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9화
69화
군산 7 공수 특전단의 기지에 도착한 창수는 특전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본부 건물로 향했다.
국평단에 있었던 창수였기에 일반 특전대대에는 와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특전대대 본부 건물로 향하는 창수는 모든 특전사가 비상 대기 상태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전북의 35사단이나 인근의 군부대뿐만 아니라 경찰, 소방까지 전부 비상사태일 터였다.
창수의 예상대로 준 군사 조직뿐만 아니라 전북 도청과 전주시청까지 모든 공무원에게 비상 연락망이 가서는 황급히 출근 중이거나 자택 대기 상태였다.
물론 대부분은 무슨 이유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좁은 영토 안에 육군력 한정이지만 세계 4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소규모 뮤턴트 사건은 단숨에 제압이 가능한 수준의 준비태세를 보이는 국군이었다.
그렇게 7공수 특전대의 대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대대장실로 가던 창수는 눈에 익은 얼굴을 보게 되었다.
“어?”
“다…… 단결!”
“아! 너 여기로 갔었냐?”
창수는 눈에 익은 하사와 눈이 마주치며 그 하사가 자신의 동기임을 알아보았다.
그것도 같은 내무실 동기였던 것에 창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상대 동기 하사는 창수가 아는 척을 하는 것에 죽을 맛이었다.
“최 상사님. 대대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아! 예. 죄송합니다. 나중에 연락할게!”
창수는 동기에게 다음에 보자는 말을 하고서는 대대장실로 향했다.
“단결! 상사 최창수!”
“어! 어서 오게! 최 상사! 나 7공수 특전대대장 이월 중령이라고 하네.”
7공수 특전대대장인 이월 중령은 말로만 듣던 창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투 복장이 아닌 사복 차림의 창수였지만 휴가 중에 엔젤을 발견해 바로 임무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은 뒤였다.
곧 특전사령부에서 고위 장교와 국정원 및 까마득한 상부의 요원들이 들이닥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창수와 대화를 나눌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뭘 알아야 대응을 하지.’
이월 중령도 갑자기 비상 연락을 받고서는 황급히 부대로 복귀한 상태였다.
전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마약과 함께 엔젤을 먹은 이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엔젤을 먹으면 뮤턴트라고 하는 괴물로 변한다는 보고도 들었다.
물론 변이 유발 물질이 있어야 뮤턴트가 되었지만 관계자가 아닌 장교나 병사들이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뮤턴트 사태는 해결된 건가?”
“뮤턴트로 변이가 이루어지기 전에 제압되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구만. 그런데 내 들으니 뮤턴트가 되지 않아도 엄청난 힘을 낸다고 들었는데.”
창수는 이월 중령의 질문을 받으며 곤란해 했다.
“죄송합니다만 엔젤과 뮤턴트 관련 정보는 1급 비밀 인가가 난 이들에게만 공개가 원칙입니다.”
“그래. 나도 그건 알고 있네. 사령부에서 책임자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최 상사에게 7 공수특전대대의 지휘권을 위임하라는 지시를 받았네.”
고작 상사에게 그것도 본래라면 하사 짬밥의 창수에게 7 공수특전대대의 지휘권을 넘기라는 것이 치욕스러웠지만 이월 중령도 아리가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뮤턴트 사태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변이만 되지 않는다면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장은 그 어떤 것도 섭취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물이나 일반 음식물은 섭취해도 무방했지만 엔젤을 먹게 되면 일주일 동안 엄선된 식재료만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것도 가공되지 않는 식재료만을 제공해서 요리조차 되지 않은 찐 감자나 옥수수 그리고 몇몇 채소만 줄 정도였다.
물도 미네랄을 완전히 제거한 증류수나 정제수를 제공했다.
그렇기에 창수에 의해 복합골절이 난 두 남자에게는 의약품을 포함해 물 한 방울 주지 않고 있었다.
“대체 그 위험한 것이 어떻게 지방 도시까지 퍼진 건지.”
“나이트클럽에서 마약이 나온 것으로 봐서 마약과 함께 유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임에도 뿌리 뽑기가 쉽지가 않군.”
이월 중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창수와 이월 중령이 대대장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대대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최 상사님.”
“박 요원님.”
창수는 꽤나 끈질긴 인연이라는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내려온 이는 아리가에서부터 함께 했던 박충렬이었다.
국정원 소속으로 아리가에서 일비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그는 아리가에서 엔젤과 불완전 변이를 일으킨 2형 뮤턴트를 확보해 국내로 데리고 온 성과로 대뮤턴트 대응팀의 팀장으로 승진을 해 있었다.
국정원에서 그가 가장 뮤턴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기에 창수와도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첫 번째 엔젤 포착 사건이었으니 박충렬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용의자들을 심문하려고 하는데 같이 가시죠. 최 상사님.”
“그럽시다.”
창수는 박충렬 팀장의 권유에 몸을 일으켰다.
심문은 전문적인 요원들이 직접 할 것이었기에 창수가 참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창수였기에 창수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꽤나 공교롭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아!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휴가 중에 첫 번째 국내 엔젤을 최 상사님께서 발견하신 것 때문에 말씀드린 것입니다.”
“제가 처음이 아니라 경찰이 처음입니다. 하필이면 제가 본가가 근처라는 것이 공교롭다면 공교롭긴 하겠군요.”
“예. 그런데 너무 쉽게 제압하신 건 아니십니까? 엔젤을 먹었다고 하던데.”
“엔젤을 먹었다고 해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긴 그렇긴 하군요. 최강의 특전사라는 최 상사님이시니 그 두 친구도 참 재수가 없기는 없습니다.”
박충렬도 특전사 출신의 국정원 요원이었다.
어지간한 이에게는 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그였지만 창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괴물.’
엔젤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형 뮤턴트와 대적이 가능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엔젤을 먹었을 때는 1개 특전 팀을 간단히 전멸시킬 수 있는 3형 뮤턴트를 제압할 수 있다는 창수였다.
적이라면 최악이었지만 다행히도 든든한 아군이었다.
창수는 이미 두 남자를 따로따로 격리된 방에서 심문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단단한 쇠사슬에 팔다리가 묶인 채로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남자들은 전문 심문 요원들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었다.
창수와 박충렬은 모니터를 통해 조사실의 대화 장면과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아니라니까요. 저는 그냥 몸에 좋은 약을 준다고 해서.”
“나이트클럽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이 몸에 좋은 약을 준다고 해서 그걸 먹었다구요?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변호사! 변호사 불러 주세요!”
“이보세요. 지금 당신은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똑바로 이야기하는 것이 당신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그 약 누구한테 받았어? 친구가 먼저 불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일반인에 불과한 사내였다.
군대를 다녀왔다지만 그래 봐야 일반병으로 2년도 다녀오지 않았고 그걸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겁을 먹게 될 뿐이었다.
“다 말할게요. 그러니까 어떤 남자가 먼저 연락을 해 왔어요. 사…… 사실 대…… 대마 그러니까 아! 진짜 안 되는데!”
이미 모발과 혈액까지 채취해 간 뒤였다.
자신이 마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놈이 좋은 걸 준다고…… 평소에는 던지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약을 먹이고…… 제 술잔에 이상한 걸 탔는데. 그걸 제가 본 거거든요. 저 절대 더 센 것은 안 하는 주의라서!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그렇게 뭔가 저한테 무슨 일을 하려는 것에 제가 그 양반한테 화를 내고 좀 다퉜는데…….”
남자는 나이트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창수와 박충렬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변이를 시키려고 했군.”
“무엇 때문에? 서울도 아니고 지방 도시에서?”
창수와 박충렬은 엔젤뿐만 아니라 변이까지 시키려고 했었다는 것에 무엇 때문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혹시 대한민국에 경고를 하려던 것이 아닐까요?”
“경고요?”
“예. 아리가 사태 때부터 멕시코하고 사우디까지 우리 쪽 대원들의 활약이 컸고 헤인트도 그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한국에 변이체가 나타난다면 우리 쪽 대원들이 헤인트를 잡으러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우리 쪽 움직임을 막으려고 일을 벌인다는 건가요? 차라리 그렇다면 서울 쪽을…….”
“서울 쪽이라면 너무 사태가 커질 수 있으니까요. 한국 정부나 국민들도 수도가 위협받는다면 필사적으로 헤인트를 제거하려 들 테니.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덜한 지방 도시를 노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방 도시라고 해도 국내에서 뮤턴트가 나왔다면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히게 되었을 터였다.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뮤턴트 변이체가 나타났습니다.”
“예? 유럽에도 나타났다구요?”
창수는 미국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럽에서도 뮤턴트가 나타났다는 박충렬의 말에 선진국들도 마냥 안심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최 상사님 말씀대로 헤인트가 선진국들을 견제하려는 것 같군요. 뮤턴트라면 일반 병사들로서는 막기 힘드니 각국의 특수부대 대원들을 자국 내에 머물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꽤나 곤란하겠습니다. 만에 하나 3형 이상의 뮤턴트라면 너무 위험합니다.”
창수는 도시 한복판에서 상위 뮤턴트가 나타난다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박충렬도 그런 창수의 걱정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엔젤을 막으려고 해도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것이지만 계속 운이 좋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엔젤을 줬다는 남자의 몽타주를 만든 심문 요원은 몽타주를 박충렬에게 내밀었고 박충렬은 이 남자를 당장 수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느덧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해당 남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남자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결국 전국 수배령이 내려지게 되었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남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전주의 엔젤 사건에 대한 뒤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박충렬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예. 박 팀장입니다. 본부장님. 예? 연구소가요? 아! 알겠습니다!”
상부에서 연락을 받은 듯한 박충렬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 것인지 다급해 보였다.
황급히 어딘가로 가려던 박충렬은 창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났습니까?”
“최 상사님.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뮤턴트가 나타난 것입니까?”
“끄응! 예.”
창수는 결국 뮤턴트가 국내에서 나타났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창수와 박충렬은 수송 헬기를 타고서는 곧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과 논산의 경계에 있는 장태산에 위치해 있는 특수 생물학 연구소가 목적지였다.
특수 생물학 연구소에 코드 레드가 발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