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0화
80화
듀라한은 본체인 검은 연기를 쓰러트려야 했다.
차지한 신체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듯했지만 검은 연기 자체로는 별다른 힘을 내지는 못하는 듯했다.
“방독면 착용해!”
창수의 고함에 검은 연기를 향해 사격을 가하던 병사들은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하다가 방독면을 착용하는 창수를 보고서는 허겁지겁 방독면을 착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발 늦은 병사의 몸을 집어삼킨 검은 연기는 코와 입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커억! 컥! 커억!”
“영인아! 안 돼!”
동료인 군인이 검은 연기가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병사의 몸을 붙잡아서는 검은 연기를 잡아 빼려고 했다.
하지만 연기를 맨손으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병사의 몸 안에 연기가 들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창수는 그런 모습에 고함을 쳤다.
“밧줄 가지고 와!”
“예?”
“밧줄 가지고 오라고!”
“아! 예! 예! 야! 밧줄!”
창수는 곧바로 넘겨받은 밧줄로 검은 연기에 잠식된 병사의 몸을 단단히 묶어 버렸다.
“꽉 잡아!”
“예! 예!”
뮤턴트들이나 밧줄을 힘으로 뜯어낼 수 있지 일반성인들도 단단히 묶인 밧줄을 푸는 건 어려웠다.
그렇게 온몸을 결박해 버리자 듀라한은 버둥거리기만 했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잡았다.”
병사에게는 안 된 일이었지만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던 듀라한을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몸을 바둥거리던 듀라한은 곧장 병사의 입과 코를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 마음대로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건가? 제길!”
다시 병사의 몸 밖으로 나온 검은 연기는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았다.
창수는 황급히 피하면서 검은 연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오…… 온다!”
“사…… 살려 줘!”
아무리 총을 쏘아 보아도 상처 하나 낼 수 없는 상대였다.
더욱이 몸 안으로 들어와 조종까지 했다.
“영인아!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검은 연기에 몸이 지배되었던 병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질식을 한 것인지 단순히 기절을 한 것인지도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으!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또 다른 병사의 몸을 감싸는 검은 연기였다.
방독면을 쓰고 있었지만 격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생긴 틈 안으로 검은 연기는 파고 들어갔다.
그런 와중에 창수는 상가 건물 앞의 바람 튜브 인형을 보았다.
“저…… 저거.”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바람 튜브 인형이었다.
“연기를 가둔다.”
연기를 없앨 수 없다면 가둬야 했다.
창수는 곧바로 바람 튜브 인형을 향해 달려가서는 아래 밑동을 잘라냈다.
그런 와중에 병사의 몸을 차지한 검은 연기는 자유로운 몸에 만족한 듯이 기이한 미소를 짓게 하고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총을 사방으로 난사했다.
타타타탕!
“아악!”
“진수야! 그만둬!”
“나 맞았어! 맞았다고!”
아비규환의 광경이었다.
동료인 것에 사격도 하지 못하고 사격을 해 봐도 검은 연기에는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전부 패닉에 빠져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일부 병사들은 도망을 가려고까지 했다.
탄창의 총알이 바닥이 나자 듀라한은 대검을 꺼내어서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려고 했다.
“거기까지다.”
그 순간 창수의 주먹이 듀라한의 배를 올려쳤다.
타격은 되지 않았지만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은 충분했다.
대검을 빼앗아 옆으로 치워 버리고서는 창수는 듀라한이 된 병사의 몸 위로 바람 튜브 인형을 뒤집어씌워 버렸다.
그리고서는 단단히 묶어 버린 뒤에 밧줄로 칭칭 묶어 버리기 시작했다.
“비닐…… 큰 비닐 찾아와! 빨리!”
혹시라도 난 구멍 사이로 검은 연기가 뚫고 나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창수는 바람 튜브 인형으로 감싸버린 듀라한을 완전히 밀봉시키기 위해 커다란 비닐을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비닐! 비닐 찾아!”
중대장의 외침에 군인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경찰과 소방사들도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비닐을 찾기 시작했다.
“놓치면 안 돼!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못 잡는다!”
허공으로 도망을 치기라도 한다면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창수는 버둥거리는 듀라한의 몸을 제압하며 단단히 밀봉할 수 있는 큰 비닐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멈췄어.”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검은 연기는 병사의 몸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람 튜브 인형이 들썩였다.
하지만 바람 튜브를 뚫고 나오지는 못하는지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하는 검은 연기였다.
다행히도 뚫고 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안도하는 창수였지만 완전히 밀봉이 된 것은 아니었다.
작은 구멍을 발견한 것인지 그 작은 구멍을 통해 검은 연기가 밀고 나오기 시작했다.
“큭!”
창수는 황급히 구멍을 손으로 막아 보았지만 검은 연기는 미세한 틈을 통해 계속 나오려고 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나오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때 빠져나오고 있는 연기를 비글이 물어버렸다.
“어?”
컹!
검은 연기를 삼켜버린 비글이었다.
깜짝 놀라 비글을 바라본 창수는 검은 연기에 지배되지는 않는 듯한 비글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안에서 봤던 것처럼 검은 연기를 물어뜯어 삼킬 수 있는 듯했다.
물론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창수는 비글마저도 검은 연기에 조종될까 걱정이 되었다.
“아직 못 찾았어?”
“여…… 여기요! 여기요!”
창수의 다급한 외침에 한 소방관이 커다란 비닐을 들고서는 황급히 달려왔다.
“이것 좀 잡아 주세요! 빨리! 감싸야 합니다!”
“예!”
“구멍 안 뚫린 거 맞죠?”
“예! 맞습니다!”
“야! 거기 이리 와서 이것 좀 잡아! 비닐 찢어지면 안 되니까!”
“예! 알겠습니다!”
다들 허둥대면서도 검은 연기가 들어 있는 바람 튜브를 비닐 안에 밀어 넣었다.
안에 병사도 함께 있었지만 병사의 몸만 따로 뺄 여력은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밀폐된 비닐 안에 넣고서는 밀봉하고 난 뒤에야 다들 기진맥진한 채로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 있었다.
바람 튜브에서 빠져나온 검은 연기는 밀봉된 비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듯했다.
정말이지 최악의 뮤턴트였다.
밀봉하기는 했지만 몇 번이나 추가로 밀봉을 하고서는 뮤턴트 처리반에게 넘길 수 있었다.
“절대 찢어지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예! 걱정 마십시오. 최 상사님. 안전하게 격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몇 번을 신신당부해도 부족하지 않을 뮤턴트였다.
그렇게 막대한 희생을 낳은 상주의 뮤턴트 사태는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뮤턴트의 위협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 * *
“수고했네, 최 상사.”
한쪽 구석에서 주저앉아 컵라면과 빵들을 입안에 넣고 있던 창수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별들뿐만 아니라 무궁화 계급장도 세기 귀찮을 정도로 많았다.
물론 정확하게는 무궁화 계급장이 아니라 마름모에 대나무 잎이 둘러싸고 있는 계급장이었지만 무궁화 모양이라고 무궁화 계급장이라 불리고는 했다.
특전사 소속은 아닌 듯했지만 까마득한 상관들이었기에 창수는 급하게 일어나 경례를 했다.
“단결. 쿨럭!”
입안에 가득 든 음식물이 입 밖으로 나오는 참사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창수를 영창 보낼 이는 없었다.
“강화 물약 부작용이 조금 있습니다.”
“아. 그런가?”
“예. 몸 안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기에 전투가 끝나면 극도의 허기짐이 발생합니다.”
“그렇구만. 이거 우리가 최 상사 식사를 방해한 모양이군.”
“아닙니다.”
“자네 덕분에 큰 희생을 줄일 수 있었네. 정말 고맙네.”
대참사가 날 뻔한 것을 창수 덕분에 막을 수 있었다.
당장에라도 휴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사실상 전쟁통에 휴가를 남발할 수도 없었다.
당장 모든 장병의 휴가 외출이 금지되었고 휴가나 외출 중이던 장병들에게 복귀 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간부들도 영내 대기 상태로 전환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약이 없어졌다.
그렇게 창수를 격려한 장군들은 현장을 둘러보고서는 사라졌다.
현장에는 어느 사이엔가 와 있는 특전사들과 장갑차 등이 배치되어 있었고 하늘 위로는 전투 헬기가 쉴 사이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후우! 죽겠네. 죽겠어.”
창수는 다시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는 소시지를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런 창수의 옆에서는 비글 한 마리가 꼬리를 열심히 흔들면서 식사 중이었다.
“너는 괜찮냐?”
컹!
검은 연기를 몇 번이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모습에 기가 찼지만 계속 지켜봐도 별 이상이 없는 것에 안도를 했다.
그렇게 둘이서 먹방을 찍고 있을 때 26 특전대대의 특전사들이 창수에게 다가왔다.
“단결!”
“단결.”
“수색 작전은 끝났습니다. 최 상사님.”
“아! 끝났습니까? 뭐 건진 거라도 있습니까?”
“그게 녹아버린 시체들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녹아버린?”
“예. 거의 뼈만 남고 녹아 버렸더군요. 아! 불에 타서 녹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변이 실패로군.”
창수는 변이에 실패하고 그대로 녹아버린 시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에 타면서 각종 유독 물질들이 다량으로 생성이 되었을 터였다.
그 유독 물질 중에 무엇이 검은 연기로 변이시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유독 물질들은 변이가 아닌 신체를 녹여버린 모양이었다.
‘정말 그 한 마리로 끝난 건가?’
한 마리만 남은 것인지 아니면 더 있어서 도망을 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마리라도 빠져나갔다면 골치 아플 수 있었다.
“대책 본부가 어디에 있지요?”
“대책 본부 말씀이십니까? 시청 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상주 시청에 비상 대책 본부가 설치되었다는 말에 창수는 몸을 일으켰다.
“그곳으로 가 보시려고요?”
“혹시나 싶어서요.”
“차량을 즉시 가지고 오겠습니다.”
“아! 예. 안 그래도 힘이 없어서.”
잠시 뒤에 군용 지프가 와서는 창수는 지프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멀어지는 지프를 한 여인이 빤히 지켜보았다.
“어…… 어쩌면 좋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여인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서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비상대책 본부가 설치되어 있는 상주 시청에 도착한 창수는 비상대책 위원장에게 현장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주 시민 전체의 체온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은 연기에 지배된 신체가 기준치보다 높게 나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혹여라도 빠져나간 검은 연기가 있을 수 있다는 창수의 주장이었다.
“체온으로 확인이 되는 건가?”
“기존의 뮤턴트 구별법으로는 비정상적인 체온이었습니다. 인간의 몸 아니 동물도 자신할 수가 없군요. 몸 안에 들어가 버리면 인간과 뮤턴트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다행히 빼앗은 신체의 힘 이상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듯하니 발견 즉시 비닐 등으로 밀봉하면 될 것입니다.”
“흐음! 알겠네.”
창수 덕분에 상주가 지켜질 수 있었기에 창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상주 시민들 전체의 체온 검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군대도 동원해서 상주로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체온 검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뮤턴트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행인 건지 아니면 놓친 건지. 알 수가 없네.”