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1화
51화
3형 뮤턴트를 쓰러트리고 난 뒤에 베타 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치 사이보그 같은 기이한 물체를 앞에 두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여인과 주변에 조각나 있는 오메가 팀의 팀원들. 그리고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창수를 보게 된 베타 팀은 창수로부터의 일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게 3형 뮤턴트라고? 어떻게 쓰러트린 거지?”
“엔젤을 먹었습니다.”
완전히 체력이 방전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던 창수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 엔젤이라는 말에 베타 팀의 펠리스 대위와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엔젤의 효과를 톡톡히 본 상황이었다.
“그럼 안에 있던 2형 뮤턴트도 자네가 쓰러트린 건가?”
다른 2형 뮤턴트에 비해 유독 커다란 덩치의 2형 뮤턴트를 본 팀원들이었다.
창수는 통제실에 있던 2형 뮤턴트가 자신들의 동료인 코웬임을 밝혔다.
“뭐? 코웬이라고? 그 뮤턴트가?”
“예.”
괴물이 되기는 했지만 코웬을 죽인 것은 창수 자신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흥분도 줄어들자 코웬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들었다.
다들 코웬을 죽인 것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지만 누구 하나 창수에게 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지금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창수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샤이먼! 가서 코웬을 데리고 오게. 그리고 파울러! 보슨에게 엔젤을 가져다줘.”
“예!”
“알겠습니다.”
괴물이 되었지만 자신들의 동료였다.
코웬을 고향으로 데리고 가야 할 의무가 동료들에게 있었다.
샤이먼이 동료들과 함께 코웬의 시신을 회수하러 떠나고 파울러도 부상을 입은 보슨에게 엔젤을 가져다주러 떠났다.
“오메가 팀은?”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3형 뮤턴트에 전멸한 뒤였습니다.”
오메가 팀에 뭔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들이 전멸했기에 그 의구심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졌다.
헤인트의 마피아들도 전부 도망을 가 버렸으니 작전은 완전히 실패해 버렸다.
그나마 다량의 엔젤을 소각했기에 엔젤로 인한 혼란은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창수는 펠리스 대위에게 설명하고서는 엘리스에게 다가갔다.
죽었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딱딱한 3형 뮤턴트의 몸을 껴안고서는 흐느끼고 있는 엘리스였다.
“흐으으윽! 흐윽! 빌리! 빌리이.”
“엘리스. 미안해요.”
창수의 사과에 엘리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창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감정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것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예?”
“눈물이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사랑하는 동생이 죽었는데도 슬픔이 점점 작아져요.”
엘리스는 흐느끼고 있었지만 점차 감정이 식어가고 있는 자신에 소름이 돋았다.
“저는 괴물이 되어 버린 걸까요?”
“아니요. 괴물이 되었다면 전혀 괴롭지 않을 겁니다.”
“고마워요.”
엘리스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에는 빌리가 목에 차고 있던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가 쥐어져 있었다.
“엘리스?”
창수가 그녀를 의아스럽게 바라볼 때 그녀는 다리가 날아가 버려서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헤인트의 마피아 조직원을 향해 다가갔다.
이내 창수는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깨달았다.
말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창수는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지금 헤인트의 조직원은 별로 아는 것도 없을 터였다.
물론 그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것조차도 필요한 정보였지만 사랑하는 동생과 이웃 주민들을 잃은 그녀를 본다면 말릴 생각이 없는 창수였다.
“죽여 버리겠어.”
“크크크크! 해 볼 테면 해 봐라. 괴물 년아.”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해볼 테면 해보라는 헤인트의 조직원에 엘리스는 연신 주먹을 휘둘렀다.
“크크크크!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다고. 죽음이 왜 두려운지 아나? 고통이 있기 때문이지. 끔찍한 고통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두려운 거야!”
아무리 뼈를 부수고 살가죽을 찢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대에 복수는 허탈함만 가득해지는 법이었다.
“그만두시오! 저자에게 헤인트의 비밀을 알아내야 한단 말이오!”
“헤인트. 그놈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자들인가요?”
엘리스는 평온했던 자신들의 삶을 망가트린 존재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서는 다짐했다.
“네놈들을 반드시 죽일 거야. 단 한 놈도 남겨주지 않고 내 손으로 반드시 전부 다 죽여 버릴 거야!”
엘리스는 맹세했다.
비록 평범한 소녀에 불과한 자신이었지만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건 헤인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기로 맹세하는 것이다.
“크크크! 해 봐. 할 수 있다면 해 봐라! 하지만 네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더욱 우월하다. 우리는 선택 받았다. 우리가 바로 신세계를 열 위대한 전사들이다!”
소름 돋는 헤인트 조직원의 외침에 다들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지독한 광기는 세상을 광기로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
“통신 확인해 봐.”
“예? 아! 예!”
지휘부와 통신을 해 보라는 펠리스 대위의 지시에 통신병과의 대원이 통신을 연결해 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이들과 연결이 되었다.
“팀장님! 알파 팀입니다!”
“뭐? 알파 팀? 다들 무사했던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섬광수류탄과 연막수류탄으로 뮤턴트들에게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일단 이리로 합류하라고 해! 여기 상황 정리가 우리만으로는 힘들 것 같으니까!”
통신이 연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한 알파 팀과도 조우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린 사이렌 소리와 함께 마을 쪽으로 되돌아간 뮤턴트들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알파 팀이었다.
“오메가 팀이 당한 건가? 그리고 저게 그 말로만 듣던 3형이라고?”
3형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인간이나 뮤턴트가 아닌 기계 로봇이나 사이보그로 착각할 뻔했다.
“아마도 통제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성인체가 아닌 어린 소년에게 사용한 모양입니다.”
“어린 소년?”
“예. 저 엘리스라는 여인의 남동생인 듯합니다. 뮤턴트의 개체가 본래 인간의 능력에 기반해서 강화되는 듯합니다.”
만일 특수부대원을 3형으로 만들었다면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다들 창수의 말에 할 말을 잃어야 했다.
알파 팀은 베타 팀이 엔젤을 먹었다는 사실도 알고서는 경악을 해야 했다.
베타 팀이 괴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지만 엔젤 그 자체만으로는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창수 또한 엔젤을 사용했고 그렇게 3형 뮤턴트를 간신히 처리했음을 알게 되어서는 납득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창수는 특수부대원들 중에서도 특출났다.
알파 팀이 합류하고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할 때쯤 수송 헬기가 전투 헬기의 호위를 받으며 나타났다.
헤인트가 도주하고 난 뒤에 지휘 본부와의 통신도 이루어졌다.
지휘 본부에서는 엄청난 피해에 할 말을 잃어야만 했다.
특히나 오메가 팀이 단 한 명도 생존하지 못한 채로 전멸했다는 것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창수를 제외한다면 최고의 대원들로 이루어진 오메가 팀이었다.
그렇게 81 특수전략대대의 팀들은 본부로 복귀를 하게 되었다.
나머지 상황 수습은 미군이 직접 담당하기로 했다.
중간에 정리하지 못한 뮤턴트가 있었지만 압도적인 화력으로 전부 소각 처리가 되었다.
마을 하나가 완전히 지도에서 지워져 버린 것이다.
* * *
임무에서 살아 돌아온 대원들은 미국 정보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다소 지나치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조사였지만 워낙에 중요한 임무였기에 불만은 생길지언정 크게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창수 또한 다섯 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최 중사님. 당신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임무 실패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최 중사님이 아니었으면 다른 대원들도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창수는 자신을 조사한 조사원들의 눈에서 경외감과 함께 존경심이 보이는 것에 빈말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인정을 받고자 하는 건 아니었지만 고생한 것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다시 헤인트가 나타나면 그들을 제거하러 출동하는 것입니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알 수 없는 부분이구요.”
“그렇군요.”
처음에는 훈련을 위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훈련이 아닌 전투 임무 파병인 것에 자신의 소속이 UN군으로 바뀐 것으로 이해했다.
사실상 미군의 지휘를 받았지만 81 특수전략대대의 소속은 UN군이었던 것이다.
해외의 각 특수부대원이 미군 소속이 될 수는 없었고 뮤턴트 사태는 전 지구적인 문제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창수는 조사를 받고 난 뒤에 자신의 소속 부대로 되돌아왔다.
며칠 간의 휴가가 주어져 동료들과 함께 부대 근처의 도시에서 휴가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다들 출동 명령이 떨어진다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81 특수전략대대의 대원들은 각오를 다지고 있었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그들의 효용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뮤턴트는 대보병전으로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여긴 것이다.
헬기나 기갑부대로 쓸어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부대를 해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가 그래도 뮤턴트에 대한 대응을 위해 각국의 특수부대원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남기기로 결정을 번복했다.
일반 특수부대의 전술과 대뮤턴트 전술은 전혀 달랐기에 대응 훈련을 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그로 인해 창수는 한국으로 복귀를 하게 되었다.
창수뿐만 아니라 각국의 특수부대원들도 훈련 과정을 수료했다는 휘장을 받고 본국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다들 몸조심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이스라엘 놀러 오면 연락해. 내가 끝내주는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
“얼마나 끝내주는 곳으로 데리고 가려고? 거기보다 더 끝내주는 곳이라면 사양하겠네.”
“하하하! 거기보다는 위험하지는 않을 거니까 걱정 말고!”
다들 자신들의 나라로 놀려오면 연락을 하라며 서로의 연락처를 나누었다.
그렇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각자의 나라로 흩어졌다.
창수 또한 한국으로 복귀하고 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위관 간부 후보생으로 지원하라는 협박 같은 권유를 받아야만 했다.
당연히 창수는 그런 제안을 거절했다.
팀원들을 이끌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사양했다.
부팀장으로 임무를 수행했지만 창수는 자신은 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수가 미국에 파견 훈련을 받으러 간 동안 한국군도 대뮤턴트 대응 부대를 창설해 둔 뒤였다.
대뮤턴트전에 실전을 경험한 3팀의 대원들을 훈련 교관으로 해서 대응 부대의 대원들을 훈련한 것이다.
당연히 창수 또한 이 대응 부대의 교관으로 복무하게 되었다.
81 특수전략대대에서 배운 모든 것을 알려주며 교본까지 만들게 된 창수였다.
창수 다음으로 또 다른 특전사 대원들이 91 특수전략대대로 훈련 파병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훈련을 받으러 간 특전사들은 창수의 전설적인 성과를 전해 들어야 했다.
그 외에도 해외의 각 특수부대와의 협력 작전에서 창수를 물어보는 이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