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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화 (3/351)

▣ 제3화

3화

-창수야! 이게 무슨 돈이니?-

“아! 엄마! 그거 생활비하고 엄마 아빠 병원비로 써!”

-아니! 그러니까 무슨 돈이냐고!-

“그게! 나쁜 일로 번 돈이 아니고! 밤에 웬 아가씨가 불한당들한테 잡혀 있는 거 도와줬더니 고맙다고 받은 돈이야.”

-뭐? 너 엄마가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했지!-

창수는 합의금으로 받은 삼천만 원 중에 이천만 원을 어머니의 통장으로 보냈다.

천만 원은 학비와 생활비로 쓸 생각이었다.

창수의 어머니는 창수가 위험한 일에 끼어들었다는 말에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엄마! 그게 아니고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어! 그냥 내가 보고서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빨리 와서 별다른 일은 없었다니까! 내가 신고해 줘서 그 아가씨네 아버지가 고맙다고 사례금 준 거라니까!”

-정말이니? 정말 다친 곳은 없고?-

“아! 그렇다니까!”

-그래도 너무 큰 돈이어서.-

“나도 너무 큰 돈이라 생각해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아니 그 아가씨 아버님이 글쎄 엄청난 부자였나 봐. 자기 딸 구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이렇게 많이 주네.”

-그러면 너 학비도 써야 하는데…….-

“아니 삼천만 원을 줘서 내가 이천만 원 엄마한테 보낸 거고 나 지금 천만 원 있어. 이걸로 학비하고 생활비 쓰면 돼!”

-그래.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창수는 전화기 너머에서 흐느끼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왔다.

자신이 남자들에게 두들겨 맞아서는 합의금으로 받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몸이 아픈 부모님이었으니 최대한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해야 했다.

“그럼 전화 끊을게. 나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해서. 어! 그래. 아르바이트도 줄이려고. 학생이 공부를 해야 하잖아. 어! 걱정 말고. 엄마도 몸 생각해서 적당히 해. 그래. 아빠는 괜찮아? 어! 그래! 알았어! 나중에 집에 한번 갈게.”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난 뒤에 전화를 끊은 창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창수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정말이지 신의 가호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뼈가 부러진 곳도 없었고 흔한 타박상도 없었다.

형사의 말처럼 술에 취해서 헛발질만 한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의 통장에는 천만 원과 함께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면서 모은 칠백여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 정도 돈이라면 일 년 치 학비와 생활비로는 조금 부족할 수 있었지만 아르바이트 조금 하면 일 년은 충분히 손 안 벌릴 수 있었다.

물론 벌이가 시원찮아 진 부모님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마냥 학교를 계속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졸업까지 버틸 정도는 아니야. 진짜 누가 나 안 때려주려나?”

생동성 시험은 그만두기로 했다.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두들겨 맞는 것도 잘못하면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창수는 길을 지나면서 주변에 CCTV가 있는지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맞을 때 맞더라도 쌍방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일방적으로 맞고 난 뒤에 금융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이 다시 찾아올 리가 없었다.

술집이 즐비한 대학로를 괜히 돌아다녀 보아도 폭행의 폭 자도 볼 수 없었다.

“역시 그런 행운은 계속 찾아오지는 않는구나. 그럼 이제 어떻게 하나?”

요행을 바라고 계속 길거리를 쏘다닌다고 행운이 찾아올 리는 없었다.

계속 학교에 다닐지 아니면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생동성 시험을 한다고 본래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뒀기에 창수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했다.

여전히 주식이나 코인에는 관심이 없는 창수였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네. 후우! 별수 없이 상하차라도 해야 하려나?”

급히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는 상하차만큼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없었다.

통장의 돈은 충분히 있었지만 창수는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이 일을 찾았다.

“생각보다 일 잘하네.”

“아! 예! 감사합니다!”

“쉬엄쉬엄해.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말 안 하는데. 그러다가 골병들어.”

상하차는 조금만 실수를 해도 욕설이 날아드는 곳이다.

서로가 워낙에 힘이 들다 보니 남이 실수하면 내가 더 힘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름 힘에 자신이 있다고 하는 이도 상하차를 두세 시간만 하면 도망을 가 버리고는 했다.

상하차에 맞는 일 근육이 따로 존재해서 운동으로 단련한 이도 제대로 버텨내질 못했다.

하지만 창수는 상하차 일에 이골이 난 것처럼 거침없이 일을 해 나갔다.

커다란 탑차가 들어오면 무거운 짐들도 번쩍번쩍 들어서는 옮겼고 차곡차곡 탑차 안의 공간에 짐들을 쌓아냈다.

‘힘들지 않아. 왜지? 분명…….’

과거 창수도 상하차를 했었다.

처음 할 때는 반나절만 하고서는 도망을 쳤다.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돈이 뭐라고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는 상하차를 해야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했지만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기면 상하차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라리 생동성 시험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창수가 다시 상하차를 했으니 자신도 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운이 넘친다. 뭐지? 왜 이리 기운이 넘치지?’

요즘 잘 먹기는 했다.

일을 고단하게 했으니 먹성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통장에 돈도 있으니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치킨도 먹고 손을 덜덜 떨기는 했지만 그 비싼 서민 음식(?)인 족발로 혼자 시켜 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먹었다고 기운이 넘칠 일은 없었다.

창수는 과거였다면 힘겹게 들어 올렸을 쌀 포대를 번쩍 들어 올려서는 컨베이어 위에 올렸다.

“후우!”

“자! 잠시 쉬지!”

“아! 예!”

생각보다 빨리 짐을 내려서는 쉴 여력이 났다.

“담배?”

“아! 아니요. 담배 안 피웁니다.”

“그래. 그럼 커피 한잔 마시자.”

“예.”

창수는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의 말에 따라 한쪽 구석의 휴게실로 향했다.

다른 파트는 여전히 짐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근육 좀 만져 봐도 되냐?”

“예?”

“근육.”

“아! 예!”

창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을 때 같이 일을 하던 아저씨가 자신의 근육 좀 만져 보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아저씨는 창수의 몸을 만져대었다.

“이야. 이거 근육이 장난 아니네. 헬스 해?”

“아니요.”

“헬스 아니라고? 하긴 헬스 근육은 아닌데. 일 근육인가? 아닌데.”

아저씨는 창수의 몸을 한참 만지다가 자신의 땀에 젖은 반팔 티를 벗었다.

“아저씨!”

“이 근육 보이냐? 내 훈장과도 같은 근육인데 말이야.”

상하차를 하는 중년 남자의 근육은 그다지 멋있지는 않았다.

크게 펌핑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조각처럼 도드라져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근육들이었다.

오직 일에만 특화되어 있는 듯한 근육이 어째서 덩치 크고 몸 좋은 남자들도 몇 시간 하다 포기하고야 마는 상하차를 쉬지 않고 해 나갈 수 있게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몸 좋은 애들 여럿 만져 봤는데 네놈은 그놈들이랑 달라. 처음 보는 몸이야.”

“처음 보는 몸이라구요?”

“그래. 끄응! 타고 난 거지. 부모님께 감사해라. 에잉! 나보다 일 잘하는 놈은 못 봤는데.”

상하차 아저씨는 자신의 옷을 다시 입고서는 다시 일을 하러 가자고 말했다.

잠시나마 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아직 일이 끝나려면 한참이었다.

창수는 그런 상하차 아저씨를 따라 자신들의 레인에 들어오고 있는 트럭을 향해 걸었다.

‘내 몸? 분명.’

자신의 몸을 만져 보는 창수는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나름대로 아르바이트에 이골이 났다지만 대부분은 단순 노동에 가까운 일들이었다.

고등학교 내도록 대입 공부만 하다가 이제 대학생이 된 지도 오래지 않았다.

나름 몸이 탄탄하다고 자부하기는 했지만 아직 몸을 만들 생각조차 하기 전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야 자신의 몸에 신경을 쓰니 창수 또한 헬스나 전문적인 운동을 하기 전이었다.

그렇게 주변의 친구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몸 상태였지만 창수의 손에 만져지는 자신의 근육들은 탄력적이고 단단했다.

옷을 벗어보지는 않았지만 당장 벗어본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들게 할 터였다.

그렇게 창수는 쉴 사이 없이 몸을 움직였다.

십여 킬로가 넘는 무거운 택배들도 너무나도 가볍게 들어서는 레일 위로 올리고 근육통이 오게 하는 반복적인 행동에도 지치지 않았다.

‘확실히 이상해. 뭐지? 내 몸이 뭔가 이상하다.’

상하차를 마치고 나면 대부분은 다음 날 극심한 몸살이 나기 마련이었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다면 모르겠지만 처음 하면 열에 아홉은 근육통으로 끙끙 앓았다.

하지만 창수는 다음 날에도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대체 내 몸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이럴 리가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 헬스장으로 가서는 무거워 보이는 역기를 들어보았다.

덤벨이라 불리는 기구들이었지만 헬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창수였기에 대부분의 운동 도구는 역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의 덩치 큰 남자들을 힐끔거리면서 본 창수는 대충 남자들이 들어 올리는 무게를 확인하고서는 한 번씩 들어보았다.

“그리 무겁진 않은데?”

자신보다 덩치도 크고 팔뚝도 굵은 이들이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힘겹게 들어 올리는 역기들은 창수한테 전혀 어려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장난삼아 한 번씩 들어보는 창수의 모습은 헬스장의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 처음이신가 봐요. 처음 보는 분이시네요.”

“예? 아! 예. 다른 곳에서 운동하는데 그곳에 못 가서요.”

“아! 루틴이 깨지면 안 되죠.”

헬스 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들이 정한 루틴이 존재한다.

일주일에 몇 회,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까지 할지에 대한 자신만의 스케줄이자 계획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것을 지킬 수는 없는 법이었고 다른 일로 인해 자신의 헬스장에 갈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다니는 헬스장이 아닌 다른 지역의 헬스장에서 하루 이틀 정도 운동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그렇게 다른 곳에서 운동을 하던 이로 여긴 것이다.

“엄청 쉽게 드시네요. 3대 몇 정도 하세요?”

“예? 아! 오백 정도요?”

헬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창수였지만 어디서 들은 이야기는 있었다.

헬스 하는 사람들이라면 삼대 오백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너무나 쉽게 나오는 그 삼대 오백은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요? 한번 해 보실래요?”

“예?”

“한번 저희한테 보여주실 수 있으시냐구요.”

“뭐야?”

“아! 이분 삼대 오백 하신다는데요.”

“아! 그래?”

트레이너의 말에 운동을 하던 아저씨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서는 창수의 몸을 만져 보는 것이다.

“와! 근육 탄탄하네. 생긴 것과는 달리 엄청난데?”

“정말? 나도 한번 만져 볼게요.”

운동을 하면 여자들이 많이 붙는다던데 실제로는 남자들만 달라붙는다고 한다.

창수는 수많은 남자에게 둘러싸여서는 만져져 버렸다.

“아니! 저기. 그만 좀 만지세요.”

“아! 미안해요. 미안해. 하하하!”

아직 앳된 얼굴의 창수와는 달리 아직 옷을 벗어 눈으로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탄탄한 근육에 헬스장의 아저씨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창수는 삼 대 오백이 뭘 말하는지도 모른 채로 자신의 몸의 한계를 확인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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