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6화
56화
피난민들 사이에서 헤인트의 조직원이나 반군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는 한국군 특전사들과 UAE 특수부대원들은 꽤나 난감해해야 했다.
“이들 중에 누가 난민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라는 건지.”
“엔젤을 먹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엔젤을 먹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고 해도 엔젤을 먹으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을 해칠 수 있었기에 무기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맨눈으로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최 중사님. 엔젤을 먹어 보신 적 있으시죠. 구분 방법 없습니까?”
“아! 그거. 체온이 높아져.”
“예? 체온이 높아진다구요?”
“아! 내 정신 좀 봐. 엔젤을 먹으면 신체 기능들이 강화되어서 체온이 정상 체온보다 훨씬 높아진다. 더욱이 심장 맥박도 빨라지지.”
인간의 체온의 정상 범위는 36.5도에서 위아래로 1도 정도이다.
그보다 높으면 감기나 다른 질병이 있다는 것으로 그것도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게 된다.
하지만 엔젤은 38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몸 상태가 나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활동적이게 된다.
창수는 엔젤을 먹은 이들을 구분할 때 정상 체온보다 훨씬 높은 이들을 찾아내면 된다는 말을 지휘부에 알렸다.
그런 창수의 의견에 따라 즉시 체온계를 통해 피난민들의 온도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물론 체온이 높다고 무조건 엔젤을 먹은 것은 아니었기에 체온이 높은 이들 중에 다시 한번 조사를 거치기로 했다.
하지만 엔젤을 먹은 이들의 체온은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갔으니 고 체온을 가진 이는 엔젤을 먹은 이들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UAE의 피난민 수용소의 인원들에 대한 체온 검사가 실시가 되었고 눈치를 챈 반군의 병사가 조사원들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쳇! 들킨 건가!”
엔젤을 먹고 있던 반군 군인은 곧장 조사원을 제압하고서는 바로 옆에 있던 군인들에게서 무기를 빼앗았다.
UAE의 군인들 따위에게서 충분히 도망을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영 좋지 못한 상대가 있었다.
“일단 일정 이상의 부상을 입으면 엔젤의 효과는 신체 강화 쪽보다 신체 복구 쪽에 더 에너지를 많이 쓰지.”
“뭐?”
“죽이진 않을 거니까 걱정 마라.”
창수는 대검으로 반군 병사의 양 어깻죽지를 한 번씩 찔러 넣었다.
육체 강화 효과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총을 쏠 수 있는 근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 총을 쏠 수 없는 상태로는 만들어야 했다.
어깻죽지의 근육들이 깔끔하게 잘려나가면서 두 팔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본래라면 죽을 만큼 아프고 영원히 장애를 얻게 될 부상이었지만 엔젤을 먹은 이상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될 터였다.
“보자. 다음으로 입 좀 보자.”
창수는 반군 병사의 턱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해서는 입안을 살펴보았다.
“아! 여기 있네. 참. 꼼꼼한 놈들이네. 너 겁나지도 않냐?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도 없는 괴물이 될 수 있는데. 죽더라도 인간답게. 인간으로 죽어야지.”
입안에 정상 치아와는 위화감이 드는 캡슐이 보였다.
창수는 강제로 반군 병사의 입을 벌린 채로 조심스럽게 캡슐을 꺼냈다.
“으! 으으! 으!”
“괜히 힘 빼지 말자. 이봐! 이놈 묶어. 상처 치료되면 다시 근력이 강화되니까 강철 체인 같은 거로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캡틴!”
“캡틴은 무슨.”
창수는 자신이 가르친 UAE의 특수부대원들에게 반군 병사를 묶을 쇠사슬을 가지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반군 병사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다루는 창수에 UAE의 특수부대원들이나 군인들은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내 반군 병사는 쇠사슬에 온몸이 묶인 채로 끌려갔다.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는 없을 터였지만 사우디군과 UAE 군으로부터 취조를 받게 될 터였다.
그렇게 창수에 의해 제압된 반군 병사도 있었지만 일부 반군 병사는 총격전 끝에 사살되거나 도주를 해 버렸다.
뮤턴트가 되려던 반군 병사도 있었지만 이미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던 UAE의 특수부대원들은 뮤턴트가 되려는 반군 병사의 머리를 정확하게 날려버렸다.
일단 뮤턴트로 변이가 되면 대화가 통하지 않았기에 완전 변이가 되기 전에 머리를 날려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군 병사 하나를 생포한 것으로 인해 창수는 계급 이상의 대우를 UAE 군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어차피 UAE 군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창수였다.
창수는 군사고문단의 단장에게로 가서는 반군 병사의 입안에 들어 있던 캡슐을 내밀었다.
“이게 뭔가?”
“입안에 있던 것을 빼앗은 것입니다. 어떤 성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뮤턴트로 변이할 수 있게 만드는 원인 물질 중 하나인 듯합니다.”
“UAE 군에서는 뭐라고 하지 않았나?”
“실수로 깨버렸다고 했습니다. 뭐 강하게 묻지도 않았습니다.”
단장인 김명민 대령은 창수로부터 캡슐을 받아들었다.
한국군이 마냥 퍼주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뮤턴트나 헤인트에 대한 정보 수집 임무도 가지고 있었다.
UAE를 돕기 위해 왔지만 최대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후우! 조금 있다가 발표를 할 예정이지만 자네한테 먼저 알려줘야 할 것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단장님.”
“4형 뮤턴트가 나타났네.”
창수는 김명민 대령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3형만 해도 까다로운데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가 나타났다고 하자 더욱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어떤 녀석입니까?”
“모래. 샌드맨이라는 별칭이 붙은 녀석이야. 이름처럼 사막에서 사람들을 습격한다. 사막 지역 전체가 위험 구역이 되어 버렸어.”
“샌드맨이라.”
창수는 모래 형태의 뮤턴트라는 것에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피난민들을 쫓아 여길 습격할 수도 있겠군요.”
“그래. 가능성이 크다.”
반군이야 사우디를 노리고 있었으니 UAE는 한동안은 반군들로부터는 안전했다.
하지만 뮤턴트가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어디를 노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뮤턴트 또한 일반 인간보다 높은 체온을 가지고 있습니다.”
“샌드맨의 체온이 높을 것이라는 의미인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1형과 2형은 확실히 체온이 높았습니다. 물론 3형은 그러지 않았으니 확신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UAE 사령부에 열 화상 감지기를 요청하겠네.”
“낮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밤에는 효과가 있을 걸세.”
“예.”
뜨겁다기보다는 따가운 태양 빛으로 달구어지는 사막의 모래들이었다.
샌드맨의 체온이 얼마나 나갈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달구어진 모래보다 높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달구어졌던 사막의 모래는 차갑게 식기 시작한다.
샌드맨의 체온도 같이 식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만에 하나 식지 않고 유지가 된다면 샌드맨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군 김명민 단장의 요청으로 UAE 사령부는 긴급하게 열 화상 감지기를 피난민 수용소의 외곽 경계 초소에 설치했다.
역시나 낮에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물론 샌드맨이 나타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다.
피난민들은 계속 밀려왔다.
UAE의 군인들은 피난민들을 분류 및 조사하고 엔젤을 찾는 와중에 특수부대원들은 경계 근무에 투입되어 뮤턴트나 반군의 공격에 대비를 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
“물 한 잔 마셔.”
“아! 캡틴! 감사합니다.”
“미국에서는 마스터 치프고 여기서는 캡틴인가.”
창수는 경계 초소와 수용소를 순찰하며 다니고 있었다.
한국군 특전사들뿐만 아니라 UAE의 특수부대원들에게까지 두루 잘 지내는 창수였다.
81 특수전략대대에서의 경험이 타국 군과의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이도 많지 않고 계급도 높진 않았지만 창수는 다른 군인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느껴졌다.
은연중 창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강자의 여유와 움직임이 창수를 특별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별일은 없지?”
“예. 없습니다. 언제쯤 이 혼란이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창수는 걱정스러워 보이는 UAE 군 장병의 말에 이제 시작일 것이라는 말을 차마 하진 못했다.
“곧 끝나게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예! 캡틴 말처럼 곧 끝나겠지요.”
창수는 미소를 짓는 UAE 군의 장병에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려다가 비명을 들었다.
“까아악! 괴물이야!”
“도…… 도망쳐!”
수용소의 입구에서 모여 있던 사람들이 밀물 빠지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텅 빈 공간에 사람 하나가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샌드맨?”
“예?”
“사이렌 울려!”
창수는 곧바로 자신의 소총으로 샌드맨을 겨냥하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가 있던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며 변이가 되기 전에 해치우길 빌었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머리까지 전부 흘러내려 버린 샌드맨은 어디가 머리인지 설령 머리라고 해서 그게 약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탕! 탕탕!
창수가 쏜 소총에서 날아간 탄환은 샌드맨의 몸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샌드맨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래가 사방으로 튈 뿐 움직임이 멈추지는 않았다.
“제길! 아무 소용이 없잖아!”
창수는 연신 총알을 샌드맨의 몸에 박아넣었지만 어떻게 샌드맨을 없앨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 초소에서도 샌드맨의 몸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수백 발이 넘는 총알들이 샌드맨의 몸을 두들겼지만 샌드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막아! 저 괴물 놈 막으란 말이다!”
“아! 아무리 쏴도 소용이 없습니다! 소용이 없다구요!”
소화기로는 아무리 명중을 시켜도 효과가 없는 괴물이었다.
“장갑차다! 장갑차야!”
결국 입구에 대기 중이던 장갑차가 달려와서는 포신을 샌드맨에게 향하게 하고서는 포를 발사했다.
쾅!
사방으로 모래가 튈 정도로 큰 위력이었지만 이 또한 샌드맨에게는 별 효과가 없는 듯했다.
공격헬기까지 날아와 샌드맨을 향해 연신 기관포와 미사일까지 날렸지만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일 뿐이었다.
“까아악! 살려줘요! 살려줘!”
그렇게 샌드맨은 미쳐 도망을 치지 못한 사람 한 명을 붙잡고서는 모래가 가득한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본 이들은 다들 멍하니 사라져 버린 샌드맨이 있던 자리를 보고만 있어야 했다.
“저…… 저런 괴물을 대체 어떻게 잡으라는 말이야?”
창수도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샌드맨에 고심하다가 샌드맨이 있던 자리로 뛰어갔다.
몇백 발인지도 모를 크고 작은 구경의 탄환들이 가득했다.
기관포의 포탄과 미사일의 잔해까지 가득한 장소에서 창수는 꽤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창수는 모래로 가득한 사막을 바라보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확인을 해 봐야 했다.
창수는 곧바로 김명민 단장에게 향했고 김명민 단장과 함께 UAE 사령관과 만날 수 있었다.
UAE의 사령관은 창수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협조를 하겠다며 창수가 필요로 한다는 것을 준비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사막을 비추고 있는 열 화상 감지기가 반응을 보였다.
“찾았다.”
낮과는 달리 밤에는 샌드맨의 위치가 생생하게 포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