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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4화 (34/351)

▣ 제34화

34화

한국군의 특전사들이 겪은 일은 미국과 영국 등의 특수부대도 동일하게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 다 죽여 버리겠어! 다 죽여 버릴 거라고!”

“진정해! 빌! 진정하라고!”

민간인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마피아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 같지도 않은 악마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악마보다 더한 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를 찢어발기는 근육 뮤턴트의 변이에 결국 전부 죽여야만 했다.

“살려주세요.”

“빌어먹을! 제길!”

아직 변이가 되지 않은 것인지 변이가 되지 않을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냥 놔두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최악의 결정을 내려야만 했고 특수부대원들은 증오와 함께 지독한 죄책감을 가슴에 품어야만 했다.

“한 놈도 남겨두지 않겠어. 단 한 놈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죽이겠다고 다짐하는 특수부대원들은 그렇게 전진을 했다.

하지만 또다시 참혹한 광경에 도달해야만 했다.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먹지 마! 먹지 말라고!”

살기 위해 엔젤을 입 안에 넣는 인질들.

모두가 변이가 되지는 않았다.

열에 셋 정도만이 변이가 되었지만 열에 일곱도 그냥 남겨둘 수가 없었다.

적이 아닌 민간인.

정의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강한 사내들에게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세상의 그 누구보다 육체적으로 강인한 존재들이었다.

아니 정신적으로도 강인했다.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없었고 망설임도 없었다.

하지만 단단하던 정신은 가장자리에서부터 조금씩 부서져 나간다.

어느 순간부터 인지하지도 못한 가운데 깨져버리는 마음.

육체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캡슐 먹어.”

“대장?”

“이대로면 우리가 먼저 무너진다. 속전속결로 친다.”

엔젤.

참으로 신기한 약이었다.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볼 때마다 신기함이 가득했으니 위에서는 반드시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가 갔다.

단단히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하나씩 희생되고 자신의 마음이 부서져 나간다.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악마들을 그냥 놔 줄 수는 없었다.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자신들이 행한 죄악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결국 엔젤을 먹었다.

-엔젤 투약을 허가할 수 없다! 투약하지 마라!-

무전으로는 시끄럽게 엔젤 투약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따르지 않았다.

변이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이 대로면 헤인트의 본거지까지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엔젤의 투약 후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지 모를 때 델타포스의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은 머릿속이 맑아짐을 느꼈다.

“몸에 활력이 돌고 있어.”

날아갈 것 같이 몸이 가볍고 힘도 넘쳐났다.

“가자. 징벌을 내리러.”

대장의 지시에 따라 델타포스는 거침없이 돌격을 했다.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은 거침없이 처리했다.

평소였다면 쉽게 뛰어넘을 수 없을 만한 높이도 간단했다.

퍼엉!

앞을 가로막는 근육 뮤턴트와 아리가 뮤턴트의 몸을 날려버리고 숨어 있는 마피아 조직원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엔젤을 투약한 델타포스는 무적이었다.

델타포스의 움직임을 확인하던 블랙 오퍼레이션 지휘부조차 경악을 할 정도였다.

엔젤의 제조법을 알아내고 독성 효과를 제거한다면 무적의 군인을 만드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델타포스의 대원들의 데이터가 기록되어졌다.

그렇게 치고 나가는 델타포스에 함께 협력하기로 했던 영국의 특수부대인 육군 공수특전단인 22 SAS 연대 내의 특수팀도 엔젤을 투약했다.

델타포스와 같이 그들도 치가 떨리는 경험을 하고서는 헤인트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해 있었다.

영국의 특수팀도 엔젤의 효과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궁지에 몰린 쥐들은 이제 더 이상 쥐가 아닌 사나운 하이에나가 되었다.

델타포스와 영국의 22 SAS(Special Air Service) 연대의 공격에 헤인트는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 같아 보였다.

“미친놈들!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미친 소리 하지 마. 아직 완전히 어떤 약인지 알지 못해. 엔젤만 확보해 둬. 최악의 경우는 확보한 샘플만 회수해서 퇴각한다.”

미국의 델타포스와 영국의 SAS에 비견된다고 평가되는 이스라엘의 샤이렛(Shayetet) 13의 대원들은 엔젤의 투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퇴각을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특수 부대들 중에 러시아의 알파 그룹을 제외한 3개 특수부대가 활동하고 있었다.

* * *

“후우!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엔젤을 투약한 모양인데.”

빈민가의 건물들에 시야가 가로막혀 있었지만 국평단의 특전사들은 한 건물의 지붕 위에서 건물을 넘나들며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각국의 특수부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은폐 엄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돌격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인간 같지 않음에 엔젤을 투약했음을 알게 했다.

“이거 쉽지 않겠습니다.”

“동쪽은 힘들고 서쪽으로 접근한다.”

팀장인 김만춘 대위는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아니 특전사들에게 포기는 없었기에 김만춘 대위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도 여기에서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최 하사. 할 수 있겠어?”

“걱정 마십시오! 후우!”

창수는 손가락을 꿈지럭거렸다.

“변이가 되기 전에 처리해야 해. 변이가 되고 나면 그때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예.”

창수와 김만춘 대위는 총이 아닌 대검을 들었다.

변이가 되지 않은 민간인들은 건들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살인을 할 수는 없었다.

미련한 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다들 동의를 했다.

신념을 저버리면 자신들은 군인이 아닌 살인마에 불과할 뿐임을 아는 것이다.

그렇게 델타포스와 SAS의 진격로가 아닌 서쪽으로 우회를 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특전사들이었다.

역시나 그 어디에도 우회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인질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함정을 발동시키는 조직원을 먼저 제압해야 해.”

마피아 조직원은 숨어 있다가 특전사들이 인질들에 접근하면 총을 난사하거나 아니면 함정을 당기고서는 도망을 가 버렸다.

그렇기에 마피아 조직원을 제압해야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워낙에 꼼꼼하게 숨어 있는 데다가 인질과 구분이 되지 않았기에 제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영훈 상사하고 박 중사는 도주하는 마피아 조직원을 끝까지 추적해서 제거해.”

“알겠습니다.”

막지 못한다면 다음번의 비극만이라도 막기 위해 마피아 조직원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신호와 함께 빠르게 내부로 진입을 했다.

“엎드려! 엎드려!”

어눌한 스페인어로 인질들을 향해 엎드리라고 고함을 지르며 내부로 들어가자 역시나 총을 난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알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김영훈 상사와 박원우 중사가 내달렸다.

장애물이 있었지만 장애물을 넘어 도주를 하려는 마피아 조직원의 등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커억!”

엔젤을 먹은 것은 아닌지 몸을 부르르 떨며 땅바닥에 쓰러지는 마피아 조직원에 김영훈 상사는 곧장 마피아의 쓰러진 몸을 돌려 눕히고서는 혹시라도 있을 엔젤을 찾았다.

엔젤을 먹고 뮤턴트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부상자 확인해! 부상 안 입은 사람은 몸수색해서 엔젤 회수하고 건물 밖으로 내보내! 빨리!”

신속하게 마피아 조직원을 제거한 덕분인지 열 명가량의 인질 중에 총상을 입은 이는 다섯이었다.

완전히 피해가 없었으면 했지만 그것까지는 힘들었다.

몸을 수색해 엔젤을 확보한 뒤에 건물 밖으로 내보낸 특전사들은 남은 부상자를 바라보았다.

한 명은 치명상이었는지 즉사를 했지만 남은 네 명은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그나마 한 명은 부상이 심하지 않아서 특전사들이 가지고 있던 응급 치료 키트로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

“세 명이 문제입니다. 엔젤을 쓰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힘듭니다.”

도박이었다.

셋 모두 변이가 될 수 있기도 했고 모두 변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냥 놔두면 죽을 것이 분명했고 자칫 괴물이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엄마! 엄마아!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여인의 몸 위로 한 여자아이가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자신의 딸을 지키고 총상을 입은 듯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구했지만 여자아이의 전부인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것에 특전사들은 착잡함을 금치 못했다.

“팀장님.”

“먹여.”

김만춘 대위는 도박을 하기로 했다.

팀장의 허락하에 의무병과의 대원이 엔젤을 죽어가는 여인의 입에 넣어주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창수는 고뇌하는 김 대위를 대신해 자신의 대검을 쥐고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변이된다면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려는 창수였다.

“아…… 안 돼요! 엄마! 엄마!”

대검을 든 창수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다가가자 딸 아이는 울부짖으며 저항을 했다.

“엄마를 살리려는 거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부팀장인 이성훈 중위가 울부짖는 딸 아이를 붙잡아 올렸다.

변이된다면 여자아이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는 여자아이를 안아 든 이 중위에 창수는 여인의 머리맡에 앉았다.

“…….”

엔젤이 여인의 몸 안을 돌 때까지 기다렸다.

다들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아…… 안젤리나?”

“엄마! 엄마아!”

“안젤리나. 제…… 제발 제 딸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시키는 거 다 할 테니. 제발. 딸 아이만은…….”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

안도감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하세요. 지금 엔젤을 투약했습니다. 몸이 회복이 된 것이 아닙니다.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대신 다른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변이가 되지 않은 여인에게 주의점을 설명해 주고서는 딸아이를 인계했다.

그래도 혹시나 간단한 응급처치를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

여인과 딸아이를 건물 밖으로 내보내고 다음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엔젤을 투약했다.

한 명씩 살리면서 변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도 기적처럼 변이가 되지 않았다.

땡그랑!

“하아! 하아!”

“수고했다.”

긴장감에 쥐고 있던 대검을 떨어트린 창수의 어깨에 동료들이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다들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창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잠시 숨 돌리고 움직이지.”

팀장인 김 대위는 한계에 도달한 자신의 팀원들에 휴식을 주기로 했다.

‘그들이 회수해 갔으면 좋겠군.’

김 대위는 엔젤을 델타포스나 SAS가 회수해 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임무 실패가 되겠지만 자신의 부하들이 더 걱정이 된 것이다.

그런 마음에 휴식을 준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휴식을 줄 수는 없었다.

십 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대원들 모두 자리에 일어섰다.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운 김 대위였다.

하지만 절대 자신이 내색을 해서는 안 되었다.

자신이 흔들린다면 팀 전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최 하사.”

“예! 팀장님.”

창수는 선두에 섰다.

김 대위의 엔젤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먹어야 하는 건가?’

김 대위는 호주머니에 든 엔젤 캡슐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런 김 대위를 창수는 보고 있었다.

‘약효가 끝나셨나 보네.’

계속 선두를 맡아오던 김 대위가 뒤로 물러선 것에 창수도 확신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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