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7화
57화
대낮에는 모래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4형 뮤턴트 샌드맨이었지만 밤이 되면 모래 위로 올라와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발열이라. 꽤나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군. 수고했네. 최 중사.”
“감사합니다.”
UAE에서 마련한 지휘 본부에는 UAE 군 지휘관뿐만 아니라 사우디 그리고 미군과 유엔군 소속 장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직 많은 숫자가 목격된 것은 아니었지만 샌드맨의 특성으로 인해 다들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모래 속에 있는 샌드맨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밝혀졌으니 희망이 생겨난 것이다.
“엔젤이 체온을 높인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래. 엔젤을 섭취한 반군이나 테러범들을 색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네. 최 중사에게는 내가 유엔사령부를 통해 포상을 줄 수 있도록 약속하겠네.”
이미 뮤턴트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직 군부대에까지는 정보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난감해하고 있을 때 창수의 정보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샌드맨을 처치하는 방법입니다. 소화기뿐만 아니라 대구경의 포탄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샌드맨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내었지만 샌드맨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막에서의 작전은 불가능해진다.
의외로 전 세계의 사막화 비율은 상당히 높았다.
이 사막 전체를 뮤턴트에게 내어줄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번 시도를 해 볼 것이 있습니다.”
비록 밤 동안이었지만 샌드맨의 위치를 발견해 낸 창수가 샌드맨을 처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을 하자 다들 창수에게로 시선이 모여들었다.
“방법이 있다는 건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은 있습니다. 일단 이걸 보시죠.”
창수는 낮에 샌드맨이 있었던 장소에서 찾은 물건을 들어 보였다.
“그건 뭐지?”
“돌멩이 아닌가?”
“그게 무슨?”
창수가 들어 올린 것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법한 돌멩이였다.
하지만 평범한 돌멩이가 아니었다.
“샌드맨의 신체조각입니다.”
“뭐? 샌드맨의? 샌드맨은 모래로 이루어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예. 형태는 분명 모래입니다.”
열 화상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 중인 샌드맨의 신체는 모래 그 자체로 보였다.
하지만 창수가 들고 있는 건 모래가 아닌 주먹만 한 크기의 돌멩이였다.
“샌드맨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의 폭발로 인한 것 같습니다.”
“미사일?”
“고압의 열에 의한 변형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물리력이 아닌 강력한 고열로 구워 버리자?”
“예.”
창수의 말에 유엔군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도해 볼 만했다.
“우리 장비 중에 고열을 낼 수 있는 무기가 있나?”
“열압력탄이나 네이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아. 둘 다 준비해두고 폭격해!”
“알겠습니다!”
유엔군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걸프만에 대기 중이던 미 해군 항공모함에서 전폭기가 떴다.
사우디를 지원하기 위해 미 해군 인도양 사령부에서 항공모함을 걸프만으로 진입시킨 것이다.
걸프만의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이었지만 뮤턴트의 위험성을 아는 이란에서도 미 해군의 걸프만 진출을 묵인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미 해군 F/A -18 전폭기가 레이저 포인트로 주시되고 있는 샌드맨을 향해 정확하게 열압력폭탄을 투하했다.
강렬한 고압의 열기가 샌드맨의 신체 위로 쏟아졌다.
“명중입니다!”
명중이라는 오퍼레이터의 외침에 지휘 본부에서는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샌드맨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뻐할 수 없었기에 다들 화면을 주시했다.
고압으로 주변이 전부 불타오르며 뜨거운 열기가 나고 있었기에 샌드맨을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차가운 사막의 기온에 의해 열기는 식어가기 시작했다.
“샌드맨이 살아있다면 고온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하지만…….”
“죽었다면 주변하고 다를 바 없이 식어버릴 테지.”
영상 화면에는 주변 온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내려가는 온도는 샌드맨의 기준 온도인 42도까지 내려가고 있었다.
‘42도. 그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창수는 침을 삼키며 화면을 주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지휘 본부 안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40도 이하로 하강합니다!”
“됐어! 잡았다!”
화면의 모든 구역이 40도 이하로 떨어졌다.
몇몇 장성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기뻐했다.
“영역 넓혀 봐!”
“예!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샌드맨이 이동한 것인지 몰랐기에 감지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42도를 넘어가는 온도를 가진 물체는 없었다.
“사령관님. 구난 전차를 보내서 주변을 파 뒤집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구난 전차를 보내 보게.”
일반 보병이나 방호력이 부족한 중장비를 보낼 수는 없었기에 구난 전차를 보내 샌드맨이 있었던 땅을 파 뒤집어 보기로 했다.
잠시 후 인양 장비를 장착한 구난 전차가 샌드맨이 있었던 장소에 도착해서는 주변 땅을 파 뒤집었다.
그리고서는 커다란 한 덩어리의 바위를 들어 올렸다.
“샌드맨의 사체로 보입니다!”
“수고했네! 수고했어!”
사령관의 승리를 확정 짓는 말에 지휘 본부에서는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침내 샌드맨의 처지 방법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샌드맨 하나 처리하기 위해서는 너무 과한 비용이 소모되는 것 같기는 했지만 군인들에게 비용은 고민할 거리가 아니었다.
“최 중사. 정말 수고했네! 다 자네 덕분이야!”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니! 자네는 정말 세상의 구원자일세! 하하하하하!”
유엔군 사령관은 정말 기분이 좋은지 창수의 몸을 껴안으며 기뻐했다.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 창수가 너무나도 고맙고 대견했다.
* * *
샌드맨의 처리법을 알게 된 유엔군 정확하게는 미군들은 사막 지역을 샅샅이 뒤져서는 42도 이상의 온도를 가진 물체를 찾아 열압력탄과 네이팜으로 통째로 구워 버렸다.
항공기뿐만 아니라 포병에 이르기까지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는 샌드맨을 찾아 제거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샌드맨 퇴치의 일등 공신이 된 창수는 유엔군 훈장과 미군 은성 훈장을 수여 받을 수 있었다.
결국 한국군에서도 창수를 상사로 진급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그 전에 위관 장교로 지원하라는 협박을 했지만 창수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이미 자신이 복무 기간을 채워서 전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뮤턴트 사태가 끝나면 전역할 생각인 창수였다.
물론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지만 창수는 그렇게 상사가 될 수 있었다.
“동기들은 아직 중사도 못 달았는데 벌써 상사냐?”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가 제가 상사님보다 먼저 원사 다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 생퀴가!”
창수는 까마득한 군번의 부사관 고참과 농담을 나눴다.
이제야 짬 좀 먹었다 할 군번인 자신이 벌써 상사였다.
그만큼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나마 샌드맨은 우리가 처리하지 않아도 다행이네.”
“그렇기는 합니다만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뭐가?”
창수는 동료 부사관과 대화를 나누다가 찝찝한 점을 떠올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뮤턴트는 지능이 없는 거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뭐 그렇지. 그런 거로 아는데. 왜?”
“샌드맨. 높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능이 얼마간 있는 것 같습니다.”
“뭐? 그럼…….”
“다음에 나올 뮤턴트들 중에 지능이 있는 녀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억측 아니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창수도 자신의 짐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강한 뮤턴트들이 높은 지능까지 가지게 된다면 상상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은 뛰어난 지능 때문이었다.
이 지능의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지구를 지배할 수 없었다.
샌드맨의 처리는 공군과 포병에서 담당하기로 하고 특수부대들은 엔젤과 반군들을 제압하는 임무로 돌려졌다.
엔젤을 사용하는 반군이 사우디를 지배하게 되면 인접한 아랍국가들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었기에 각국의 특수부대들은 반군 토벌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아울러 반군을 통해 헤인트의 위치와 정보를 얻어내야만 했다.
사우디의 후퓨프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이 수행되었고 창수와 한국군 특전사들은 UAE의 특수부대를 지휘하기로 결정되었다.
대뮤턴트전에 있어서 UAE 군보다 한국군이 월등하다고 인정을 한 것이다.
반군과의 전투가 대뮤턴트전은 아니었지만 엔젤을 먹은 반군의 능력은 뮤턴트나 다를 바 없었다.
일반 보병 부대뿐만 아니라 기계화 부대조차 엔젤을 먹은 반군들에 막대한 피해를 보아야 했다.
반군과의 전쟁도 일반적인 전쟁과는 전혀 달랐다.
하위종이 상위종과 싸워야 하는 양상이었다.
그렇기에 강인한 특수부대가 필요했다.
* * *
엔젤로 인한 반군 병사의 개인적인 무력이 월등하기는 하지만 시가전이 아닌 사막 지역으로 무턱대고 나온다면 유엔군과 사우디 정부군을 상대로는 승산은 없었다.
전쟁의 초반에는 피난민들의 인파에 섞여 도시들 사이를 이동했지만 사막에 뮤턴트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피난민들의 이동이 멈추어졌다.
뮤턴트에 잡아먹힐 것이라는 두려움이 피난민들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반군의 진격도 멈추었다.
결국 반군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거점 도시에서 유엔군과 사우디 정부군을 상대로 저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서는 끔찍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유엔군과 사우디 정부군에게 강요하게 되었다.
“반군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전차하고 장갑차를 활용해!”
“소…… 소용없습니다! 상대가 월등하게 강합니다!”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저격을 해온다.
포위를 해도 그대로 뚫고 나가 버린다.
우월한 화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일반 병사들부터 두려움에 몸이 움츠러들고 있었다.
그나마 미군은 버틸 만했지만 사우디 정부군은 총소리가 나면 도망을 갈 준비를 할 정도였다.
그 때문에 미군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대체 우리들이 왜 저들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단 말인가!”
화가 치민 미군 장교의 분노의 외침이 미군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반군을 제압해야만 했다.
반군이 사우디를 집어삼킨다면 전 세계의 반군들에게 좋지 않은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가전이 진행이 되면서 어느 쪽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때 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
“머뭇거리지 마라!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여!”
방탄복을 착용한 특수부대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건물들을 점령해 나갔다.
반군의 거점 지역을 파괴하고 반군 병사들을 한 곳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물론 반군도 가만히 기다려 주지는 않았다.
“어리석은 놈들. 우리는 무적이다! 우리는 무적의 군대다!”
건물마다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동안 일반 병사들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반군들은 자신들의 힘에 취했지만 이제부터 상대해야 하는 이들은 스페셜리스트들이었다.
개인의 무력은 집단의 힘 앞에서 무력할 뿐이다.
성인이 어린아이는 몇 명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되기에는 아직 어렸지만 성장이 거의 끝나가는 청소년의 숫자가 많아지면 당해내기 힘든 법이었다.
더욱이 상대는 청소년 정도가 아니라 고도로 훈련된 군인들이었다.
탕! 탕!
“클리어! 다음 목표로 이동하겠다.”
반군은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에 반군들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괴물들을 준비해라.”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