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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64화 (64/351)

▣ 제64화

64화

당장 세상이 멸망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점점 세상이 멸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은 광경을 보고 있었다.

물론 그 멸망의 현장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미래 세상의 멸망보다는 당장 생존을 위한 발악이 우선이었다.

“쏴! 쏘라구!”

가지고 있는 모든 화기를 동원해 괴물을 공격했다.

철컥!

“탄창 교환!”

탄창 속의 탄환이 바닥나자 몸을 엄폐하며 탄창을 교환한다.

아주 짧은 시간 그동안 수많은 훈련으로 몸에 새겨진 행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쏟아붓는 화력은 분명 강했지만 애석하게도 별 소용은 없어 보였다.

총탄에 역겨운 괴물의 살점들이 터져 나갔지만 본체가 죽는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피해! 공격해 온다!”

몸에서 튀어나와 있는 촉수가 채찍처럼 휘둘러져 왔다.

단숨에 붙잡아서는 커다란 입안으로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엔젤을 먹은 특수부대원들보다 빠르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특수부대원들은 괴물의 촉수 공격을 피해내었지만 일반인들은 피할 수 없었다.

“까아악! 살려 줘요!”

건물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괴물의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이다. 기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거라.-

반군의 지도자인 엘르안은 초월적인 자신의 힘에 심취했다.

사우디 정부군과 UN 연합군에 의해 점차 밀릴 때만 해도 온통 세상이 절망으로 가득했지만 자신에게 신의 약을 제공한 이들이 준 물약을 받고서는 이 모든 것이 신의 시련이었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신의 사자로 이 세상에 신으로 군림할 존재가 될 것이었다.

촉수에 다리를 잡힌 여인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거부하지 마라! 거역하지 마라! 너의 운명을 받아들여라! 신께서 인도하리라.-

엘르안은 여인을 자신의 탐욕스러운 입안으로 던져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위대한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어리석은 존재들이 있었다.

탕!

퍼엉!

한 발의 묵직한 총소리와 함께 여인을 붙잡고 있던 촉수가 날아가 버렸다.

“저놈 대체 뭐야?”

폭음과 괴물의 울부짖음 소리에 성지의 중심부까지 달려온 창수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였다.

뮤턴트가 맞기는 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덩치도 컸다.

무엇보다 인간을 잡아먹는 듯했다.

“최 상사아!”

“어? 박 상사님!”

“저놈 사람을 잡아먹는다! 조심해!”

“1형입니까?”

1형 뮤턴트도 사람을 습격해서는 물어뜯는다.

“몰라! 약점이 없어!”

1형과는 형태가 달랐지만 사람을 먹는다는 것은 동일했다.

“그리고 잡아먹으면 덩치가 커진다!”

“뭐라구요?”

“으아아아악! 살려줘!”

순식간에 건물 안에서 사람 하나를 꺼내어서는 커다란 입안으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수는 주변의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창문들은 나무판자 같은 것으로 박혀 있었다.

나무 판자들의 틈 사이로 사람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사람을 먹어서 덩치가 커진다고? 대체 얼마나 커진다는…… 크윽!”

창수는 또 다른 사람이 엘르안의 촉수로 끌려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대물 저격총으로 촉수를 날려버렸다.

“창수야! 퇴각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퇴각해! 폭격하겠단다!”

창수는 개마무사 팀으로부터 성지를 폭격하겠다는 연락이 왔음을 들었다.

사우디 정부로서도 엘르안의 모습을 보자 성지를 무사히 탈환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어떤 폭격이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자비한 폭격이나 포격이 있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크윽! 사람들이 있어요! 건물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구요!”

창수는 주변 건물들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외쳤다.

이 장소에 대규모 폭격을 가한다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벌어지게 될 터였다.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정하고 차갑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는데 못하는 것은 다르다.”

창수는 연신 사람의 몸을 잡고 있는 촉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다가 마침내 탄창의 탄환이 바닥이 나자 자신의 대검을 뽑아 들었다.

“후우! 미친 짓이야. 내가 영화 속의 히어로도 아닌데.”

미친 짓임을 알고 있음에도 창수는 엔젤을 한 알 입안에 던져 넣었다.

잠시 후 엔젤이 위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위액에 의해 녹았다.

엔젤의 성분이 혈액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서는 온몸의 세포를 자극했다.

놀랍도록 빠르게 작용하는 작용 기전이었다.

그 소름 돋는 감각의 확장과 세포의 울부짖음을 느낌 창수의 몸은 엘르안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서걱!

꽤나 질긴 촉수였지만 3형 뮤턴트를 단번에 베어버릴 정도로 빠르고 강한 창수의 대검 앞에서는 밀가루 반죽에 불과할 뿐이었다.

“시…… 시민들을 대피시켜요!”

창수는 폐 속 가득한 공기를 입 밖으로 토해내며 외쳤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넓은 성지 전체를 가득 채웠다.

“크윽! 창수! 저놈 뮤턴트 된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엔젤 먹은 듯합니다.”

“엔젤이야 우리도 먹었어! 그런데 왜 저리 괴물이냐고!”

“처음부터 괴물이었지 않습니까!”

괴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더욱더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고작 대검 하나 들고서는 팔뚝만 한 촉수를 썰어대고 있는 창수였다.

“시…… 시민들 구하라는데 어쩌죠?”

“뭘 어째! 일단 구해야지! 저놈만 놔두면 여기 불바다 된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창수 저놈은 살려야 해! 다들 건물 확인하고 문 열어!”

“알겠습니다! 팀장님!”

“통신도 넣어! 다수의 시민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인질 구조 한다고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엔젤을 먹지 않았다면 시도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여기는 대한민국 대뮤턴트 대응부대 개마무사다! 대형 뮤턴트가 인간을 먹는다! 다수의 인질들이 주변 건물들에 갇혀 있다! 즉시 구조하겠다! 폭격을 연기해 달라! 다시 한번 말한다! 폭격을 연기해 달라! 인질을 구조하겠다!”

빠른 속도로 단단히 잠긴 건물의 문을 날려버리고서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이내 건물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당장 나가요! 구해주러 왔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야 합니다!”

건물의 안으로 들어간 특수부대원들은 사람들을 인솔해서는 건물을 빠져나갔다.

“으아아아! 괴…… 괴물!”

건물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거대한 괴물에 사람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곧 폭격이 있을 겁니다! 당장 움직여요! 당장!”

사람들을 안전한 구역으로 옮기는 특수부대원들이었다.

-도망갈 수 없다! 신에게 바쳐진 제물이다! 방해하지 마라!-

엘르안은 도망을 가는 제물들을 향해 자신의 몸에서 촉수를 뽑아내서는 뻗어냈다.

하지만 그런 촉수는 여지없이 창수의 대검에 잘려 나갔다.

“정말 지겹도록 많네.”

창수는 무제한으로 뽑아내는 촉수에 혀를 내두르며 대검을 휘둘러대었다.

-네놈! 방해하지 마라!-

창수의 방해에 분노한 엘르안은 자신의 수많은 촉수를 창수에게 휘둘러대었지만 번번이 촉수만 잘려 나갈 뿐이었다.

엘르안의 몸 주변으로는 수많은 촉수가 떨어져서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네놈 머리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촉수뿐만 아니라 몸을 베어내었지만 도통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없었다.

입 주변을 베어 보았지만 입도 약점이 아닌지 상처가 금세 아물어서는 창수의 몸을 집어삼키려고 벌려왔다.

휘이이익!

잠시 후 전투기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폭격하려던 전투기가 폭격을 중지하고서는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소리였다.

“빨리 움직여! 빨리!”

“문을 부숴버려!”

개마무사뿐만 아니라 작전 임무에 투입되었던 특수부대들도 주변 건물을 수색하며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주변으로 순식간에 수천 명의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신을 방해하지 마라!-

엘르안은 군침 도는 사람들을 향해 촉수를 뻗으려고 했다.

좀 더 거대해지고 더욱더 많은 촉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자신을 귀찮게 하는 창수나 특수부대원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촉수를 뻗는 엘르안이었지만, 창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엔젤을 투약한 특수부대원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촉수를 노려! 촉수가 접근하는 것을 막아라!”

사람들에게로 접근하는 촉수를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만 포기하시지.”

-웃기지 마라! 신벌을 내리겠다! 신벌을!-

엘르안은 더욱 과격하게 날뛰었다.

주변의 건물들을 때려 부수며 건물에 깔려 죽은 사람의 시체마저도 입안에 집어삼켰다.

“크윽! 이 미친놈이!”

치가 떨릴 정도로 사악한 괴물이었다.

신체에서 나온 촉수를 베어내고는 있었지만 엘르안의 신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최대한 사람들이 대피할 때까지 엘르안의 촉수만을 베어내야만 했다.

그렇게 촉수를 베어 가던 창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몸이 줄어든 것 같은데?”

처음 보았을 때보다 신체가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방해하지 마라!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 제물! 제물을 내놓아라!-

창수의 방해로 사람들을 집어삼키지 못하는 엘르안은 허기가 진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연신 사람들을 향해 촉수를 뻗었다.

타타타탕!

“탄창! 제길! 탄창이 바닥났다! 탄창 남는 것 좀 줘!”

“나도 이게 마지막이야!”

사람들이 대피할 때까지 촉수를 막는 특수부대원들도 탄환이 바닥이 났는지 별 효과도 없는 권총으로 촉수를 향해 쏴대다가 결국 창수처럼 대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창수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촉수를 잘라내는 것은 무리였다.

-방해하지 마라! 허기지는구나! 제물을 바치거라! 제물을!-

허기가 진다며 연신 촉수를 뻗는 엘르안의 촉수를 창수는 베어냈다.

“하아! 나도 배가 고프네.”

허기를 느끼는 것은 창수도 마찬가지였다.

신체의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엔젤의 효능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열량의 소모를 일으켰다.

짧은 순간의 전투라면 모르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열량의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마치 아사와 비슷한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몸 안의 지방부터 분해가 되어 단백질인 근육과 내장까지도 녹여 열량으로 사용하게 된다.

결국 장기부전 상태가 되어 신체가 제대로 회복이 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크으!”

창수는 자신의 신체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엘르안 또한 그 육중한 몸을 지탱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네놈도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거로구나.”

점점 크기가 줄어들어 가는 엘르안을 보며 창수는 힐끔 하늘을 올려다보고서는 훌쩍 옆의 건물을 향해 뛰어올라서는 고함을 질렀다.

“사람을 먹지 못하게 해! 저놈의 약점이다!”

창수가 엘르안의 몸 주변에서 벗어나자 아파치 전투 헬기에서 30mm 체인건의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변 건물들에 있을 사람들 때문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쏠 수는 없었지만 체인건은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었다.

기리리리릭!

1,200발의 탄환은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변에서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창수야. 괜찮냐?”

“하아! 배고파요. 임 상사님. 국밥 먹고 싶어요.”

“아직 괜찮은 모양이군. 이거나 먹어.”

창수는 임 원사가 준 열량만 가득한 초콜릿을 받아서는 입 안에 넣고 우물거렸다.

“하아 얼큰한 국밥 먹고 싶네.”

“괴물이로군. 저래도 안 죽네.”

“많이 작아졌죠?”

“그래. 엄청 작아졌네.”

성지의 외곽에 있던 군인들도 다가와서는 연신 줄어든 엘르안을 향해 공격을 해대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엘르안은 죽지 않았다.

“정말 신인가?”

“저놈! 공격 중단시키세요. 너무 작아지면 도망갈 수 있습니다.”

“뭐? 도망? 안 죽고?”

“죽을 것 같진 않은데요.”

임 원사는 창수의 말에 이제는 사람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 엘르안을 볼 수 있었다.

-아! 아아! 허기진다! 허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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