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2화
32화
냄새를 맡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칠레 상공에는 이미 미국의 조기 경보기가 떠 있었고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강대국뿐만 아니라 칠레 주변국들의 정보원들뿐만 아니라 특수부대가 활동 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남미의 마피아까지 냄새를 맡고서는 기웃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마피아 조직인 헤인트가 이번 사태에 관련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헤인트가 엔젤을 만들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직접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각국의 특수부대들이었으니 헤인트는 간단히 무장해제가 되고 엔젤에 대한 정보가 넘어가게 될 것이라 예상을 했다.
하지만 곧 악몽이 시작됨을 알지 못했다.
“바로 돌입한다. 미국 양키 놈들에게 빼앗겨서는 안 돼!”
브라질의 특수부대.
정확하게는 군대라기보다는 경찰에 가까운 BOPE(경찰특수작전수행부대)가 긴급하게 아리가에 잠입해 들어왔다.
BOPE는 적의 군대를 상대하는 조직이라기보다는 마피아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브라질의 특수 시가전 부대였다.
자신들이 상대할 존재들이 마피아임을 알아차리고 BOPE에서도 최고의 정예 요원들을 선발해 파견한 것이다.
남미 인접국이다 보니 남미의 각국 정보요원들이 주변국에서 활동 중이었다.
아리가에서도 활동하던 브라질 정보국 요원이 엔젤의 정보를 획득해 브라질 정보국에 연락을 한 것이다.
그렇게 파견된 BOPE는 미국이 먼저 가로채기 전에 엔젤의 제조법을 확보하기로 했다.
BOPE는 방탄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 이유가 주로 시가전을 하다 보니 시야의 확보에 불리한 헬멧의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빠른 이동과 정확한 사격 등 여느 특수부대보다 빠른 시가전 대응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마피아의 생리라면 이골이 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었기에 BOPE는 헤인트의 본거지를 급습했다.
헤인트 또한 여느 마피아들과 다르지 않게 빈민가의 복잡한 시가지 안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다.
정글의 대마를 생산하는 농장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마피아들은 빈민가 주민들을 인질 삼아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본래라면 장갑차와 헬기 등의 보조를 받아 작전을 수행하겠지만 BOPE 뿐만 아니라 헤인트에 모여들고 있는 각국의 특수부대들 모두 비밀 임무였기에 은밀한 작전만이 가능했다.
그렇게 BOPE의 대원들은 빈민가로 들어서면서 헤인트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건물로 향했다.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군.”
하지만 헤인트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준비해. 전부 죽여 버려! 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자고.”
“예! 천사가 우리와 함께 한다면 악마들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독실한 카톨릭 국가인 칠레였고 마피아들도 대부분 종교를 강하게 믿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마피아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라기보다는 성전이라 믿고 있었다.
특수부대와 마피아.
그것도 남미 최고의 마피아 전담 특수부대와 남미에서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닌 마피아 조직인 헤인트.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과 같았지만 예상은 전혀 다르게 전해졌다.
타타탕!
깨질 듯한 쇳소리.
뼈마디에 이어져 있는 신경들이 곤두설 것 같은 쇳소리와 함께 총탄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아리가의 빈민가는 화약 냄새로 가득 찼다.
“저놈들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상관없어! 전부 쓸어버리고 엔젤을 찾아!”
BOPE의 지휘관은 헤인트의 공격에 곧장 대응을 지시했다.
마피아 조직원들 중에서도 특수부대 출신이 다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동네 양아치들을 조직원으로 받는다.
잔인함은 세상의 그 어떤 인간보다 강하다지만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지 못한 이들이었다.
대충 적이 있는 방향으로 총구를 들이밀고서는 방아쇠를 당길 뿐이다.
시가전이 대부분 그렇지만 낭비되는 총알이 많았다.
물론 재수 없이 눈먼 총알에 당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 반해 BOPE의 사격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했다.
타탕! 탕!
골목 사이로 몸을 내밀고서는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마피아 조직원의 몸에 총알구멍을 내줬다.
총알에 맞으면 울부짖는 비명을 지른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말도 못 한다.
그냥 풀썩 땅바닥에 스러져서는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정확하게 몸통에 총알을 맞았으니 죽었거나 죽지 않았어도 대응을 하지는 못할 것을 알기에 BOPE는 다음 적을 빠르게 찾았다.
둘.
셋.
쓰러져 가는 마피아 조직원들이 늘어갔다.
“클리어!”
골목길의 적을 전부 쓰러트렸다는 선두의 말에 BOPE의 대원들은 빈민가의 중심부로 빠르게 이동을 했다.
예상치 못하게 가까이에서 나타나는 적들에 BOPE의 대원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0.1초.
적보다 그 짧은 시간 먼저 방아쇠를 당기면 되는 것이다.
헤인트는 중소규모의 마피아 조직.
마피아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BOPE는 헤인트가 대략 얼마 정도의 조직원을 가지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대형 조직의 경우에는 천 명이 넘어가는 조직원을 가지고 있다지만 헤인트는 그 정도 급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이백을 넘지 않을 것이었고 상당수는 본거지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터였기에 20여 명의 BOPE 대원이라면 피해는 볼지언정 충분히 작전을 성공시킬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내 상황은 반전되었다.
타타타타탕!
“크윽! 후방에서 적이다. 포위되었다! 포위! 커억!”
“뭐야? 후방 정리했잖아! 무슨 소리야!”
분명 후방을 정리하면서 이동을 했는데 후방에서의 대규모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제길! 함정인가?”
“대장! 어떻게 합니까? 이러다가 전멸입니다!”
“크으! 최대한 버티면서 본거지의 보스를 잡는다!”
상부에서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확보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정보의 부재가 브라질 최강의 특수부대인 BOPE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하하하하하!”
“멍청한 놈!”
머리에는 방탄 헬멧을 쓰고 몸에도 방탄 조끼를 입기는 했지만 몸을 다 드러내고 있는 마피아 조직원에 BOPE의 대원은 비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방탄판이 가려 주지 못한 마피아의 어깨에 맞았다.
붉은 피가 튀고 운동 에너지에 어깨가 뒤로 휘청였다.
어깨뼈는 확실하게 박살이 났을 터였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며 땅바닥에 무너질 것이라 예상을 했다.
“히히히히! 가렵지도 않구나! 죽어!”
타타타타타타탕!
탄창 안의 총알이 다 비도록 총알이 쏟아져 나왔다.
탄피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서는 통통 튀어 다녔다.
분명 어깨를 맞은 팔 쪽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탄창을 가는 것이었다.
“뭐야? 왜 멀쩡한 거야?”
총기의 시대가 아니라 검의 시대라도 되는 것처럼 마피아의 조직원들이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타탕! 탕! 탕!
달려오는 마피아의 조직원들에게도 총알을 쏘아대었지만 총에 맞고도 마피아 조직원들은 달려왔고 이제는 은폐 엄폐가 소용없어진 거리가 되었다.
“죽어!”
“……!”
탕!
전투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매그넘 권총을 든 마피아 조직원은 BOPE의 대원 바로 앞에까지 달려와서는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방탄 헬멧을 착용하지도 않았고 설령 방탄 헬멧을 썼어도 소용없을 거리에서의 발사였다.
BOPE의 대원의 머리가 터지며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괴…… 괴물!”
“괴물이라니! 우린 천사라구! 세상을 구원할 천사! 자! 악마들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키키킥!”
몸을 뚫고 들어오는 총알 앞에서 특수부대원이고 뭐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후퇴! 후퇴해!”
순식간에 아군이 죽어 나가는 모습에 BOPE의 지휘관은 후퇴를 외쳤지만 그 외침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빠른 몸놀림을 가진 특수부대원들이었지만 엔젤로 인해 월등하게 강해진 마피아 조직원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탕! 탕! 탕!
“히히히히히! 이히히히히히!”
“낄낄! 도망가 봐! 어서 도망을 가 보라구!”
몸의 정면에서 총알이 들어오느냐 몸 뒤에서 총알이 들어오느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순식간에 전멸해 버리는 BOPE였다.
정보의 부재가 불러온 치명적인 결과였다.
“사…… 살려 줘. 살려.”
“아직 지옥으로 안 간 거야?”
“이 봐! 죽이지 말고 그곳에 던져 놔.”
“히히히!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현세의 지옥으로 던져 주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BOPE 대원들은 헤인트의 조직원들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다.
“자! 아주 건강해질 거야. 아주.”
“뭐…… 뭐 하려는 짓이야?”
“곧 알게 될 테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헤인트의 조직원들은 부상을 입은 BOPE의 대원들의 몸에 무언가를 주사기로 주입했다.
그리고서는 하수구 안으로 던져 버렸다.
아리가 지하를 연결하는 하수구였다.
그렇게 하수구 안으로 떨어진 BOPE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볼 수 없었지만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하수구를 통해 잠입하고 있던 이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상황이 찾아왔다.
* * *
BOPE가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는 광경을 각국의 특수부대들도 목격하고 있었다.
“그 엔젤이라는 약의 능력인가?”
“총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글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을 해 봐야겠지.”
BOPE와는 달리 대구경의 총기를 가지고 온 특수부대들은 엔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아리가 좀비.
뮤턴트들을 상대로 대구경의 총기로 시험을 해 본 뒤였다.
몸이 통째로 날아가고 나면 엔젤이고 뭐고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코끼리도 한 방에 죽여 버릴 장비들로 챙겨온 이들은 BOPE의 무모함을 비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꽤나 위험할 것 같은데. 저쪽하고 함께 나누는 건 어떨까요?”
“엔젤을 나누어도 된다는 지시는 받은 적 없네. 다른 이에게 넘어가면 그쪽도 쓸어버리라는 지시야. 동맹국이라고 해도 말이지.”
미국의 특수임무 부대 중 제 1티어의 부대이며 블랙 오퍼레이션(검은 작전)을 주로 수행하는 제 1특수부대작전파견대인 델타포스가 아리가에 긴급 파견되었다.
정확한 부대명조차 수시로 변경이 되기에 델타포스로 흔히 불리는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였다.
“누구 누구 와 있어?”
“영국하고 이스라엘 쪽 애들하고 한국 쪽 애들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영국하고 이스라엘 쪽은 자주 봤었고. 한국 애들이 이쪽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의료 파견대 호위하는 특전사라는 애들 쪽인 듯합니다.”
델타포스의 지휘관은 한국군 특전사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한국 특전사들도 세계적인 특수부대였고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임무는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가 움직여도 성공을 할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해외 파병이라고는 하지만 전투보다는 대외적인 보여주기식 파병 부대인 국평단의 특수부대는 격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한국 쪽은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고. 영국하고 이스라엘 쪽에 알려. 목표물 확보하기 전까지만 협력하자고.”
“알겠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수부대원들은 자신들이 유령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을 당해도 각국의 정부들은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위가 자국의 정의라는 사실을 모든 특수부대원은 확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