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6화
36화
창수를 포함한 특전팀 전원은 할 말을 잃어야 했다.
이미 비현실적인 경험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 비현실적인 일조차 까마득히 초월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코즈믹 호러.
마치 이 모든 일이 우주적 존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짧은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왜 하필 우리인 거지?’
왜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온몸을 휘감았다.
“없애야만 한다.”
“예?”
“없애야만 해. 저런 것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돼.”
팀장인 김만춘 대위는 자신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엔젤을 꺼내어서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절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어디까지 퍼져나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수많은 엔젤의 샘플들은 각국의 연구소에 도착해 연구되고 있었다.
그 연구로 생산법까지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인간의 탐욕은 공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총이라는 무기가 나왔을 때 너무나도 쉽게 상대를 죽이는 무기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공포가 이내 소유욕을 자극해서는 보다 강하고 많은 숫자의 총을 온 세상에 퍼트렸다.
인간인 이상 나 아닌 다른 인간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작전은 변경이다. 엔젤을 파괴한다. 마피아들은 전원 사살하라. 관련 문서는 전부 폐기한다.”
“중대장님!”
“저건 우리가 가져서도 안 되는 악마의 물건이야. 보고도 모르겠나? 보고도 모르겠느냐고?”
김만춘 대위의 눈은 공포와 광기로 잠식되고 있었다.
자신들의 팀장의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꼈지만 다들 김만툰 대위의 말에 동조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악마의 약이었다.
절대 엔젤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저 괴물들을 타국의 특수부대가 끌어들이는 동안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보이는 모든 이들을 사살해.”
민간인들조차 죽이자는 김만춘 대위에 대원들은 불안해졌다.
“출발.”
결정되었다면 망설여서는 안 된다.
망설임이 생기면 임무는 실패한다.
특수전 임무에서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장애물을 넘고 가로막고 있는 것을 뚫고서는 마피아들의 본거지 건물 내부로 들어선 특전사 팀은 건물 내부를 빠르게 수색했다.
“가스!”
델타포스가 들어간 건물의 정문이 아닌 후문 쪽으로 들어갔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창수는 미묘한 냄새를 맡고서는 그것이 결코 좋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창수의 외침과 동시에 특전사들은 황급히 자신의 방독면을 착용했다.
다른 국가의 군인이나 특전사들과는 달리 한국군은 북한군으로 인해 화생방 대응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군인들이 허리나 다리에 매달고 다니는 방독면 백의 존재를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 미군의 경우는 한국 군인들처럼 방독면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방독면을 착용한 특전사 팀은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던 변이된 델타포스들은 전부 밖으로 나간 듯했다.
지금도 요란한 총소리가 들리고 있었으니 건물 내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부서진 벽 너머도 처절한 전투의 현장을 볼 수 있었지만 특전사들은 그럴 시간조차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영국의 SAS 팀을 전멸시키고 이스라엘의 샤이렛 13팀까지 몰살시키고 있는 근육 뮤턴트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특전사 팀의 생존 가능성은 단연컨대 제로였다.
‘저건 나도 못 이겨.’
창수조차 자신의 온 힘을 다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변이된 델타포스와의 교전은 절대적으로 피해야만 했다.
곧장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위로 이동을 했다.
3층도 텅 비어 있었다.
다만 한 방에서 끔찍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미친놈들!”
“뭐야?”
“그게. 실험실인 것 같습니다.”
한 방 안에는 단단한 철 의자에 묶여서는 죽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험을 할 만한 시설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헤인트는 실험이라며 무엇인가를 했던 모양이었다.
“촬영하고 자료 찾아봐.”
엔젤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폐기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김만춘 대위는 자신들이 이미 늦었음을 직감했다.
처음부터 엔젤을 없앤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위험성이라도 알리기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불안정해져 가고 있는 정신의 김만춘 대위는 더는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
엔젤의 금단 증상인지 김만춘 대위는 감정의 기복이 세차게 일어나고 있었다.
강한 힘을 사용한 대가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도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은 김만춘 대위는 결국 부팀장인 이성훈 중위에게 외쳤다.
“이 중위가 팀을 이끌어!”
“예? 팀장님?”
“후우! 후우! 부탁한다.”
“아…… 알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자료 확보하고 이탈한다!”
의미 없는 낙서가 적힌 종이든 무언가를 기록할 수 있는 전자기기이든 확인을 해 볼 순간도 없이 전부 쑤셔 넣을 수 있는 곳에 쑤셔 넣었다.
영화나 게임 속의 주인공처럼 한가하게 무언가를 읽고 분석하고 있을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그렇게 챙길 수 있는 것은 다 챙기고 난 뒤에 바로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때 선두에 있던 창수가 멈추라는 신호를 뒤로 보냈다.
모두 움직임을 멈춘 채로 사주 경계를 하며 창수를 바라보았다.
창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서는 복도의 끝을 향해 자신의 총구를 겨누었다.
실수를 할까 싶어 숨까지 멈춘 창수였다.
부풀어 오른 몸의 근육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작아진 머리를 겨눈 창수는 단번에 근육 뮤턴트를 제거하려고 했다.
방독면이 거슬렸다.
방독면 사격도 훈련 중에 했지만 일반 사격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실수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도망가 버린 건가.”
“……!”
근육 뮤턴트로부터 인간의 목소리를 들었다.
창수는 일비 부대의 주둔지에서 보호 받고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는 근육 뮤턴트를 떠올렸다.
그렇게 근육 뮤턴트의 목소리에 멈추었던 숨을 내쉰 것인지 그 희미한 숨소리를 근육 뮤턴트가 들었다.
“방독면? 어디 소속이지?”
“이성이 남아 있나?”
“그래. 차라리 남아 있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성이 남아 있더군.”
델타포스의 대장인 폴은 자신의 변해 버린 몸을 보고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자신은 어째서인지 이성이 남아 있었다.
동료들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동료들은 SAS와 샤이렛 13의 특수부대를 전멸시키고 있었다.
동료들이 괴물이 되어 버린 것에 절망했지만 폴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최 하사? 저건?”
“이성이 남아 있습니다.”
“뭐? 그…… 그럼.”
4층으로 올라온 이 중위는 괴물이 되어 있는 폴을 보고서는 주둔지에 있는 그 근육 뮤턴트와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어디 소속이요?”
“감히 나에게 소속을 묻는 건가?”
폴은 살아서 자신들의 얼굴을 보는 이 따위는 없다는 블랙 오퍼레이션 임무에서 자신의 소속을 묻는 이들에 허탈했다.
폴에게서 소속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마피아가 아닌 특수부대원임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군인가? 하긴 그 친구들은 항상 방독면을 챙기더군. 고작 방독면 하나 때문에 이런 꼴이 되다니.”
폴은 한국군의 특성을 떠올리고서는 실소를 했다.
“그놈들은 다 도망갔네. 뭐 이건 많이 남겨 뒀더군.”
폴의 손에는 엔젤이 가득 들어 있는 비닐 포장지가 들려 있었다.
“제조법하고 마피아 조직원들이 전부 도망갔다는 겁니까?”
“그래. 추적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가능하다면 말이야.”
창수는 폴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탕!
퍽!
“제법이구만. 기습은 좋았네.”
폴은 한국군 특수부대를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타국의 특수부대의 제거는 임무 안에 들어 있었다.
엔젤은 오직 자신들의 조국인 미국만이 가져야 했다.
엔젤의 완전한 확보 임무는 실패를 한 듯했지만 그 어떤 정보도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없었다.
설령 동맹국인 한국군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머리를 집요하게 노리는 창수의 사격에 강철 방패같이 단단한 팔로 머리를 가린 폴은 곧바로 창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피하세요! 부팀장님!”
“크윽!”
쾅!
창수는 폴의 돌진을 몸으로 받아냈다.
부서졌어야 할 몸이었다.
당연히 극심한 통증도 느껴져야만 했다.
“제길! 엄청난 힘이네.”
“자네도 엔젤을 먹은 건가?”
죽지 않은 창수에 폴은 창수가 엔젤을 먹었다고 생각을 했다.
“안되었군. 차라리 빨리 죽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을 텐데.”
“주절주절 지껄이지 마!”
창수는 총으로는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곧장 대검을 쥐고서는 폴의 몸을 찍어 눌렀다.
탄소강 재질의 군용 대검은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티타늄 재질의 대검으로 교체해 왔다.
날은 예리하게 세워져 있지 않았지만 강력한 힘으로 강철판도 뚫고 찢어버릴 수 있었다.
푸욱!
근육을 뚫고 뼈에 닿는 느낌이 났지만 폴은 창수처럼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는 몸이었다.
“죽어! 죽어! 죽어버려!”
창수는 연신 폴의 몸을 향해 대검을 찔러대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타타탕!
폴의 등 뒤에서 동료들의 사격이 있었지만 폴은 한쪽 팔로 자신의 뒤통수를 가리고서는 남은 한 손으로 창수의 몸을 연신 후려쳤다.
퍼억! 퍽!
한 방 한 방이 아찔한 위력이었지만 창수도 기절하거나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창수의 몸이 버텨낸다는 것이 아니었다.
임계점을 넘는다면 창수도 죽게 될 것이었다.
“자네에게 원한은 없네.”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 요원인 폴이었다.
폴이라는 이름도 본명이 아닌 예명이었으니 특수부대원 중의 특수부대원이었다.
그런 그가 엔젤과 특수 약제로 인해 괴물까지 되었으니 창수가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죽는 건가?’
창수는 죽음을 느껴야만 했다.
엔젤을 먹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신체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저놈 죽여! 죽이라고!”
창수가 죽으면 자신들도 죽게 될 것을 안 특전사들은 연신 폴의 등을 향해 총을 쏴 대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비켜!”
“팀장님?”
뒤를 돌아본 팀원들은 자신들의 팀장인 김만춘 대위가 방독면을 벗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김만춘 대위는 엔젤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몇 개가 입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그 자신도 몰랐다.
방독면을 벗으면서 흡입한 특수 약제에 정신이 아찔했지만 몸 안에 들어온 엔젤과 곧 반응하기 시작했다.
두둑! 둑!
“티…… 팀장님?”
“비키라고!”
몸이 부풀어 오르며 김만춘은 폴에게 달려들었다.
폴과는 달리 김만춘의 이성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하지만 김만춘은 단 하나만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되새겼다.
‘내 새끼들은 집에 돌려보낸다. 내 새끼들만은!’
못난 자신을 믿고 따라준 팀원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김만춘은 어느덧 자신의 머리통보다 커진 주먹으로 폴의 몸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쾅!
광음과 함께 폴의 몸을 날려버린 김만춘은 곧장 폴을 향해 달려들었다.
폴과 김만춘은 건물의 벽을 부수고서는 건물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