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2화
62화
3형 뮤턴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에 성공한 연합군 특수부대들은 침투조의 작전을 보조하기 위해 성지를 압박했다.
사방에서 압박해 반군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는 계획이었다.
성지의 외곽 건물들에서 성지로 접근하는 특수부대원들을 지켜보고 있던 반군 병사들은 당황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3형 뮤턴트의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이다.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만큼의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뮤턴트들이 활약을 하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장소였다.
이대로라면 자신들 모두 토벌되어 버릴 것 같았다.
“저놈들도 엔젤을 먹었습니다!”
“당황해할 필요 없다. 신의 전사들인 우리가 질 리가 없어! 준비해라. 신의 허락 없이 감히 전사의 약을 사용한 대가를 치러 줘야지.”
엔젤은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반군들을 뛰어넘어 뮤턴트를 넘어서는 전투력을 보여주는 특수부대원들이었다.
성지를 볼모로 삼지 않았다면 반군에게 엔젤이 있다고 해도 특수부대원들을 당해내기는 힘들 터였다.
그렇게 성지의 외곽 건물로 접근하는 연합군 특수부대원들은 반군의 이목을 붙잡아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무리하게 교전을 진행할 필요 없다.”
“생화학전에 대비하라. 적이 변이 물질을 살포할 우려가 있다.”
연합군 사령부에서도 엔젤을 투약한 특수부대원들에게 변이 유발 물질을 살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준비해 둔 상태였다.
캉!
푸시시시시시!
“변이 물질이 살포되었다! 마스크!”
예상대로 성지의 외곽에 도달한 병사들을 향해 정체 미상의 기체가 뿜어져 나오는 알루미늄 깡통들이 날아와 터졌다.
특수부대원들은 신속하게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스크가 갑갑하기는 했지만 뮤턴트로 변이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반군 놈들. 이럴 줄 알았어. 비열한 놈들. 네놈들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그러게 말이야. 이런 눈에 뻔한 행동에 당할 수는 없지.”
엔젤을 먹는 자신들을 변이시킬 것이라 예상한 특수부대원들은 반군들의 속 보이는 짓에 비웃음을 보이며 반군 병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체 미상의 가스가 뿜어지는 길거리로 들어가는 연합군의 특수부대원들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감지 장치로 건물 내부에 숨어 있던 반군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오른쪽 3층 건물 3층에 반군 저격수 포착. 제압하겠…… 뭐지?”
-무슨 일인가?-
“내 손이 왜 이리 부풀었지?”
변이 유발 물질을 지나쳐 간 특수부대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의 이상 현상을 알게 되었다.
“벼…… 변이되고 있어! 어째서?”
“내 팔이 아니. 내 몸이 부풀고 있어. 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나는 분명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변이 유발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몸 내부로 침투할 수는 없었다.
“피…… 부 접촉에 의한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밖으로 빠져나와! 당장!-
변이 유발 물질이 피부 접촉만으로도 신체 내부로 흡수되어 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에 성지로 접근했던 특수부대원들은 황급히 성지 밖으로 달려 나왔다.
“피부 접촉이라고?”
창수 또한 변이 유발 물질이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2형 뮤턴트 때에는 분명 호흡기를 통해 대량의 변이 유발 물질을 흡입한 뒤에야 변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크르륵!
“크윽! 정신 차려! 변이가! 변이가!”
뮤턴트로 변이가 되는 동료들에 주변의 동료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떻게 변이를 멈추게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 것이다.
곧 뮤턴트가 되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에 몇몇 특수부대원들은 동료였던 이를 향해 총구를 돌렸지만 차마 쏘지는 못한 채로 지켜만 보았다.
“괴…… 괴로워. 주…… 죽여줘.”
변이되는 이들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듯했다.
하지만 이내 창수는 특수부대원들이 변이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변이가 아니야.”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변이가 아니라니요?”
“뮤턴트가 아니야.”
비대해지는 신체에 처음에는 2형 뮤턴트로의 변이가 되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2형 뮤턴트와는 무언가 달랐다.
부풀어 오른 피부는 탄탄하거나 날렵하다기보다는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피부 내부는 녹아내리는 듯이 출렁이기까지 했다.
“변질이다.”
“예? 캡틴. 변질이라니요?”
뮤턴트로의 변이가 아니라 썩은 살덩어리처럼 신체가 변질되고 있었다.
“죽여줘! 아파! 죽여 줘! 너무 고통스러워! 으어어어!”
몸이 변질되어 가는 특수부대원들은 극도의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과한 움직임 때문인지 피부가 찢어지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체가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 이 미친놈들!”
변이 유발 물질로 변이가 되어 뮤턴트가 되기도 했지만 뮤턴트가 아닌 끔찍한 시체가 되기도 했다.
이미 각국의 뮤턴트 연구소에서는 신체 내부가 마치 암세포가 되는 듯이 변질되어 실험체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사실을 아직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온몸의 피부가 다 터지고 녹아가면서도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동료들에게 결국 안식을 줘야만 했다.
탕!
동료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어서는 고통에서의 안식을 준 특수부대원들은 치를 떨었다.
“이딴 것을 우리 보고 먹으라고 준 거냐!”
뮤턴트가 될 수도 있다는 주의 사항은 들었지만 끔찍한 모습으로 변질도 될 수 있다는 말까지는 듣지 못했다.
특수부대원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엔젤을 땅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뮤턴트가 되면 되었지 썩은 고깃덩이는 될 생각이 없었다.
수십 명의 특수부대원들이 변질되어 버리자 연합군 사령부에서도 더 이상 작전을 속행할 수가 없었다.
“이…… 이 악마 놈들! 당장 핵을 사용해 저 악마 같은 놈들을 지옥으로 보내 버려야 합니다!”
반군들이 성지 안에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로 핵무기로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교들도 나왔다.
상대는 같은 인간이 아닌 지옥에서 온 악마들이었다.
악마들에게는 악마의 무기로 상대를 해야 하는 법이었다.
물론 아랍의 국가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아직 얼마나 많은 숫자의 죄 없는 민간인들이 성지 안에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의 작전은 무리였다.
“전원 퇴각시키게.”
연합군 사령관은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라고 여겼다.
핵은 무리였지만 전폭기와 포병 그리고 기갑 부대로 자신들의 적을 남김없이 쓸어버려야 한다고 확신했다.
‘애초부터 특수부대로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였어. 귀한 병사들을 잃었다.’
엔젤의 비밀과 헤인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너무나도 무리한 작전을 진행한 것이었다.
군사 작전으로는 완벽하게 실패해 버린 것이다.
“사령관님! 침투조에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합니다!”
“뭔 소리야! 당장 임무 중단하고 후퇴하라고 그래!”
성지 내부로 침투해 들어간 특수부대 침투조들은 계속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사령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다.
다시 사령관의 지시를 침투조에게 알렸지만 이내 침투조의 연락을 받은 부관은 사령관에게 난처한 듯이 보고를 했다.
“이미 퇴각하기에는 무리라고 합니다. 작전 구역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후방으로는 변이 유발 물질이 퍼져 있어서 퇴각은 불가하다고 합니다.”
“…….”
엔젤을 투약한 침투조 특수부대원들은 퇴각조차도 불가능해 보였기에 임무를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침투조를 백업해 줄 전력이 필요합니다. 반군들의 발을 묶어야만 합니다.”
연합군 사령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버렸다.
“엔젤을 투약하지 않은 부대가 있는가?”
3형 뮤턴트로 인해 대부분의 특수부대원들이 엔젤을 투약한 상태였다.
“특수부대가 아닌 일반 보병 부대 병력은 엔젤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뮤턴트와 반군들을 제압할 수 있겠는가?”
“…….”
이번 작전에서의 전력의 주축은 미군 레인저 부대였다.
나머지는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들이었고 사우디군은 보조 전력이었다.
“제압을 할 필요 없이 반군들의 이목만 집중시키면 됩니다. 임무가 끝날 때까지만.”
결국 사우디 정부군을 통해 성지 외곽에 숨어 있는 반군 병사들을 상대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임무였다.
탕!
퍼억!
엉거주춤 성지로 다가가는 사우디의 일반 보병들은 신체 능력과 감각이 극대화된 반군들의 저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야만 했다.
반군들 전부가 저격수들과 같을 정도로 예민하고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몸을 엄폐해 봐도 최대 사거리에서 날아오는 탄환에 더 이상의 접근은 어려워 보였다.
“멈추지 마라! 당장 앞으로 가! 성지를 수복해라! 당장!”
사우디 정부군 지휘관들은 머뭇거리는 병사들에게 계속 성지로 향하기를 강요했다.
자신들이 성지 수복을 하지 못한다면 성지 위로 불의 비가 쏟아지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해내야만 했다.
“신을 위한 희생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대들의 죽음이 천국으로 인도하는 문이 될 것이다!”
고귀한 희생.
그 고귀한 희생에 창수는 이를 악물고서는 저격수를 향해 다가갔다.
“캡틴.”
“그거 내놔.”
창수는 대물 저격총을 빼앗아서는 성지를 향해 겨누었다.
선 자세 그대로 대물 저격총을 든 창수는 잠시 숨을 멈추고서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묵직한 총소리와 함께 창수는 두 번째 총알을 장전했다.
이내 두 번째 총알이 날아가 사우디군을 저격하려던 반군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탕!
창수는 한 걸음씩 성지를 향해 걸어가며 대물 저격총으로 초원거리 저격을 해대었다.
그런 창수에 한국군 군사 고문단과 UAE 특수부대원들은 질린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이봐. 캡틴이 엔젤을 드셨던가?”
“드셨나 보지. 아무리 캡틴이 세계 최고라지만 인간의 능력으로 저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후우! 엔젤이라는 게 대단하긴 대단하네. 최강의 군인이 엔젤을 먹으면 괴물…… 아니 신적인 존재가 되는구만.”
“그래. 내 눈으로 보도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야.”
창수의 저격을 보는 군인들은 혀를 내두르면서 창수를 존경스럽게 바라보았다.
다들 창수가 엔젤을 먹고 하는 짓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창수는 엔젤을 먹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엔젤까지 먹었다면 혼자 반군의 지도자를 사령부로 끌고 갔을지도 몰랐다.
“단 거.”
“예?”
“당분 떨어지니까 단 거 좀 가지고 오라고! 아! 탄 다 떨어졌다.”
창수는 초콜릿을 오물거리며 계속 반군 병사들을 저격해 나갔다.
그 결과 성지로 들어가는 교두보가 만들어졌다.
엔젤을 먹은 반군 병사보다 엔젤을 먹지 않은 창수의 능력이 더 높았다.
“엔젤 안 먹은 애들 위주로 해서 방어진지 구축해. 차근차근 격파해 들어간다.”
“캡틴. 엔젤 드셨으면 변질될 수 있으시니 조심하십시오.”
“걱정 말고. 뮤턴트들이나 조심해. 분명 다시 나올 거다.”
창수는 엔젤을 먹지 않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설치고 있었기에 부정하지 않은 채로 3층의 건물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서는 성지 내에서 움직이는 반군들을 계속 저격했다.
창수의 저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반군들은 결국 다시 2형 뮤턴트들을 투입시켰다.
시가전이 지루하게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