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화
7화
5주 간의 기초군사 훈련이 끝나고 나면 3주간의 공수 훈련이 시작된다.
공수 훈련부터는 공수처 교관들이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첫 주에는 간단했다.
“팔 벌려 뛰기 오십 회! 몇 회?”
“오십 회!”
“목소리가 작다! 칠십 회! 몇 회?”
“칠십 회에!”
“밥 안 먹었냐! 그것밖에 못 해? 백 회! 몇 회?”
“백회에!”
“구십팔 회! 시작!”
공수 훈련의 첫 주는 PT 체조로 시작되어 PT 체조로 끝난다.
첫 주 동안 뭔가를 한 것 같기는 한데 그냥 PT 체조만 했다는 기억밖에 없다.
수송기나 헬기에서 레펠을 하거나 낙하산을 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후보생들은 처음에는 바짝 긴장을 했지만 땅바닥에서 삼십 센티 이상 올라가 보지도 못한 채로 온몸을 흙먼지로 가득 채웠다.
창수조차도 질려버릴 만큼 PT 체조를 하게 되었다.
훈련이 끝나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기진맥진해져야 했다.
그 때문에 이 시기에는 씻으라고 샤워실까지 개방을 해 주었지만 제대로 씻지 못할 정도였다.
“으윽!”
“야! 너 괜찮아?”
“발…… 발이.”
“발?”
지금까지 버텨 오던 동료 중에 결국 부상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어디 부러진 것이 아닌 질병 때문이었다.
“봉와직염이네.”
“봉와직염이요?”
“그래. 발에 난 상처로 세균이 감염되어서 생기는 병이야.”
사회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질병이었다.
조금만 위생에 신경을 쓰면 생기지 않을 질병이었기에 일반인이 봉와직염에 걸릴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이 질병이 꽤나 흔했다.
습한 전투화 안에서 띵띵 불은 발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면서 상처 안으로 세균이 파고들어 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무좀으로 진행된다.
“이대로는 더 이상의 훈련은 무리다.”
“예? 그러면 퇴소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래.”
“안 됩니다! 절대 퇴소 못 합니다!”
봉와직염에 걸린 후보생은 이대로 퇴소를 하게 되면 두 번 다시 특전사로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전사에 지원한 후보생들 각자 나름대로 수많은 사연과 이유가 존재한다.
어렸을 때부터의 꿈일 수도 있었고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해서 퇴소를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봉와직염에 걸린 후보생은 끝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남은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교관들은 후보생을 퇴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평소 개인위생에 신경을 덜 쓴 후보생의 잘못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운이 나빴던 것으로 여겨진다.
“자네 잘못이 아니야. 운이 좋지 않아서일세.”
운이 나빠서.
받아들이기 너무나도 힘든 이유였지만 교관에게 더는 항의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조금이나마 스스로 위안이 될 뿐이었다.
결국 고개를 떨구고서 두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오는 동안 참아왔던 눈물이었다.
그런 후보생들의 마음을 알기에 교관들도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중도 탈락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 괴물 녀석. 정말 지치지도 않나?”
“지친 척은 하는 것 같은데요.”
“티 나잖아. 딱 봐도 아직 기운 넘치는구만. 저놈이 그 전통 무예 계승자인가 뭔가 하는 놈이지?”
“예. 듣기로는 우리 훈련보다 더 지독한 수련을 했던 것 같은데요.”
“미친! 대체 그런 놈이 왜 특전사에 들어온 거야? 운동선수나 할 것이지.”
“뭐 뻔한 거 아닙니까? 스승님이 나라를 위한다는 호국 정신을 가리킨다며 특전사 지원하라고 했겠지요. 전통 무예 계승자라고 병무청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일반 병사보다는 특전사가 훨씬 낫죠.”
“그건 그렇지.”
공수처 교관들은 창수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자신의 사연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미 창수가 이름도 모르는 한국의 전통 무예 계승자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정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창수로서는 기가 찰 뿐이었다.
‘하아! 다 들린다. 다 들려. 어떻게 저 거리에서 나누는 대화까지 다 들리지?’
본래라면 절대 들을 수 없는 거리의 대화마저도 창수의 귀에 들렸다.
당연히 눈도 좋아져서는 몽골의 유목민들도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좋아졌다.
물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규식 대위하고 저 친구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규식 선배님이요? 글쎄요. 규식 선배님도 보통 인간은 아니지 않습니까? 인간 흉기! 규식 선…….”
“뭐 생퀴야! 인간 뭐?”
“히익! 규식 선배님!”
창수를 바라보던 교관 둘이 대화를 나누던 중에 특전사 내에서도 인간 흉기라 불리는 남규식 대위가 끼어들었다.
공수처 교관은 아니었지만 볼일을 보기 위해 교육대에 왔다가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있는 후배를 발견한 것이다.
“어! 규식이 왔냐?”
“단결!”
“너 들었지? 쟤가 걔야!”
“쟤입니까?”
남규식 대위도 이번 부사관 후보생 중에 괴물이 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미 특전사 전체에 소문이 나 있었다.
몇몇 특전사 팀에서는 창수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후보생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완전한 특전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총기와 무기들에 대한 수련도를 올려야 했고 그보다 많은 장비를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보다 어려울 수 있는 생존 능력과 전술 작전 능력을 키워야 했다.
그런 과정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개인적인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그것만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때?”
“움직임이 어설픈데요. 뭐 체력은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남규식 대위도 어렸을 때부터 각종 무술을 수련했다.
이름 있는 무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은 이름도 생소한 무술도 섭렵했다.
그런 남규식의 눈에 창수의 움직임은 어설펐다.
‘무예 하던 놈 맞아? 그냥 일반인인데?’
자신이 모르는 유형의 무예일 수도 있었지만 행동만 봐도 무술을 수련했던 몸인지 아닌지를 느낄 수 있었다.
창수의 움직임은 운동은 했을지도 모르지만 무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움직임에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공수 훈련 중이라는 것을 감안 하기는 해야 했다.
자신도 일주일 내도록 쉬지 않고 PT 체조만 했던 공수 훈련 시간에는 기진맥진했다.
아무리 무예고 격투기를 수련했다고 해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린아이에게도 이길 수 없을 터였다.
“쟤만 쌩쌩해. 너하고 붙어보면 누가 이길까?”
“선배님. 그건 해봐야 하는 거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제가 이기겠지요. 생생해 보여도 어디 그게 보통 훈련입니까.”
“그러긴 하지. 그래도 한번 대련해 볼래?”
“대련이요?”
“그래.”
남규식 대위는 고개를 내저었다.
체육관이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이 있는 곳은 군대였다.
군대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간부여도 골치 아플 수 있었다.
하지만 남규식 대위는 자신의 선배 교관의 말에 몸이 움찔 떨렸다.
“훈련단장님께서 허락하셨다.”
“…….”
“진석아.”
“예! 선배님.”
“오후 수업만 남았지?”
“예.”
“귀빈들 오실 거야. 자리 마련해 둬라.”
“예! 알겠습니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창수를 볼 때마다 다들 몸이 달았다.
얼마나 괴물이기에 그 힘들다는 공수 훈련을 받는 중에도 저렇게 기운이 넘치는지 두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다.
“너무 다치게 하지는 마라. 아직 훈련 남았으니까. 그냥 기만 죽여.”
“알겠습니다. 선배님.”
남규식 대위는 자신을 왜 훈련소로 호출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훈련이 다 끝나고 난 뒤에 실력을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후보생에서 끝난 햇병아리가 최고의 특전사를 제압해 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자! 다음 주부터는 모형탑 훈련이다. 실제로 공수 훈련을 체험할 수 있는 훈련이 들어갈 것이다.”
PT 체조를 받는 중에도 멀리 세워져 있는 높다란 모형탑이 보인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가 정확하게 몇 미터인지는 몰라도 모형탑의 높이가 그 높이일 것은 모든 후보생이 다 알 수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형탑의 잔상으로도 오금이 저리는데 실제 올라가 보면 아찔할 것이 분명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이라면 못 뛰어내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실제로는 뛰어내리라고 하면 지금의 후보생들은 전부 뛰어내린다.
고소 공포증이 있어도 뛰어내린다.
첫 주의 지옥 같은 PT 체조가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주저하는 공수 대원들의 모습은 허상이었다.
애초부터 그럴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만큼 지상에서 굴려버리기 때문이다.
고소 공포증보다 교관들의 목소리가 더 무서운 후보생들의 몸은 본능마저도 거스를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기대되나?”
“예! 기대됩니다!”
“좋아! 그럼 그 기대감을 위해 어깨동무!”
교관의 외침에 후보생들은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꾸욱 참아냈다.
다시 자신들을 굴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내일 할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오늘 할 것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다시 지옥의 PT 체조가 시작됨을 예감하고 있을 때 교관은 힐끔 건물 쪽을 바라보았다.
“훈련이 다소 지루하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벌써 일주일째 PT 체조만 하고 있는데. 최고의 특전사가 되는데 이런 훈련만 받고 있으니 얼마나 지루하겠나. 안 그런가?”
“아닙니다!”
후보생들은 교관이 대체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냥 굴려버리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으음! 자네들 내일 훈련을 잘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오늘 일정을 그만둘 수도 없고. 자네들이 정말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하기도 하고.”
뜸을 들이는 교관의 말에 다들 의아해할 때 교관의 입이 열렸다.
“자네들의 체력과 실력을 본 교관에게 확인시켜 준다면 오늘 오후 일정을 개인 정비 시간으로 해 줄 수도 있는데.”
후보생들은 휴식 시간을 줄 수 있다는 말에 두 눈을 끔벅거렸다.
이미 땡볕에 살이 시커멓게 타서 모든 후보생의 얼굴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똑같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들 같은 얼굴로 대답도 하지 못한 채로 두 눈만 끔벅이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뭐 간단하네. 우리 교관들 중 한 명을 자네들이 이긴다면 본 교관은 자네들이 충분히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휴식을 줄 것이네. 물론 자네들이 진다면 휴식은 없어.”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자신들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받아들이겠는가?”
교관의 말에 다들 한 사람에게로 시선이 모여들었다.
‘왜 하필이면 난데?’
창수는 전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억울해졌다.
물론 체력이 남아도는 이는 창수뿐이었다.
물론 지옥 같은 훈련은 창수도 어느 정도 지치게 했다.
특히나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었다.
“받아들이겠는가?”
“예!”
“좋다! 진흙 수련장으로 이동하도록!”
그것으로 끝이었다.
창수가 승낙을 하든 말든 후보생 전부의 대답으로 창수는 나서야만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