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8화
58화
“2형 뮤턴트 포착!”
반군 소탕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에서 뮤턴트가 나타났다.
밀리고 있는 전황에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것이다.
“크어어어어!”
괴성을 내지르며 내달려오는 2형 뮤턴트에 병사들은 연신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일반 소총으로는 2형 뮤턴트의 몸에 상처는 입힐 수 있을지언정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무리였다.
오히려 화를 더욱 돋웠는지 2형 뮤턴트는 군인들 사이로 뛰어들어서는 세차게 날뛰었다.
마치 쇠몽둥이로 몸을 후려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몇몇 군인들은 몸이 붙잡힌 채로 그대로 몸이 뜯겨 나가 버렸다.
사방으로 피와 살점이 튀기는 끔찍한 광경에 제대로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군인들은 없었다.
“살려줘! 도망가!”
아무런 효과도 없는 무기를 버려둔 채 도망을 가 보았지만 2형 뮤턴트는 덩치와는 달리 인간보다 뛰어난 민첩성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사냥당하는 것은 군인들이었다.
물론 인간들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3시 방향 뮤턴트 발견! 고폭탄 장전!”
“고폭탄 장전!”
“발사!”
“발사!”
전차장의 구령과 함께 포수는 120mm 전차포에 장전된 고폭탄을 발사하는 버튼을 눌렀다.
쾅!
포연과 포탄음과 함께 날아간 전차탄은 2형 뮤턴트의 몸을 날려버렸다.
5.56밀리 소총탄에나 효과가 없는 것이지 120mm 전차탄까지 방어를 한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든 물리학적으로든 불가능한 일이었다.
“격파! 재장전!”
“재장전!”
새로운 목표를 갱신하기 전에 탄약 수는 전차의 탄약고에서 전차탄을 장탄시켰다.
최첨단의 디스플레이는 적의 위치를 빠르게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목표 2! 조준 완료! 발사!”
“발사!”
파이어라는 외침과 함께 불길이 전차포신에서 뿜어지며 전차탄이 날아가서는 인류의 적을 완벽하게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2형 뮤턴트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2형 뮤턴트가 돌진해 온다! 천천히 물러서면서 기관총으로 견제해! 고폭탄 장전!”
60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의 전차였다.
대전차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덩어리 큰 괴물 따위에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전투가 끝나고 전차 청소가 귀찮을 뿐이었다.
뮤턴트의 신체가 일반 생명체들의 신진대사보다 강하다 보니 몸이 터질 때 막대한 혈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오염된 혈액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굳이 접촉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전차의 기관총으로 2형 뮤턴트를 견제하며 전차 포탄으로 날려버리려는 전차들이었다.
하지만 동축 기관총으로는 2형 뮤턴트들을 죽이는 것은 힘들었고 전차탄이 장전되는 그 시간 안에 2형 뮤턴트들은 전차들 가까이까지 접근했다.
인간이었다면 공포라는 감정에 도망을 갔을 터였지만 뮤턴트들에게는 공포라는 감정 자체가 없었다.
쿵!
“윽! 괴물 같은 놈들! 그래 봤자 전차에 상처하나 낼 수 있을 것 같냐!”
맨손으로 전차의 장갑을 뚫을 리 없다고 확신하는 전차병들이었다.
분명 한 마리의 2형 뮤턴트는 1,500마력이 넘고 60톤이 넘어가는 강력한 전차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지상전의 왕자라는 칭호를 가진 전차는 인간이 만들어 낸 최강의 육상 괴물이었다.
2형 뮤턴트의 힘은 확실하게 측정되지 않았지만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한 마리의 2형 뮤턴트가 전차를 당해내지 못했지만 두 마리 세 마리가 늘어나며 전차를 에워싸자 전차의 몸이 들썩였다.
“뭐? 뭐야? 말도 안 돼!”
“포위되었습니다!”
2형 뮤턴트들은 마치 전차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전차의 몸을 뒤집으려고 했다.
절대 들릴 리 없다고 여겼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는 법이었다.
다섯 마리가 넘는 2형 뮤턴트가 전차의 한쪽에 달라붙어서는 힘을 쓰기 시작하자 전차의 한쪽이 들어 올려졌다.
“깔아뭉개 버려! 전진해! 전진!”
전차장의 외침에 겁에 질린 조종수는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이내 1,500마력의 엔진이 맹렬한 속도와 함께 전차의 무한궤도를 맹렬하게 굴렸다.
전차의 한 쪽을 들고 있던 2형 뮤턴트들의 신체가 전차의 무한궤도에 의해 갈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 무한궤도의 회전으로 전차의 차체가 회전했다.
꽤나 운이 나빴다.
본래라면 바닥에 그대로 착지해야 했지만 뮤턴트들은 자신의 신체가 갈려 나가면서도 그대로 전차의 한쪽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로 인해 전차는 극심한 한쪽 회전으로 인해 빙그르르 회전하면서 그대로 전복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전복되어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 전차를 향해 2형 뮤턴트들은 연신 커다란 주먹으로 전차의 바닥을 두들겨 대었다.
전차에서 가장 방호력이 약한 부분이 전차의 바닥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상대적인 것으로 바닥이라고 해서 쉽게 뚫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형 뮤턴트들이 후려치는 광음과 충격은 전차 내부로 파고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마치 거대한 북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연신 파고들어 오는 충격과 소음에 전차병들이 견디긴 힘들었다.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으나 내장이 몸속에서 터져 죽으나 죽는 것은 동일했다.
수십 마리가 넘는 2형 뮤턴트들이 연신 전차들에 달라붙어 전차들을 뒤집어 대었다.
전차조차도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보다 화력이 떨어지고 무게도 가벼운 장갑차들은 2형 뮤턴트와의 근접전은 너무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었다.
“후진해! 후진! 최대 속도로 후진하라고!”
“지금도 최고 속도입니다! 너무 빠릅니다!”
시속 50km가 넘는 속도로 후진하고 있었지만 2형 뮤턴트는 그 후진 속도보다 빨랐다.
물론 지구력에서는 전차나 장갑차가 더 뛰어날 터였지만 시가전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고작해야 수십 미터에서 불쑥 나타나 수십 킬로미터로 달려와서는 그대로 받아버리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즉사였고 장갑차도 전복이 되거나 크게 휘청거리며 내부의 운전수들과 병사들을 크게 다치게 만들었다.
기갑과 기계화 부대라면 뮤턴트들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옛 기마 부대의 후손이라 칭해지는 전투 헬기가 존재했다.
적의 사거리 밖에서 사냥감을 향해 강력한 무기로 쓸어버리는 강력한 킬러였다.
“사냥을 시작하겠다.”
불길이 치솟는 시가전에서 마치 코끼리 같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괴물을 발견한 전투 헬기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헬파이어 미사일은 그 명칭처럼 지옥불을 선사했다.
육체의 강도가 엄청났지만 결국 머리만 날아가면 제압이 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온몸을 전부 불태워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헬파이어 미사일을 전부 쏟아내어 2형 뮤턴트들을 쓸어버리고 난 뒤에 전투 헬기들은 자신이 가진 30mm 체인건을 사용하기 위해 2형 뮤턴트들을 향해 접근했다.
-뮤턴트에 너무 접근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뮤턴트가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적이 대전차 무기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고작해야 맨손의 짐승일 뿐이었다.
아낌없이 30mm 체인건의 탄환들을 쏟아부어 주고서는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드르르르르르륵!
살아 움직이고 있는 2형 뮤턴트들을 향해 체인건의 탄환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전차의 두꺼운 장갑도 종이쪽처럼 찢어버리는 위력이었으니 2형 뮤턴트의 신체는 조각조각 나서는 사방으로 흩날렸다.
“6시 방향 뮤턴트가 투척물을 투척하려고 한다!”
“롸져!”
아파치 헬기의 대인 레이더에 포착된 2형 뮤턴트의 행동은 30mm 체인건에 연동된 조종사의 헬멧의 움직임에 따라 발사된 탄환으로 인해 제압되어 버렸다.
“건방진 괴물 놈이. 감히 헛짓거리하려고 하고 있어. 복귀하겠다.”
아파치의 롱보우 레이더는 천 개 이상의 지상 목표물을 포착할 수 있었고 동시에 128개의 목표물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었다.
장비하고 있던 16발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1,200발의 체인건 탄환을 전부 소모해 버린 아파치 헬기는 유유히 지옥도가 되어 버린 사냥터를 떠나 버렸다.
혹시나 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와!”
이렇게 전투는 승리한 듯 보였다.
강력한 아군의 지원으로 환호를 터트리는 군인들이 두 팔을 든 채로 서로를 껴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닌 뮤턴트였다.
크어어어어!
“…….”
엄청난 피해로 인해 지리멸렬할 상황이었지만 뮤턴트들은 단 한 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적을 공격했다.
그렇게 멍하니 자신을 향해 덮쳐오고 있는 커다란 2형 뮤턴트에 병사는 죽음을 직감했다.
탕!
2형 뮤턴트의 머리가 터져 버리고 병사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군인의 커다란 등을 볼 수 있었다.
“머리를 노려! 그 외의 신체는 의미 없다! 한 방! 한 방! 확실하게 노려! 섬광 수류탄 던져!”
“섬광 수류탄 투척!”
아군의 시야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기에 섬광 수류탄의 투척 전에는 주변에 알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장비였지만 야외에서도 뮤턴트들에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다들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번쩍!
강렬한 빛과 함께 2형 뮤턴트들이 주춤하자 창수는 정확하게 2형 뮤턴트의 머리를 노리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이리저리 머리를 움직이는 2형 뮤턴트였지만 창수는 어김없이 2형 뮤턴트의 작은 머리를 맞추었다.
창수가 이끄는 특수부대원들도 2형 뮤턴트의 머리를 날려버리며 전장을 정리해 나갔다.
“의심스러운 곳은 무조건 섬광과 연막을 던져!”
“알겠습니다!”
건물 내부를 향해 수류탄을 까 넣으며 대뮤턴트전의 특수부대원들은 뮤턴트의 사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그 사신의 정점에는 창수가 있었다.
“엉망이군.”
창수는 아파치 헬기의 체인건으로 신체의 절반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고 있는 2형 뮤턴트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고서는 전투가 끝난 전장을 바라보았다.
“후우! 결국 보병이 깃발을 꽂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닌 법이거든.”
창수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 도시를 바라보았다.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폐허로 변해 버렸다.
이대로라면 전투에는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칫 전쟁에서는 패배할 수 있었다.
뮤턴트와의 전쟁은 80억 명 대 80억 마리의 전쟁이 될 수 있었다.
창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간이 불리해지는 전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최 상사님! 뮤턴트입니다!”
창수는 자신을 부르는 외침에 자신의 무기를 들고서는 달렸다.
근접전은 창수로서도 위험했다.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로 뮤턴트들을 제거하고 또 제거하며 나아가야만 했다.
“민간인들을 후방으로 이송해! 반군들이 뮤턴트를 늘리게 해서는 안 돼!”
반군과 뮤턴트들이 득실거리는 도시를 폭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도시 내에 민간인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강점인 많은 인구가 약점이 되어 버린 상태였다.
두 달 동안 도시는 불타올랐고 결국 연합군에 의해 수복이 되었다.
하지만 남은 것은 폐허와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들뿐이었다.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했다.
그 참혹한 전쟁터에서 창수는 아직까지는 살아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