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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45화 (45/351)

▣ 제45화

45화

전 세계에서 모은 특수부대원들인 81 특수전략대대의 베타 팀 사이에서 엘리스는 너무나도 왜소해 보였다.

비록 그녀가 불완전 변이를 한 뮤턴트라고 해도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너무 위험합니다.”

강인한 특수부대원들조차도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장소였다.

더욱이 기본적인 군사 훈련도 받지 못한 엘리스가 실수라도 했다가는 팀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었다.

그렇게 엘리스를 데리고 가는 것을 반대하는 대원들에 엘리스는 다급해졌다.

동생을 구해야만 했다.

물론 그녀도 자신의 동생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이 그녀에게 남아 있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과득!

“……?”

“……!”

엘리스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단해 보이는 돌을 주워서는 강하게 움켜쥐었다.

돌은 앙상하기까지 해 보이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바스러졌다.

특수부대원들이라고 해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악력이었다.

“방해는 안 될게요. 제발 동생을 구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다들 난감해하고 있을 때 창수가 입을 열었다.

“팀장님. 어차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엘리스에게 마을의 위치를 들었지만 말로 듣는 설명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도 없고 자칫 길을 헤매기라도 한다면 오메가 팀을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헤인트의 엔젤 생산 공장의 위치를 먼저 찾아내면 다른 팀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이미 알파 팀은 작전에서 이탈되었다.

오메가 팀도 어떤 위험을 맞닥뜨릴지 알 수 없었다.

엘리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에 베타 팀의 팀장인 펠리스 대위는 고심을 해야 했다.

팀원을 빼서 그녀를 후방으로 보낼 수도 없고 중요할지도 모를 샘플인 그녀를 놔둘 수도 없었다.

“절대 나서시면 안 됩니다. 당신의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어떤 상황에서든 저희의 지시를 따라주셔야 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결국 엘리스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녀가 대원들보다 강한 근력을 가진 뮤턴트이기에 조건부 승낙을 했다.

마을 앞까지 안내를 받기로 한 것이다.

창수의 베타 팀은 곧장 엘리스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마을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알파 팀의 덕분인지 마을로 가는 길에는 뮤턴트들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엘리스와 같은 불완전 변이체가 있을까도 싶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밀림 속에서 헤매다가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발견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마을의 입구가 나와요.”

“도로가 아닌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길은 없을까요?”

“잘 사용하지 않는 길이요? 아! 있어요.”

도로로 가면 쉽겠지만 팀이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도로가 아닌 마을 주민들만이 이용하는 오솔길을 통해 이동한 베타 팀은 마침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에 도착했다.

다들 팀장의 지시 없이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일을 해 나갔다.

통신병은 통신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저격수는 최적의 저격 위치를 잡는다.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과 마을을 살피며 지형을 숙지하는 등 특수부대원들의 뇌와 몸은 최적의 작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동생의 특징에 대해서 말해 주시겠어요?”

“예?”

“만일 확인되면 최대한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창수의 말에 엘리스는 고마움을 느꼈다.

왠지 창수라면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들었다.

“동생은…….”

그녀는 동생의 특징에 대해서 창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어떤 변이가 진행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런 특징들로 찾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혹시 특별한 목걸이나 귀걸이 등을 하고 있나요?”

“목걸이요? 아! 예! 있어요. 십자가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어요.”

창수의 질문에 엘리스는 땅바닥에 동생이 차고 있는 목걸이의 펜던트 모양을 그리며 알려 주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더 이상은 엘리스와 함께 갈 수 없었다.

그녀가 뮤턴트라고 할지라도 대원들은 엘리스와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동료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등을 맡길 정도로 믿음과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기다리세요.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그녀는 자신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단호한 대원들에 떼를 쓸 수가 없었다.

“오메가 팀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본부와는?”

“그게 지휘 본부와의 연락도 잘 안 됩니다.”

“위성 통신도 안 된다는 거야?”

“전파 방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파 방해? 미군 특수부대 장비다. 그것도 최신형이야. 그런데 고작 마피아 놈들에게 전파장애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엔젤을 만들어 낸 것이야 우연과 우연이 뒤섞여 된 것이라 납득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세계 최강의 미군 통신망을 교란할 수 있을 능력 따위가 있을 것이라 납득할 수는 없었다.

만일 가능하다면 그건 외부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설마 배신자라도 있다는 건가?’

그게 미군인지 아니면 타국의 정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헤인트를 돕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했다.

물론 심증만일 뿐 물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베타 팀의 팀장은 그 물증도 자신들이 찾아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많은 작전을 하다 보면 그 어떤 촉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다.

베타 팀의 팀장인 펠리스 대위는 지금 불길한 기분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 중에서도 자신처럼 불길한 촉을 느낄지도 몰랐다.

펠리스 대위는 그런 불길함 속에서 창수를 바라보았다.

‘신기한 녀석이야. 경험은 분명 없다.’

자신을 지원하는 부팀장의 직책을 부여받았지만 창수의 특수부대원 경험은 일천했다.

특히나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특수부대원들에게도 각자의 주특기가 있는 법이다.

통신과 폭파, 저격 및 각자의 주특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원들은 어떤 주특기든 전부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에 비해 대한민국의 특전사들은 자신의 주특기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숙달되어 있지 않았다.

UDT나 특수팀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주특기 외에도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훈련을 받지만 일반 특전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사격 훈련 중에서도 탄피 회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었다.

훈련 중에 탄피 분실이 이루어지면 훈련이 중단이 되는 기가 막힌 일이 일반 보병 부대가 아닌 특전사 훈련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수도 그렇게 실탄 사격 중에 탄피를 받아주는 일을 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당연히 소총 사격에서 연발 사격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81 특수전략대대에서 총열이 붉어질 정도로 탄을 쏟아내는 훈련을 받았을 때는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다.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탄피를 쓰레받기로 대충 쓸어담아서는 모아두고 신경도 안 쓰는 훈련들에 탄피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실전에서도 전투만 생각하면 되었다.

그런 훈련을 받아왔으니 창수가 눈대중으로 다른 주특기를 배워보려고 해도 능숙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때문에 각종 주특기를 81 특수전략대대에서 다시 배워야 했다.

동료가 임무 수행을 할 수 없게 되면 다른 동료가 그 임무를 대신 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창수의 군 생활 경력이 짧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동료들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장 막내가 되어야 할 창수였지만 창수를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안심이 들게 했다.

펠리스 대위의 불안감이 창수를 통해 사그라들었다.

마치 축구팀에서 어떻게든 골을 넣어 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동료가 바로 창수였다.

“마스터 치프.”

“팀장님까지 저를 놀리십니까!”

창수는 동료들이 장난처럼 붙인 별칭을 팀장인 펠리스까지 부르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놀리긴. 뮤턴트와 전투를 해 본 자네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

“예.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팀을 이끄는 펠리스 대위의 말에 창수는 김만춘 대위가 떠올랐다.

‘동료들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

스스로 정이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료를 잃고 싶지 않은 창수였다.

“출발하지.”

창수의 베타 팀이 마침내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마을의 뒤쪽에 있는 폐광이었다.

과거에는 금광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금맥이 완전히 메말라 폐광이 되어 버린 곳을 헤인트가 차지했다고 엘리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함정이 있을 것이 분명했지만 가야만 했다.

마을의 경계까지 도착하고 난 뒤에 베타 팀은 혹시나 오메가 팀이 도착했었는지 흔적을 찾았다.

오메가 팀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직 무전이 되지 않은 건가?”

“예. 하지만 무전 방해를 일으키는 장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무전을 방해하는 시설의 위치를 알아낸 것 같다는 대원에 펠리스 대위는 힐끔 오른쪽 언덕 너머에 보이는 통신탑을 보았다.

지휘 본부와의 연락을 위해서라도 통신탑을 확보하고 방해 전파를 무력화해야 할 듯했다.

“코웬.”

“예.”

“통신탑을 확보하게. 여의치 않으면 파괴하고.”

“알겠습니다.”

펠리스 대위는 팀을 나눠 통신탑을 확보하기로 했다.

거리가 가까웠다면 전 대원을 투입했겠지만 거리가 상당했기에 팀을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세 명의 대원들이 통신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남은 대원들은 조심스럽게 마을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폐광 수색 작전은 오메가 팀과 합류를 하고 난 뒤에 진행하기로 했다.

창수를 선두로 마을 내를 수색하는 동안 뮤턴트는 보이지 않았다.

창수로부터 헤인트의 만행을 들었기에 마을 안의 인질이 보여도 함부로 접근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마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미 다 떠났거나 아니면 폐광 쪽에 모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다지 작은 규모의 마을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커녕 뮤턴트 한 마리 보이지 않자 통신탑으로 간 동료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연락도 폭파의 소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패를 한 모양입니다. 더 이상의 작전은 무리입니다.”

다른 팀과의 연락도 지휘 본부와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만으로는 임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임무 수행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때에 마을의 중앙에 있는 건물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왜애에에에에엥!

엄청난 크기의 사이렌 소리에 베타 팀은 곧장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사이렌 소리와는 달리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다들 이 사이렌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뮤턴트를 불러들이고 있어.”

마을 밖에 퍼져 나가 있을 뮤턴트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폐광에 헤인트의 조직원들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물론 상식적으로 맞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자신들이 노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기다리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빠져나가려면 지금 빠져나가야 합니다!”

“통신탑으로 간다.”

뮤턴트들이 오기 전에 빠져나가기 전에 통신탑으로 간 동료들을 찾아내야 했다.

“그 아가씨는!”

“흐음!”

“제가 그녀를 데리고 통신탑 쪽으로 가겠습니다.”

창수는 직접 엘리스를 데리고 통신탑으로 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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