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4화
74화
휴가에서 복귀한 창수는 다시 특전사들을 교육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창수가 교육하고 미국의 81 특수전략대대에서 훈련을 받은 이들은 총리 직속의 개마무사 팀이나 국정원 및 청와대 경호처로 이동했다.
창수도 처음에는 청와대 경호처로 이동해서 대통령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수 있었지만 뮤턴트를 상대할 인원을 교육할 이가 창수 외에는 딱히 없다는 특전사령부에 그대로 특전사에 남을 수 있었다.
특전사령부 교육대대뿐만 아니라 UAE에서의 교육 임무 수행에 창수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더욱이 특전사들 중에서도 대뮤턴트 대응팀이 필요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특전사들뿐만 아니라 경찰특공대에서도 전주 나이트클럽 사건으로 인해 대뮤턴트 대응팀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인간을 상대하는 것과 뮤턴트나 엔젤이라는 신종 마약을 먹고 괴력을 발휘하는 괴한을 상대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경찰특공대만으로는 그들을 원활하게 상대할 수가 없습니다.”
“상부에서는 별무반에 협조를 요청하라고 하지 않나.”
고려 시대 여진 정벌을 위해 조직된 별무반이 존재한다.
여타의 특수부대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정확한 명칭은 공개되지 않는다.
미국의 그린베레인 스페셜 포스들도 정식 명칭은 비밀이었고 수시로 명칭이 변경이 되고는 했다.
그렇기에 개마무사 팀도 정식 명칭이라기보다는 임시적인 별칭에 가까웠다.
그렇게 비밀 조직이었지만 외부에서 불릴 명칭은 필요했다.
문제는 군대 조직에서 독립시켜 총리 산하의 외청으로 분리된 개마무사들은 군대가 아닌 특수임무단의 준군사조직이다 보니 편제가 군대와는 달라져야 했다.
당연히 경찰과도 연관되지 않는 독립 외청이었다.
그렇게 경찰과 군대에서는 별무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별무반 내에 개마무사 팀과 새로 신설이 될 싸울아비와 화랑 팀이 분리 편제가 될 예정이었다.
처음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명칭과 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상태였다.
이런 명칭과 편제 그리고 인원들은 상당 시간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뮤턴트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인류가 처음 마주하는 생소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위기였다.
“별무반이 홍길동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어디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들으니 고작 3개 팀뿐이고 그나마도 한 개 팀은 국내에 있지도 않다고 하던데! 서울만 대한민국입니까! 당장 이번에도 전주에서 터졌는데 별무반이 코빼기나 보이기나 했습니까! 군산의 특전사들이 아니! 그 최창수 상사가 휴가차 거기 있지 않았으면 그 괴물 놈들 잡기나 했겠습니까!”
경찰청의 기동본부장인 이석원 경무관은 경찰대 선배이자 상관인 경찰청 차장인 김훈 치안정감에게 답답하다는 듯이 하소연을 했다.
전북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지만 경찰특공대가 한 것이라고는 별로 없었다.
엔젤을 투약한 범죄자들을 제압한 것도 창수였고 현장을 통제한 것은 특전사들이었다.
문제는 특전사들도 뮤턴트를 상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뮤턴트가 나타나게 된다면 경찰로는 당연히 힘들기에 군대가 나서야 했지만 경찰도 치안 유지를 위해 어떻게든 움직여야만 했다.
“우리가 뮤턴트를 제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엔젤을 이용한 범죄 같은 것은 경찰이 나서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총을 쓰지도 못하고 아니! 총을 써도 소용이 없다며!”
과거의 원죄로 인해 경찰은 시민들에게 권총을 발포하기 힘들었다.
준군사조직인 경찰특공대라고 해서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건 현장에서 총을 난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가 마약 범죄라고 해도 총기 발사의 경우는 정말이지 드물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그 드문 것도 뒤처리가 끔찍할 만큼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준비할 건데?”
“특전사들이 뮤턴트인지 뭔지 하는 괴물을 상대할 부대를 양성한다고 합니다.”
“그놈들이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그래서?”
이석원 경무관은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의 계획을 김훈 치안정감에게 밝혔다.
“우리 애들 거기로 위탁 교육 보냅시다.”
“뭐? 위탁 교육?”
“예. 지금 뮤턴트인지 엔젤인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친구가 최창수라고 합니다. 그 친구가 지금 괴물 잡는 애들 교육하고 있다고 하구요. 아랍에미리트 쪽 애들도 최창수가 교육한 모양입니다.”
“…….”
써먹든 써먹지 않든 일단 교육해 놔서 나쁠 것은 없었다.
전주 나이트클럽에서 마약이 나와 언론 발표는 경찰청이 했다지만 엔젤은 전부 국정원에서 쓸어가서 뮤턴트는커녕 엔젤에 대한 정보조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엔젤이 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경찰이었기에 답답하기는 국민들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우리 쪽도 어떻게든 대비를 해야 한다고 대응팀 위탁 교육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선배님. 이러다가 멋도 모르고 애들 다 죽습니다! 기밀이고 뭐고 다 좋다 이겁니다. 최소한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는 우리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흐음!”
“퇴직하시기 전에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야! 나만 퇴직하냐! 너는 뭐 얼마나 오래 할 줄 알아!”
“아! 그러니까! 우리 애들 위해서 할 일은 하고 가자니까요! 지금 팀장급 애들이 저를 얼마나 괴롭히는 줄 아십니까! 그…… 어! 영화처럼 그래! 진행시켜! 한 번 하시자구요!”
“영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뭘 진행시키긴 진행시켜!”
경찰 조직의 최고 고위층인 둘이었다.
평생을 경찰 조직에 있던 둘이었기에 경찰에 대한 애정은 클 수밖에 없었다.
김훈 치안정감도 경찰특공대가 뮤턴트는커녕 엔젤을 국내에서 들이려고 한다고 여겨지는 헤인트를 상대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국정원이고 별기군이고 특전사까지도 대한민국 전체를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아.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당장 위탁 교육 인원 선발하겠습니다. 선배님!”
“기대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럼 저 바쁘니까 가보겠습니다!”
“야! 그럴 거면 기획안 내놔!”
“아차! 여기 있습니다!”
이석원 경무관은 김훈 치안정감의 책상 위에 이미 만들어 둔 기획안을 내려놓고서는 도망가 버렸다.
“하! 저 새끼! 아주 작정을 하고 있었네!”
김훈 치안정감은 이석원의 기획안을 훑어보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청에서 경찰총장인 치안총감을 제외하고 7명의 치안정감 중 한 명인 김훈 경찰청 차장이었다.
그런 그라도 이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야 했다.
경찰 또한 대뮤턴트전에 대응할 수 있는 특임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창수에게 있어서는 귀찮은 일거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 *
왕! 왕!
경북 상주의 외곽 지역의 군 주둔지 내에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다.
군대에도 군견이 존재했으니 강아지 울음소리는 특이할 것이 없어 보였지만 강아지는 군견에는 어울리지 않는 품종이었다.
그렇게 군대에서 짬라이온으로 키워지는 듯한 잡종견으로 보였다.
“아우! 저놈의 지X견!”
“야! 최 상사님 개다. 괜히 건들지 마라.”
“하아! 하필이면 상사님은 왜 비글을 키우셔서는!”
일반 병사가 아닌 특전병들은 자신들의 군화를 물고 뛰어다니는 창수의 비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이 있는 곳은 일반 보병 대대가 아닌 특전사령부 예하 교육지원단 부대였다.
해당 부대의 경계 근무와 행정 업무는 특전병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부사관급 이상의 특전사들에 대한 교육 지원을 하는 부대로 여겨지는 곳이었지만 실상은 일반 교육 지원 부대가 아닌 대뮤턴트 대응 훈련을 교육하는 교육부대였다.
그 때문에 교육 훈련이 이루어지는 곳은 특전병들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근무를 하는 특전병들도 자신들이 복무하고 있는 부대가 어떤 부대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런 교육지원부대의 총 책임자는 대대장인 중령이었고 본부중대 1개와 교육 지원 중대 1개만 있었다.
꽤나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임무 자체가 교육 지원 훈련이었기에 이상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교육 지원 중대의 교육 교관으로 최창수 상사가 있었다.
“최 상사님! 비글이 좀 묶어 놓고 키우면 안 되겠습니까?”
“왜? 또 사고 쳤냐?”
“애들 군화 물고 다니면서 전부 아작을 냅니다!”
“하! 그 녀석! 내가 잘 말해 둘게.”
특전병들은 영내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창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전병들은 창수가 아리가의 영웅이라거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뮤턴트들을 학살하고 다녔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상사 계급치고는 다소 어려 보이는 창수였지만 군대란 묘한 곳이어서 중사나 상사 그리고 원사들의 진짜 나이를 듣고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위관급 간부들인 대위들의 진짜 나이를 알게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나이가 젊다는 것과 외모가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창수도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동안이라 여기고 있었다.
창수의 특전복은 꽤나 화려했지만 교육지원단 부대 내에서는 꽤나 평범했다.
그나마 특전사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공수마크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공수마크는 일부 특전병들도 달고 있었으니 크게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창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특전병들과 창수는 꽤나 허물없이 지내고 있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근무 가냐?”
“예! 상사님은 교육 끝나셨습니까?”
“그래. 대충 끝났지. 아우! 귀찮아. 나중에 애들 모아서 축구나 하자.”
“예! 알겠습니다.”
창수의 모습은 짬을 먹을 만큼 먹어서 군 생활이 다 귀찮은 행보관의 모습이었다.
물론 창수의 실제 짬은 이제 갓 하사를 벗어나 초임 중사나 될 법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창수를 하대하는 이는 부대 안에서 없었다.
설령 대대장조차 창수에게는 공손히 대할 정도였다.
“야! 비글아! 이리 와!”
다른 군인들의 부름에는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던 비글이었지만 창수가 부를 때는 냉큼 달려왔다.
창수는 연병장의 한쪽 구석에서 비글을 쓰다듬어 주며 물었다.
“아빠가 애들 말 잘 들으라고 했지!”
끼잉!
창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이 낑낑거리는 비글이었다.
“하아! 그나저나 너는 대체 무슨 실험을 받은 거냐?”
왈!
창수는 처음에는 몰랐지만 비글이 이미 연구소 내에서 어떤 실험을 받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개가 아니게 되어 있었다.
다만 뮤턴트화가 되어도 불완전 뮤턴트의 사례가 있었고 일반 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별다른 위험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렇게 창수는 연구소에 다시 비글을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비글이 돌아간다면 분명 연구 후에 폐기 처분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일단 위험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기에 자신이 데리고 있으면서 관찰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비글을 쓰다듬고 있을 때 중사 계급의 특전사가 창수에게 다가왔다.
“최 상사님. 대대장님께서 부르십니다.”
“무슨 일로 부르십니까?”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히 해 주십시오.”
“후우!”
말을 편하게 해 달라는 말을 들었지만 창수보다 기수가 높은 선배였다.
창수의 특별 진급으로 기수가 꼬여 있었다.
그렇게 창수는 대대장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박충렬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또 어떤 일이십니까?”
“이거 제가 최 상사님께 단단히 미움을 받는 모양입니다.”
“아시긴 하군요.”
“하하! 스트랭스와 스피드 그리고 힐링을 가지고 왔습니다.”
창수는 제법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검은 정장의 남자를 힐끔 바라보았다.
엔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나마 부작용이 적다는 특수 약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창수였다.
그 특수 물약의 물량이 특전사에도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