마법을 방해하는 마력이 주변을 장악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았다.
미군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자들의 승부에서는 1분 1초가 정말 중요한데, 김판석은 전의를 상실한 사람처럼 아무런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
4초.
5초.
……그리고 10초.
병사들이 눈에 띄게 가까워졌을 때, 김판석이 마력을 일으켰다.
“핸디캡은 여기까지.”
확.
콰르르르르릉.
확장되는 두뇌.
김판석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 * *
마법 혁명.
로만 드미트리가 전생에 마법의 부흥기를 일으켰을 때, 그 중심에는 상단전의 개방이 있었다.
김판석은 스스로 노력해 그 경지를 이루어 냈고, 사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마법의 영역’에서는 로만 드미트리에게 가르침을 받을 것이 없었다.
알렉산드르로 살아가며 인간으로서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세월을 마법에 헌신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24시간 전.
로만 드미트리가 김판석에게 말한 것들은, 마법사로서 살아온 그간의 삶에 그야말로 혁명을 일으켰다.
“분뇌공(分腦功). 너라면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금지된 무공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공이며,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분뇌공을 익히는 순간 백이면 백 정신을 놓아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뇌공은 단어의 의미대로 뇌를 나누는 무공으로, 분뇌공을 발현하는 순간 ‘의식’이 분열을 일으키며 하나의 두뇌로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로만 드미트리에게는 그리 필요하지 않은 무공이었다.
하나의 의식으로도 주변 전체를 통제하는 그에게, 뇌를 나누는 번거로운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분뇌공을 받아 든 순간.
김판석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았다.
마법사에게 두뇌를 나눈다는 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를, 로만 드미트리는 정확하게 파악했다.
콰릉.
콰르르르르르릉.
김판석이 마력을 일으켰다.
자신을 막아서려는 방해 공작에, 김판석의 머릿속이 확장되며 ‘두 개의 의식’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두 개가 네 개로, 네 개가 여덟 개로 쪼개지더니, 이윽고 열여섯 개의 의식이 주변 상황을 빨아들였다.
확.
눈을 부릅떴다.
의식의 분열로 엄청난 압박감이 밀려들었지만, 김판석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도 정신력의 파도를 버텨 내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분뇌공은 일반적인 사람은 버텨 낼 수 없는 무공이었다.
섣부르게 사용했다간 단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분열되겠지만, 알렉산드르로서 살아온 삶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김판석이 알렉산드르로.
알렉산드르가 박민우로.
그동안 차원을 넘나드는 삶을 살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존재하며, 영혼이 찢겨 나가는 고통마저 경험하며.
김판석은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초월했고, 16개도 모자라 다시 한번 의식을 나누었다.
32개의 의식.
하나하나가 모두 김판석이었다.
그것들이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는 순간, 김판석의 의식들이 빠르게 마법을 처리해 내기 시작했다.
파팟.
퍼퍼퍼퍼퍼펑.
마력이 터져 나갔다.
미국의 마법사들은 김판석을 방해하기 위해 방해 공작을 펼쳤는데, 주변을 압박하는 마력들이 김판석에 의해 차례로 분해되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마법 방해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마력과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데, 수백 명이 사용한 마법을 겨우 초 단위의 시간에 분해해 버렸다.
크리스?
케빈?
김판석은 그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천재의 범주조차 초월하며, 괴물 같은 모습으로 주변을 온전한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저 멀리.
미국의 마법사들이 경악성을 내뱉었다.
그들은 김판석을 압박하며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밀려 버리는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상식적이지 않았다. 수백 명이 한 명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명이 아무리 강한 존재라지만, 그렇다고 수백 명이 약하지도 않았다.
마법사의 대결은 다수가 유리하다.
그렇기에 승리를 확신했던 것인데, 김판석은 마법 방해를 파훼하면서 공격 마법마저 막아 냈다.
“프레셔(pressure).”
팍.
콰콰콰콱!
마법들이 찢겨 나갔다.
강력한 압력에 짓이겨지더니, 김판석에게 닿기도 전에 마력으로 흩어지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순식간에 겨우 한 명이 다수의 마법사를 압도했다.
아직 병사들이 도달하지 못한 그 시점에, 김판석은 미국의 마법사들을 발아래에 두더니 마력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도 수많은 의식이 마법사들을 견제하면서도, 몇 개의 의식은 보병들을 상대할 공격 마법을 발현했다.
“어스 퀘이크(Earth Quake).”
콰릉.
콰르르르르르릉.
“크악!”
“악!”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땅이 갈라지고 가시 바위들이 솟구치자, 빠르게 달려들던 병사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미국의 작전대로라면 마법사들이 견제하는 동안 김판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야 하는데,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강력한 마력에 병사들은 당혹스러움이 앞섰다.
하지만 아직 승부를 포기하기에는 일렀다. 겨우 이 정도의 마법으로, 미국이 무력하게 패배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확.
파파파팟.
무너지는 지반을 뛰어넘으며.
리처드가 김판석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 * *
10초의 여유.
리처드는 분노가 솟구쳤다.
미국 전체를 상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김판석은 10초를 헌납하는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반드시.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고, 미국 제일의 검사라고 불리는 만큼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피드를 보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10초가 지나 김판석이 미국의 마법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에 감탄하기보다는 김판석을 제압해 확실하게 승리를 얻으려 했다.
확.
파파파팟.
코앞이었다.
방심하진 않았다.
아무리 마법사들이 근접전에 약하다지만, 리처드는 김판석이 무력하게 당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력을 다한다.’
콰르르르르릉.
번개가 일어났다.
리처드의 전매특허.
전격(電擊)이었다.
순식간에 공간을 파고들며, 아직 마법사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김판석의 틈을 공격했다.
1초.
훅.
팔을 노렸다.
이것은 엄연히 훈련이고, 김판석의 목을 날려서 승리를 쟁취하는 결과는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팔을 베어 승기를 얻으려고 했다.
빠르게 공간을 파고든 검이 김판석의 팔을 베어 버리려는 순간, 김판석은 리처드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더니 한발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2초.
“?!”
공격이 빗나갔다.
겨우 한 걸음으로 피해 내는 모습에, 리처드는 곧바로 따라붙었다.
전기다발이 일어나며 김판석의 주변을 장악하자, 김판석의 마력이 전기다발을 모두 분해해 버렸다.
3초, 4초, 5초.
파파팟.
거리를 좁혔다.
다시 한번 팔을 베자 김판석이 피했고, 연계 공격을 수차례 더 펼쳤는데도 김판석에게는 그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순간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김판석은 마치 ‘마법사들의 상식’이 본인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 같았다.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자신의 공격을 흘려보내는 상황에, 리처드는 상대를 해칠 각오 없이는 쓰러트릴 수 없음을 알았다.
6초.
‘플래시(flash).’
번뜩.
콰르르르르르르릉.
검이 빛을 발했다.
마력이 활화산처럼 분출되며, 순간적으로 김판석의 심장을 베었다.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한 뒤에, 김판석의 생사는 곧바로 치료해 하늘에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피식.
김판석이 웃었다.
“같잖기는.”
7초.
빗나갔다.
피했다.
그 와중에도 김판석은 마력을 일으켜 마법사들의 마법을 파훼했고, 공격 마법으로 보병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런 과정들을 모두 실행하면서도, 리처드의 비기를 피해 내는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였다.
의도적이었다.
리처드의 존재를 집어삼켰다.
로만 드미트리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검사가, 감히 혼자서 자신을 쓰러트릴 수 없음을 증명했다.
8초.
이미 승리를 예상한 시간은 지났다.
리처드가 고개를 드는 순간.
“프레셔.”
콰직!
“컥.”
강력한 마력에 고개가 처박혔다.
리처드의 마력으로도 버틸 수 없는 압력이었고, 김판석은 보란 듯이 한 발로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
콰직.
리처드의 시도는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를 제압하는 사이, 이미 미국의 병사들이 코앞에 들이닥친 상태.
그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얼룩졌다.
리처드가 순식간에 제압당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분노를 앞세워 리처드의 복수를 하고자 했다.
그뿐이었다.
김판석은 일부러 기회를 내주었다.
상대가 승리를 생각하도록, 희망이 있다고 믿도록.
그래야만 그들이 더한 절망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너희의 꼬라지를 보니 현실을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는지 보이는구나. 지금부터 버텨 봐. 앞으로 인간들이 감당해야 할 재앙을.”
콰르르르르르르릉.
마력이 들끓었다.
상단전이 확장되더니, 32개의 의식이 분출하는 마력이 8개의 서클로도 모자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9번째 서클.
경계를 허물었다.
단 24시간이, 수많은 세월을 녹여댄 김판석에게는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켰다.
“메테오(Meteor).”
제단의 제물 없이.
김판석이 알렉산드르의 경지에 발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