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화
6화
4일의 가입교 기간이 끝나면 15주의 특전사 후보생 훈련이 시작된다.
첫 5주는 기초 군사 훈련이다.
제식과 화기, 구급법, 체력, 행군에 이르기까지 일반 병사들의 훈련병 과정과 비슷하다.
물론 강도가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다음의 훈련부터는 기초 군사 훈련은 어린아이 놀이터였다고 여기게 될 정도의 훈련들이 시작된다.
“야! 이 새끼들아! 정신 못 차리지!”
“똑바로 안 해! 정신을 어디에다 파는 거야!”
요즘 일반 병사들의 훈련은 과거에 비해 꽤나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군 인권이 부각되는 시기였기에 폭행뿐만 아니라 가혹 행위까지도 어느 정도는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특전사들은 그런 일반 병사들이 아니었다.
훈련소에서의 압박과 기합은 실전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극한의 상황에 버틸 수 있어야만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조금만 더. 조금만 힘내.”
“끄으!”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만만하던 후보생들이었지만 순간순간이 자신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의 몸뚱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에 남에게 신경을 쓸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창수만은 예외였다.
힘겨운 훈련 상황 속에서도 창수는 힘겨워하는 동기들에게 항상 손을 내밀어 주었다.
“미안하다.”
“아니야. 미안하긴. 우리는 동기잖아. 동기끼리는 미안하다는 말하는 거 아니라고 했다.”
창수의 나이는 특전사 후보생들 중에서 적은 축에 속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특전사에 지원을 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20대 초중반의 나잇대였다.
대학교 1학년인 만으로 19세인 창수는 분명 나이는 어렸지만 가장 형같이 뒤처지는 동기들을 이끌었다.
“107번 훈련병!”
“악!”
“남을 도울 만큼 아직 힘이 넘치는 모양이다!”
“악!”
“그럼 힘 좀 빼 줘야겠지! 엎드려!”
“엎드려!”
뒤처지는 동기를 돕는 창수는 교관들이나 조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체력의 극한까지 몰고 가는 특전사 훈련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들을 허탈하게 만들 정도의 창수에 창수를 어떻게든 굴복시키고 싶었다.
교관들과 조교들도 특전사 후보생 훈련과정을 거쳤었기에 여유로워 보이는 창수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남들보다 더욱더 기합을 받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 동기들은 그런 창수를 돕지 못한다는 것에 이가 깨지라 이를 악물고 핏기가 없어지도록 주먹에 힘을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창수를 기합 주는 조교가 지칠 만큼 굴리고 나서야 기합은 멈추었다.
“괜찮아?”
“어? 어! 할 만하네.”
“할 만하다고?”
“어! 아니. 조금 힘들긴 하네. 하하하.”
“너 진짜…… 미안하다. 나 때문에.”
“미안은…… 미안하면 나중에 밖에 나가서 밥 쏴라.”
“크윽! 그래. 내가 부산에서 풀코스로 쏠게.”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창수였다.
그런 창수의 모습에 다들 고마우면서도 미안해했다.
5주 훈련 동안 창수에게 도움을 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특히나 행군 때는 힘겨워하는 동기를 이끌어 주고 밀어주며 전원 완주를 성공시켰다.
아무리 기합을 주고 기를 꺾으려고 해도 꺾이지 않는 창수에 교관들과 조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물론 기초 훈련이었다.
그다음의 3주간의 공수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전사 후보생 훈련은 이때부터가 진짜였다.
하지만 이미 5주차의 기초 군사 훈련에서 이미 훈련병들 간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었다.
“김 대위.”
“대위! 김석민!”
특전사 후보생들을 교육하고 있던 교관인 김석민은 훈련대대 대대장의 부름에 즉시 복명복창을 했다.
후보생들 앞에서는 호랑이 같은 교관이었지만 계급 사회인 군대에서 대위는 중간 관리자에 불과했다.
“됐고. 이번 후보생 중에 쓸만한 애 있어?”
“괴물 하나 있습니다.”
“괴물?”
교관인 김석민도 괴물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특전사였다.
체력이면 체력, 사격이면 사격, 격투술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서 동기들뿐만 아니라 선배들 중에서도 김석민을 뛰어넘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 김석민이 괴물이라고 칭하는 후보생이 있다는 말에 중령 최중훈은 꽤나 흥미로워했다.
“누구야?”
“예! 최창수 훈련병입니다.”
“아! 체력 시험 1등 한 친구지?”
“예.”
“그렇게 괴물이야? 자네보다?”
최중훈의 질문에 김석민은 창수를 떠올리고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고개를 내젓는 김석민에 최중훈은 꽤나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괴물이 이번 기수에 들어온 듯했다.
“솔직히 인간이기는 한가 싶을 정도입니다.”
“뭐? 인간이기는 한가 싶다고?”
“예. 그럴 리는 없지만 영화 속의 슈퍼 솔저 같은 놈입니다.”
“허! 참! 자네가 그 정도로 말할 정도라면 정말 괴물 하나가 들어온 모양이네.”
“예. 솔직히 3주차부터는 조금 풀어주면서 훈련을 진행합니다. 6주차부터 지옥 훈련이 시작되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지금 그놈 때문에 전혀 풀어주지 않은 채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탈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5주차의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고 퇴소를 하게 되면 일반 병사로 훈련소에 들어갈 때 훈련소에서 훈련이 면제되어 바로 자대로 입대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초반에 강하게 압박을 하고서는 3주차부터는 조금은 느슨하게 훈련을 한다.
기초 군사 훈련에서 후보생들을 떨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딱히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놈 체력도 괴물인데. 리더쉽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부사관이 아니라 간부로 바로 보내도 될 정도입니다.”
“다른 동기들이 그 친구 잘 따른다는 거야?”
“예. 시야가 굉장히 넓습니다. 낙오하려는 후보생들까지 다 챙기고 힘들어하는 후보생도 다독이고. 하!”
처음에는 창수를 어떻게든 꺾어버리려고 했지만 도무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창수에게 시비를 걸었던 조교가 창수에게 잡아먹힐 뻔했다.
“한 번은 조교 중에 인신공격을 했는데…….”
“조금 심했나?”
“아! 예. 다소 심했는데 그제야 그 친구 눈빛이 변하더라구요.”
“교관이나 조교에게 대들면 바로 퇴소일 텐데.”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눈빛만으로 제압하더군요.”
“하하하하하! 천하의 특전사가 후보생 눈빛에 쫄아? 거 참 내!”
조교들도 전원 특전부사관들이었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이들인데 고작 후보생의 눈빛에 쫄았다는 것에 기가 찬 것이다.
“조교들이 늑대라면 그 친구는 호랑이입니다. 솔직히 탐납니다. 제가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요.”
“아직 훈련 끝난 것도 아니잖아.”
“예. 하지만 그 친구 끝까지 갈 것 같습니다.”
김석민은 창수가 끝까지 버텨낼 것이라 확신했다.
‘그놈이라면 북한 돼지 놈 목을 혼자 가서 따오라고 해도 따 올 수 있을 것 같은 놈이야.’
특전사가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특전사들 중에서도 특전사들이 존재한다.
특임대나 육해공 내의 특수부대들이 존재한다.
특전사가 되고 난 뒤에 또다시 선발과정을 통해 일반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는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들이 존재했다.
북한으로 침투하는 특수부대도 존재했고 김석민은 창수라면 북한도 충분히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제 고작 기초군사 훈련이 끝나가는 중일 뿐이었다.
“그래. 한번 잘 지켜봐.”
“예!”
송곳은 호주머니에 들어 있어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창수 또한 훈련이 시작된 지 첫날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물론 다들 자신이 최고라 여기고 있는 집단이었기에 자신보다 뛰어난 이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이들이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수준 차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 시기하고 질투를 할 수 있었다.
감히 자신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나면 시기 질투가 아니라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창수야.”
“왜?”
“너 솔직히 말해 봐. 선출이지? 뭔 운동했냐? 레슬링?”
“레슬링은 무슨.”
“그럼 뭔데? 유도?”
창수는 총기 수입을 하는 중에 물어오는 동기인 경태의 말에 피식 웃었다.
다른 동기들도 열심히 총기를 닦고 있었지만 귀는 창수와 경태의 대화로 향하고 있었다.
후보생 중에 상당수는 운동을 한 이들이었다.
일부는 선수 출신도 있었고 대학교도 체육학과 출신도 꽤나 많았다.
당연히 괴물 같은 체력의 창수가 자신들이 모르는 종목의 선출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끄응! 적당히 해야 했나? 하지만 진짜 적당히 하고 있는 건데.’
난감한 것은 창수였다.
창수는 정말 여유로웠다.
그렇게 여유롭다 보니 주변 둘러볼 여유까지 있어서는 힘들어하는 동기들을 챙길 정도였다.
더욱이 창수는 육체뿐만 아니라 감각마저도 극도로 예리해졌다.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을 리 없었음에도 뒤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게 다들 선수 출신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가 난감했다.
선수 출신이라고 해 봐야 너무 뻔히 들킬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입을 다물기에는 계속 자신을 귀찮게 할 것이 분명했다.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전통 무예를 하셨거든.”
“아! 전통 무예 계승자 뭐 이런 거였어?”
“응? 어! 하하! 뭐 그렇지.”
“아! 어쩐지. 그 무림 고수 같은 거 말하는 거지?”
“무림 고수는 무슨! 뭐 무협 찍냐!”
창수는 대충 자신의 체력을 설명하기 힘들다 보니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전통 무예를 배웠다고 둘러대기로 했다.
다들 코웃음을 칠만한 말이었지만 창수를 지금까지 지켜본 이들은 완전히 믿어 버렸다.
슈퍼 솔저 혈청을 맞아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말보다 어린 시절부터 전통 무예를 수련해서 괴물이 되었다는 것이 더 믿을 만했다.
그리고 그런 전통 무예 계승자라는 창수의 신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소 전체에 퍼졌다.
당연히 창수가 익히고 있는 전통 무예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생겼다.
“창수야. 혹시 전통 무예 조금만 보여주면 안 될까?”
“안 돼. 그게 가문 비전이라서. 함부로 보여줄 수가 없네.”
“아! 그런 거야?”
가문 비전의 전통 무예라서 보여줄 수 없다는 창수의 말에 신비로움은 더욱더 커져 갔다.
“야! 그거 들었냐?”
“뭘?”
“뭐긴! 창수. 오백 년 전통의 조선 전통 무예의 유일 계승자라고 하던데.”
“아! 진짜? 오백 년이나 된 전통 무예래?”
“아니! 내가 듣기로는 거의 고려 때부터라고 하더라. 그 있잖아. 삼별초!”
“아! 삼별초! 나 그거 고등학교 때 배운 것 같다. 몽골 놈들 다 쓸어버렸다던. 그 누구냐? 최강의 무인.”
“척준경!”
“맞아! 척준경! 고려의 소드 마스터!”
“그런데 척준경이 몽골 때였나? 삼별초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우! 그게 뭐가 중요하냐. 아무튼 척준경의 후손이라는 거지? 응? 창수 척 씨 아니지 않나?”
“외가 쪽으로 내려왔나 보지!”
“와! 너 똑똑하다!”
창수가 전통 무예의 계승자라고 거짓말을 하자 온갖 유언비어들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확인되지 않은 것들투성이였지만 중요한 것은 창수의 믿기지 않는 체력이 조금은 설명되었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소문을 들은 교관과 조교들도 완전히 믿어 버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