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화
10화
특전사 후보생 훈련이 끝나기 전 후보생들에게 제안이 들어온다.
“특전사 하면 707 특임대지. 707로 들어와라.”
“707은 무슨! 기왕이면 국평단이지. 국평단으로 들어올 거지?”
특전사 하사로 임관을 하기 전 국제평화지원단과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인원을 선발한다.
대테러 임무를 부여받는 707은 강도 높은 훈련과 체력을 요하는 부대였다.
그에 반해 국평단은 외부에 보이는 임무가 주를 이루기에 체력보다는 지식이나 총명함 등 정신적인 면을 다소 강조했다.
물론 둘 다 특전사들이었기에 강인한 체력은 기본이었다.
그런 두 부대 관계자들은 한 명의 후보생을 눈독 들이고 있었다.
“최창수 후보생. 707에서 확실하게 밀어줄 테니까. 와라. 원하면 사관 과정도 지원해 줄 테니까.”
“어허! 사관 지원은 우리도 가능해. 해외여행도 하고 견문도 넓힐 수 있는 국평단으로 와.”
창수는 자신을 데리고 가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른 두 부대 관계자들을 보며 고민을 했다.
두 부대의 선발 과정이 끝나고 나면 남은 특전사들은 제1 공수특전여단과 3여단, 7여단, 9여단, 11여단, 13여단으로 배치가 된다.
거기에 특수작전 항공단과 특수전학교가 포함되어 육군 특수전 사령부가 구성이 된다.
“분명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창수를 노리는 건 국평단과 707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공수여단들도 창수를 노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과정상 707과 국평단이 우선 선발을 하기에 놔두고 있는 것이었지 좋은 인재를 빼앗기는 것을 마냥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공수여단 소속의 간부는 창수에게 강요를 하지 말라고 두 부대 관계자에게 경고를 했다.
그럼에도 몸이 달아서는 창수를 데려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당장 창수를 어떻게 데리고 가서 굴릴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707하고 국평단.”
힘들고 안 힘들고는 지금의 창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체력과 근력뿐만 아니라 시청각과 같은 감각까지 좋아지면서 사격이면 사격 야간 전투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창수의 생각에 계속 자신의 신체가 강해진다면 날아오는 총알까지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할 정도였다.
물론 정말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한다거나 할 정도의 괴물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격 중에 총알이 날아가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는 정도의 수준은 되고 있었다.
“너 장기 할 거냐?”
“아니. 그냥 최소만 찍고 전역할 건데.”
“왜?”
부사관으로 입대를 했지만 창수라면 사관후보생 과정까지 지원받아 장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수의 동기는 장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창수에 깜짝 놀랐다.
“어차피 군대는 마쳐야 하고 해서 일반병보다 돈 많이 주는 부사관으로 온 건데.”
“아! 하긴 너라면 어디서 뭘 하든 먹고 사는 일은 걱정 없겠다. 그럼 국평단 가겠네.”
“국평단? 왜?”
“거기가 월급 많이 줘. 해외 수당 있거든. 생명 수당도 세고.”
“아!”
그것으로 창수는 결정을 했다.
어차피 특별한 목표가 있어서 특전사에 지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진짜 목적은 군대에서 목돈을 마련해서 전역하자는 이유였다.
그러니 해외 수당도 붙는 국평단이 창수의 구미에 맞는 건 당연했다.
“국평단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하하하하! 잘 생각했어!”
국평단은 국제평화지원단으로 국제평화유지활동을 위해 2010년 7월 1일에 창설된 부대이다.
본래는 흑룡부대라 불리는 5여단이었지만 현재는 온누리 부대로 별칭이 변경되어 국평단으로 불리고 있다.
해외로 파병되어 유엔 평화유지활동, 또한 다국적군 평화활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부터 필리핀 재해 복구, 아이티 재건 지원단과 아프간 및 동티모르 상록수 부대까지 수많은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해 오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해외 근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언어 부분도 상당히 중요시되는 부대였다.
당연히 실제 실전을 겪어야 할 수도 있었기에 위험하고 긴장의 연속인 군 생활이었다.
하지만 창수는 월급이 더 세다는 이유로 국평단에 지원을 했고 707 특임대와 일반 공수여단들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서로 창수를 빼내 가고 싶어 했지만 진흙 격투장 사건으로 인해 특전사령부 예하부대장들이 서로 노리고 있다 보니 창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후보생 교육을 수료하고 난 뒤에 1주일간의 휴가 기간이 있다.
그렇게 휴가 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 각자가 배치되는 여단별로 한 달간의 주특기 교육과 특수전 초급 교육이 이루어진다.
주특기는 정작, 화기, 의무, 통신, 폭파로 이 중에 하나의 주특기를 학습하게 된다.
특수전 초급 과정 중에는 꽤나 유명한 지옥주 무박 2일의 100km 행군을 하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게 된다.
물론 자대 배치 후 천리(400km) 행군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자대 배치 전에는 너무 먼 미래의 일이어서 실감은 나지 않는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난 뒤에야 자대 배치가 이루어지게 된다.
“단결! 하사! 최강수 제22 특전대대로 전입을 명받았습니다!”
창수는 인천 계양구에 있는 국평단 부대 주둔지로 향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국평단 예하 제22 특전대대로 전입을 하게 된다.
특전사는 중대나 소대 등의 집단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팀별로 움직인다.
창수도 결원이 난 특전사 팀으로 전입을 하게 되었다.
어느 집단이든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게 되면 서로의 안면을 트는 신고식이 이루어진다.
창수 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고참들의 수많은 시선에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두들겨 맞으려나? 아래 급소만 아니면 맞아도 아프지는 않던데.’
군 생활은 자대 배치를 받고 난 뒤가 진짜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훈련소 생활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군 생활의 순한 맛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
그렇게 창수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폭행은 없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였다.
더욱이 목숨이 오고 가는 위험한 집단일수록 규율은 강했다.
특전사들이 직업 군인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었다.
오히려 더 규율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창수였다.
“자! 다들 인사하지. 이번에 우리 팀으로 전입 오게 된 최창수 하사다. 괜히 괴롭히지 말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중대장인 김만춘 대위의 말에 같은 팀 소속의 팀원들은 대답을 해주고서는 창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특전사답게 자신의 팀에 들어온 이가 어떤 성향과 실력인지가 아주 중요했다.
이제 막 훈련소를 마치고 전입을 해 왔기에 얼빠져 있는 모습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꽤나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는 것에 몇몇 고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첫인상은 합격이었다.
“막내야. 아니. 이제 막내 아니지? 막내 자리 잡아 줘라.”
“예! 임 상사님! 히히히!”
“아이고! 이제 막내 벗어났다고 좋아 죽네! 좋아 죽어!”
그동안 팀에서 막내였던 김한기 하사는 창수를 데리고서는 비워 놓은 자리로 갔다.
“창수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아우! 나 귀 안 먹었다. 너무 크게 외치지는 말고. 여기 짐 정리하고. 정리하면서 들어라.”
“예! 알겠습니다!”
창수는 자신의 침대와 관물대에 자신의 짐을 정리하면서 김한기 하사의 말에 집중을 했다.
“일단 막내에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듣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김 하사님!”
“그래. 명심할 것은 3보 이상은 무조건 뛴다다. 알았냐?”
“예! 알겠습니다!”
하사부터는 간부라지만 막내 하사는 간부고 뭐고 없었다.
당장 생활관에 전부 간부들뿐이었기에 하사라고 간부 대우받을 일은 없었다.
일반병 부대에서야 노란 딱지 붙어 있는 신병 때는 부대 적응시켜 준다며 얼마 간은 다정하게 대해 줬지만 간부인 특전사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도 없었다.
느긋하게 걷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의 앞에서 중사(진)이 머리 박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창수는 막내 때는 무조건 3보 이상은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다음으로는 중대장님 성함은…….”
창수는 자신의 팀원들의 계급과 이름을 외워야 했다.
신병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고참의 이름과 계급 및 서열이었다.
실수하는 순간 폐급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행히도 신체뿐만 아니라 두뇌까지도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김한기로부터 생활관 생활에 대한 주의사항을 듣고 있을 때였다.
“차렷!”
“아! 됐어요. 임 상사님.”
생활관 안으로 중위 계급의 남자가 들어오더니 임 상사를 찾았다.
“예. 부팀장님.”
“이번 체육대회 준비 잘 되어 가고 있습니까?”
“그게. 뭐 열심히 해 봐야지요.”
“이번에 특전사사령부 전체 대항이라. 꼴찌 하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국평단의 경우는 6개월마다 해외 파병 부대로 교대를 하기에 모든 부대원이 한국에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른 제대에 비해서는 인원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건 핑계가 될 수 없었다.
그냥 일반적인 체육대회였지만 마초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전사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자존심 싸움이 되고는 했다.
물론 전 하반기로 나누어서 특전사 탑팀 선발대회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선발대회 때는 엄청난 경쟁을 하고는 하지만 이렇게 소소한 체육대회에서도 경쟁은 치열했다.
이런 와중에 저번 체육대회에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한 국평단이었다.
축구 경기를 해도 선수 풀이 적어서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던 중에 임 상사는 짐 정리를 하고 있는 창수가 눈에 들어왔다.
“막내야!”
“하사 최창수!”
“하사! 김한기!”
“한기야! 너 계속 막내 하고 싶냐?”
“아! 이제 나 막내 아니지?”
창수 옆에 있던 김한기는 이제부터 자신이 막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동안의 서러움이 가슴 속에서 뭉클했다.
그런 김한기 하사에 혀를 차던 임 상사는 창수에게 물었다.
“너 공 좀 차냐?”
“잘하지는 못하지만 하라고 하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하면 잘하는 거고! 못하면 못하는 거지! 뭘 열심히! 해! 야! 혁준아! 쟤한테 공 던져 줘 봐라! 야! 트래핑 해 봐. 바닥에 공 떨어트리면 알아서 해라.”
임 상사의 으르렁거림과 함께 박혁준 중사가 던져 준 공이 창수에게로 향했다.
창수는 딱히 운동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공이 바닥에 떨어지면 앞으로의 군 생활이 고달플 것 같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고서는 발로 받아냈다.
툭! 툭! 툭!
힘을 얻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힘 조절을 못 했겠지만 창수는 그동안 특전사 훈련을 통해 자신의 몸의 힘 조절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특전사 훈련으로 인해 자신의 몸과 힘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공 트래핑을 자주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창수는 제법 능숙하게 해 냈다.
“제법이네.”
“에이! 트래핑 잘한다고 축구 잘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족구는 좀 하려나?”
특전사 팀당 인원이 열 명이었기에 축구 시합을 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다른 팀과 합쳐야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축구보다는 주로 족구를 하며 몸을 푸는 특전사들이었다.
“아! 쟤가 걔구나.”
“예? 부팀장님? 쟤가 걔라니요?”
“아! 임 상사님. 최창수 하사라고 이번 후보생 중에 일 등 한 친구입니다. 1여단의 남규식 대위님이라고 남 대위님 꺾은 친구입니다.”
“남 대위님요? 1여단의 괴물?”
“예. 진흙 격투장에서 후보생들하고 교관들하고 5대 5로 밀어내기 격투했는데 저 친구가 전부 다 밀어내 버렸다고 하더라구요.”
부팀장인 이성훈 중위는 자신이 들었던 창수에 관한 이야기를 팀원들에게 해 주었다.
그러자 다들 놀란 눈으로 창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공은 창수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로 트래핑되고 있었다.
“야! 공 좀 더 높게 차 봐라. 머리 위까지.”
“예! 알겠습니다!”
허벅지 정도에서 튕기고 있는 공을 머리 위까지 차서 트래핑 해보라는 지시에 창수는 발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이내 공은 창수의 머리 위까지 튕겨 올라갔다.
몇 번 차다 보면 실수를 할 법도 해서 자세가 무너질 터인데 공은 일정하게 창수의 머리 위까지 올라갔다 내려가길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